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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12.08 [남도여행 ①] 구례 화엄사 (6)

지리산

산에 들다 - 한국 2016. 4. 30. 08:06

 

아들과 지리산을 다시 찾았다. 부자가 단 둘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고 지리산을 오른 것이 1997년이었으니 20년 만에 다시 둘이서 지리산을 찾은 것이다. 이번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녀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이 청춘 남녀가 이번 산행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이들이 앞으로 펼칠 백두대간 종주 출정식에 초대받아 온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참으로 기분 좋은 초대 아닌가. 산행은 중산리에서 시작했다. 칼바위와 망바위를 지날 때까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나서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앞으로 이 커플이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열심히 줍자고 서로 합의를 했다는 소리에 나름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취지가 고마워 나도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아들이 멘 봉투에 집어 넣었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이 둘이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도록 지리산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면서 기쁜 마음으로 지리산을 올랐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간식을 하고 법계사를 잠시 둘러 보았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2km 구간은 경사가 꽤나 가팔라 늘 힘이 들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늘이 그리 맑진 않았지만 간간이 뒤돌아볼 수 있는 경치가 있어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천왕샘에서 목을 축였다. 천왕봉까지 가파른 구간은 계단으로 이어졌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라 적힌 표지석은 의연하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릉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 대피소는 하루 묵을 손님들로 붐볐고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산불 방지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왔다. 계곡에 물이 많아 소리가 우렁찼고 크지 않은 폭포도 많이 만났다. 무려 10시간 가까이 걸어 중산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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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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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05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격스럽습니다. 어렸을때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자라나네요 ~ 고맙습니다 아버지.

    • 보리올 2016.05.05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기로 치면야 오히려 내가 고맙단 인사를 해야겠지.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는데 그런 표현을 제대로 하지를 못 했구나.

 

고등학교 친구들과 12일로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변산과 선운산을 연달아 산행하려 했는데 폭우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 갑작스레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행선지를 바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디를 가는 지도 모른 채 따라 나섰다. KTX로 대전으로 내려가 친구들과 합류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옵저버 2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구례로 향했다. 지리산 피아골 산행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거론되었지만 그곳 또한 엄청난 행락 인파에 차량 정체를 빚고 있다는 소식을 듣곤 바로 화엄사(華嚴寺)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예보와는 달리 날이 좀 궂기는 했지만 빗방울이 잠시 떨어진 것이 전부였다.

 

화엄사는 내 기억 속에 있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웅장한 규모도 여전했고,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각황전이나 석등, 불탑도 그대로였다. 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로 붐비는 것만 제외하면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새로운 불사 일으킨다는 광고만 빼고 말이다. 각황전 앞을 서성이며 화엄사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겼던 스무 살 남짓의 내 자신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는 화엄사가 왜 그리 크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4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노고단을 오르다가 운무에 길을 잃고 얼마나 산 속을 헤맸던가.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산사를 둘러 보았다.

 

노란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걸어 구층암(九層庵)으로 향했다. 가을 정취가 물씬 배어 있었다. 천불보전을 구경하고 다시 발길을 연기암(緣起庵)으로 돌렸다. 대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나타나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그 많던 행락객도 여기에선 볼 수가 없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계곡으로 내려서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막걸리 한 잔도 빠지지 않았다. 연기암 부근은 가을색이 더 짙었다.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아도 가을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더구나 옛 친구들과 정겹게 이야길 나누며 걷는 길이라 부담이 없어 좋았다. 이 오솔길 산책이 얼마나 좋았던지 한 친구는 힐링의 길을 걸었노라 실토를 했다.

 

 

대전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구례에 닿았다. 누렇게 익은 나락이 고개를 숙인 채 우리를 반겼다.

 

 

 

 

 

 

 

 

 

오랜만에 다시 화엄사를 찾았다. 화엄사는 백제시대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각황전 등 4점의 국보와 보물 4점을 간직하고 있다.

 

구층암의 천불보전.

 

 

 

 

구층암에서 연기암에 이르는 오솔길이 운치가 있어 좋았다.

단풍도 곳곳에서 접할 수 있어 가을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연기암을 오르니 멀리 섬진강이 내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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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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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성형외과 2014.12.08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풍이 살아있네요^^

    날씨는 춥지 않았나요?

    • 보리올 2014.12.08 1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날씨가 흐려서 오히려 단풍의 색감이 살아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햇빛이 있었더라면 투영광은 좋았겠지만 너무 현란할 수 있거든요. 제가 갔을 때가 11월 초라 그리 춥지는 않았습니다.

  2. justin 2014.12.12 1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미래에 갔다온 기분입니다. 저도 나중에 친구들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여행을 갔다오겠죠? 한국 단풍은 참 곱고 이쁩니다. 나무들이 한복을 입고 방기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3. 설록차 2015.04.14 0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으로 고운 가을색이에요...
    대나무밭 사이에서 나는 쏴~ 하는 소리...신비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분들도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산행동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