사람사는 세상엔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시점에 가리발디 주립공원(Garibaldi Provincial Park)의 가리발디 호수를 찾았다. 이 공원 안에 많은 호수가 포진해 있지만 어느 것도 가리발디 호수의 아름다움엔 미치지 못한다. 10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호수의 면적도 결코 작지 않다.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에서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려 늘 옥빛을 띄지만 우리가 간 시점에는 호수가 꽁꽁 얼어 있었다. 미리 예상은 했지만 여기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비취색 호수를 보는 대신 우리는 호수 위에 자연이 만든 하얀 설원을 누비며 마음껏 스노슈잉을 즐길 수 있었다. 연중 어느 때 오더라도 가리발디 호수는 절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린 아이에게 한 아름 선물을 안겨주는 산타클로스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있는 트레일헤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는 왕복 18.5km에 보통 6~7시간이 소요된다. 등반고도는 920m에 이른다. 하지만 눈이 쌓인 겨울철이라 이번 산행엔 9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가리발디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러블 크릭을 따라 지그재그로 완만한 경사를 치고 오른다. 산행 기점으로부터 6km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오른쪽으로 가면 가리발디 호수로 바로 가고 왼쪽은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간다. 우리의 목적지는 가리발디 호수였지만 테일러 메도우즈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먼 발치에서나마 블랙 터스크(The Black Tusk)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함이었다. 테일러 메도우즈에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서는 트레일이 눈에 가려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길을 찾느라 좀 헤매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가리발디 호수 위에 설 수 있었고, 호수 위를 마음껏 거닐 수 있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우리가 호수 위를 걸을 수 있단 말인가.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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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17 0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파이어 색 가리발디 호수가 눈에 어른거리는데요..
    여름, 겨울의 멋진 두 풍경을 다 보아야 가리발디를 보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ㅎㅎ

    • 보리올 2014.03.17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운이 좋으십니다. 가리발디 호수의 여름, 겨울의 모습을 다 보셨으니 말입니다. 여긴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밴쿠버를 방문하는 사람에겐 강추하는 곳이죠.

    • 설록차 2014.03.18 0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는 운이 좋아서 사진으로 아름다운 여름 겨울 가리발디 호수를 마음껏 볼 수 있습니다...
      가깝게 살면서 자주 눈으로 보시는 보리올님은 복이 아~~주 많으신거에요...ㅋ

    • 보리올 2014.03.18 0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 점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닐텐데 대자연이 살아있는 나라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으니까요.

  2. Justin 2014.03.18 0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호수 중에서 TOP 3 안에 드는 곳이고 꽤 많이 찾아갔었는데 한번도 꽁꽁 얼은 호수 위를 걸어본 기억이 없네요. 호수 위 설원을 걷는 기분은 어떨런지 궁금합니다.

    • 보리올 2014.03.18 0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 봄에 호수가 녹기 전에 한 번 같이 가자꾸나. 최소한 한 번은 가리발디 호수 위를 신선처럼 걸어보아야 하지 않겠냐. 근데 네 TOP 3 호수가 어딘지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