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려는 투켈라 폭포(Thukela Falls)는 앰피씨어터 상단에서 투켈라 협곡으로 떨어진다. 낙차가 무려 948m로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Angel Falls)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낙차가 큰 폭포라 했다. 한 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섯 차례로 나눠 낙하한다. 숙소에서도 폭포의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였다. 눈으로 보이는 거리라 투켈라 폭포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 구글 맵으로 확인했더니 직선 거리는 수 km밖에 되지 않지만 꽤 멀리 돌아가야만 했다. 산행 기점인 센티널 주차장(Sentinel Car Park)까지는 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바수토 게이트(Basuto Gate)에서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엔 블록을 깐 도로였지만 곧 비포장도로로 바뀌었고 사륜구동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입산 허가란 명목으로 또 돈을 받는다.

 

센티널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왕복 12km 거리에 5~6시간이 소요되는 여정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완만한 지그재그 길을 걸었다. 공원 측에서 사람을 고용해 산길에 블록을 깔고 있었다. 우리 앞에 해발 3,165m의 센티널 봉(Sentinel Peak)이 위엄을 떨치며 서있었다. 숙소에서 앰피씨어터를 올려다볼 때 오른쪽에 가장 두드러졌던 봉우리였다. 고도를 높여 센티널 봉과 비콘 버트리스(Beacon Buttress, 3121m) 아래를 트래버스하는데, 앰피씨어터 너머에서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를 가리기 시작했다. 그 멋진 봉우리와 벼랑들이 졸지에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 아쉬움은 여기저기서 나타난 야생화로 대신 풀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이 트레일에서 마주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라는 체인 래더(Chain Ladder)에 도착했다. 2단으로 된 사다리 두 개가 벼랑을 따라 15m 정도 수직으로 놓여 있었다. 오래된 것을 교체하는 중으로 보였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산행 초보자라면 겁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다리를 타고 앰피씨어터 상부로 올랐다.

 

앰피씨어터 상부엔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졌다. 소와 말,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라 좀 의외였다. 레소토(Lesotho)에서 올라온 목동들이 우리를 반기며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른다. 여름철엔 이 고원에서 가축과 함께 생활한다고 했다. 남아공 친구가 점심으로 준비한 샌드위치를 반으로 잘라 건네 주었다. 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투켈라 강을 따라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다가섰다. 수 십 미터의 폭포 상단만 겨우 시야에 들어왔고 나머진 모두 구름에 가렸다.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폭포 주변을 서성이며 바람에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지만 날씨는 끝내 우리 편이 아니었다. 가끔 구름 사이로 절벽 아래 풍경을 감질나게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으로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센티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 눈 앞에서 위엄을 떨치고 있는 센티널 봉 아래로 트레일이 굽이쳐 오르고 있다.

 

센티널 봉 하단부를 트래버스하며 센티널 봉의 수직에 가까운 벽을 올려다보았다.

 

능선 너머로 수려한 산악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꾸준히 고도를 올리고 있는데 앰피씨어터 너머에서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들을 가리기 시작했다.

 

 

앰피씨어터의 고원에 오르려면 이 체인 래더를 올라야 한다. 오른쪽 사다리는 오래된 것이라 왼쪽 사다리로 올랐다.

 

 

해발 3,000m 가까운 앰피씨어터 상부엔 넓은 초원이 펼쳐져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

레소토 목동들이 돌보는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강폭이 크지 않은 투켈라 강을 따라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낙차 948m를 가진 폭포라지만 우리가 본 물줄기는 이것이 전부였다.

 

 

 

끝내 구름은 걷히지 않았다. 이 정도 풍경을 선사한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한층 여유로워진 하산길이라 산사면에 핀 야생화와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마뱀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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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일검색 2020.11.07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이쁘게 잘보고갑니다!
    공감꾸욱~
    괜찮으시면 제 블로그도 한번 놀러와주세요 ㅎㅎ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한국에 있는 친구가 남아공으로 날아왔다. 체온 측정 등 방역에 신경을 쓰긴 했으나 입국 제한이나 자가 격리 같은 조치는 없던 시기였다.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친구와 셋이서 드라켄스버그 산맥 북쪽에 위치한 로열 나탈 국립공원(Royal Natal National Park)을 찾았다. 숙소는 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텐델레 리조트(Thendele Resort)에서 2박을 했다. 예상보다 늦게 숙소에 도착한 까닭에 왕복 5시간 걸린다는 투켈라 협곡((Thukela Gorge)까진 가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갈 수 있는 만큼은 가보기로 했다. 투켈라 협곡으로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앰피씨어터(Amphitheatre)의 장엄한 풍경을 접할 수 있다고 들어 그 모습을 잠시라도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원형극장이란 의미의 앰피씨어터는 아쉽게도 구름에 숨어 그 웅장한 자태를 볼 수는 없었다. 드라켄스버그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산악 지형인 앰피씨어터는 해발 3,000m 높이의 바위 절벽이 병풍을 친 듯이 5km나 도열해 있다. 수직 절벽의 높이는 500m에 이른다고 했다.

 

텐델레 리조트에서 투켈라 협곡으로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어 바로 트레일로 들어섰다. 국립공원 측에선 투켈라 협곡까지 편도 7km, 왕복에 대략 5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산사면이나 깊은 골짜기가 녹색 초지로 덮여 있어 풍경 자체가 시원했다. 나무도 드문드문 눈에 띄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었다. 앰피씨어터는 구름에 모습을 감췄지만 그 앞에 있는 조그만 봉우리들은 울퉁불퉁한 산세를 뽐내고 있었다. 앰피씨어터가 없으니 오히려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흘렀다. 산길 아래엔 수량이 많지 않은 투켈라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을 걸었을까. 능선에 마치 버섯처럼 생긴 기묘한 모습의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 밑둥이 침식된 탓에 가는 목에 큰 머리가 놓인 형국이 되었다.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 남아공 친구가 이쯤에서 돌아서자고 했다. 중간 지점까지는 간 것 같았다. 아무 미련없이 되돌아섰다. 숙소로 돌아가 바비큐를 준비하고 와인 한 잔 곁들일 생각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텐델레 리조트에 세워진 국립공원 안내 게시판에 간단한 지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투켈라 협곡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좀 특이하게 생겼다.

 

 

푸른 초지를 지나고 계류를 건너 산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여 나갔다.

 

 

 

 

 

우리 오른쪽엔 앰피씨어터 대신 아기자기한 암릉이 나타나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곳곳에 사암으로 구성된 지층이 나타났고 어느 곳은 오랜 침식을 거쳐 벼랑이 된 곳도 있었다.

 

투켈라 협곡까지 다녀오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 지점에서 되돌아섰다.

 

 

 

하산하는 길. 트레일 아래로 투켈라 강이 흐르고 그 너머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해질녘 낮은 햇살을 받으며 능선에 걸린 구름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텐델레 리조트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날 아침에 앰피씨어터의 전모를 담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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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자옷 쇼핑몰 2020.10.31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 요즘시기에 대리만족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보리올 2020.11.01 0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코로나 사태로 지루함을 느끼는 여행자들이 엄청 많죠. 그래서 전 예전에 겪은 여행 경험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로테니 자연보전지구(Lotheni Nature Reserve)에 있는 이글 트레일(Eagle Trail)을 두 번째 산행 코스로 택했다. 전날 걸었던 에마둔드위니 트레일(Emadundwini Trail)과는 로테니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곳에 있다. 숙소로 쓰는 로테니 리조트 샬레에서 바로 트레일이 연결되었다. 길가에 있던 조그만 표지석에는 트레일 길이가 12.8km라 적혀 있었다. 처음엔 계곡 아래를 걷다가 산중턱으로 올라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루프 트레일이었다. 차가 다니는 흙길을 따라 캠핑장으로 올랐다. 사임스 커티지(Simes Cottage)와 조그만 인공 호수가 나왔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드라켄스버그 산맥의 주능선 쪽으로 다가갔다. 텐트(Tent), 호크(Hawk), 레디(Redi) 등의 이름을 가진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산중턱에 있는 분기점에서 폭포와 동굴로 가는 트레일이 갈라졌지만 우린 거기서 되돌아섰다. 산중턱을 에두르며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심하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지형이나 풍경은 에마둔드위니 트레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 그늘이 없는 지역이라 뜨거운 햇볕에 갈증이 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표지석을 지나 캠핑장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랐다.

 

캠핑장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로테니 리조트의 또 다른 숙소인 사임스 커티지와 인공 호수가 있었다.

 

 

 

 

 

드라켄스버그 산맥의 주능선을 바라보며 서서히 고도를 올렸다. 경사가 그리 심하진 않았다.

 

폭포와 동굴로 갈라지는 분기점에서 되돌아서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코스를 걸었다.

 

 

몇 군데 포인트에서 탁 트인 조망이 펼쳐졌으나 풍경이 그리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하산에 나섰다. 바분(Baboon) 몇 마리가 우리 출현에 놀라 도망쳤다.

 

 

등산객이라곤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산길을 걸어 숙소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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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ngin 2020.10.2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보고가요~
    정말 사진이 멋있네요!
    시간 되시면 제 블로그도 놀러오세요~

    • 보리올 2020.10.26 14: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세가 우리 산하와는 달라 이국적인 면은 좀 있지요. 목공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즐거운 작품 활동을 기대합니다.

  2. 봉이아빠요리 2020.10.26 1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는 참 산의 모습도 우리랑은 많이 틀리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20.10.26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드라켄스버그 산맥엔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많습니다. 우람한 산세를 가지고 있지요. 계곡엔 푸른 초지가 펼쳐져 산악 풍경이 좀 특이합니다.

 

디디마 리조트(Didima Resort)를 출발해 드라켄스버그 산맥 남쪽에 위치한 로테니(Lotheni) 지역으로 향했다. 로테니 지역은 레소토(Lesotho)로 들어가는 사니 패스(Sani Pass)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꽤 남쪽에 속한다. 함께 산행에 나선 친구도 이 지역은 초행이라 했다. 이동 거리가 200km 밖에 되지 않음에도 길도 설고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아 시간이 꽤 걸렸다. 숙소로 잡은 로테니 리조트 샬레에서 세 밤을 잤다. 친구가 리조트에서 구입한 지도를 보며 산행 코스를 물색했다. 드라켄스버그 산맥 주능선에 있는 봉우리까진 너무 멀었고 접근도 쉽지 않아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고, 로테니 자연보전지구(Lotheni Nature Reserve) 안에 있는 쉬운 트레일 두 개를 골랐다.

 

첫날은 에마둔드위니 트레일(Emadundwini Trail)을 걸었다. 한 바퀴 돌아오는 루프 트레일로 거리는 11.5km, 6시간 걸린다고 했다. 빨리 걸으면 4시간도 가능해 보였지만 땡볕에 무리는 금물 아닌가. 로테니 강을 건너기 위해 그 위에 놓인 출렁다리를 건넜다. 쉐바스 브레스트(Sheba’s Breasts)를 다녀오겠다고 꽤 고도를 올렸는데 표지석도 사라지고 길도 희미해 에마둔드위니 트레일로 되돌아왔다. 사바나 초원을 지나고 테일러스 패스(Taylor’s Path)가 갈리는 분기점도 지났다. 산중턱을 가로질러 여유롭게 걸었다. 땡볕 외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무가 자라는 지역이 보이더니 영양의 일종인 일런드(Eland) 수십 마리가 우리 앞을 지나쳐갔다. 개울을 건너고 나무가 우거진 숲도 통과했다. 다른 곳과는 지형이 많이 달랐다. 모처럼 그늘에서 땀을 식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지점이 반환점이었다. 계곡 아래로 내려서 강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풍경이 그리 다채롭지는 않았다.

 

 

산행을 나서기 전에 숙소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숙소 바로 아래에 있는 로테니 강을 건넜다. 나무 판자로 된 출렁다리가 놓여있었다.

 

 

 

처음엔 쉐바스 브레스트 트레일을 타고 꽤 경사를 치고 올랐으나 트레일 상태가 좋지 않아 되돌아섰다.

 

 

 

에마둔드위니 트레일은 완만한 굴곡을 가진 초원지대를 지나고 있어 평온한 분위기를 풍겼다.

 

 

 

 

 

산중턱에 나무가 자라고 숲도 나타났다. 벌거숭이 초원에 숲이 나타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일런드 수십 마리가 우리의 출현에 놀라 순식간에 다른 언덕으로 도망을 쳤다.

 

 

 

 

드라켄스버그 산맥 주능선 아래로 다가설수록 웅장한 산세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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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20.10.21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멋집니다
    오랫만에 안부 전합니다

    • 보리올 2020.10.22 1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도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바쁜 일상에서도 여전히 산을 찾으시고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꼼짝 못 하고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캐시드럴 피크(Cathedral Peak, 3005m)를 오르는 날이다. 지난 1년 가까이 무릎에 통증이 있어 과연 오를 수 있을까 솔직히 의구심부터 들었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가기로 했다. 오전 830분에 숙소를 나서 캐시드럴 피크 호텔의 하이커스 파킹에 차를 주차했다. 호텔로 걸어가다가 급커브에서 트레일 표식을 발견하곤 산길로 들어섰다. 댐으로 막힌 조그만 호수를 하나 지났다. 호수에서 캐시드럴 피크까지 20.5km란 이정표가 보였다. 편도인지, 왕복인지는 표시가 없었지만 왕복이 분명했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나무 한 그루 없는 능선으로 올라섰다. 하늘엔 구름이 제법 많았지만 햇볕이 나면 그 뜨거움이 장난이 아니었다. 계속 오르막이 나타나 은근히 무릎에 신경이 쓰였다. 앞에서 걷던 친구도 자꾸 멈춰서는 뒤처진 나를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두 시간 가량 꾸준히 걸어 올랐을까. 왼쪽 무릎 통증은 그렇다 쳐도 돌계단이나 바위를 오를 때 줄곧 오른쪽 다리만 쓰게 되니 오른쪽 허벅지에서 쥐가 자꾸 났다. 앞서 가는 친구를 불러 세워 어디서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내겐 점점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9~10시간 산행에 두 발로 걸어 올라야 하는 등반고도가 1,600m라니 내 무릎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속이 쓰리지만 친구만 다녀오라고 했다. 정상을 앞에 두고 중도에 산행을 포기한 경우는 내 생애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 쉬고 있으려니 한 젊은이가 엄청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영국에서 왔다는 조(Joe)에게 먼저 오른 내 친구가 있으니 필요하면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정상 부위에 기어올라야 할 벼랑이 몇 군데 있어 추락하면 위험하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땡볕에서 무작정 몇 시간을 기다리기가 그래서 아픈 무릎과 허벅지를 달래며 천천히 해발 2,420m의 오렌지 필 갭(Orange Peel Gap)까지 오르기로 했다. 경사가 급했고 바위도 많았지만 느릿느릿 오렌지 필 갭에 올랐다. 능선 너머의 산악 풍경은 지금까지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늘이 없는 곳이라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해발 2,500m는 되어 보였다. 밑에선 뾰족해 보이던 봉우리는 의외로 정상이 평평했다. 맘껏 쉬고는 내 속도를 고려해 먼저 하산하기로 했다.

 

무척 지루한 하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어찌 올라왔나 싶었다. 수시로 멈춰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드라켄스버그 산맥에 속한 높다란 봉우리들이 커다란 장벽을 만들고, 그 안에는 푸른 잔디로 이뤄진 구릉과 계곡이 넘실대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아프리카에도 이런 산악 지형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만 바라보아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정상에 가지 못 한 섭섭함도 좀 가셨다. 조그만 물줄기가 지나는 벼랑 아래서 그늘을 발견했다. 성질이 고약하다는 원숭이 바분(Baboon)이 떼를 지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여기서 3시간을 기다렸다. 가이드를 동반한 백인 남녀 5명이 내려오면서 네 친구 10분 뒤에 내려올 거다며 지나친다. 오후 5시가 훨씬 넘어 영국 젊은이 조와 친구가 함께 내려왔다. 친구도 길을 잘 못 들어 정상에 오르지는 못 했다고 한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그 친구에겐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조와 함께 디디마 리조트로 돌아와 시원한 맥주로 갈증부터 달랬다.

 

 캐시드럴 피크 호텔로 오르는 길목에서 만난 트레일 헤드

 

 

나무가 드문드문 자라는 계곡, 그 주변을 푸르게 꾸민 초지가 나타나 오르막 길의 고단함을 달래줬다.

 

 

 

 

바위로 이루어진 경사면을 지나 능선 위로 올라서면 웅장한 산악 지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오른쪽에 캐시드럴 피크, 왼쪽엔 아우터 혼과 이너 혼이 구름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고도를 높일수록 캐시드럴 피크 밸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더 넓게 눈에 들어왔다.

 

 

트레일은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졌고, 해발 2,000m를 넘기자 더위도 좀 가셨다.

 

 

 

오렌지 필 갭을 오르기 전에 이른 점심을 먹으며 멋진 산사면과 봉우리를 눈에 담았다.

 

오렌지 필 갭에 올라 현지 가이드를 동반한 두 명의 하이커를 만났다. 정상을 밟고 기분 좋게 산을 내려가는 길이었다.

 

 

해발 2,500m 정도로 추정되는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맘껏 쉬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 보니 산봉우리에 올라 여간해선 찍지 않던 셀피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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