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집사람과 단둘이 떠나기로 한 여행에 한 커플이 따라 나섰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같은 나라에 있다곤 하지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온타리오와 퀘벡이었다. 캐나다가 단풍국으로 소문났지만 우리가 사는 밴쿠버에선 붉디붉은 단풍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침엽수가 산악지역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라치(Larch)라 불리는 낙엽송이 곳곳에 자라지만 그것을 단풍이라 하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진짜 단풍으로 유명한 온타리오와 퀘벡을 다녀오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난 전에 캐나다 동부의 단풍을 본 적은 있지만 이번 기회에 복습한다는 마음으로 대륙횡단에 나선 것이다. 마침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Ottawa)에서 공부하고 있는 막내딸 얼굴도 보자는 명분도 좀 섞였다. 적어도 10,000km는 운전을 해야 하고 시간도 최소 15일은 소요되는 길이라 기름값이나 숙박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밴쿠버를 출발해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Trans Canada Highway)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캠루푸스(Kamloops)를 지나 새먼암(Salmon Arm)에서 잠시 쉬었다. 슈스왑 호수(Shuswap Lake)에 면해 있는 도시라 워터프론트를 찾아가 호수 속으로 깊이 들어간 나무 다리를 걸었다. 사실 새먼암은 캐나다 로키를 가면서 과일을 사기 위해 자주 멈추는 곳이다. 오카나간(Okanagan)에서 생산된 사과나 복숭아, 자두, 체리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와 복숭아가 싱싱하고 달콤해서 좋았다. 시카무스(Sicamous)는 하우스보트로 유명한 곳이다. 200여 척이 넘는 하우스보트를 지니고 있어 낚시나 선상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유인한다. 슈스왑 호수와 마라 호수(Mara Lake) 사이에 위치해 있어 호수로 접근하기가 좋은 위치다.

 

로저스 패스(Rogers Pass)와 골든(Golden)을 지나 요호(Yoho)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캐나다 로키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람한 산세가 눈 앞에 나타나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 오하라 호수와 더불어 요호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호수라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솔직히 여길 다녀간 것이 수십 번도 넘지만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요호 국립공원 안에 있는 마을인 필드(Field)에 들러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를 먼저 둘러보곤 마을 구경에 나섰다. 인구라야 고작 170명인 작은 마을이지만 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숙박업 등 관광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듯 했다.




슈스왑 호수에 면해 있는 새먼암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겨 마음에 들었다.




캐나다 로키로 가는 길에 이 가게에서 늘 과일을 장만한다. 오카나간에서 생산된 싱싱한 과일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스스로를 캐나다의 하우스보트 캐피털이라 부르는 시카무스





에머랄드 물빛을 자랑하는 에머랄드 호수는 요호 국립공원의 백미 같은 곳이다.



요호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에서 날씨나 위험경보, 트레일 상태 등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필드는 산 아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몇 개 마을 가운데 하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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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07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예전에 로드트립을 떠났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언제 저희 새로운 식구들까지 함께 로드트립을 떠날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 보리올 2017.11.07 1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식구 모두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장거리야 갈 수 있을까 싶다. 어디 가서 하룻밤이라도 묵고 올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을 해야지.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서슴없이 단풍을 드는 나라답게 캐나다는 단풍이 아주 유명하다. 오죽하면 국기에 빨간 단풍잎 하나를 떡하니 그려 넣었을까. 사실 메이플 로드(Maple Road)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들었다. 나이아가라부터 퀘벡 시티까지 세인트 로렌스(Saint Lawrence) 강을 따라 장장 800km가 이어진다는 단풍길. 단풍이라면 단연 여기가 최고라 해서 언젠가 가겠지 했는데 집사람 성화 덕분에 그 시기가 좀 빨리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메이플 로드 전구간을 달리지는 않았다. 그 가운데 단풍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몽 트랑블랑에서 하루 시간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2012 106, 집사람과 난 차체를 마구 때리는 빗방울을 헤치며 몬트리얼에서 몽 트랑블랑으로 향하는 117번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 나들이 시점에 이런 폭우가 쏟아지다니 이러다가 땅에 떨어진 단풍잎만 보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몽 트랑블랑이 가까워지면서 그 걱정이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가 서서히 그치면서 붉으죽죽하고 노르스름한 단풍이 도로 주변을 물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론적으로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 생애에 보기 힘든 아름다운 단풍을 보았기 때문이다.

 

몽 트랑블랑은 로렌시안(Laurentian)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몬트리얼에서 북서쪽으로 130km 떨어져 있다. 동명의 산자락에 그림같이 들어앉은 마을로 퀘벡을 대표하는 휴양지다. 가을엔 단풍, 겨울엔 스키로 사람들을 부른다. 몬트리얼에서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몽 트랑블랑에 도착했다. 마을로 다가서면서 동화 속에나 나오는 파스텔 풍의 마을이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 단풍이 정말 장난이 아니네. 옆에서 집사람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미국 메인 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빈다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인파가 많을 때는 단풍 시즌임이 분명했다. 엄청난 차량들이 몰려들어 주차장도 꽤나 붐볐다. 차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은 온통 만산홍엽에 둘러싸여 있었다. 빨강, 노랑, 오렌지 색의 단풍이 섞여 색깔도 울긋불긋 다양했다. 카브리올레(Cabriolet)라 불리는 곤돌라를 타고 어퍼 빌리지로 가기 위해 줄을 섰다. 무료로 태워준다는 이야기에 공연히 기분이 좋아졌다. 마을이 발 아래 내려다 보인다. 단풍 속에 자리잡은 마을이 진짜 동화 속에나 나오는 마을 같았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 좀 유감이긴 했지만 그 덕분에 단풍이 더 진한 색깔을 뿜어내는 듯 했다.

 

위에는 카페와 음식점, 호텔이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 공터에선 아이들이 인공암벽을 오르고 놀이기구에 몸을 싣고 하늘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여기 단풍은 아래보다 한 술 더 뜨는 기분이었다. 사람들로 소란한 광장을 벗어나 노랑색 단풍이 물씬한 숲길을 걸어 산을 올랐다. 그 좁은 산길에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도 만났다. 경치에 압도되어 시종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중턱까지 올라오니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트랑블랑 호수(Lac Tremblant)도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조그만 루지(Luge)에 몸을 싣고 아래로 내리꼳는 젊은이들이 커브를 돌며 괴성을 지른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곤돌라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마을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몬트리얼에서 몽 트랑블랑으로 가는 도로에서 만난 단풍. 초입부터 범상치 않은 단풍 색깔에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몽 트랑블랑에 도착. 주차를 하고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걸어갔다.

 

카브리올레 곤돌라 위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이만 하면 아름답다는 표현을 써도 허풍은 아닐 것이다

 

곤돌라에서 내렸더니 광장 주변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호텔이 늘어서 있었고,

광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인공암벽과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곤돌라를 타는 대신 산중턱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보단

단풍 숲길을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여기는 노란 색깔의 단풍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 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트레일을 달리고 있었다. 인솔교사는 학생들을 독려하며 그 뒤를 따른다.

너무나 밝은 학생들 표정을 보고 이런 게 진정한 교육 아닌가 싶었다.

 

산중턱에서 내려다 본 마을 풍경. 트랑블랑 호수 건너편으로 또 다른 단풍이 펼쳐져 있었다 

 

중력에 의존하는 루지가 쏜살같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제법 스피드가 있어 스릴이 있을 것 같았다.

 

호숫가를 둘러보기 위해 아랫마을로 내려섰다. 단풍에 둘러싸인 동화 속 마을을 여유롭게 걸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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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지기 2013.11.22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지니랜드 시골 버전 같군요 ^^

  2. 보리올 2013.11.22 1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디즈니랜드가 시골로 이사가면 이런 모습인가요? 한 수 잘 배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건물들에서 디즈니 냄새가 풍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