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라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3.25 밴쿠버 섬, 포트 렌프류(Port Renfrew) ② (2)
  2. 2014.01.16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⑧

 

아침 일찍 저절로 눈을 떴다. 부드러운 햇살이 해변에 살포시 내려앉는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해수면 위엔 안개가 끼긴 했지만 우리 머리 위로는 푸른 하늘이 나타나 무척 쾌청했다. 포트 렌프류로 나섰다. 도로 표지판에 퍼시픽 마린 서클 루트(Pacific Marine Circle Route)라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이 밴쿠버 섬의 코스트 투 코스트라 불리는 도로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BC 페리에서 내려 여기까지 달려온 길도, 포트 렌프류를 출발해 레이크 코위찬(Lake Cowichan)과 던컨(Duncan)을 경유해 빅토리아로 돌아가는 길도 모두 이 루트에 속한다. 이 길은 밴쿠버 섬의 서쪽 후안 데 푸카 해협과 그 반대편에 있는 조지아 해협(Georgia Straits)을 연결해 한 바퀴 도는데, 그 길이가 289km에 이른다. 쉬지 않고 차를 달리면 4~5시간이면 되겠지만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달린다면 보통 2 3일을 추천하는 곳이다.

 

 

 

 

 

포트 렌프류는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의 북쪽 기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 WCT)의 남쪽 기점이기도 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때문에 더 유명해진 도시다. 그 때문에 여름철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비수기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번듯한 도심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심심한 마을 풍경에 다소 무료하다 느낄 무렵에 토미스(Tomi’s)라는 카페가 우리 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차를 세우고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도 사람이 없어 아주 조용했다. 난 이런 시골 냄새를 풍기는 허름한 카페가 좋다. 커피 한 잔에 시나몬 번스를 앞에 놓고 일행들도 모두 만족해 하는 눈치였다. 모닝 커피 한 잔으로 아침부터 가슴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딱히 무엇을 구경할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차를 몰아 포트 렌프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포트 렌프류를 특정하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띈 것은 겨우 이정표나 표지판이 전부였다.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의 북쪽 기점이 있는 후안 데 푸카 주립공원의 보태니컬 비치(Botanical Beach)까지 다녀왔다. 원래 포트 렌프류는 포트 산 후안(Port San Juan)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으로 와야할 우편물이 산 후안 아일랜드(San Juan Islands)로 잘못 배달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자 주민들이 지명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소작농들을 정착시키려 했던 렌프류 공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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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아 아침에 갔던 토미스 카페에서 커피나 한 잔 더 하려고 갔으나 일찍 문을 닫았다. 그래서 바닷가에 위치한 포트 렌프류 호텔 커피숍을 찾았다. 일부러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여긴 그래도 호텔이라고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혹시 다른 캠핑장으로 자리를 옮길지 몰라 아침에 텐트를 걷었는데 다시 본래 자리로 온 것이다. 우리가 텐트를 쳤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해 버려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특별식을 준비했다. 송이버섯을 듬뿍 넣은 떡라면을 끓인 것이다. 밴쿠버 인근에는 9월부터 송이버섯이 많이 나는지라 라면에 송이를 넣고 끓이는 만용(?)을 부릴 수 있었다. 송이버섯 특유의 향에 모처럼 호사를 누렸다.

 

 

 

 

 

 

 

 

C 여행 요약 : 201310 16일부터 10 18일까지 2 3일간 네 명이 다녀온 여행 기록이다. 자가 차량을 이용하였고 숙식은 포트 렌프류 캠핑장에서 야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취사를 해서 해결하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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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28 0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사진은 마치 먹으로 그린 산수화처럼 멋진 풍경이에요...
    호떡 크기 만한 송이버섯...ㅎㅎ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다. 여전히 스님 두 분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누룽지는 조금씩 드셔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야크 카르카의 음식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물가가 오르는 것은 히말라야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라 나 또한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의 배짱 장사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가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트레커들 주머니를 최대한 털겠다 작정하고 나선 것 같았다. 난생 처음으로 끓인 물 한 병에 220루피란 돈을 지불했다.

 

계곡을 따라 꾸준히 걸은 끝에 해발 4,540m의 토롱 페디(Thorong Phedi)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붐볐다. 점심으로 라면이나 끓일까 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더군다나 일행들 대부분이 고소 증세로 식욕을 잃어 점심을 건너뛰어도 아무 불평이 없었다. 내친 김에 하이캠프까지 오르기로 했다. 원래는 토롱 페디에서 하루를 묵으려 했지만 오늘 조금 더 걸어두면 내일 토롱 라를 오르는데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고도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더 걸어두자는 현실적인 계산도 있었다. 경사가 꽤나 심한 오르막을 두 시간 더 걸어야 했다. 일행들 걷는 속도가 무척 느렸다.   

  

하이캠프로 오르는 지현 스님의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스무 걸음을 내딛고 제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하라고 주문했지만 한 번에 스무 걸음도 힘들어한다. 이런 상태로 내일 토롱 라를 오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법민 스님은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어 다행이었다. 여태까지 별 탈 없이 잘 걷던 이진우 선배가 갑작스레 얼굴이 퉁퉁 붓고 행동도 무척 느려졌다. 최정숙 회장도 숨이 가프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고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상황이 연달아 발생해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내일만 잘 버티면 되는데 역시 토롱 라가 복병이다. 그런데도 히말라야가 초행인 김우인 여사만 고소 적응에 별 어려움없이 잘 걷는다.

 

오후 3시가 가까워 하이캠프에 도착했다. 하이캠프에는 규모가 엄청 큰 로지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가장 뒤에 처진 사람을 챙기며 오다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도착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허기가 져서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카고백에서 버너와 코펠을 꺼내 급히 떡라면을 끓였다. 고산병 증세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 옆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얼마나 얄미운 짓인지 잘 알지만 어쨌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나. 로지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대단했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험봉들이 안나푸르나 연봉을 에워싸고 있었다. 로지에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어 카메라를 들고 혼자 올랐다. 꼭대기에는 제법 큰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 서서 어둠이 내려앉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 보았다.  

 

트레커, 가이드, 포터들까지 모두 들어와 식당은 완전 만원이었다. 바깥은 날씨가 추워 우모복으로 완전 무장을 해야 했지만, 식당 안은 사람들 열기로 그리 춥지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못하겠다 하는 사람도 있고, 식당에 나오긴 했지만 수저를 들지 못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군대식으로 정리하면 총원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전사, 두 명은 중상, 한 명은 경상,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멀쩡한 편이었다. 오늘 밤이 최대 고비다. 오늘 밤만 잘 버티면 내일 토롱 라를 넘기 때문에 고산병 걱정은 사라진다. 그런데 토롱 라까지 걸어 오르는 것이 무리라고 스스로 판단해 말을 타고 가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로지에 물어보았더니 토롱 라까지는 100, 묵티나트(Muktinath)까지는 200불을 달란다. 일단은 토롱 라까지 가는 것으로 해서 말 한 필을 예약했다. 나중에 다른 한 명도 추가로 말을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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