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로 가는 날이다. 여러 번 이 길을 지난 적이 있음에도 산 중에서 국경을 넘는 것은 늘 신기하다. 사피유에서 글라시에 마을(La Ville des Glaciers)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하필이면 오늘따라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5km를 더 걸어야 했다. 그것도 산길이 아니라 아스팔트 길을 말이다. 가끔 차량이 오고 가곤 했지만 아스팔트 길은 전부 우리 차지였다. 한 시간 넘게 꾸준히 오르막을 걸어 글라시에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해발 1,790m 높이에 있는 산골 마을로 축사 같은 건물 몇 채 있는 것을 봐선 목축으로 먹고 사는 듯했다. 여기서 다시 오르막을 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 2516m)까지 올라야 한다. 긴 오르막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모테 산장(Ref. des Mottets)에서 잠시 쉴까 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한국인에게 워낙 불친절해서 정이 가지 않는 곳이다. 지그재그 산길을 하염없이 올랐다. 세이뉴 고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 몇몇 바이커들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사정없이 아래로 내리꽂는다. 우리가 옆으로 비켜서야 했다. 세이뉴 고개엔 사람 키만한 돌탑과 조그만 비석이 이곳이 국경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비석 한쪽에는 프랑스를 의미하는 F, 다른 쪽에는 이탈리아의 I를 적어 놓았다. 운이 좋게도 세이뉴 고개에서 몽블랑 정상이 빤히 눈에 들어왔다. 우리 눈 앞으로 베니 계곡(Val Veny)이 길게 뻗어 있었다. 저 끝에 쿠르마이어(Courmayeur)가 있는데, 실제 거리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산에 나섰다. 내리막 길이라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지루함이 몰려왔다. 비사일레 마을(La Visaille)에 도착해 바에서 맥주부터 시켰다. 먼 길을 걸어온 것은 다리인데 목이 대신 호강을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쿠르마이어 외곽에 있는 에귀 누와르(Aiguille-Noire)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사피유에서 글라시에 마을로 가는 도중에 글라시에 봉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뉴 고개를 오르기 위해선 긴 오르막 길을 걸어야 했다.

 

 

 

초여름이면 알프스 산자락엔 각종 야생화가 꽃을 피워 별천지를 만든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을 이루는 세이뉴 고개에 올랐다. 온전한 모습의 몽블랑을 보는 행운이 따랐다.

 

 

 

 

어느 곳에 눈을 두어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베니 계곡을 내려서는 길이 즐거웠다.

 

 

 

하산 길에 엘리자베타 산장 부근의 계류에 잠시 발을 담갔다.

 

다시 하산을 서둘렀다. 베니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무척 길었다.

 

쿠르마이어 외곽에 있는 에귀 누와르 캠핑장에서 이틀을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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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큼한딸기 2018.12.31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감사합니당!!제 블로그도 한번방문해주세요!

 

벌써 몽블랑 남쪽을 걷는다. 전체 일정 가운데 가장 길고 힘든 날이라 해서 출발을 서둘러 오전 7시에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여기서 산 아래 글라시에 마을(La Ville des Glaciers)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장 바로 밑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서 사피유(Les Chapieux)로 간 다음, 거기서 버스를 타고 가는 코스인데 거리는 길지만 편한 코스다. 다른 하나는 본옴므 십자가 고개를 경유해 해발 2,665m인 푸르 고개(Col des Fours)를 오른 후 고도를 뚝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코스는 상대적으로 거리는 짧지만 오르내림이 심해 좀 힘이 든다. 대개 그 날의 일기 예보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게 된다. 우린 푸르 고개로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얼마 후엔 눈이 쌓여 있는 구간을 지나야 했다. 아이젠 없이도 걸을 만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뚜르 드 몽블랑 전구간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푸르 고개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한여름인 7월에 눈 위를 걷는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미끄러운 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서야 했다.

 

글라시에 마을은 해발 1,790m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이었다. 몇 가구가 목축에 종사하는 듯 했다. 다시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있는 모테(Mottets) 산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밖에 스위스 국기가 걸려 있어 그 연유를 물었더니 그건 스위스 국기가 아니고 프랑스 산악지역인 사브와(Savoie)를 의미하는 깃발이라고 한다. 다시 힘을 내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로 오른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내리꽂는 바이커들이 많았다. 우리가 옆으로 비켜서 길을 양보하곤 했다. 해발 2,516m의 세이뉴 고개에 도착하니 국경을 알리는 표지석과 돌탑 하나가 서있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인데도 이게 전부였다. 내심 기대했던 몽블랑 정상은 구름에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부턴 베니 계곡(Val Veny)으로 지루한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비포장도로로 내려선 뒤에도 버스가 기다리는 비사일레(La Visaille) 마을까진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쿠르마이어(Courmayeur)로 이동해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다.

한여름인데도 추위를 느낄 정도로 쌀쌀한 날씨를 보였고, 푸르 고개까진 눈을 밟고 올라야 했다.

 

 

 

글라시에 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경사가 제법 가팔랐지만 알프스 특유의 풍경이 펼쳐져 눈은 즐거웠다.

 

 

시내버스가 들어오는 글라시에 마을에서 다시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세이뉴 고개로 오르는 길목에 자리잡은 모테 산장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잠시 쉬었다.

 

세이뉴 고개까지 이어진 긴 오르막이 좀 힘들긴 했지만 대신 주변 풍광은 점점 좋아졌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는 바이커들을 이 구간에서 유독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놓인 세이뉴 고개에 올랐다. 국경 표지석에는 한쪽에 F, 반대편에 I가 적혀 있었다.

 

 

 

베니 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꽤나 지루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 위안이 되었다.

 

쿠르마이어로 걸어가는 대신 이 표지판에서 왼쪽으로 꺾어 버스가 기다리는 마을로 향했다.

 

지루한 내리막 끝에 위치한 비사일레 마을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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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0.28 0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로만 듣던 알프스 산이 이런 풍경이군요.^^
    산악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온다니 신기합니다.
    지루하고도 길었던 산행의 끝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또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정말 끝내줄 것 같은 레스토랑이네요.

  2. justin 2016.11.07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프스 특유의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 나라는 삼도봉만해도 그럴싸한 표식을 남겨두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라는 국가 경계선 표식은 꽤 단촐합니다.

    • 보리올 2016.11.08 0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나라 산봉우리에 세워놓은 정상석은 이제 점점 흉물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 작고 아담하게 세워도 좋으련만 무슨 허세를 과시를 하려는지 여기저기 세워놓은 꼴이라니...

 

이 하이웨이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캐나다 로키에 있는 동명의 주립공원이 떠올랐다. 톱 오브 더 월드 고원에 있는 톱 오브 더 월드 주립공원은 대부분 지역이 해발 2,200m를 상회하기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콘에서 도로에 붙여진 동일한 이름을 듣게 되니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동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설마 이름만 거창하고 실속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도슨 시티 위로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갈까 말까를 잠시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가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과연 어떤 지형과 풍경을 지녔기에 이렇게 건방진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도로는 본래 도슨 시티에서 알래스카 테일러 하이웨이와 연결되는 잭 웨이드(Jack Wade)까지 127km에 이르는 비포장도로를 말한다. 도슨 시티부터 캐나다-미국 국경까지 106km 구간은 유콘의 9번 하이웨이로 불린다. 유콘 사람들은 이 9번 하이웨이를 60마일 도로라 부른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 도로를 타려면 도슨 시티에서 먼저 페리를 타고 유콘 강을 건너야 했다. 여름철에는 페리가 운행하지만 강이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차가 얼음 위를 달린다고 한다. 페리 탑승에 돈을 받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페리도 공용 도로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다. 강을 건너면 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한 구비를 크게 돌면 도슨 시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도 나온다. 그 다음부터는 내내 산 위를 달린다.

 

해발 고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산 위로 내내 길이 이어졌다. 산이라야 울퉁불퉁한 험봉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산세를 지녔다. 구릉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왜 세계의 지붕, 세계의 꼭대기라는 말을 썼는지 이내 실감이 갔다. 모든 것을 눈 아래에 두고 도로를 달리니 톱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크게 S자를 그리며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뻗어나간 계곡을 볼 수 있었고, 산자락엔 노랗게, 붉게 물든 단풍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노란색과 빨간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연두색, 초록색도 숨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여기 오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치를 보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61km 지점에 있는 뷰포인트가 최고의 경치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난 전구간이 좋았다. 경치가 뛰어난 곳이 나타나면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웠다.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많지 않아 우리가 도로 전체를 전세낸 듯 했다. 산이 붙타고 있다는 표현을 여기에 붙여도 좋으리라. 산자락에 내포된 색깔도 너무나 다양해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국경까지 갈까 했지만 80km 지점에서 차를 돌렸다. 어차피 여권도 없으니 알래스카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시 유콘 강을 건너 도슨 시티로 들어섰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에서 유콘 강을 건너기 위해 페리를 타야 했다. 이곳의 유콘 강은 강폭이 꽤 넓었다. 페리로 강을 건너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사진 설명> 톱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라 부르는 도로는 고원 지대를 달리는 도로다. 산자락과 계곡을 눈 아래 두고 달리는 기분이 상큼했다. 거기에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 단풍이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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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4.02.16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하면서 하나도 심심하지 않겠어요. 밖에 펼쳐진 풍경보느라... 무슨 고속도로가 이렇죠 ? 정말 낭만적이네요.

    • 보리올 2014.02.17 0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을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운전하는 기분이 어찌 즐겁지 않겠냐. 교통량도 없어 길은 한산하고. 이 하이웨이는 말만 하이웨이지, 고속도로같은 개념은 거의 없지. 유콘에선 비포장 간선도로를 대부분 하이웨이라 부른단다.

  2. 설록차 2014.02.17 0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으로 붉은 색을 많이 보게 될거라 하시더니 첫 사진부터 Woman in Red 로 시작하십니다...ㅎㅎ
    9월 초에 가신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단풍을 보이니 신기합니다...추울수록 가을이 빨리 오는가요...
    인적이 드물어서 오히려 현지인에게 동양인 방문객을 관광시켜주는 일도 생기겠어요...

    • 보리올 2014.02.17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서 처음으로 유콘의 붉은 색조를 보여주긴 하지만 진짜는 조금 더 있어야 합니다. 이러다가 설록차님 어록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Woman in Red라던가, 동양인의 관광자원화 등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