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코아 밸리에서 칼랄라우 비치까지는 아직도 5마일이 남았다.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땀을 많이 흘린 탓에 갈증을 심하게 느꼈다. 수통에 담아온 생수는 이미 동이 난지 오래라 계곡에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실 수밖에 없었다. 7마일 표식이 있는 지점부터 산길은 경사가 급한 낭떠러지를 따라 이어졌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호우가 내리면 급속히 수위를 높이는 계류 외에도 이 벼랑길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국의 백패커 잡지에선 칼랄라우 트레일을 미국 내에서 위험한 트레일 10군데 중 하나로 꼽았다. 내 눈엔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았으나 그래도 중심을 잃고 벼랑에서 미끄러지면 바다로 곧장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는 했다. 전체 1마일 구간에 너댓 군데 낭떠러지가 나타났지만 발끝에 힘을 주며 조심조심 그 구간을 지나쳤다.

 

칼랄라우 트레일 상에는 이정표나 거리 표시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정표라곤 갈림길에서나 겨우 볼 수가 있었고, 1마일 간격으로 돌에다 숫자만 달랑 적은 거리 표시도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 아름답다는 나팔리 코스트의 진면목은 아무래도 칼랄라우 비치가 가까워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동안은 산악 지형보다는 바다만 보면서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에둘러 칼랄라우 비치에 도착했다. 열대우림과 깊은 계곡, 깎아지른 절벽, 그리고 광할한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주름잡힌 커튼 형태로 침식된 산악 지형은 이곳이 왜 유명한 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석양녘의 낮게 깔린 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봉우리들은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캠핑장은 숲 속에 마련되어 있었다. 지정된 사이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곳을 찾아 아무데나 텐트를 치면 됐다. 텐트와 텐트 사이의 간격도 넓어 한적한 분위기를 풍겼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들의 생활 철학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텐트부터 치고는 해변으로 석양을 보러 나갔다. 아쉽게도 해가 바다로 떨어지진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닷가 풍경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찍다가 스마트폰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고 말았다.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없어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가슴에 담기로 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어둠이 내려앉은 바닷가로 나갔다. 별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하늘을 가득 메우는 것이 아닌가. 비치에 홀로 앉아 한참을 미동도 않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문득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생각났으나, 그 싯구만 입에서 맴돌뿐 한 구절도 제대로 기억나진 않았다.

 

   

 

 

위험 구간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면 낭떠러지 구간이 몇 군데 나타난다.

칼랄라우 트레일에선 위험한 구간으로 소문난 곳이다.

 

 

 

태평양에 면한 해안선은 여태 본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파도는 더 거세게 밀려오는 것 같았다.

 

나팔리 코스트 산악 지형이 가까이 눈에 들어오면서 칼랄라우 비치가 멀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붉은 토양을 드러낸 구간도 몇 군데 있었다. 푸른 바다와 묘한 대조를 이뤄 잠시 눈이 즐거웠다.

 

칼랄라우 비치로 진입하는 초입에 칼랄라우를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영문 표기에 앞서 하와이 원주민들의 하와이어가 먼저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칼랄라우 비치로 내려서면서 목적지에 도착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몽돌 구간이 끝나는 곳에 해변이 있다.

 

나무에 해먹을 치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과 그 옆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 모두 여유가 흘렀다.

 

낭만적인 잠자리를 제공한 1인용 텐트는 무겁지도 않고 부피도 적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겐 제격이었다.

 

칼랄라우 비치에 서면 앞으론 태평양이 넓게 펼쳐지고 그 뒤론 나팔리 코스트의 산악 지형이 버티고 있다.

 

 

칼랄라우 비치가 끝나는 지점에 2단으로 된 칼랄라우 폭포가 나왔다.

이 근방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은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폭포 가까이에 바닷물에 의해 형성된 해식 동굴이 있었다.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꽤나 묘미가 있었다.

 

 

칼랄라우 비치에서 석양을 맞았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대신 바다로 돌출한 땅 위로 살며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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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2.14 0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돌, 폭포, 해식동굴, 석양이 지는 해변...
    지형적으로도 봐도 골고루 다양하게 갖춘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역시 하와이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 보리올 2016.12.16 0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안길을 걷는 것은 일반적으로 산을 오르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오르내림이 꽤 많고 풍경도 사뭇 다릅니다. 나팔리 코스트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많이 업됐지요.

  2. justin 2016.12.19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와이에 해변가 근처에 저런 산악 지형이 있을줄 몰랐네요~ 완전 민낯을 드러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풀로 가득찬 것도 아닌 솜털만 난것 같은 모습이에요~ 저런 해변에서 낮잠도 즐기고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캠핑하는 것이 전부 상상만해도 즐거울것 같아요~

    • 보리올 2016.12.20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와이를 구성하는 주요 섬마다 산악 지형이 서로 다른 것은 사실이지. 나름대로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단다. 이 풍경은 카우아이에만 있고.

  3. 칼랄라우 2017.12.13 1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칼랄라우 트레일 정보를 찾다가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문의 드립니다.

    키에비치까지 접근 방법이 렌트카 이외에는 없나요?? 만약 그렇다면 렌트카를 주차장에 놓고 가도 괜찮은지요?? 어떤 여행에이전시 홈피에는 유리창을 부수는 강도가 있다 쓰여져 있어서,,

    두번째 한국에서 잠깐 가는 휴가이다보니 시간을 절약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칼랄라우 비치에서 1박 후 되돌아 오는 길은 가능하다면 생략하고 싶은데, 비치에서 접안하여 키에비치까지 가는 보트가 있나요??

    세번째 카우아이에서 버너에 연결할 가스를 구매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요??

    혹시라도 아시는 부분이 있으면 답변 부탁드려요.

    • 보리올 2017.12.14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곳을 가시는군요.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1) 소형차를 빌리면 렌트카가 싸고도 편한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공항 픽업해서 트레일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도 있다 합니다. 리후에에서 하날레이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지만 배낭 사이즈에 시비를 걸고 시간 맞추기가 어렵고 하날레이에서 트레일 입구까지는 또 히치하이킹을 해야 합니다. 배낭 메고 걸어갈 거리는 아닙니다.
      2) 주차장이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근데 사고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증할 수는 없지만 차 안에 귀중품이나 현금이 보이지 않도록 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괜찮았으니까요.
      3) 칼라라우 비치에서 트레일 입구로 나오는 편을 픽업하는 업체나 원주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이것은 시도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네요. 이젠 그런 서비스 없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4) 리후에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쿠쿠이 그로브(Kukui Grove) 쇼핑센터에 가면 큰 수퍼마켓이 있어 거기서 가스를 샀습니다.

  4. bikenara 2018.02.20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곳을다녀오셨군요.나도 올가을에 친구부부 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1박 2일에 가능할지가 의문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등산은 해오고 있는데 중간지점인 하나코아에서 하루 1박을 해야하는지 감이잡히지가 않네요.
    다른 오하우 섬이나 빅아일랜드등에서도 켐핑장에 텐트치고 백패킹할려고 합니다.
    먼저 다녀오신 경험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8.02.20 2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 제가 님의 산행 능력을 몰라 1박 2일에 가능한지를 판단하기는 좀 어렵네요. 꾸준히 등산이나 백패킹을 하셨다면 충분히 해내리라 봅니다. 다른 섬은 산행은 했지만 백패킹을 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못 합니다.

  5. bikenara 2018.02.28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변감사드립니다.
    켐핑장퍼밋은 꼭해야되나요?

    • 보리올 2018.02.28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칼랄라우 트레일에서 캠핑하려면 퍼밋 꼭 필요합니다. 온라인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누가 검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걸리면 벌금이 큽니다.

 

하와이 제도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카우아이(Kauai) 섬의 칼랄라우 트레일(Kalalau Trail)을 홀로 백패킹하기 위해 다시 리후에(Lihue) 공항에 내렸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하에나 주립공원(Haena State Park)의 케에 비치(Kee Beach)에서 시작해 칼랄라우 비치까지 나팔리 코스트(Napali Coast)를 따라 걷는 하이킹 코스를 일컫는다. 거리는 편도 11마일, 17.6km로 당일에 왕복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텐트와 침낭, 식량을 가지고 들어가 캠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백패킹 트레일로 알려져 있다. 이 트레일은 워낙 인기가 높아 성수기에는 원하는 날짜에 캠핑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나도 원래는 칼랄라우 비치에서 2박을 하려 했으나 허가가 여의치 않아 하루만 머물기로 한 것이다. 리후에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산행기점으로 이동했다. 케에 비치 직전에 있는 하에나 비치 캠핑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엔 달과 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엄청난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에 케에 비치에서 오전 7 30분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11월 날씨에도 공기는 후덥지근했으나 그래도 바람이 세게 불어 땀으로 범벅이 되는 일은 없었다. 트레일 또한 질척이는 구간이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걸음에 꽤나 신경을 써야 했다. 10여 분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케에 비치가 내려다 보이더니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대가 뒤이어 나왔다. 나팔리 코스트와 처음으로 조우하는 곳이라 사람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2마일 지점에 있는 하나카피아이 비치(Hanakapiai Beach)에서 휴식을 가졌다. 여기서부턴 당일 하이킹이라 해도 캠핑 허가가 필요하다. 해안선을 따라 산길은 다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때론 나팔리 코스트의 높은 벼랑과 주름진 침식 지형을 보면서, 때론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6마일 지점에 있는 하나코아 밸리(Hanakoa Valley)에 도착했다. 조그만 캠핑장도 보였다. 여기까지는 전에 다녀간 적이 있어 풍경이 눈에 익었다. 계곡에 널린 돌 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케에 비치에 있는 산행 기점에서 칼랄라우 트레일로 들어서고 있다.

 

물기가 많은 산길은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제법 신경이 쓰였다.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이면 왼쪽으로 나팔리 코스트의 봉우리들이 그 자태를 드러내곤 했다.

 

태평양과 나팔리 코스트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면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강우량에, 그리고 태평양의 거센 파도에 침식된 지형이 해안선을 따라끝없이 펼쳐져 있다.

 

 

하나카피아이 계곡을 건너 하나카피아이 비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자연보호지구(Natural Area Reserve)를 알리는 철조망을 지나자, 옹골찬 산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칼랄라우 트레일의 속살로 들어갈수록 해안선이 급하게 바다로 떨어지는 구간이 많았다.

 

트레일 상에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많지 않았다.

1마일 간격으로 돌에 음각한 숫자만이 거리 표지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다 색깔이 점점 에머랄드 빛을 띠며 나팔리 코스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나코아 밸리에 가까워지자, 비가 많은 지역임에도 산기슭에는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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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2.14 0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하와이입니다. 정말 멋지네요.^^

    • 보리올 2016.12.16 0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와이를 대표하는 트레일이라는 배경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죠. 토론토가 춥다 느껴지면 한번 다녀오실만한 곳입니다.

  2. justin 2016.12.16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밤하늘의 달과 별과 함께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는 느낌이 먼지 잘 알거같아요~ WCT 할때 추억이 그립습니다!

    • 보리올 2016.12.17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밴쿠버 아일랜드의 웨스트 코스트도 느낌은 비슷하지. 그래도 열대우림과 온대우림의 차이는 풍경에 상당히 다른 면모를 만들더구나.

 

산행을 시작해 처음엔 완경사 내리막을 줄곧 걸었다. 트레일헤드에서 6.3km 떨어진 지점에서 삼거리를 만났다. 여긴 대분화구의 바닥이기 때문에 평지나 다름없었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카팔라오아(Kapalaoa) 산장과 팔리쿠(Paliku) 산장으로 가고, 우리는 홀루아(Holua) 산장 쪽으로 좌회전을 했다. 곧 지표면이 울퉁불퉁한 화산석으로 이루어진 구간이 나타났다. 행여 뾰족한 바위에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피가 날 것 같았다. 트레일을 벗어나지 않고 발걸음에 조심을 기했다. 은검초 군락지를 지나는 실버스워드 루프(Silversword Loop)를 탈까 하다가 먼저 간 일행들이 있어 바로 산장으로 직진했다. 홀루아 산장에 도착해 피크닉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곤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평소 같으면 어느 산을 올라 하산할 시간인데 여기선 이제부터 가파른 길을 올라야 했다. 땀을 흘릴 시간이 된 것이다. 단번에 해발 고도 300m를 치고 올라야 했지만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절벽 아래로 넓직하게 자리잡은 평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요동치는 하얀 구름에 풍경이 일부 가렸다. 능선으로 올라서 하이커 픽업(Hiker pick-up)이란 주차장에 도착했다. 좀 황량하긴 했지만 그에 반해 무척 아름다웠던 화산 풍경을 원없이 눈에 담을 수 있었던 환상적인 트레킹을 모두 마친 것이다. 이 코스는 일종의 루프 트레일이라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미리 도착 지점에 차량을 준비해 놓아야 편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으로 오르는 차량을 히치하이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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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Maui) 섬에 있는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a National Park)은 산정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로도 유명하지만 분화구 내부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 또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할레아칼라 분화구의 둘레가 무려 34km나 되니 그 크기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걸을 코스는 할레아칼라 방문자 센터가 있는 해발 2,969m 지점에서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Sliding Sands Trail)을 타고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간다. 그 다음에는 할레마우우 트레일(Halemauu Trail)을 이용해 공원 도로와 만나는 할레마우우 트레일헤드에서 산행을 마친다. 총 길이 18km의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리 힘이 들진 않았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 원주민 부족의 말로태양의 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우이의 한 부족장이 일몰을 늦추기 위해 올가미로 태양을 낚아 이곳에 붙들어 맸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해발 3,000m 가까운 고소에 있기 때문에 약간 숨이 가픈 듯 했다. 길은 처음부터 줄곧 내리막이었다. 1790년에 마지막으로 분화한 할레아칼라 화산은 큰 분화구 안에 크고 작은 새끼화산들이 포진해 있었다. 다시 말해, 시간을 달리한 여러 개 화산이 한 지역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분화구를 내려다 보는 조망이 아주 뛰어났다. 낮게 깔린 아침햇살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여긴 누렇고 저긴 붉은 색조를 띈 지형이 나타났고, 어느 곳은 짙은 갈색을 띄고 있었다. 영화 <마션>에 나온 화성의 모습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독특한 풍경에 시종 입을 다물기 어려웠다. 산기슭에는 실버스워드(Silversword)라 불리는 은검초(銀劍草)가 자라고 있었다. 해발 2,100m 이상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식물이다. 평생 딱 한 차례 꽃을 피우곤 죽는다 해서 문득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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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nyvale 2016.07.13 0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할라아칼라 분화구는 두번 가봤는데 하이킹은 정상에서 시작되는 초입부만 살짝 맛만보고 와서 작은 분화구 (cone 같은건가요?)는 직접 보지 못 했는데 사진으로 봐도 멋지네요. 실제로 보는거랑 사진이랑 많이 다른데 저는 달 분화구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같이 산행을 다니시는 일행이 있으셔서 부럽습니다. 하나쪽으로 좀 더 가서 대나무 많이 있는 그쪽 할라야칼라 하이킹도 가셨나요? 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나는데 폭포 있는 쪽이요.

    (사족이지만 덕분에 crater lake에서 선착장 내려가는 하이킹 잘 다녀왔습니다. 굉장히 아름답더라구요)

    • 보리올 2016.07.13 06: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할레아칼라 분화구는 트레킹하기 참으로 좋은 곳이더군요. 전 이번이 처음인데 벌써 두번이나 다녀오셨네요. 하나 하이웨이를 타고 할레아칼라가 바다를 만나는 지점까지 갔었는데 기대보다 못 해 그냥 돌아섰습니다. 언제 밴쿠버도 놀러오세요. 제가 하이킹은 안내해 드릴 수는 있거든요.

    • sunnyvale 2016.07.13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희 동네에서 오하우랑 마우이 직항이 좀 많은데 다른섬들은 가격이 비싸서 가던데만 자꾸가게되서요. 찾아보니 pipiwai trail이네요. 입구까지 갔는데 벌써 해가 저물때가 되서 다시 하나를 빠져 나오느라 못 가보고 와서 아쉬웠는데 기대보다 못했다고 하시니 좀 위안이 되는걸요. :-) 밴쿠버도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고 알고 있는데 언젠가는 가봐야 할 도시중에 하나로 리스트에 있습니다. 좋은곳에 사시네요.

    • 보리올 2016.07.13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우이로 가는 직항이 있군요. 하와이는 주내선 항공권이 의외로 비싸서 여러 군데 다니기가 부담가죠. 피피와이 트레일은 저희도 가질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지루한 하나 하이웨이에 지쳐 차밖으로 나오지도 않더군요.

  2. 박하하 2017.10.12 1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리올님, 할레마우우 트레일(Halemauu Trail)헤드에서 산행을 멈추고 다시 주차된 곳으로 어떻게 돌아오면 되나요? 18km면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내년 1월 말에 마우이 갈건데요. 사진을 보니 일출보고 나서 가볼까 싶습니다.

    • 보리올 2017.10.14 1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희는 차량이 두 대라서 양쪽에 한 대씩 주차를 해놓았습니다. 현지 여행사에 픽업을 미리 예약해놓는 수도 있더군요. 그것도 아니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차량을 히치하이킹 하던가요. 걸어가기엔 좀 멀어 보입니다.

 

하나카피아이 폭포 트레일(Hanakapiai Falls Trail)은 그 유명한 칼랄라우(Kalalau) 트레일에서 갈라지는 일종의 사이드 트레일이다. 당일로 칼랄라우 트레일을 걸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해안길과 산길을 두루 걸을 수 있는 적당한 조합으로 여겨졌다. 케에 비치(Kee Beach)에 있는 트레일헤드에서 산행을 시작해 칼랄라우 트레일을 3.2km 걸으면 하나카피아이 비치를 만난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길지 않은 구간에 열대우림과 계곡, 절벽 그리고 광할한 바다가 펼쳐져 별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산 속으로 들어서 다시 3.2km를 오르면 하나카피아이 폭포에 닿는다. 대나무 숲을 지나고 계류도 몇 차례 건너야 했다. 폭포는 그리 웅장하진 않았다. 조금씩 내리던 빗방울이 폭포가 가까워지니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에도 폭포 아래에서 수영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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