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우랄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5.07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4 (2)
  2. 2013.03.03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2>

 

우리가 묵은 방 위층이 주방과 식당이라 밤새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신경이 곤두선 채로 밤을 보냈다. 전기도 없는 깜깜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몸을 뒤척거리는 짜증을 누가 알까.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대충 씻고 6 30분에 식당으로 갔더니 아무도 없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부엌에서 잠자는 사람을 깨워 아침 준비를 부탁했다.

 

배낭 여행을 온 학생들과 작별을 하곤 길을 나섰다.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화창해졌다. 한국의 늦가을 날씨처럼 기온이 서늘해졌다. 날씨가 산행에는 아주 좋았다. 1시간 반 걸려 데우랄리(Deurali)에 도착했다. 어디서나 한국사람이냐고 물어오는 네팔 사람들. 데우랄리 어느 찻집에서도 우리에게 한국인이냐 물어온다. 그 덕분에 그 집은 우리에게 차 두 잔을 팔 수 있었다. 뜨거운 차 한 잔에 피로가 좀 풀리는 듯 했다.

 

데우랄리를 지나면서 해발 3,200m를 넘었다. 고소 증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고도가 된 것이다. 동생 컨디션을 유심히 살펴 보았으나 아직은 거뜬해 보인다. 햇빛은 따가웠지만 숲속을 걷는 경우가 많아 그리 덥지 않았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땀도 훨씬 줄었다. 히말라야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MBC, 3,700m)까진 꾸준한 오르막. 통상 4시간 걸린다는 거리를 우리는 유유자적하며 5시간에 주파했다. 누리가 MBC에는 숙소가 없으니 ABC까지 올라야 한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MBC에 숙소를 잡고 점심을 먹은 후 ABC를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누리만 더 고생을 하게 되었다. 근데 누리가 급했던 모양이다. 여기저기 다시 알아보더니 어느 로지에 방 대신 마당에 쳐놓은 텐트를 150루피에 묵으라 한다. 우린 당연히 그러마 했다.

 

다시 배낭을 들쳐 메고 ABC로 향했다. 우리 앞으론 안나푸르나 주봉과 남봉이 나타났고 뒤로는 마차푸차레가 버티고 서있다. 멀리서 볼 때보다 마차푸차레의 위용이 훨씬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두 시간을 걸어 ABC에 도착했다. 동생의 고소 적응 상태부터 확인했는데 이 친구 멀쩡하다. 히말라야에서는 쉬운 코스라 하지만 첫 방문인데도 이리 쌩쌩하다니? ABC에 있는 로지에서 차 한 잔을 시켰다. 간판에 한글을 병기해 놓아 반가운 마음에 일부러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 일몰을 보고 갈까 했지만 너무 어두워지면 하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해가 남아 있을 때 하산을 시작했다. 붉게 물든 봉우리를 앞뒤로 보면서 그 장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뒤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주봉보다 오히려 앞에 있는 마차푸차레가 훨씬 멋져 보였다. 로지엔 프랑스 트레커들로 북적거렸다. 저녁을 먹고 식당에 남아 이야기 좀 하고 자려 했더니 포터들이 잠자겠다고 자리를 비워 달랜다. 그래서 8시도 되기 전에 텐트로 돌아왔다.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프랑스 친구 한 명이 텐트를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해서 이야기를 중단하고 잠을 청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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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05.07 1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서도 엄청난 크기의 산이 느껴지는군요ㅋ
    abc캠프라면 저도 한번 올라본 경험이 있어 무척 그립게 만드는 사진이네요ㅎㅎ

  2. 보리올 2013.05.08 0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BC를 다녀오셨으면 안나푸르나 연봉과 마차푸차레의 위용을 직접 느껴보셨겠네요. 히말라야 어딜 가나 인간이 참으로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새벽을 알리는 수탉이 너무 일찍 울었다. 그 뒤를 이어 강아지 짖는 소리, 나무에서 짹짹거리는 새소리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 옆 텐트에서도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첫 야영에 가슴이 설레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나와 텐트를 같이 쓰는 한 대장도 일어나 헤드랜턴을 켜더니 책을 꺼내 든다.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대장은 다른 산사람에 비해 상당히 가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도대체 섭씨 30도가 넘는 히말라야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어제 입었던 긴팔 옷을 벗고 반팔 티셔츠를 걸쳤음에도 흘러 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햇볕에 노출된 팔은 금방 빨갛게 익어 버렸고. 고산병보다 일사병에 심신이 지쳐간다. 다리는 왜 이리 무거운지히말라야에 오면 통상 사계절을 다 겪는 느낌이다. 이렇게 덥다가 고도를 높이면 겨울같은 날씨를 만나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짐이 많아진다.

 

산허리를 잘라 도로를 놓는 공사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바위 절단면이 의외로 매끈했다. 사람 손으로는 이렇게 잘 자를 수는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쭈그리고 앉아 구경만 하고 무거운 해머를 들고 바위를 깍는 사람은 대개 여자들이었다. 하루 일당으로 얼마나 받는지 물어 보았다. 150루피를 받는다 한다. 이렇게 일하고 하루 2,000원 좀 넘는 금액을 받는다? (Num)까지 도로를 놓는 이 공사는 몇 년 전에 시작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 오로지 사람 힘에 의존해 망치로 돌을 깨고 있으니 년은 걸리겠지.

  

치치라(Chichila)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치치라를 출발하자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꺼내 들었다. 근데 이게 여우비였다. 금방 그치더니 다시 햇빛이 쨍 내리쬔다. 해발 2,100m에 있는 데우랄리를 지나 산길은 내리막을 시작하더니 무레, 눔으로 계속 고도를 낮춘다. 눔의 해발 고도는 1,560m. 눔에 점점 가까워지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우산을 꺼내 들었다.

    

11시간 걸려 도착한 눔은 능선 위에 묘하게 자리잡은 마을이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시간 운행에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만보계를 가지고 온 사람이 오늘 36,000보를 걸었고, 이는 24km에 해당되는 거리라 한다. 빗줄기 속에서 텐트를 쳤다. 포터가 메고 오는 카고백을 기다렸다. 그 안에 있는 침낭이 젖으면 큰일인데 다행히 비닐로 카고백을 둘러싸 비를 맞지는 않았다. 저녁에 닭도리탕이 나왔는데 양이 무척 적었다. 마을에서 닭 두 마리를 간신히 구했단다. 밥은 남았는데 닭도리탕은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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