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7.30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⑤ (6)
  2. 2013.03.05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4>
  3. 2012.11.10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4> (2)



오버랜드 트랙을 걸으려면 백패킹에 맞는 경량의 장비가 필요하다. 며칠 분의 식량에 야영장비, 취사구를 더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꾸리는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스패츠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중 산행이나 진흙탕에서 유용하지만 여기선 뱀에 대한 대비로도 제격이다. 태즈매니아에도 몇 종류의 뱀이 살고 있고 그 중엔 독을 가진 뱀도 있기 때문이다. 숲길에선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우리가 오버랜드를 걷는 내내 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에서 고공 투하하는 거머리도 있다고 들었지만 이 또한 우리 눈에는 띄지 않았다.

 

오버랜드 트랙을 걷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그치질 않는다. 지난 4일간 날씨가 좋았으니 비 오는 오버랜드도 경험해 보라는 배려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아 오라 산장에서 윈디 리지 산장(Windy Ridge Hut)을 경유해 나르시서스 산장(Narsissus Hut)까지 가는 18.6km를 걸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공원 측에서 제시한 일정에 맞춰 이 구간을 이틀에 걷지만 우리는 하루에 몰아 걷기로 했다. 배낭이 가벼워진 만큼 7~8시간이면 가능한 거리였다. 하지만 보트는 다음 날 아침으로 예약해 놓아 나르시서스 산장에서 하루 더 묵어야 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두 케인 산장(Du Cane Hut)까진 버튼그라스 평원과 숲을 지나야 했다. 몇 군데 폭포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이 나왔지만 우린 그냥 앞으로 걸었다. 점심은 윈디 리지에 있는 버트 니콜스 산장(Bert Nichols Hut)에서 샌드위치로 때웠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산장이었다. 나르시서스로 가는 마지막 구간은 내리막이 대부분이었지만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궂은 날씨에 주변 풍경이 모두 구름 속으로 사라진 탓이리라. 파인 밸리 산장(Pine Valley Hut)으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을 지나고, 서스펜션 브리지로 나르시서스 강을 건넜다. 이제 오버랜드 트랙의 끝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나르시서스 산장은 세인트 클레어 호수로 흘러드는 나르시서스 강 하구에 위치한다. 18명이 묵는 작은 규모였다. 산장 안에 비치된 무전기로 호수를 건너는 보트 예약부터 재확인했다. 다음 날 아침 9 30분에 선착장에서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버랜드 트랙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왔다. 누군가의 배낭 속에서 이 순간을 위해 며칠을 참고 버틴 술병 하나가 나왔다. 비록 양은 적었지만 일행 모두에게 엄청난 기쁨을 안겨준 값진 선물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보트를 타고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건너 신시아 베이에 도착해 모든 일정을 끝냈다. 며칠 만에 문명으로 귀환하면서 오버랜드 트랙과 작별을 한 것이다.




 숲길을 걸어 두 케인 산장으로 향했다.


1910년에 지어진 두 케인 산장은 가장 오래된 산장으로 여겨지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목으로 이루어진 숲 속을 비를 맞으며 걸었다. 트레일 상태가 열악한 곳이 많았다.




나무에서 자라는 혹, 나무에 뿌리를 박은 고사리와 버섯 등이 눈에 띄었다.




오버랜드 트랙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이나 돌에서 자라는 라이킨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빗길에 숲길을 걷는 운치도 나름 괜찮았다.


나르시서스 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나타난 이정표에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나르시서스 산장


세인트 클레어 호수 선착장에서 마주친 풍경


예약한 보트에 올라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건너고 있다.


신시아 베이에서 만난 조형물은 오버랜드 트랙과의 작별을 의미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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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08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7.09.08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 몽블랑에서 받은 기운으로 무더운 여름 잘 나셨지요? 명쾌(명랑쾌활)한 약사님 네 분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옆에서 들리는 듯 합니다. 친한 친구들과 트레킹 다니면서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기회를 가지세요. 한국 들어가면 물론 산에서 한번 뭉쳐야죠. 빠른 시간 안에 그런 기회가 오기를 빕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2. justin 2017.11.04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식물들이 서로 자신의 몸을 빌려주면서 공생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우리 인간도 본받아야할 것 같아요~

  3. 테라로사 2018.10.25 0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기글 재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혼자 가는 것으로 2019.2.4일부터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항공편과 패스권과 론세스톤 숙소까지 정했습니다.
    한가지 못한 것이 있는데 나르시서스에서 세인트클레어호수 배 예약을 못했습니다.
    배예약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8.10.25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곳을 가시네요.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건너는 페리는 신시아 베이에 있는 레이크 세인트 클레어 로지에서 관리를 합니다. 하루 세 번을 운행하고요. 미리 예약을 원하시면 로지 이메일(sceniccruises@lakestclairlodge.com.au)로 메일을 보내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성인 한 명에 50불을 받을 겁니다. 그리곤 트레킹 마치고 나르시써스 산장에 도착하면 산장에 있는 무전기로 도착 신고와 어느 시각에 배를 타겠다고 확인을 해줘야 합니다. 저희도 미리 예약을 했지만 어떤 사람들(규모가 작은)은 예약도 없이 와서 무전기로 탑승 예약을 하고 현지에서 돈을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참고하십시요. 즐거운 트레킹이 되길 빕니다.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오늘은 출발부터 비를 맞으며 운행을 해야 할 판. 근데 어째 밖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포터들 일부가 웃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이 친구들 한 대장을 잘못 봤지. 가만히 앉아서 일방적으로 당할 한 대장이 아니었다. 그 친구들을 정리하고 마을에서 포터를 새로 고용해 짐을 배분했다. 그 때문에 출발이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도마 자매도 우리에게 팔 물건을 한 짐 챙겨들고 우리가 묵을 콩마(Khongma)로 출발을 했다. 콩마에도 매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타시가온을 출발해 한 시간쯤 걸었을까, 종아리 부근이 간지러워 바지를 들쳤더니 거머리 한 마리가 내 피를 포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들 이야기만 무용담처럼 듣다가 내가 직접 당한 것이다. 몸이 통통해진 녀석을 뜯어내 풀숲으로 버렸다. 이 구간에서 거머리에 물린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양반은 거머리가 허리쪽으로 들어가 텐트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헌혈했기에 상처도 나보다 깊었다. 헌데 역설적이게도 거머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니 거머리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경사가 급하진 않았지만 끊임없는 오르막 일색이라 꽤나 힘이 들었다. 다라 카르카 부근에서 왼쪽 귀가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 고도계를 보니 2,484m. 고산병에 주의하란 신호인가? 부쩍 랄리구라스가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네팔 국화(國花)로 유명한 꽃이다. 랄리구라스는 빨간색 한 가지인줄 알았는데, 분홍색도 있고 흰색도 있었다. 해발 3,000m를 넘기면서 눈과 운무, 야생화가 어우러진 이국적 풍경도 만났다. 고소 적응을 걱정해야 하는 높이인만큼 50보 걷고 숨고르기를 하며 천천히 걸었다. 일행들은 앞서 잘도 걷는다.

 

오늘도 징한 하루였다. 고도를 1,400m나 올리는 것도 그랬고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그랬다. 마지막 400~500m를 올리는 구간은 가파른 설사면을 기어 올라야 했다. 눈에 신발이 빠지며 양말은 젖고 있었다. 가끔 비구름이 걷히며 환상적인 장면을 살짝 보여주며 우리의 노고를 위로했다. 드디어 콩마에 도착했다. 콩마의 해발 고도는 3,530m라 보온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우모복도 입고 고소모까지 챙겨 썼다. 위에 텐트를 쳤다. 벌써부터 고소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나타났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토하기까지 한다.

 

콩마엔 허름한 헛간같은 건물이 있었고 도마 자매가 그 안에서 물건을 진열해 놓고 우리를 맞았다. 무거운 병맥주까지 들고 왔다. 내일도 우리 야영지까지 간단다. 한 마디로 대목을 맞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요리사인 템바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는 카트만두에선 주먹으로 유명한데, 한식당 주방에서 요리를 배워 이렇게 원정대를 따라 다니게 되었단다. , 그래서 현지인들이 이 친구에게 꼼짝 못한 모양이다. 템바 왈, 마칼루 코스가 마나슬루보다 세 배는 힘들다고 했다. 언제 마칼루를 다녀왔냐고 물었더니 이번이 초행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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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무더위에 녹아난 탓으로 한 대장이 아침 출발 시각을 한 시간 앞당기자고 한다. 모두들 이견이 없었다. 날이 선선할 때 많이 걷고 보자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이다. 쉬지 않고 두 시간 이상을 걸어 타토파니(Tatopani)에 도착했다. 뜨거운 물이란 뜻의 타토파니에는 바로 온천이 있었다. 뜨거운 온천수에 머리도 감고 면도도 했다. 아직까진 고산병 걱정은 없지만 어느 정도 고도가 높아지면 고산병 에방을 위해 머리를 감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다. 

 

해발 1,070m인 도반(Dovan)에서 김밥과 오렌지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을 마칠 때까지 일행 3명이 도착을 하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어 다른 마을로 갔다가 뒤늦게 합류를 했다. 히말라야 경험이 많은 이강오 선배와 김덕환 선배가 그랬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밤늦게 또는 다음 날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음료수나 맥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어제까진 40루피를 줬던 콜라 한 병이 이젠 60루피로 50%나 인상됐다.

 

자가트(Jagat)에 이르는 길은 좀 험난했다. 가파른 경사에 무더위가 겹쳐 몇 걸음 걷고는 땀을 훔쳐야 하는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한 마디로 고행길이었다. 강변으로 내려서 한 시간 이상 휴식을 취했다. 다들 움직이기 싫은 모양이다. 그늘에서 낮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3시 반에 마을이 제법 번듯한 자가트에 도착했다. 캠프사이트에서 일어난 해프닝 하나 소개한다. 바지를 걷어 올린 채 한 옆에 앉아 지도를 보고 있던 한 대장. 그의 정강이엔 며칠 전 거머리에게 물린 흔적이 검은 딱정이로 남아 있었는데, 모이를 찾던 이 마을 터줏대감 토종닭 한 마리가 그것을 벌레인 줄 알고 냅다 달려와 쫀 것이다. 외마디 괴성에 다리에선 피가 튀었다. 한 대장은 문제의 닭을 잡아 경을 치겠다고 쫓아갔지만 끝내 잡지는 못했다. 네 차례나 이 마을을 지나간 한 대장을 환영하는  그들 방식이라 우리는 해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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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2.11.22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들이 무거운 나무짐을 지고도 힘든 기색이 없네요. 아기는 남자가 낳는 게 어떨른지...

  2. 보리올 2012.11.23 0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팔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여자들이 농사 짓고 집안 일하고 아이 키우는데, 남자들은 대부분 하는 일없이 탱자탱자 놉니다. 이 나무짐을 내 머리로 들어 보려했는데 꿈쩍도 않습디다. 이 어린 처자들은 가뿐히 지고 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