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레비나 패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0.11 랑탕 트레킹 - 10 (2)
  2. 2013.10.10 랑탕 트레킹 - 9 (2)

 

동틀녘 수탉 한 마리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훈련소 신병처럼 벌떡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로지 식당에서 만난 이스라엘 청년들 셋은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른단다. 배낭 크기가 장난이 아닌 것을 보아선 요리사나 포터를 쓰지 않고 고행에 나선 친구들이다. 속으론 좀 부러웠다.

 

이제부터는 줄창 내리막인줄 알았는데 계곡으로 내려섰다간 타데파티(Thadepati)까지 가파르게 올라선다. 내리막 길에 오르막이 나오면 좀 짜증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타데파티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 되었다. 타데파티부터 다시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능선 상에서 시샤팡마(Shishapangma)를 볼 수가 있다며 지반이 정상부가 매끈하게 보이는 먼 봉우리 하나를 가르킨다. 8,000m급 고봉 중에 가장 낮은 산으로 온전히 티벳 땅에 속해 있는 산이다. 비록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충분히 감격에 겨웠다.   

 

지반이 가르킨 또 다른 봉우리는 1992년 타이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한 현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제 지난 탑이 그 때 죽은 일본인 한 명을 추모하기 위해 가족들이 세운 위령탑이라 한다. 어제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탑을 지나치면서 고인을 추모라도 했을텐데 지반은 타이밍을 맞추는데 좀 서툰 듯 하다. 네팔에서는 신분이 무척 높은 귀족 출신이라는데 말이다.  

 

망겐고트(Mangengoth)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헬남부(Helambu)로 갈리는 길이 여기서 나뉜다. 쿠툼상(Kutumsang)까지는 무척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쿠툼상 들어서는 길목에 폐허 상태로 방치한 빈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여 년간 정부군과 마오이스트 반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낮에는 정부군에게 시달리고 밤이면 반군에게 얻어 맞는 일이 계속되니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 까닭이다. 지리산 빨치산 토벌 당시의 우리 나라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쿠툼상은 능선에 자리잡은 큰 마을이었다. 전기도 들어오고 사람들 입성도 풍족해 보였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표정에도 구김살이 없었다. 모처럼 로지에서 찬물로 샤워도 했다. 전등이 있으니 식당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좋았다. 또 하루가 흘렀다. 내일 하루 더 산에서 묵으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 산을 내려가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매미가 성장을 위해 허물을 벗듯 나는 히말라야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벗으며 성장통을 이겨내는 것 아닐까?

 

 

 

 

 

 

 

 

 

 

 

 

'산에 들다 - 히말라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랑탕 트레킹 - 12  (2) 2013.10.13
랑탕 트레킹 - 11  (0) 2013.10.12
랑탕 트레킹 - 10  (2) 2013.10.11
랑탕 트레킹 - 9  (2) 2013.10.10
랑탕 트레킹 - 8  (6) 2013.10.09
랑탕 트레킹 - 7  (2) 2013.10.08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안영숙 2013.10.12 0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물을 벗어 성장통을 이겨 낸다? 사춘기도 아니고 자신의 더 많은 발전을 위해 노력? 내지는 향상
    할수있는 모색을 찾아 본다라고 사료 되내요...
    사춘기의 growing pain 그런것 인가요? 아니면 다른뜻?.....


    석양 무렵의 대나무 모습, 너무 아름다와요,,,

  2. 보리올 2013.10.12 0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 생각이 많이 나시는 모양이네요. 신체적인 성장도 있지만 정신적인 내면의 성장통도 있다고 봅니다.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라고 보면 되지요. 전 히말라야에서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겠죠.

 

우리는 이 호수를 고사인쿤드라 부르지만, 현지에선 고사이쿤다(Gosaikunda)라 부르기도 한다. 아침에 맞는 호수는 좀 색달랐다. 고요하고 신비롭다고나 할까. 해가 높이 떠오르면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왜 시바 신은 삼지창으로 한 번만 찍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심심풀이로 몇 번 더 찍었다면 호수가 그만큼 늘어나 이 지역은 더 큰 성지가 되었을 것이고, 호수가 많지 않은 히말라야에 뛰어난 풍광을 선사했을 터인데 말이다.

 

이번 트레킹 구간 중에 가장 높은 지점인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른다. 해발 고도 4,400m인 고사인쿤드 로지에서 잠을 자고 4,610m까지 오르는 발길이 좀 무거워 보인다. 패스에 오르니 어제 보았던 마나슬루와 히말출리 연봉이 다시 보인다. 아쉽지만 여기서 작별을 고해야 했다. 우리는 반대편으로 내려서기 때문에 다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페디(Phedi)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 아래로는 여전히 구름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 된다. 고도를 낮추면서 구름 속을 들락거리기도 한다. 산길에 야생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선 고도를 많이 낮춘 모양이다. 야생화가 나타날 때마다 꽃박사인 안영숙 회장의 교성이 이어진다. 곱테(Gopte)에 내려서니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우리는 지난 이틀을 구름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는 구름 속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곱테 로지는 지금까지 묵은 로지 중에서 시설이 가장 열악했다. 송판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방은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옆방에서 뒤척이는 소리, 코고는 소리, 심지어 방귀 소리까지 모두 들려온다. 옆방에서 누가 밖으로 나갈 때면 찌그덕거리는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래도 11~12시간씩 누워 있기 때문에 수면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긴 할 수가 없다.

 

새벽 2시경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밤새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모두 걷힌 것이다.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듯 했다. 밤공기가 춥지만 않았다면 여기서 비박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인지 청승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멀리서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방으로 돌아갈 생각도 잊고 잠시 멍하게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산에 들다 - 히말라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랑탕 트레킹 - 11  (0) 2013.10.12
랑탕 트레킹 - 10  (2) 2013.10.11
랑탕 트레킹 - 9  (2) 2013.10.10
랑탕 트레킹 - 8  (6) 2013.10.09
랑탕 트레킹 - 7  (2) 2013.10.08
랑탕 트레킹 - 6  (0) 2013.10.07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안영숙 2013.10.11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osaikunda lake은 이름도 신비로워 마음의 한자리에 매김한듯 이름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고있어요.
    그날 아침은 기온도 급강한듯 down jacket을 입고 출발했고,호수가에 얼음도 얼은듯 싶네요.

  2. 보리올 2013.10.11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말라야엔 호수가 많지 않아 고사인쿤드와 같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으셨는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