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림픽 국립공원을 벗어날 시간이다. 산행으로 다음에 또 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포트 에인젤스를 지나 올림픽 반도 북쪽에 자리잡은 던지니스(Dungeness)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찾아갔다. 1915년에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니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1인당 5불인가 입장료가 있었는데 주머니에는 현금이 한 푼도 없었다. 우리가 현금이 없어 되돌아서는 것을 보더니 한 젊은이가 입장료를 내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관리인이 그냥 들어가라고 인심을 썼다. 숲길을 걸어 바닷가에 닿았다.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꼬챙이 모양의 모래톱이 보였다. 이 세상에서 이런 모랫길로는 가장 길다고 했다. 그 끝에 세워진 등대까지 가려면 왕복 16km를 걸어야 한다고 해서 2km쯤 모래를 걷다가 미련없이 돌아섰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 했지만 우리 눈에 띈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포트 타운센드(Port Townsend)에서 페리를 기다렸다. 인구 9,000명의 작은 도시였지만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은 보트들이 돛을 세운 채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여기서 위드비 섬(Whidbey Island)의 쿠프빌(Coupeville)까지 가는 페리에 올랐다. 저녁 식사는 쿠프빌에 있는 크리스토퍼스(Christopher’s)라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온라인 검색에서 평점이 가장 좋았다. 우린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문 앞에서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노부부는 이 식당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마운트 버논(Mt. Vernon)에서 1시간 이상 운전을 마다 않고 왔다고 했다. 특히 여기서 제공하는 클램 차우더(Clam Chowder)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머니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 덕에 우리도 수프를 시켰는데 맛이 아주 훌륭했다. 메인으론 집사람은 연어를, 나는 파스타를 시켰는데 그것도 합격점을 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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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하우스 2014.09.23 0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네, 고맙습니다. 자주 들르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참으로 잘 만드셨네요. 부럽습니다.
설록차 2014.10.09 0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악!? 아침부터 음식 테러를 당했습니다.
태풍이 지나 간 바닷가 모습처럼 보이는게 '자연 '그대로 두는 거지요?
여기에도 현기차, 삼성은 알아 줍니다..자동차 스맛폰 만드는 나라..뿌듯하지요..ㅎㅎ
그건 파스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고 풀때기만 잔뜩 먹는데 파스타가 맛있었다 하시니 ㅠㅠ
무슨 음식에 식욕이 동하셨기에 테러란 말을 썼을까 했습니다. 모처럼 맛집 소개에 한 분이 낚이셨네요. 저 식당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면류엔 탄수화물이 많으니 좀 적게 드시는 게 좋지요. 저도 지금 중국 정주(郑州)라는 곳에 도착해 호텔에 들었는데 밤 11시가 넘어 배는 출출한데 허기를 참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justin 2014.11.04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번째 사진을 얼핏 봤을때 세상에서 가장 큰 버섯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매표소 앞 젊은이는 어떤 생각을 했길래 아버지, 어머니께 그런 배포를 풀 수 있었을까요? 참 궁금합니다.
멀리 외국에서 온듯한 동양인 커플이 현금 10불이 없어서 돌아서는 것을 보면 너도 선뜻 입장료를 내주겠다 하지 않을까?
음 2015.09.10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가을에 미국 서북부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시애틀에서 이곳 올림픽공원으로 여행갈 때 대중교통은 어려울까요? 보니까 버스는 안 보이고 죄다 자가용들이군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림픽 국립공원 구석구석을 둘러보시기엔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제가 지금 캐나다 로키 산 속에 있어 검색에 어려움이 많지만 한번 방법이 있는지 찾아 보겠습니다.
올림픽 반도의 큰 도시를 연결하는 Olympic Bus Line, 올림픽 반도 북쪽을 연결하는 Clallam Bus LIne이 있습니다만 이 모두 도시나 마을간 연결이라 국립공원을 둘러보기엔 적합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에는 저렴한 렌트카가 의외로 많으니 직접 운전을 해서 둘러보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이 문제는 제가 더 이상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네요.
검색한 결과 허리케인릿지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있음은 확인하였는데 듣자하니 요즘 시애틀 날씨가 우기에 가까워서 하이킹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렇듯 도움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오셔서 허리케인 리지만 보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얼마 전까지 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최근 들어 폭풍도 오고 비가 꽤 내렸습니다. 날씨 잘 잡으셔서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