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우스 그라인드'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4.04.22 썬더버드 리지(Thunderbird Ridge) (2)
  2. 2014.01.28 그라우스 산(Grouse Mountain) (4)
  3. 2013.11.12 엘크 산(Elk Mountain) (2)
  4. 2013.08.29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 (8)
  5. 2013.05.20 그라우스 그라인드

 

내가 다니던 산우회에선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야간 산행을 실시해 왔다. 야간 산행이 거의 없는 밴쿠버에서 보름달을 보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하는 연례 행사였다. 산행 코스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 GG)를 통해 샬레에 올랐다. 잠시 땀을 식히며 차 한 잔을 마시곤 밖으로 나서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감상할 시간을 가졌다. 일부러 큰 맘 먹지 않으면 그라우스에서 석양을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뚫고 한 줌 빛이 바다로 내려 앉았다. 다시 여장을 꾸려 썬더버드 리지로 올랐지만 예상대로 보름달은 볼 수가 없었다. 사람사는 세상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을 본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샬레로 돌아와 스카이라이드를 타고 산을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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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4.25 0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보름날에 구름이 심술을 부렸나요?
    뭐 보기 힘들다는 그라우스 석양을 보셨으니 다행입니다...^^

    • 보리올 2014.04.25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날씨를 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을 원합니다만 아직까지 하늘에서 그 청은 들어주지 않네요. 더 수양하란 의미겠지요?

 

어떤 산악잡지에 그라우스 산을 소개하고자 두 번인가 연달아 이 산을 올랐다. 겨울 시즌이라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 GG)의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지지 매니아들은 다 안다.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 산으로 오르는 사이드 트레일, 굳이 우리 말로 하면 개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겨울 시즌에 눈이 쌓이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론 트레일을 폐쇄하지만, 지지를 찾는 사람들의 열정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엔 이런 경고까지 했는데도 사람들이 들어가 사고가 났으니 우린 아무런 책임이 없노라 하는 면책성 조치가 아닌가 싶다. 산길에 눈이 쌓여 위험하다면 밴쿠버 인근에 있는 모든 산도 등산로를 폐쇄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물론 눈사태 위험이 있다면 이런 조치를 당연히 수긍하겠지만 그라우스 그라인드에서 눈사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트레일 초입에는 눈이 없어 걷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중턱을 지나자 눈이 쌓인 깊이가 점점 늘어났다. 가파른 경사에 다리는 점점 퍽퍽해지고 숨도 찼다.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오르는 853m의 등반고도가 절대 장난이 아니란 것은 직접 올라 보면 안다. 하기야 어느 산이나 오르막은 늘 힘이 들고 숨이 가픈 것 아닌가. 눈길을 헤쳐 어느 새 샬레가 있는 지지의 끝지점에 도착했다. 그라우스 스키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스키에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쪽에선 어린 꼬마들이 스키를 배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슬로프를 내리 꽂는 인파를 지나쳐 댐 마운틴(Dam Mountain)으로 향했다.

    

그라우스 산을 왼쪽으로 돌아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 섰다. 여기서 댐 마운틴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그런데 레인저 한 명이 나와 댐 마운틴으로 드는 것을 막고 있었다. 최근에 내린 눈이 많이 쌓여 눈사태 위험이 커졌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갈 수는 없다. 아쉽지만 여기서 돌아서야 했다. 샬레로 돌아와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시간을 죽였다. 해질녘 그라우스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가 태평양으로 내려앉는 시각에 다시 밖으로 나섰다. 낮은 햇살에 빛나는 밴쿠버 앞바다와 라이언스 봉도 한 눈에 들어온다. 밴쿠버가 자랑하는 멋진 조망이었다. 백설을 뒤집어 쓴 봉우리와 나무에도, 소복히 쌓인 눈 위에도 한 줌의 빛이 내려 앉아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이제 스카이라이드를 타고 산을 내려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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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2.02 0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이 만드는 걸작을 누가 따라할 수 있겠어요...신비로워요 !!!

    이제 저도 기어 2단에 오른 느낌입니다...엄청난 발전이죠..ㅎㅎㅎ

  2. 보리올 2014.02.02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기어를 2단에 넣으셨어요? 조만간 4단까지 가겠네요. 4단 다음은 밀포드 트랙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시죠? 미리 겁 먹지 말고 한 단계 한 단계씩 기어를 올리면 됩니다. 아드님과 밀포드 계획을 구체적으로 한 번 짜보시죠.

  3. 권선호 2014.02.13 1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엄한 설경위에 내려앉는 붉은 햇살이라..
    저기에 빠져있다보면 자칫 흐물흐물 녹아 없어지겠다..^^
    자네의 열정에 조물주가 감복을 하신게라..ㅎㅎ

 

엘크 산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뛰어나 칠리왁 주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엘크 산 정상에 올랐다가 귀가하는 주민들도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게 얕볼만한 산행지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행을 시작해 두 시간 가까이 줄기차게 경사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제법 숨이 차다. 이 된비알 때문에 오죽하면 밴쿠버 그라우스 산의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에 빗대 칠리왁의 지지(GG)’라 불렀을까. 해발고도는 1,432m이고 등반고도 800m이다. 산행은 왕복 8km에 네 시간은 잡아야 한다. 

 

일단 엘크 정상에 오르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아이들이 '도레미 노래'를 부르던 알프스 산자락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남쪽으로 펼쳐진 넓은 초원지대, 칠리왁 강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날카로운 봉우리와 빙하를 대하면 땀 흘려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미국 땅에 속한 베이커 산(Mt. Baker)의 위용을 마주하고 있다는 자체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행운이던가. 엘크에 오르는 날은 날씨가 좋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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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3.11.14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작년에 처음으로 아버지, 어머니, 현근이, 여빈이와 함께 엘크산을 갔다왔던 기억이 납니다. 저한테 엘크산은 특히 어머니와 함께 벤쿠버에 살면서 처음으로 간 산이라 더욱더 감회가 새로운 산입니다!

  2. 보리올 2013.11.14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 네 엄마가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올랐던 산이 엘크였지. 경사가 가팔라 초보자는 오르기 힘이 드는데 그래도 잘 올랐던 기억이 난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만 가도 대단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밴쿠버를 찾는 지인이 있으면 가끔 이곳으로 모시곤 했다. 여기까지 올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면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도 또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 우리나라 산악계의 유명 인물인 남선우 선배가 밴프(Banff)에서 열린 세계산악연맹(UIAA) 연례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가 내 얼굴이나 보겠다고 잠시 짬을 내 밴쿠버에 들렀다. 히말라야 등반이 꿈에서나 가능했던 시기인 1982년에 그는 푸모리(7,145m) 단독 동계 등반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에베레스트와 초오유, 시샤팡마를 올랐다. 하지만 한국인 처음으로 아이거 북벽에 오른 1982년의 쾌거를 통해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딱 하루 산을 찾을 시간이 난다고 해서 자연스레 둘이서 산행에 나선 곳이 바로 이 가리발디 호수였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는 왕복 18.5km 6~7시간이 소요된다. 등반고도는 920m. 해발 1,500m까지 올라간다. 하루 산행에 딱 좋은 곳이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아 좋았다. 러블 크릭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랐다. 길이 갈리는 6km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가리발디 호수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가는데 우린 블랙 터스크를 보려고 일부러 왼쪽 길을 택했다.


테일러 메도우즈를 가로 질러 블랙 터스크 호수를 지나 헬름(Helm) 호수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으니 가리발디 호수까지 왕복하는 거리보다 8km는 더 걸었던 셈이다. 그래도 길이 평탄하고 경치가 좋아 힘든 줄을 몰랐다. 이미 절기는 10월로 접어든 시점이라 초원의 나무와 풀은 붉게, 노랗게 옷을 갈아입고는 겨울 맞을 채비를 마쳤다. 헬름 호수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검은 돌덩어리 블랙 터스크를 만날 수 있었다. 발길을 돌려 아웃하우스 정션에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다. 호숫물이 빠져 나가는 출구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호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캠핑장 주변을 거닐며 호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가리발디 호수는 가리발디 주립공원에선 주옥같은 존재다. 곰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 가리발디 호수가 없었다면 가리발디 주립공원도 빛을 잃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리발디 호수의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들어와 비취색 호수를 만드는데, 고요한 호수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설산이 내려 앉으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흡사 풍경에 압도당하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남선우 선배도 이런 풍경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연신 캐나다 로키보다 더 정감이 간다고 칭찬을 한다. 역시 이곳으로 모시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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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et 2013.08.29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리발디 호수.. 장관이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미국보다 더 가보고 싶은 게 캐나다입니다.

    부럽습니다. :)

  2. 보리올 2013.08.29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소견으로는 미국도 땅이 넓고 자연이 다양하지만 캐나다에 비해선 자연스러움이 좀 떨어진다 생각합니다. 캐나다 자연은 날 것이란 느낌이 꽤 강하지요. 언제 한 번 꼭 다녀가시길 권합니다.

  3. 설록차 2013.08.29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속에 있는 호수의 넓이가 어마어마하네요...푸르름에 약간의 색이 더해져 정말 아름답습니다...호수가 많기도 많네요...^^

    • 보리올 2013.08.30 0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나다에 많은 것 중 하나가 호수입니다. 대부분 빙하기가 끝이 나면서 형성이 되었지요. 10 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진 가리발디 호수도 우리 눈에는 엄청 크지만 진짜 큰 호수와 비교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4. 히티틀러 2013.08.29 1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엄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진이네요.
    "캐나다로 관광오세요!" 하는 관광 홍보 책자에 넣어도 될 거 같아요ㅋㅋ

    • 보리올 2013.08.30 0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과찬을 해주시니 뭐라 고맙단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가면 아름다운 사진을 얻습니다. 제가 보증하지요. 언제 시간 되시면 한 번 다녀가시기 바랍니다.

  5. 설록차 2013.08.31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에 가셨는지 새 글이 없어서 오늘은 복습하는 날...ㅎㅎ 확실히 벤쿠버 주변 산의 풍경이 눈도 시원하고 편안하게 보입니다...산,눈,나무, 물...푸르름=젊음...^*^

    • 보리올 2013.08.31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 이틀간 숨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 자료는 엄청난데 글을 적어 올리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몇 년 전에 다녀온 일본 여행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지 않아도 다음 주에 어디를 다녀올 생각입니다. 2주는 블로그 포스팅이 뜸할 겁니다.

 

그라우스 산(Grouse Mountain)은 밴쿠버 도심에서의 접근성도 뛰어나지만 산 하나를 전략적으로 개발해 훌륭한 레저 공간으로 변모시킨 점이 내 관심을 끌었다. 여기선 각종 아웃도어를 편리하게 즐길 수가 있다등산과 산악 마라톤은 기본이고 여름엔 헬기 투어, 패러글라이딩, 벌목꾼 공연이나 생태 탐방 등을 즐길 수 있고, 금요일 저녁이면 콘서트도 열린다. 겨울철엔 5m 가까이 내리는  덕분에 스키와 스노보드, 스노슈잉(Snowshoeing), 스케이트, 눈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12월에는 산타클로스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탈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한다. 이 하나를 개발함으로써 인근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다면 이런 공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 라이드(Sky Ride)라는 케이블카가 운행함에도 우리는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를 걸어 오르기를 즐긴다. 산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라우스 그라인드는 좀 예외이다. 기록을 의식해 좀 빨리 걷는 편이다. 스스로 잰 내 기록은 50분대 중반이었다. 숨을 헉헉 내쉬며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는 단순한 오름짓에서 아드레날린이 넘쳐남을 느낀다. 이것이 등반고도 853m를 오르는 그라우스 그라인드의 묘미인 것이다. 체력 단련이 목적인 경우나 시간에 제약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산행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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