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더운 날씨에 동남아시아에선 최빈국에 속하는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앙코르 와트(Angkor Wat)를 비롯한 앙코르 유적이 찬란했던 그들의 과거를 대변해주고 있어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외세에 시달려 왔다. 이웃 국가인 태국과 베트남의 계속되는 핍박에 견디다 못해 1863년 스스로 프랑스 식민지가 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일본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지만 친미적인 론 놀(Lon Nol)의 크메르 공화국에 이어 폴 포트(Pol Pot)가 이끄는 공산당 정권에 의해 엄청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975년 4월부터 1979년 1월까지 200만 명에 이르는 목숨을 학살한 킬링 필드(Killing Fields)가 자행된 것이다. 현재는 입헌군주제에 기초한 캄보디아 왕국이 설립되어 시아누크가 왕으로 복위한 후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하고 외형적으론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시아누크가 퇴위한 2004년에 시하모니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얼굴을 가진 캄보디아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선량하게 생겼다. 하지만 프놈펜(Phnom Penh)에 도착해서 바로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하는 사고를 겪고나자 갑자기 순한 얼굴 뒤에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계심이 들었다. 캄보디아에 정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호텔에만 머무를 수는 없어 밖으로 나섰다. 4월 초의 동남아 날씨가 이렇게 더울 줄은 미처 몰랐다. 한낮의 온도가 39~40도를 오르내렸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는 타들어가고 잠시만 걸으면 땀이 줄줄 흐르고 목이 탔다. 그래도 내 수중에 스마트폰이 남아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시내를 걸었다. 톤레삽 강(Tonle Sap River)을 따라 올라 프놈펜의 상징이라는 와트 프놈(Wat Phnom)에서 시작해 왕궁으로 내려오는 도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가감없이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이 정겨웠다. 탁발을 나온 동자승, 시장에서 생선 몇 마리 든 좌판을 깔아놓고 호객하는 아낙네, 길가 그늘에서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는 남자들에게서 사람 냄새가 났고 이렇게나마 그네들 생활의 일면을 보게 되어 다행이었다.
톤레삽 강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강가 풍경을 살펴 보았다.
조그만 배에서 살아가며 때론 고기잡이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와트 프놈부터 들렀다. 규모는 작았지만 치성을 드리러 온 시민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네 것과는 형상이 많이 다른 불상들이 앉아 있었다.
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168 버스 터미널에서 시아누크빌(Sihanouk Ville) 가는 버스를 미리 예약했다.
왕립 미술대(Royal University of Fine Arts)에서 학생들이 무슨 축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의 장기와 비슷한 체스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훈수꾼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어린 스님 둘이 대로를 따라 탁발을 다니고 있었다. 수행의 한 과정인 탁발로 얻은 음식으로 목숨을 부지한다고 한다.
릭샤를 끄는 사람이나 길에서 구걸을 하는 두 아이 엄마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낮잠에 들었다.
한가로운 도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길거리 상가에 이렇게 도살한 돼지를 걸어놓은 곳이 있었다. 통돼지 바비큐를 하려는 것인지는 물어보지 못 했다.
길거리에서 미장원 안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매운 국수라 적혀 있는 식당을 찾았다. 얼마나 매울까 기대를 했지만 내 입에도 그리 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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