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라던 일기 예보가 아침이 되니 바뀌어 버렸다. 약한 비가 내린다 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산장을 나서니 하늘은 곧 비를 뿌릴 듯 잔뜩 찌푸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도 모두 구름 속으로 자태를 감췄다. 와이호호누 산장에서 오투레레 산장까지 지도 상에는 7.5km, 3시간이라 적혀 있지만 산장 앞 이정표에는 8.1km, 3시간 45분으로 쓰여 있었다. 이 정도 오차면 꽤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오투레레 산장에 도착한 것은 와이호호누 산장을 출발한지 두 시간 뒤였다. 두 시간 걷고 하루 산행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난생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망가테포포 산장이 만원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좀 황당하긴 했다. 한 마디로 두 산장의 간격이 너무 가까웠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어제 여기까지 와서 전체 일정을 1박 2일에 끝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와이호호누 산장을 출발한 직후 능선을 넘기 위해 오르막을 탔다. 너도밤나무가 무성한 숲도 지났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지라 고개를 돌려 주변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지표에서 자라는 식생에도 눈길을 주려 애썼다. 조그만 개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응가우루호에 산의 남동쪽 사면을 걸었다. 작은 돌과 모래로 된 바닥 위에 누워 살아가는 식생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화산 지형인데다 고도는 높고 날씨 또한 변화무쌍한 곳이니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퍽퍽할까. 오전 11시도 되기 전에 아무도 없는 산장에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구름에 가린 풍경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산장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랬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점점 짙어지더니 6시부턴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때문인지 레인저가 오지 않았고 자연 헛톡도 무산됐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와이호호누 산장 앞에 세워진 이정표를 살피고 나서 오투레레 산장으로 향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풍경 또한 칙칙했다.
지표면에서 살아가는 야생초나 관목도 자연에선 소중한 존재다.
커다란 혹을 안고 살아가는 나무도 눈에 띄었다.
비치라 불리는 너무밤나무 숲을 지났다.
유속이 제법 빠른 와이호호누 스트림의 지류를 건넜다.
원형으로 군락을 지어 살아가는 이끼류
응가우루호에 산의 남동쪽 사면은 황량한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땅바닥에 누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식생들도 있었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지형을 걸어 오투레레 산장에 닿았다.
26명이 묵을 수 있는 오투레레 산장은 시설이 좀 낡은 편이었다.
저녁 무렵부터 밤새도록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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