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산우회에선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야간 산행을 실시해 왔다. 야간 산행이 거의 없는 밴쿠버에서 보름달을 보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하는 연례 행사였다. 산행 코스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 GG)를 통해 샬레에 올랐다. 잠시 땀을 식히며 차 한 잔을 마시곤 밖으로 나서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감상할 시간을 가졌다. 일부러 큰 맘 먹지 않으면 그라우스에서 석양을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뚫고 한 줌 빛이 바다로 내려 앉았다. 다시 여장을 꾸려 썬더버드 리지로 올랐지만 예상대로 보름달은 볼 수가 없었다. 사람사는 세상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을 본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샬레로 돌아와 스카이라이드를 타고 산을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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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보름날에 구름이 심술을 부렸나요?
뭐 보기 힘들다는 그라우스 석양을 보셨으니 다행입니다...^^
날씨를 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을 원합니다만 아직까지 하늘에서 그 청은 들어주지 않네요. 더 수양하란 의미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