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피드 시티를 벗어나 16번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마운트 러시모어(Mount Rushmore)로 가는 길이다. 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마운트 러시모어는 어릴 때 배웠던 <큰바위 얼굴>의 무대인지라 나름 감회가 깊었다. 연간 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꼽혀 아침 시각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을 커다란 바위에 사람 손으로 조각해 놓았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과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테오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그리고 애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바로 그 주인공들.

 

 

 

 

 

 

이 조각상은 조각가 거트존 보그럼(Gutzon Borglum) 1927년부터 1941년에 걸쳐 공사한 끝에 완공을 했다. 400명의 인부가 14년간 엄청난 다이나마이트를 사용해 공사를 했음에도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먼저 공사 과정을 담은 14분짜리 필름을 감상한 후 1km도 되지 않는 프레지덴셜 트레일(Presidential Trail)을 돌았다. 여러 각도에서 조각상을 볼 수 있었다. 얼굴 크기만 18m에 달하지만 아래에서 올려다 보아서 그런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캐리 그랜트가 출연했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로케이션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방문지는 커스터(Custer) 인근에 있는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조각상. 이 역시 산을 깍아 수(Sioux) 족이 배출한 걸출한 전사 크레이지 호스를 기념하는 조각상을 만들고 있는 현장이다. 1948년에 공사를 시작해 현재도 작업을 하고 있다. 공정으로 보면 20%나 제대로 완성되었을까? 하지만 이 공사가 완공이 되면 폭 195m, 높이 172m를 가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조각상이 탄생할 것이란다. 현재 모습을 드러낸 얼굴 크기만 27m에 이른다.

 

 

 

 

이 공사 시작은 수 족의 염원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땅, 블랙 힐스(Black Hills)에 미국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을 새긴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 인근에 크레이지 호스 기마상을 세우기로 하고 마운트 러시모어 공사에 참여했던 코작 지올코브스키(Korczak Ziolkowski)라는 폴란드계 조각가에게 부탁을 한다. 단돈 174달러로 시작한 공사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진전을 이뤘다. 얼굴이 형체를 드러내자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하겠다고 했으나 원주민 염원 사업에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통큰 결정이었다.

 

공사 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통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코작의 가족과 자원봉사자, 기부자의 재정적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진척이 엄청 느린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1인당 입장료 10불이 처음엔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공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공사 현장으로 접근하는 버스를 타는데도 따로 돈을 받는다.

 

 

 

 

서부시대 건물로 치장한 커스터 시티를 지나 커스터 주립공원으로 향했다. 야생으로 살아가는 버펄로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경유지로 넣은 것이다. 하지만 주립공원 입장료로 또 15불을 받으려 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버펄로 보는데 15불이면 적은 금액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시간도 부족했지만 말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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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안개가 자욱하더니 공항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과연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딜 가는 항공편은 취소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가 탈 비행기는 탑승을 준비한다. 어쨌든 우리는 예정대로 가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은 정말 어렵게 떠난다. 원래는 6월에 여행을 가려고 항공편, 호텔, 렌트카 모두를 예약해 놓았는데 결국은 회사 일로 취소하고 말았다. 항공편은 추가 비용을 내고 예약을 9월로 옮겨 놓았더니 이번에도 여러가지 일이 겹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무조건 떠나자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2011 9 3일부터 1주일간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와 와이오밍(Wyoming)을 향해 길을 나선 것이다.     

 

실로 십수 년 만에 집사람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었다. 집사람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 보였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떼놓고 갈 수가 없어 둘이 여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은 여행 스타일이 문제였다. 난 자연이 살아있는 오지나 험지를 좋아하고 집사람은 대도시를 선호했다. 텐트보단 호텔을, 하이킹보단 쇼핑을 좋아했다. 큰 마음 먹고 자연을 찾아 나선 이번 여행도 집사람의 체력이나 컨디션에 맞춰 효도관광 스타일로 쉬엄쉬엄할 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에서 갈아탄 유나이티드 항공기는 사우스 다코타의 래피드 시티(Rapid City)로 날았다.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안에서 본 것은 얕은 구릉과 황무지 뿐이었다. 프레리(Prairie)라 불리는 대평원이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비행기는 래피드 시티의 시골 역사같은 작은 공항에 내렸다. 개보수 공사를 한다고 실내가 엉망이었다. 공항을 벗어나자, 사우스 다코타 특유의 따가운 햇볕과 서늘한 공기가 가장 먼저 우릴 반긴다.

 

 

 

래피드 시티는 인구 7만 명을 가진 제법 큰 도시였다. 우린 여기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었다. 그리곤 멀리 와이오밍 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까지 다녀올 계획이라서 차량을 렌트했다.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피해 오후 4시경 시내로 나갔다. 멋진 외관을 지닌 저니(Journey) 박물관이 우리의 첫 목적지. 하지만 곧 문을 닫을 시각이라 박물관 구경 대신 트롤리(Trolley) 버스를 타고 래피드 시티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나무로 버스를 재미있게 꾸며 놓았다. 시내를 한 바퀴 돌고 공룡 공원에서 내려 래피드 시티를 조망하고는 마지막 트롤리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돌아왔다.

 

 

 

 

 

 

 

 

삭막한 황무지 가운데 있는 도시치고는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이어하우스(Firehouse)부터 들렀다. 서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기 위함이었다. 옛날 소방서 건물을 사용하는 것인지 소방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맥주 공장이자 펍이었다. 현지인들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 분명한 이 선술집 분위기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른 저녁 시각임에도 건물 안팎에는 맥주 한 잔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 집에서 만든 맥주 한 잔을 곁들여 이른 저녁을 마쳤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래피드 시티 도심을 걸었다. 특이하게도 도로 모퉁이마다 실제 사람 크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얼굴이 익어 누군가 이름표를 보았더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아닌가. 레이건 대통령도, 클린턴 대통령도 있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동상을 길 모퉁이마다 설치해 놓은 것이다. 동상이 나타날 때마다 집사람과 멀리서 얼굴만 보고 누군지 알아 맞추는 게임을 했다. 제대로 맞춘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미국 대통령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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