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좀 생소하게 들리는 쿠르마이어(Courmayeur)란 지명은 몽블랑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산악 마을이다. 아오스타 밸리(Aosta Valley)의 해발 1,200m에 위치한 마을로 나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몽블랑을 사이에 두고 샤모니 몽블랑은 북쪽에, 쿠르마이어는 그 반대쪽에 있다. 이탈리아에선 몽블랑을 몬테 비앙코(Monte Bianco)라 부르는데, 하얀 산이란 의미는 똑같다. 인구 3,000명의 작은 규모지만 이탈리아의 유명한 휴양도시답게 호텔이나 레스토랑, 장비점 등이 길가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가옥 지붕을 우리 너와집처럼 얇고 둥근 돌로 엮여 놓아 인상적이었다. 마을 뒤로 몽블랑과 그랑 조라스가 버티고 있어 여름에는 하이커, 겨울엔 스키어들이 몰려 온다. 길이가 11.6km인 몽블랑 터널로 샤모니 몽블랑과 연결되어 있고, 스카이웨이 몬테 비앙코(Skyway Monte Bianco)를 이용하면 케이블카로도 샤모니를 갈 수 있다.
쿠르마이어의 중심이라 할만한 성 판탈레온(St. Pantaleone) 성당 앞에 섰다. 건너편으로 쿠르마이어 산악가이드 협회가 보였고, 그 옆엔 세 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가운데 있는 인물이 쿠르마이어의 유명 산악인이자 가이드였던 에밀 레이(Emile Rey)다. 19세기의 열악한 장비를 가지고 몽블랑 주변의 많은 봉우리를 초등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엔 가장 유능한 가이드로 꼽혀 ‘가이드계의 왕자’란 별명도 얻었다. 이곳 출신으로 1954년 이탈리아의 K2 초등에 참여했던 마리오 푸코츠(Marion Puchoz)가 그 오른쪽에, 또 다른 유명 가이드였던 주세페 페티가(Giuseppe Petigax)가 그 왼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성당 앞 광장 한 켠에는 십자가와 강아지 한 마리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아브루찌 공작(Duke of Abruzzi)이 이끄는 이탈리아 북극 원정대에 참여했던 산악가이드 펠리체 올리에르(Felice Ollier)가 1900년 북극에서 사망하자, 그의 개가 그곳을 떠나기 거부했다고 한다. 산악 마을답게 산악인을 기리고 존중하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기가 좋았다.
프랑스의 샤모니 몽블랑에서 이탈리아 쿠르마이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쿠르마이어까지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국경을 지나고 터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쿠르마이어에 도착해 버스 정류장에 세워진 이정표로 호텔이 있는 방향을 잡아야 했다.
알프스에 있는 산악 마을답게 웅장한 산자락이 마을을 빙 둘러싼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규모가 작은 마을이었지만 하이킹이나 휴양 목적으로 온 사람들로 거리는 늘 붐볐다.
산악가이드가 이 마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지 산악가이드 협회 건물이 시내 한 복판에 세워져 있었다.
쿠르마이어를 빛낸 세 명의 산악가이드 동상이 성당 앞에서 방문자를 맞는다.
1900년의 북극 원정에서 사망한 펠리체 올리에르를 따라 죽음을 택한 그의 개가 십자가 아래 조각되어 있었다.
조그만 마을에도 성당은 있게 마련이다. 성 판탈레온 성당은 소박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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