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하이웨이를 달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와 알버타(Alberta) 주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크로우스네스트 패스(Crowsnest Pass, 1358m)에 올랐다. 이 지점은 캐나다 로키 산맥의 마루금, 즉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에 해당하기도 한다. 그 이야긴 마루금 서쪽에 떨어진 빗방울은 태평양으로, 동쪽에 떨어진 것은 대서양으로 흐르는 수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해발 2,785m의 크로우스네스트 마운틴의 위용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조금 더 차를 달리니 프랭크 슬라이드(Frank Slide)가 나왔다. 슬라이드란 우리 말로 산사태를 의미한다. 도로 오른쪽으로 터틀 마운틴(Turtle Mountain, 2210m)이 있는데, 1903429일 새벽 4시에 이 산 절반이 무너져 내려 엄청난 산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하필이면 그 아래 프랭크란 광산촌이 자리잡고 있어서 600명 주민 가운데 90명 이상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돌더미에 묻힌 사망자를 찾아낼 수가 없어 정확한 숫자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산사태 현장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그 앞에 서니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워터튼 타운사이트(Waterton Townsite)에 있는 캠핑장은 모두 예약이 되었다고 나와 중간에 캠핑장을 찾아야 했다. 핀처 크릭(Pincher Creek) 직전에 있는 런드브렉 폭포(Lundbreck Falls) 주변에서 캠핑장을 구했다. 크로우스네스트 강을 따라 조성된 캠핑장은 시설은 형편없었지만 사람은 꽤 많았다. 텐트를 치고 짐을 푼 다음 폭포 구경을 하러 나섰다. 캠핑장에서 다리를 지나 폭포로 연결되는 오솔길이 있었다. 폭포도 그리 대단하진 않았다. 강물이 두 갈래로 갈라져 떨어지는데 그 낙차가 12m라 했다. 폭포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데크와 폭포 아래로 내려설 수 있는 계단도 설치되어 있었다. 잠시 산책하기엔 괜찮은 곳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왔더니 석양이 지는 하늘에 요상한 모습을 한 구름이 눈에 들어와 카메라를 들고 다리 위로 올랐다. 북쪽 하늘을 무대로 구름이 펼치는 멋진 공연을 30여 분에 걸쳐 감상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접하는 광경에 가슴을 조이며 마구 셔터를 누르지 않았나 싶다.

 

로키 산맥 마루금에 해당하는 크로우스네스트 패스에 올라 크로우스네스트 산을 바라보았다.

 

1903년 터틀 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9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프랭크 슬라이드 현장을 지나쳤다.

 

런드브렉 폭포 주립 유원지에 있는 캠핑장은 크로우스네스트 강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런드브렉 폭포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물줄기가 두 갈래로 나뉘어 떨어지는 쌍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요상하게 생긴 구름이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가며 파란 하늘에 나를 환영하는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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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하늘은하수 2021.10.22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정말 절경이로군요~~
    너무 멋진 사진들이에요~~^^

 

 

넬슨(Nelson)을 벗어나 쿠트니 호수(Kootenay Lake)를 따라 3A 하이웨이를 달리며 캠핑장 서너 곳을 찾았지만 들르는 곳마다 만원이라고 퇴짜를 맞았다. 마음이 조급해지긴 했지만 호수 풍경이 나타나는 곳이면 차를 세우고 느긋하게 석양 무렵의 호숫가를 걸었다. 쿠트니 호수는 길이가 남북으로 104km나 되고 폭은 3~5km에 이르는 엄청 큰 호수다. 설컥(Selkirk) 산맥과 퍼셀(Purcell) 산맥 사이를 가르는 물줄기로 보면 된다. 쿠트니 베이에서 무료 페리가 닿는 밸푸어(Balfour)를 지나쳐 길가에 있는 요상한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이곳은 오토바이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캠핑장인 듯, 상호에도 모터사이클 캠프그라운드란 단어가 들어가 있고 엄청 많은 오토바이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오래된 스쿨버스가 숙소로 쓰이는 듯도 했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시끄럽게 술을 마시는 이웃들을 피해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저녁에 와인 한 잔으로 적적함을 풀어야 했다.

 

31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했다. 곧 에인스워스 핫 스프링스(Ainsworth Hot Springs)가 나왔다. 하지만 COVID-19로 인해 문을 닫아 온천욕으로 여행 마무리를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전에 다녀간 곳이라 아쉬움은 좀 덜했다. 31번 하이웨이는 카슬로(Kaslo)를 지나면서 완전히 비포장 시골도로로 바뀌었다. 이 길을 이용하는 차량도 거의 없었고, 어느 구간에선 하늘만 뻥 뚫린 숲 속을 똑바로 달리기만 했다. 23번 하이웨이를 만나자 바로 페리를 타는 터미널이 나왔다. 무료 페리를 운행하는 이 어퍼 애로우 호수(Upper Arrow Lake)는 애로우 호수의 윗부분이다. 컬럼비아(Columbia) 강의 일부분인 애로우 호수는 어퍼와 로워로 나뉘는데, 물이 빠지면 호수가 두 개로 구분이 되지만 수량이 많아지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호수로 변한다. 페리에 차를 올리고 갑판으로 나와 호수와 주변 산들을 둘러보았다. 청정한 자연 환경과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주변 풍경에 절로 가슴이 시렸다. 이제 곧 산골마을 순례를 시작한 레벨스톡(Revelstoke)에 도착하는데, 마지막으로 내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쿠트니 호수에 면해 있는 코캐니 크릭 주립공원(Kokanee Creek Provincial Park)에서 석양을 맞았다.

 

넬슨 외곽에서 캠핑하려 했으나 캠핑장이 만원이라 토드락(Toad Rock) 모터사이클 캠프장까지 올라와야 했다. 시설도 엉망이었지만 시끄러운 오토바이족들로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카슬로로 올라가는 도중에 쿠트니 호숫가에서 하얀 아침을 만났다.

 

빼곡한 나무에 가려 하늘만 보이던  31번 하이웨이를 달려 트라우트 호수(Trout Lake)를 지나쳤다.

 

23번 하이웨이를 만나면 바로 어퍼 애로우 호수를 건너는 페리 터미널이 나타난다.

 

갈레나 베이(Galena Bay)와 쉘터 베이(Shelter Bay)를 연결하는 페리 또한 무료였다.

 

페리 위에 올라 어퍼 애로우 호수를 감싸고 있는 산악 풍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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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이채굴러 2021.10.18 15: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파이채굴러입니다.
    요기조기 구경다니다가 들어왔는데,
    포스팅 진짜 잘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배워갑니다.
    시간되실때 제 블로그도
    한번 들려주세요.🤗🤗🤗🤗

 

 

캐나다 로키 산맥 아래에 있는 엘크포드(Elkford)까지 찍었으니 이제 쿠트니 산골마을 순례를 시작했던 레벨스톡(Revelstoke)으로 돌아간다. 엘크포드를 나와 3번 하이웨이와 6번 하이웨이를 달려 도착한 곳은 설컥 산맥(Selkerk Mountains)의 품에 안겨 있는 넬슨(Nelson)이었다. 두 도시는 400km나 떨어져 있어 거의 다섯 시간이 걸렸다. 넬슨은 인구가 11,000명에 가까운, 웨스트 쿠트니(West Kootenay) 지역에선 가장 큰 도시다. 1886년 이 지역에서 은이 발견되면서 실버 러시(Silver Rush) 덕으로 탄생한 도시라서 당시의 번영을 보여주는 고색창연한 헤리티지 건물들이 많았다.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와 버논 스트리트(Vernon Street)를 중심으로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넬슨의 도심 풍경에 빠져들었다. 이 산골마을에서 고풍스러운 건물 외에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였다. 도시 전체가 예술 마을을 표방하고 있다는 듯, 어느 골목을 가나 수준 높은 벽화가 나타나 나그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는 넬슨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 벽화 축제에 출품했던 작품이라 했다. 이런 곳이라면 여기서 한두 달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버 러시 당시의 풍족함과 고풍스러움이 엿보이는 넬슨의 도심 풍경

 

여유롭게 도심을 거닐며 산악 풍경을 배경으로 서있는 건물들을 찾아보았다.

 

도심을 관통하는 대로나 골목에도 예술 도시를 표방하는 설치물들이 눈에 띄었다.

 

넬슨 도심의 뒷골목에서 발견한 벽화 가운데는 예술 감각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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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하이웨이를 달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에서 알버타(Alberta) 주로 넘어가기 직전에 나오는 스파우드(Sparwood)에서 43번 하이웨이로 갈아탔다. 32km를 북으로 달려 엘크포드(Elkford)에 닿았다. 내가 계획한 쿠트니 로키 산골마을 순례코스에서 가장 멀리 있는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엘크포드는 인구 3,000명에 가까운 도시로 산골마을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인근에 있는 다섯 개 탄광에서 일하거나 그와 연관된 서비스 분야에 종사한다고 했다. 엘크 밸리(Elk Valley)를 따라 산 속으로 깊이 들어온 덕분에 각종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은 무척 좋아 보였다. 먼저 마을을 관통해 흐르는 엘크 강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마주치는 사람도 없어 실로 한적하기 짝이 없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초록빛 넘치는 주변 환경이 너무나 여유로웠다. 영롱한 울음소리로 내 시선을 끄는 작은 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시골마을을 연출했다.

 

와피티(Wapiti) 산기슭에 있는 엘크포드 마운틴 워크(Elkford Mountain Walk)도 좀 걸었다. 전구간을 걷지는 않고 두 시간가량 가벼운 산책을 한 것이다. 이 코스는 크랜브룩(Cranbrook)에서 로키 산맥의 대륙분수령에 해당하는 엘크 패스(Elk Pass)까지 이어지는 198km 길이의 엘크 밸리 트레일에 속하며, 동시에 캐나다를 횡단하는 그레이트 트레일(The Great Trail)의 일부이기도 했다. 여기도 인적이 없는 적막강산이라 마음은 편했지만 길이 복잡한 숲 속에선 약간 겁도 났다. 더구나 수령이 적은 재생림으로 되어 있어 숲도 별로였고, 야생화도 많지 않았다. 차를 몰고 외곽으로 드라이브에 나섰다. 엘크 강을 건너 포딩 리버 로드(Fording River Road)를 달리다 주변 산세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엘크포드로 돌아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에서 하루 묵었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곤 마을로 나가 호텔에 있는 펍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마을 술꾼들의 집합소인 듯 꽤나 시끄러웠다.

 

43번 하이웨이를 달리다 엘크포드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푸르름이 넘치는 엘크 강 둑방길을 따라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와피티 산자락에 마련된 엘크포드 마운틴 워크를 걸었지만 인상에 남는 것은 겨의 없었다.

 

포딩 리버 로드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시원한 산악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엘크포드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시설은 별로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몰려든 사람들로 꽤 붐볐다.

 

엘크포드 모터 인이란 호텔의 펍에서 맥주 한 잔 하는 여유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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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지피아 2021.10.05 0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쏘렌토를 보니 반갑네요, 와인과 흑맥주 좋습니다^&^

    • 보리올 2021.10.06 0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캠핑장에서 야영하면서 와인이나 맥주 한잔 정말 좋지요. 근데 차량 엠블럼도 보이지 않는데 쏘렌토인줄 아시네요. 대단하십니다.

 

 

로키 산맥(Rocky Mountains) 깊은 산중에 자리잡은 아일랜드 호수에 세워진 아일랜드 레이크 로지(Island Lake Lodge)를 찾았다. 퍼니(Fernie)에서 14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인근에선 꽤 고급스러운 숙소다. 통나무로 지어진 네 채의 로지에 26개의 게스트 룸이 구비되어 있고, 레스토랑과 스파는 별도 건물에 위치한다. 사실 나는 이 로지에 머물 형편이 되지 못 해 산 아래에 있는 마운트 퍼니 주립공원 캠핑장에 묵으며 로지를 두 번씩이나 오게 되었다. 로지에서 내려서면 바로 아일랜드 호수가 나온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아일랜드 레이크 트레일(Island Lake Trail)을 따라 걸었다. 길이가 2km에 아주 쉬운 코스였지만, 풍경에 취해 늦장을 부렸더니 한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발걸음을 멈추는 곳마다 맑은 호수 위로 울창한 숲과 잿빛 돌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로 솟은 나무와 봉우리들에 에워싸인 고립된 지역이라 마치 절해고도에 갇혔다는 느낌도 들었다. 현대인들이 받는 수많은 스트레스를 떨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었다.

 

팬데믹으로 아일랜드 레이크 로지로 드는 길목에 체크 포인트가 생겨 차량 숫자를 통제하고 있었다.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로지 건물. 통나무로 지은 건물 네 채가 전부였다.

 

로지 주변에 설치된 트레일 이정표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기도 2m 간격 유지를 무스 길이만큼 떨어지라고 표현했다.

 

로지에서 호수로 내려서니 로지 투숙객들이 제각각 호수 풍경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아일랜드 레이크 트레일을 걸으며 눈에 들어온 풍경에 도시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절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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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orewoogie 2021.09.30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ㅠㅠ 진짜 이런 환경이라면 너무 좋죠 ㅠㅠ

    살고싶네요 저기서

    잘 보고 구독하고 갑니다^^

    • 보리올 2021.10.01 0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청정한 자연은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만 여기서 오래 살아야 한다면 도망칠 사람이 많을텐데요. 자연이 그리우면 가끔 한번씩 찾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