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다녀온 쉐락볼튼이나 프레이케스톨렌보다 이 트롤퉁가가 노르웨이 현지에선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았다. 노르웨이를 홍보하는 영상에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여길 찾는 사람 또한 무척 많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트롤퉁가는 피오르드, 즉 바다에 면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링게달스(Ringedals) 호수 위에 있다. 길쭉한 호수의 형상은 피오르드와 비슷해 보였고 낭떠러지 위에 자리잡은 바위란 점도 이전의 두 곳과 유사해 내 임의로 피오르드 트레킹이라 불렀다. 트롤퉁가를 향해 오다(Odda)를 지나 튀세달(Tyssedal)로 들어섰다. 산행 기점이 있는 주차장까지 올라가려 했지만 이미 만차라고 차를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한 사람당 편도에 50크로네씩 받았으니 버스요금치곤 꽤 비쌌다. 입석까지 꽉 채운 버스는 차선이 하나뿐인 산악도로를 달렸다. 맞은 편에서 차가 내려오면 둘 중 하나는 후진을 해서 교행할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트롤퉁가 산행 기점에 섰다. 토롤퉁가란 말은 스칸디아비아의 가상 괴물인 트롤의 혀를 의미한다. 호수면에서 약 700m 위에 있는 절벽에 수평으로 바위 하나가 길게 튀어나와 있어 혓바닥이란 단어를 썼다. 트롤퉁가까지 가는 코스는 여름이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꽤나 붐빈다. 코스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왕복 22km에 보통 10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해발 420m에서 산행을 시작해 1,200m 가까운 높이까지 올랐다. 첫 1km 구간에서 고도를 439m나 올리는 것을 빼곤 급경사는 없지만 오르내림이 의외로 심했다. 나무도 첫 1km 구간에만 있었고 나머진 온통 바위투성이에 조그만 호수 몇 개가 보일 뿐이었다. 삭막한 풍경이 계속되어 좀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황량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산길엔 빨간 페인트로 T자 표식을 해놓기도 했고, 매 km마다 이정표도 세워 놓았다. 위에 적힌 숫자는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아래 숫자는 우리가 걸어온, 즉 돌아갈 거리가 이정표에 적혀 있었다.
일행보다 앞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혼자 정신 없이 걷다 보니 어느 새 트롤퉁가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 외에도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선 사람도 많았다. 혼자서 아니면 커플로 바위에 올라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사실 트롤퉁가에 오르는 것이 아슬아슬해 보이긴 했지만 바위는 생각보다 넓고 평평했다. 사람들도 그리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바위 끝에서 좀 떨어진 지점에 서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 대세였지만, 소위 인생컷 한 장 남기겠다고 바위 끝에 걸터앉거나 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사람도 있었다. 아주 드문 일이긴 하지만 절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작년 여름엔 호주의 한 여학생이 바위 끝에서 균형을 잃어 추락사한 일도 있었다. 일행이 도착하기도 전에 하산을 서둘렀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발목을 다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걸음에 속도를 붙여 걸었더니 왕복에 모두 7시간 20분이 걸렸다.
산악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주차장과 매점이 있었고, 거기서 조그만 다리 하나를 건너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급경사가 나타났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자,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1km가 조금 넘는 급경사 오르막 구간을 치고 올라오면 황량한 풍경이 펼쳐지며 경사는 완만해졌다.
풍경엔 황량한 느낌도 많았지만 그 속에는 노르웨이 특유의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다.
1km 간격으로 나타나는 이정표엔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와 되돌아갈 거리가 적혀 있었다.
한여름을 빼곤 오후 1시까지 이 4km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면 여기서 돌아서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다.
링게달스바트넷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서 시원한 풍경을 마주하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산행 내내 지루한 산길이 계속되었다. 온통 바위투성이인 풍경도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트롤퉁가에 올라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트롤통가 위에 있는 날망에 올라 바라본 링게달스바트넷 호수는 그 모습이 피오르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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