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할 준비를 했다. 솔직히 산행이라 하기엔 턱없이 짧은 트레일이었다. 먼저 하이 리지(High Ridge) 트레일을 타고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까지 걸어 올랐다. 한 바퀴 돌아 나와도 1km가 채 되지 않았다. 길지 않은 코스에 경사도 심하지 않아 집사람도 무난히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트레일에서 마주하는 파노라마 풍경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뒤로는 허리케인 리지에서 보았던 산악 지형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고, 고개를 넘으면 이번엔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하늘에 가득한 구름이 풍경을 일부 가린다는 것이었다. 하산길에 새 한 마리가 우리 앞에 나타나 재롱을 피운다. 야생화도 가끔 눈에 띄었다.
하이 리지 트레일에서 내려와 만난 서크 림(Cirque Rim) 트레일은 더 쉬웠다. 트레일을 아스팔트로 포장해 놓아 걷기에도 편했다. 왜 미국 국립공원은 이렇게 좁은 산길까지 포장하려고 애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 토양이나 식생을 보호하려 한다는 명분은 이해가 가지만 자연스럽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버루크(Overlook)라 불리는 전망대에 닿았다. 트레일 주변으로 풀을 뜯으러 나온 사슴 두 마리를 만났다.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이었다. 방문자 센터 바로 위에도 제법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 또한 사슴들 놀이터였다. 꽤 많은 숫자의 사슴들이 노니는 초원을 걸으며 한쪽으론 웅장한 봉우리를, 다른쪽으론 태평양을 바라보는 풍경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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