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림픽 국립공원의 해안 지형을 둘러볼 차례다. 올림픽 국립공원에는 험준한 산악지형과 온대우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100km가 넘는 긴 해안선도 있다. 101번 도로를 타고 카라로크(Kalaloch) 해변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흑곰 한 마리가 우리 앞으로 무단횡단하는 것이 아닌가. 차가 달려오는데도 서두르지 않고 동작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북미에선 어디를 가든 이렇게 곰들의 환영을 받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비치부터 올라오기로 했다. 우리의 첫 방문지는 4번 비치(Beach 4). 로드란 할아버지 레인저가 알려준 세 군데 비치 중 하나다. 드넓은 태평양이 우리 앞에 펼쳐지니 가슴이 탁 트인다.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싸우며 원주민 청년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무슨 물고기인가 연신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스박스엔 벌써 물고기로 가득 찼다. 낚시대를 한 번 던져보겠냐며 나에게 묻기에 정중히 사양을 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탁구공만한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는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바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101번 도로를 거슬러 올라 루비 비치(Ruby Beach)로 갔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론 몇 개의 커다란 바위가 바다에 걸쳐 있었다. 10여 미터 높이의 바위들 형상이 제법 옹골차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더니 커다란 바위가 바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깍여 이런 형상을 한 것이다. 여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았다. 다시 차를 움직여 리알토 비치(Realto Beach)도 방문했다. 첫눈에 부목이 엄청 많았다. 해변 양쪽으로 멀리 바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거센 파도들이 밀려오는 해변에는 산책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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