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스터 하이웨이(Dempster Highway)는 도슨 시티에서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를 타고 화이트호스 방향으로 40km를 가다가 좌회전을 해야 했다. 도중에 주유소가 있겠지 했는데 갈림길이 가까워졌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도슨 시티까지 돌아가야 했다. 뎀스터 하이웨이에서는 사람사는 마을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제때 주유소를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 바이저를 내렸음에도 정면으로 비추는 아침 햇살에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뎀스터 하이웨이로 들어서서야 정면 빛을 피할 수 있었다.

 

뎀스터 하이웨이는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서 갈라져 북극해에 가까운 노스웨스트 준주의 이누비크(Inuvik)까지 가는 736km 길이의 도로를 말한다. 이누비크까진 보통 16시간을 운전해야 한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북극권(Arctic Circle)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하이웨이로 유명하다. 전구간이 비포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캐나다 하이웨이에 속한다. 이 도로가 직접 북극해에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아이스 로드(Ice Road)를 만들기 때문에 북극해에 면한 툭토약툭(Tuktoyaktuk)까지 194km를 더 연장해 달릴 수 있다. 이 마을은 첫 음절만 따서 툭(Tuk)이라 부르기도 한다. 얼음으로 길을 만든다는 발상이 우리에겐 신기하게 여겨지지만, 북극권에선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극권은 북위 66 33분 이북의 지역을 말한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와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極夜) 현상이 있는 남쪽 한계선을 말한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캐나다 북극권에는 이누이트(Inuit) 족이 수 천년을 살고 있다. 사실 우리는 북극권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북위 64도에 있는 도슨 시티보다 더 북쪽에 있는 툼스톤 주립공원(Tombstone Territorial Park)을 다녀왔는데, 우리가 갔던 지점을 지도에서 확인해 보았더니 대략 북위 65도에 걸쳐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북극권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북위 60도 전후를 말하는 아북극(亞北極) 지역을 다녀온 셈이다.

 

우리가 달리는 뎀스터 하이웨이 양쪽으로 툼스톤 주립공원이 펼쳐진다. 동토의 땅이라 부르는 툰트라 지대에도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여기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한 마디로 이 황량한 불모지대에도 생명이 넘쳐나는 것이었다. 차창 밖을 둘러보는 우리 시선이 바빠졌다. 도로 양쪽으로 산악 지형이 나타나더니 산비탈과 들판에 온통 붉은 색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푸른 하늘을 빼곤 이 세상을 모두 붉게 물들인 것 같았다. 참으로 묘한 가을색을 지니고 있었다. 캐나다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유콘까지 올라온 우리의 노고에 대자연이 보답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 설명>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서 갈라져 북극권으로 향하는 뎀스터 하이웨이를 만났다. 그 시발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사진 설명> 뎀스터 하이웨이를 따라 북으로 올라갈수록 노란색이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진 설명> 산악 지형을 관통하는 뎀스터 하이웨이에서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 가을과는 다른 단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설명> 툼스톤 주립공원 북쪽 경계에서 만난 채프먼 호수와 투 무스 호수. 하늘과 호수는 파랗고 대지는 붉었다. 거기에 하얀 구름까지 더해져 세 가지 색깔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듯 했다.

 

<사진 설명> 툼스톤 주립공원의 북쪽 경계를 표시하는 표지판. 우리가 달린 뎀스터 하이웨이의 가장 북쪽 지점이었다. 북위 65도에 인접한 지역으로 북극권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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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1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보리올 2014.02.21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인삿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블로그에 들렀더니 유용한 정보들이 많더군요. 언제 그렇게 다양한 정보를 구하셔서 보기좋게 정리를 하시는지 절로 감탄이 앞섭니다.

  2. 설록차 2014.02.28 06: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도 붉고 나무도 붉고~ 파란 하늘과 호수와 대비되어 더욱 붉게 보입니다...
    인구가 적어서 다행이지 아님 개발한다고 자연을 망쳤을거에요...

    • 보리올 2014.02.28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인구가 많으면 이런 청정 자연을 유지할 수가 없겠지요. 유 콘 준주는 땅덩이는 남한의 몇 배나 되면서 인구는 겨우 4만 명도 되지 않습니다. 자연이 살아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유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도슨 시티로 들어섰다. 도슨 시티는 화이트호스에 주도의 역할을 넘겨준 1953년까지 55년간 유콘 준주의 주도였다. 1898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곳이 바로 이 도슨 시티였다. 무스 사냥에 나섰던 세 명의 남자가 클론다이크 강의 지류인 래비트 크릭(Rabbit Creek)에서 야영을 하다가 사금을 발견한 것이 골드러시의 시초였다. 나중에 래비트 크릭은 보난자(Bonanza) 크릭으로 이름을 바꿨다. 도슨 시티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이었다.

 

보난자 크릭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퍼져나갔다. 세계 각지에서 수 만 명의 탐광꾼들이 불나방처럼 몰려 들었다. 멀리 호주나 남아공에서도 일확천금을 노려 바다를 건너왔다니 말하면 뭐하랴. 그런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40,000명이 북적대던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도장이나 살롱, 극장, 호텔 등의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이 동토의 땅에 번잡한 도시가 생겨났으니 이 모두가 금이 선물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이 뭐가 있을까. 금의 열기가 사라진 오늘날은 인구 1,300명을 가진 조그만 도시로 변해 버렸다. 옛날의 영화를 모두 잃은 유령도시가 된 것이다.   

 

차를 세우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옛 영화를 지닌 가옥이나 가게가 나에겐 정겹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슨 시티를 캐나다 북부의 파리라 부르는 모양이었다. 새로 단장한 팰리스 그랜드 극장에서 가스라이트 폴리스(Gaslight Follies)를 구경하거나 다이아몬드 투스 거티스(Diamond Tooth Gertie’s)의 도박장에도 가보고 싶었으나 시즌이 지나 이도 문을 닫아 버렸다. 도슨 시티 관광 안내소 안에 진열된 자료와 전시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과일과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글로서리에도 잠시 들렀다. 가게에서 파는 물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밴쿠버에 비해 과일은 두 배에 가까웠고, 생수는 거의 5배나 비싸게 판다. 운송비가 비싸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미드나이트 돔(Midnight Dome)에 올랐다. 해발 887m의 높이에서 도슨 시티와 유콘 강을 내려다보기 좋은 곳이었다. 원래 이곳은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에는 자정에도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석양 또한 유명한 곳이라 일몰을 촬영하겠다고 삼각대에 커다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몇 명 보였다. 우리도 여기서 일몰까지 기다릴까 했지만 날씨가 너무 쌀쌀해 내려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도슨 시티에 있는 모텔에 짐을 풀었다. 와이파이가 연결은 되지만 위성 사용료가 비싼 탓인지 인터넷 속도가 엄청 느렸다. 프론트에서 왜 봉지 커피를 잔뜩 안겨주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느린 인터넷 속도에 열 받지 말고 커피나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그 깊은 속내를 말이다.

 

 

<사진 설명> 캐나다 국가 유적지로 지정된 케노(Keno)는 마요(Mayo)에서 채굴한 광물을 실어나르던 증기선이었다. 1922년에 지어져 1951년 퇴역하였다. 1960년 도슨 시티로 옮겨진 후 유콘 강가에 전시되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 관광 안내소에서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에 사용하던 용품과 각종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는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의 옛 영화를 잘 간직하고 있어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제법 고풍스럽기는 했지만 어째 유령도시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사진 설명> 낮이 가장 긴 하지면 해가 지지 않는다는 미드나이트 돔은 유콘 강과 도슨 시티를 조망하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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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2.18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슨시티.. 여긴 서부개척시대 분위기가 나네요..

    • 보리올 2014.02.18 1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도슨 시티를 돌아볼 때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미국에 있는 어떤 도시보다 더 서부시대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죠.

 

이 하이웨이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캐나다 로키에 있는 동명의 주립공원이 떠올랐다. 톱 오브 더 월드 고원에 있는 톱 오브 더 월드 주립공원은 대부분 지역이 해발 2,200m를 상회하기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콘에서 도로에 붙여진 동일한 이름을 듣게 되니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동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설마 이름만 거창하고 실속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도슨 시티 위로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갈까 말까를 잠시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가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과연 어떤 지형과 풍경을 지녔기에 이렇게 건방진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도로는 본래 도슨 시티에서 알래스카 테일러 하이웨이와 연결되는 잭 웨이드(Jack Wade)까지 127km에 이르는 비포장도로를 말한다. 도슨 시티부터 캐나다-미국 국경까지 106km 구간은 유콘의 9번 하이웨이로 불린다. 유콘 사람들은 이 9번 하이웨이를 60마일 도로라 부른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 도로를 타려면 도슨 시티에서 먼저 페리를 타고 유콘 강을 건너야 했다. 여름철에는 페리가 운행하지만 강이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차가 얼음 위를 달린다고 한다. 페리 탑승에 돈을 받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페리도 공용 도로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다. 강을 건너면 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한 구비를 크게 돌면 도슨 시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도 나온다. 그 다음부터는 내내 산 위를 달린다.

 

해발 고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산 위로 내내 길이 이어졌다. 산이라야 울퉁불퉁한 험봉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산세를 지녔다. 구릉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왜 세계의 지붕, 세계의 꼭대기라는 말을 썼는지 이내 실감이 갔다. 모든 것을 눈 아래에 두고 도로를 달리니 톱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크게 S자를 그리며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뻗어나간 계곡을 볼 수 있었고, 산자락엔 노랗게, 붉게 물든 단풍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노란색과 빨간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연두색, 초록색도 숨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여기 오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치를 보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61km 지점에 있는 뷰포인트가 최고의 경치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난 전구간이 좋았다. 경치가 뛰어난 곳이 나타나면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웠다.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많지 않아 우리가 도로 전체를 전세낸 듯 했다. 산이 붙타고 있다는 표현을 여기에 붙여도 좋으리라. 산자락에 내포된 색깔도 너무나 다양해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국경까지 갈까 했지만 80km 지점에서 차를 돌렸다. 어차피 여권도 없으니 알래스카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시 유콘 강을 건너 도슨 시티로 들어섰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에서 유콘 강을 건너기 위해 페리를 타야 했다. 이곳의 유콘 강은 강폭이 꽤 넓었다. 페리로 강을 건너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사진 설명> 톱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라 부르는 도로는 고원 지대를 달리는 도로다. 산자락과 계곡을 눈 아래 두고 달리는 기분이 상큼했다. 거기에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 단풍이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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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4.02.16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하면서 하나도 심심하지 않겠어요. 밖에 펼쳐진 풍경보느라... 무슨 고속도로가 이렇죠 ? 정말 낭만적이네요.

    • 보리올 2014.02.17 0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을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운전하는 기분이 어찌 즐겁지 않겠냐. 교통량도 없어 길은 한산하고. 이 하이웨이는 말만 하이웨이지, 고속도로같은 개념은 거의 없지. 유콘에선 비포장 간선도로를 대부분 하이웨이라 부른단다.

  2. 설록차 2014.02.17 0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으로 붉은 색을 많이 보게 될거라 하시더니 첫 사진부터 Woman in Red 로 시작하십니다...ㅎㅎ
    9월 초에 가신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단풍을 보이니 신기합니다...추울수록 가을이 빨리 오는가요...
    인적이 드물어서 오히려 현지인에게 동양인 방문객을 관광시켜주는 일도 생기겠어요...

    • 보리올 2014.02.17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서 처음으로 유콘의 붉은 색조를 보여주긴 하지만 진짜는 조금 더 있어야 합니다. 이러다가 설록차님 어록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Woman in Red라던가, 동양인의 관광자원화 등등요.

 

화이트호스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클론다이크 하이웨이(Klondike Highway)로 올라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키니(Takhini) 온천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났다. 여기서 하루 묵기 위해 캠핑장을 찾았다. 우선 텐트부터 치고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그리곤 캠핑장과 붙어있는 온천으로 갔다. 캠핑장에 묵는 손님에겐 할인 혜택도 있었다. 이 온천은 유황 냄새가 없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 철분과 같은 미네랄이 많은 온천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물이 붉은 색을 띠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물은 그리 깨끗하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솔직히 본전 생각이 좀 났다. 한겨울에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불을 피우고 거기에 감자를 구워 먹었다. 야영을 하면서 구워 먹는 감자는 한 마디로 별미 중의 별미다.   

 

다시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로 나와 도슨 시티로 향했다. 이 하이웨이는 원래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Skagway)에서부터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금이 발견되었던 도슨 시티(Dawson City)까지 연결하는 도로로 총 712km를 달린다. 우리는 그 중에서 화이트호스에서 도슨 시티에 이르는 526km의 구간을 지날 뿐이다. 대략 여섯 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도 예전에 마차로 5일이나 걸렸던 거리를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다니 그것만 해도 어딘가. 중간에 왓슨 레이크로 가는 캠벨 하이웨이(Campbell Highway)가 갈라져 가고, 스튜어트 크로싱(Stewart Crossing)에선 은 광산으로 유명한 마요(Mayo)와 케노(Keno)로 가는 11번 하이웨이가 갈렸다. 유콘은 땅덩이에 비해 워낙 도로망이 드물어 이런 비포장도로도 모두 간선도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타고 가는 2차선 도로는 포장은 되어 있지만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달려온 어느 도로보다도 노면 상태가 열악했다. 그만큼 교통량도 적었다. 하지만 차창을 스치는 풍경은 훨씬 선명한 가을색을 띠었고 자연 자체가 날것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야생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인가? 점점 짙어지는 노랑색에 진짜 가을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라벨(Gravel) 호수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짙푸른 하늘이 우리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연잎이 무성하게 자란 수면 위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내려 앉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 이럴 것이다. 유콘에는 이런 곳이 도처에 깔려 있을 테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멋진 풍경을 두고 그냥 가려니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 설명> 타키니 온천 풍경. 온천 그 자체는 별로였지만 이 주변에 온천이 없으니 그저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수심이 깊은 곳은 내 머리가 잠길 정도였다.

 

 

 

<사진 설명> 야영의 매력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캠프파이어도 야영의 매력 중에 하나다. 불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불이 사그라지면 거기에 감자를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설명>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거나 마차를 이용했던 구간을 우리는 차를 타고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 도로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사진 설명> 그라벨 호수에서 만난 풍경에 시종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대자연이 살아있는 유콘의 가공하지 않은 매력에 가슴이 떨렸다.

 

 

 

<사진 설명> 사람들이 길가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따기에 다가가 보았다. 빵에 넣기 위해 야생 크랜베리를 따고 있다고 했다. 진짜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있었다. 야생 장미(Wildrose)의 열매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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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를 출발해 2 3일에 걸쳐 달려온 화이트호스. 너무 먼 거리였기에 감회가 남달랐는지 모른다. 화이트호스를 알리는 표지판을 찍는 것으로 도착 신고를 마쳤다. 화이트호스는 유콘 강가에 자리잡은 도시다. 유콘 전체 인구의 80%가 여기에 모여 산다. 도심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일스 캐니언(Miles Canyon)부터 들렀다. 유콘 강의 폭이 좁아지면서 유속이 빨라지는 곳이다. 과거 골드 러시 당시에 이 협곡을 지나던 배가 침몰되고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던 곳이었다. 다리를 건너 강을 따라 좀 걸었다. 우리 시선을 끈 것은 물 색깔이었다. 청록색을 띠는 강물이 무척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도심에 차를 세우고 워터프론트 트롤리(Waterfront Trolley)부터 탔다. 노랑색 칠을 한 낡고 조그만 협궤 열차는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1925년에 만들어졌다는 이 열차는 시내에 있는 몇 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관광용이다. 편도 이용에 2불을 받는다. 달리는 속도가 무척 느려 사람이 걷는 속도와 별반 다르지 읺았다. 그 때문에 더욱 낭만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열차를 탄 아이처럼 창가에 앉아 스치는 풍경에 눈길을 고정했다. 트롤리에서 내려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으로 걸어갔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고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하지 않았다. 웰빙 식품으로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에 들렀다. 김치와 전혀 비슷한 구석이 없어 우리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하얀 배추 샐러드 같은 이런 사이비 김치로 김치의 진면목을 흐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옛 영화를 자랑하는 증기선 클론다이크 호가 전시된 곳으로 걸어갔다. 클론다이크 골드러시가 끝난 후 화물과 사람을 싣고 화이트호스에서 도슨 시티(Dawson City)까지 왕복했던 배다. 편도 740km의 긴 여정을 오르내리던 배였다. 유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배는 캐나다 역사 유적지로 지정을 받았다. 천천히 걸어서 도심으로 돌아왔다. 화이트호스 시내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걸었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 볼거리는 대개 도심에 몰려 있었다. 몇 개의 건물이 눈에 띄긴 했지만 시선을 오래 끌지는 않았다. 지난 이틀간 캠핑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화이트호스에 있는 모텔에 투숙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샤워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사진 설명> 마일스 캐니언에서 드디어 유콘 강을 만났다. 유콘 강은 너무나 유명한 강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발원해 유콘과 알래스카를 지난 후 베링해로 빠져나갈 때까지 장장 3,190km를 요동친다.

 

 

 

  

<사진 설명> 1925년부터 1978년까지 포르투갈의 리스본 시내를 달렸던 이 협궤 열차가 1999년 유콘으로 건너와 화이트호스의 명물이 되었다.

 

 

 

<사진 설명> 파머스 마켓이야 캐나다 어느 곳에서나 열리는 야외시장이기 때문에 특별나진 않지만,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공예품을 구입하고 현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다.

 

 

<사진 설명> 1929년 화이트호스에서 건조된 클론다이크 호는 1936년 유콘 강에 침몰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동일한 설계도를 가지고 복제판을 만든 것이 바로 이 클론다이크 2호였다. 1952년 도슨 시티까지 클론다이크 하이웨이가 연결되면서 리버 보트의 역할이 모두 끝났다. 유콘 강에서 마지막까지 활약한 배라는 영예를 지닌 채 1955년 퇴역하였다.

 

 

  

 

 

 

<사진 설명> 화이트호스 다운타운은 그리 번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유콘 준주의 수도임에도 별다른 특징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가끔 건물 벽을 활용한 벽화가 눈에 띄긴 했지만 그것도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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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성호랑이 2014.02.09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밴쿠버여행!~ 재미있으셨겠어요!~ 김치라고 적힌 유리병이 눈에 띄네요~!ㅎㅎㅎ

    • 보리올 2014.02.09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어요? 근데 갑자기 댓글에 밴쿠버 여행이라 적어 깜짝 놀랐습니다. 이 포스팅은 밴쿠버를 출발해 유콘을 다녀온 기록입니다. 유콘은 캐나다에서도 오지라 가기가 쉽지는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