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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2 엘핀 호수(Elfin Lakes) (2)

 

 

대학원 공부를 위해 곧 오타와로 떠나는 막내딸과 단둘이 하는 캠핑 여행을 꿈꿨지만 쉽게 성사가 되지 않았다. 그 대신 합의를 본 것이 엘핀 호수까지 가는 1 2일 산행이었다. 스쿼미시에서 우회전하여 산행기점에 도착했더니 정오가 이미 지났다. 꽤 늦게 산행을 시작했지만 하룻밤을 쉘터에서 묵는지라 시간 여유가 많았다. 산길 초입에는 눈을 찾을 수 없었지만 2km 지점부터는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스노슈즈까진 필요하지 않았다. 절기가 여름으로 들어가는 5월 말이라 눈이 많이 녹았겠지 생각했는데 산에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이 쌓여 있었다. 5km 지점에 있는 레드 헤더(Red Heather) 쉘터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다시 오르막 구간이 이어졌다. 이 트레일의 가장 높은 지점인 폴 리지(Paul Ridge)를 지나서도 오르내림은 계속되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설산과 어우러져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했다. 중간에 사진을 찍는다고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눈 위를 걷는 것이 힘이 들었던지 딸아이는 눈에서 자주 미끄러졌다. 눈 앞에 보이는 경치보다는 양말에 신경을 더 쓰는 것 같았다. 등산화 사이로 눈이 들어와 양말이 다 젖었다고 해서 급히 게이터를 신겼다. 다리가 퍽퍽해지고 땀이 흐르기 시작할 즈음에 엘핀 호수가 눈 앞에 나타났다. 가장자리가 녹기 시작해 스케이트 링크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아이는 호수보다는 그 옆에 있는 쉘터가 더 반가웠던 모양이었다. 잽싸게 발걸음을 놀려 쉘터에 닿았다. 잠자리를 먼저 준비하곤 간단히 저녁을 준비했다. 쉘터엔 우리를 포함해 모두 9명이 묵게 되어 무척이나 한산했다. 그 다음날은 비가 올 듯 날이 궂었다. 풍경도 모두 구름에 가려 버렸다. 결국은 폴 리지를 지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옷이 모두 젖고 말았다. 이틀에 걸쳐 22km를 걸은 딸아이는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고 아우성이었지만 그래도 목소리에선 산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멋진 추억거리를 선사한 막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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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4.27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생이 참 기특합니다! 전 처음에 사진만 보고 아버지께서 저렇게 어여쁜 아가씨와 산행을 단둘이 갔다오신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