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재스퍼(Jasper)에서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로는 무엇이 좋을까? 스키나 스노보드를 좋아하면 마멋 베이슨(Marmot Basin) 스키장을 이용하면 되고, 스노슈잉은 아무 호수나 산길을 찾아가면 된다. 개썰매나 헬리콥터를 이용한 헬리 스키, 헬리 스노슈잉과 같은 액티비티는 국립공원 경내에선 허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국립공원 밖에 있는 영업장으로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런 액티비티보다는 말린 캐니언(Maligne Canyon), 즉 말린 협곡을 찾아 아이스 워크(Ice Walk)를 즐기기로 했다. 보통 말린 협곡을 찾으면 위에서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겨울이 되면 얼음으로 변한 협곡을 걸어 들어갈 수가 있다. 협곡의 깊이가 무려 50m나 되는 곳도 있다. 캐나다 로키에서 아이스 워크를 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협곡의 깊이나 길이,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치면 말린 협곡을 따라올만한 곳이 없다.

 

아이스 워크는 대개 현지 대행사에 신청해 가이드를 대동하지만 난 여러 번 다녀온 적이 있어 우리끼리 협곡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젠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며 조심스레 얼음 위를 걸어야 했다. 오랜 세월 격류가 깍고 또 깍은 협곡 안은 위에서 보던 모습과는 엄청난 차이가 났다. 온통 얼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엄동설한에도 땅에서 물이 솟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이 지역에 널리 분포된 카르스트 지형의 지하 동굴을 관통해 나오는 물이라 얼지 않는 것이다. 따뜻한 공기가 나오는 동굴도 있는데, 공깃속 습기가 천장에 달아붙었다가 녹으면서 땅에서 위로 자라는 고드름을 만드는 것도 신기했다. 협곡을 오르내리며 자연계가 만든 오묘한 작품 세계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팀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야 우리도 협곡을 벗어났다.


현지 대행사의 투어팀이 도착해 협곡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하 카르스트 지형을 통과해 땅 위로 솟구치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이루었다.



조심스레 얼음 위를 걸어 협곡 안으로 들어섰다.




따뜻한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동굴은 또 다른 자연 현상을 보여줬다.








협곡 안에는 고드름뿐만 아니라 조각을 해놓은 듯한 얼음 형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마치 별세계에 온 듯 했다.






오랜 세월 격류에 깍인 협곡 벽면도 아름다웠고, 갈라진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도 협곡을 더욱 오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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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2.23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위에서만 내려봤던 말린 협곡을 저렇게 직접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아이스워크는 정말 당장가서 느껴보고 싶습니다! 대단히 오묘하고 겨울 자연의 신비를 온전히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긴 겨울에 꼭꼭 가봐야겠어요!

 

아무런 약속도 없는 연휴를 맞았다. 방에서 뒹굴기도 그래서 혼자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있는데 문득 용문산이 떠올랐다. 오래 전에 아들과 둘이서 산행했던 기억도 있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용문사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여전히 잘 있는지도 궁금했다.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내렸다. 마침 길거리에 장터가 열렸지만 산에 다녀와서 보자고 그냥 지나쳤다. 버스터미널에서 용문사 가는 버스에 올랐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이제 용문사는 고적함과는 거리가 먼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사찰 경내에는 무슨 불사를 한다고 시주 타령하는 듯 해서 오래 머무르질 않았다.

 

산길로 들어오니 한적해서 좋았다. 용문사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산길엔 등산객 몇 명이 전부였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류가 얼음을 깨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고드름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아선 산 속은 아직 겨울을 나고 있는 듯 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엔 눈이 꽤 쌓여 있었다. 정상 가는 길을 알리는 팻말도 눈에 파묻혀 윗부분만 겨우 보였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용문산 주변에 펼쳐진 설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산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설경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이 무슨 행운이란 말인가. 눈을 밟으며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있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정상 아래서 정상으로 연결된 계단에 닿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놓고 산새를 기다리는 한 할머니도 있었다. 경계심이 유독 많은 우리 나라 산새들이 과연 날아올까 했는데 겁 없는 녀석들이 손에 올라 냉큼 땅콩을 집어 먹는다. 눈 덮힌 겨울산에서 먹이를 구하기가 쉽진 않겠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용문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한 귀퉁이에 정상석을 설치해 놓고 나머지 공간은 철망을 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철망 한쪽엔 무슨 리본을 그리 잔뜩 달아 놓았는지 내 눈엔 모두 쓰레기로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리본을 달아 놓았을까 궁금했다. 혹시 이게 무슨 기념장식이나 광고로 보여지길 바랬던 것일까? 씁쓸한 마음으로 해발 1,157m라 적혀 있는 정상석을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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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1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5.07.22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얼마 전에도 동일한 제안이 있어 답글을 올렸는데 못 보신 모양이군요. 좀더 고민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2. 스페니 2015.11.29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문산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얼마전 아이들의 수능이 있었던 날 도시락전해주고 기다리는 사이에 시간이 충분하여 용문사에 다녀왔어요 은행잎은 거의 떨어지고 쪼글한 은행들만 줄줄이 달려있더군요 그래도 오랫만에 오솔길걸으니 좋았어요~~^^

    • 보리올 2015.11.29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능이라면 최근에 용문사를 다녀오셨군요. 용문사까지 오르는 오솔길도 가을 정취가 넘치는 곳이죠. 은행나무는 잘 있죠?

 

앤티고니쉬 카운티(Antigonish County)의 케이프 조지(Cape George)를 찾았다. 케이프 조지 트레일을 타기 위해서다. 케이프 조지는 케이프 투 케이프(Cape to Cape) 트레일의 동쪽 기점이다. 이 트레일은 여기에서 시작해 서쪽에 있는 케이프 치그넥토(Cape Chignecto)까지 400km를 달리는 장거리 트레일로 아직 전구간이 완공되지는 않았다. 케이프 조지 트레일도 33km나 되기 때문에 하루에 전체를 걷기는 좀 어렵고 두세 번의 일주 코스로 나누면 좋다.

 

겨울을 벗어나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라 산길은 꽤나 황량하게 보였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겨우내 쌓였던 눈이 왕성하게 녹고 있었다. 겨울의 잔재라고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계류에 맺힌 고드름이 전부였다. 이것도 며칠 있으면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조만간 산천이 푸른 색으로 뒤덮이면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높은 지점에 다다르자, 산 아래로 일망무제의 대서양과 조그만 어촌마을인 발렌타인 코브(Ballantynes Cove)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직 랍스터나 참치를 잡기엔 너무 이른 시기라 포구가 무척이나 한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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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획한 일정에서 오고 가는 날을 빼면 재스퍼에 체류하는 날짜는 고작 3. 이 귀중한 3일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할지 나름 고민에 빠졌다. 뭔가 좀 특이하고 로키에서만 가능한 아웃도어 체험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첫날 우리가 고른 액티비티는 말린 캐니언(Maligne Canyon)의 바닥으로 걸어 들어가 아래에서 협곡을 올려다 보는 아이스 워크. 캐나다 로키에서 몇 군데 아이스 워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이곳 말린 캐니언이 단연 최고로 꼽힌다.

 

오버랜더란 대행사 가이드가 호텔에서 우리를 픽업해 말린 캐니언으로 향했다. 장화같은 신발을 신고 그 아래엔 얼음 위를 쉽게 걸을 수 있도록 고안된 스파이크 신발을 덧대 신었다. 작은 징이 박힌 덧신인데 얼음에 큰 상처를 내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아이스 워크 출발점은 말린 캐니언 위에 놓인 여섯 개 다리 중에서 다섯 번째 다리. 협곡을 거슬러 올라 네 번째 다리를 지나 세 번째 다리 밑까지 걷는다. 그곳에 턱이 좀 높은 빙벽이 있는데 안전상 여기서 발을 돌린다.

 

아이스 워크의 묘미는 오랜 세월 격류가 바위를 깍아 만든 기기묘묘한 벽면과 여러 형태의 조각품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협곡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시기는 겨울철뿐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엄청난 수량이 이 협곡 사이를 흐르기 때문이다. 협곡 위에서 아래를 보면 그저 깊은 골이구나 싶은데, 아래에서 보면 이런 자연의 걸작품이 있었나 싶다. 협곡 위에서 보는 것과 협곡 아래서 보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장관이냐고 묻는다면 난 아무 망설임없이 겨울 협곡에 한 표를 던지련다. 그만큼 말린 협곡의 깍아지른 절벽과 그 표면에 그려진 현란한 무늬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하에서 솟아나는 물줄기. 카르스트 지형에서 생성된 지하 수로를 통해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이 물은 얼지 않고 일정한 수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벌레가 나무에 그린 예쁜 흔적도 있었고 협곡 벽면에서는 조그만 조개 화석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긴 과거 캐나다 로키가 바닷속 지층이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조그만 동굴 입구에 둘러 앉아 차를 마셨다. 따뜻한 공기가 동굴에서 나오고 있어 제법 훈훈했다. 그 공기 속에 있는 습기가 천정에 달라 붙어 별난 세상을 만들었고, 거기서 녹은 물은 땅으로 떨어져 거꾸로 솟는 고드름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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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8.17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을 본지가 오래되어 밟을 때 뽀드득거리는 감촉을 다 잊어버렸어요...스노슈잉은 발을 들면서 걷는것인지 아님 발을 밀면서 걸어야 하는지요...모래 위를 걷는것 만큼 힘들것 같아요...^^

  2. 보리올 2013.08.17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긴 겨울에도 눈 보기가 어려운 모양이지요? 스노슈잉은 발 아래 커다란 덧신을 신기 때문에 어그적거리며 걷는 편입니다. 당연히 발을 들어 올리며 걷지요. 에너지 사용량이 꽤 먾습니다. 어떤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스노슈잉이 커리쿨럼에 들어있답니다.

  3. 2013.08.20 1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3.08.18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셨군요. 앨러지가 일상 생활에서 여러가지 불편을 가져다 주더군요. 저희 아이들도 봄이면 꽃가루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저는 향수 냄새에 무척 민감한 편이구요.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서 면역력을 키워 가는 수밖에 없겠네요. 조심히셔서 건강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