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중간에 어딜 들르지 않고 곧장 오타와로 가기로 했다. 우리 관심사인 캐나다 동부의 단풍 구경은 오타와에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사스캐처원과 매니토바를 지날 때도 커피나 식사를 위해 잠시 멈추었을 뿐, 구경은 모두 뒤로 미뤘다. 사스캐처원으로 들어와 메이플 크릭(Maple Creek)에 도착했더니 기름은 떨어졌는데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한 트럭 운전자에게 다음 주유소를 물었더니 한 시간 반은 더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부득이 그 옆에 있는 허름한 모텔에 투숙을 해야 했다. 캐나다에 살면서 시설이나 청결이 이렇게 엉망인 곳은 처음이었다. 바닥엔 바퀴벌레가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심지어는 침대 시트에서도 바퀴벌레가 나왔다.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집사람 눈에 바퀴벌레가 띌까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니토바를 지나 온타리오에 들어서니 호수와 구릉, 그리고 숲도 나타났다. 대평원 지역과는 달리 풍경에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버밀리언 베이(Vermillion Bay)란 조그만 마을에서 캐빈을 얻어 하루 묵었다. 여긴 그런대로 시설이 좋아 본전 생각이 나진 않았다. 선더베이(Thunder Bay)를 지나 17번 하이웨이 좌우로 펼쳐진 노란 단풍에 넋이 나가 좀 과속을 했던 모양이다. 위장 경찰이 우리 차를 세웠다. 90km 구간을 114km로 달렸다고 딱지를 떼였다. 우리가 선뜻 잘못을 인정한 덕분인지 24km 초과를 16km로 깍아주고 그에 따른 벌금도 95불에서 55불로 낮춰주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두 시간 더 가면 단풍이 멋진 구간이 나오니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경찰을 만나다니 솔직히 벌금이 아깝지 않았다.

 

아가와 캐니언(Agawa Canyon)으로 가는 단풍 열차로 유명한 수생마리(Sault Ste. Marie)에서 하룻밤을 묵고는 오타와로 차를 몰았다.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에 오타와에 도착해 막내딸을 만났다. 딸의 안내로 오타와 시내로 나갔다. 오타와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인구도 90만 명으로 캐나다에선 큰 편에 속한다. 토론토와 킹스턴, 몬트리올과 퀘벡시티 등 네 개 도시가 수도가 되기 위해 격렬히 대립하자,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그 가운데 한 도시를 택하지 않고 온타리오와 퀘벡 경계에 있는 오타와를 수도로 정했다고 한다. 도심으로 들어가 리도 운하와 국회의사당, 충혼탑을 대강 둘러보고는 타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선 유명한 식당인지 현 트뤼도 연방수상을 비롯한 유명인사와 주인이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있었다.



 

사스캐처원 초입의 메이플 크릭에서 하루 묵은 모텔은 외양도 허름하지만 내부또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온타리오로 들어서 버밀리언 베이란 마을에서 캐빈을 구해 하루 묵었다.


매일 아침이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마을에서 팀홀튼스 커피 한잔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20분이 지난 커피는 버리고 새로 내린다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다.




선더베이를 지나 트랜스 캐나다 17번 하이웨이를 달리는데 도로 옆으로 노란색 단풍이 연이어 나타났다.


규정속도를 초과해 달렸다는 이유로 선더베이의 위장 경찰에게 딱지를 받았다.




오타와 도심의 야경도 제법 화려한 편이었다.


오타와 강과 온타리오 호수를 연결하는 리도 운하는 겨울철이면 그 일부가 아이스링크로 변한다.


페어몬트 샤토 로리에 호텔(Fairmont Chateau Laurier Hotel)


국회의사당 건물 앞에 설치된 캐나다 탄생 150주년 기념조형물


컨페더레이션 광장에 있는 충혼탑




저녁 식사를 한 로얄 타이 식당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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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13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떻게 그런 모텔이 있을 수 있죠? 정말 놀랐습니다. 저도 경찰들한테 들은게 있는데 자기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과(?)를 하면 오히려 경찰들이 선처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으셨네요!

    • 보리올 2017.11.15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 말이다. 나도 캐나다 살면서 이렇게 시설이 형편없는 곳은 처음 보았다. 기름이 떨어져 오갈데 없는 손님들 받으며 근근히 살아가는 것 같더구나.

 

아침에 모텔을 나서는데 눈이 내린다. 4월 말인데도 눈이 내리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조금 있으니 눈발이 비로 변했다.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된다. 대평원 지역, 즉 프레리(Prairie)를 지나면서 참으로 심심한 풍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일망무제의 평지이거나 얕은 구릉이 펼쳐지고 그 위엔 누런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땅은 이상하게도 검은색을 띄고 있었다. 운전도 지루하긴 마찬가지였다. 크루즈 기능을 세팅하곤 그냥 달렸다. 핸들조차 돌릴 필요도 없었다. 똑바른 길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풍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면 메뚜기처럼 열심히 방아찧기를 하며 기름을 캐는 그래스호퍼(Grasshopper)의 움직임이 전부라고나 할까.  

 

알버타 주 12번 도로를 타고 가다 갑자기 사스캐처원 주 51번 도로로 바뀌었다. 어느 새 주 경계선을 넘은 것이다. 풍경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스캐처원으로 들어오니 도로 상태가 엉망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스팔트가 파여나간 곳을 자갈로 메운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부유한 주와 가난한 주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317번 도로를 달리며 그것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포장을 하지 못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도로가 완전 진흙탕이라 차가 지그재그로 미끄러지기를 수 차례. 기름을 실어나르는 유조차가 지나가면 엄청난 흙탕물을 뿌려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리기도 했다. 도로는 유정을 따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 이정표도 없어 길을 찾는데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마렝고(Marengo)에 도착해 정신을 가다듬고 7번 도로로 들어서니 여긴 아스팔트 길이다. 메이플 크릭(maple Creek)을 지나 사이프러스 힐스 주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이 공원은 사실 알버타 주와 사스캐처원 주에 걸쳐 있다. 알버타에 있는 블럭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사스캐처원에 있는 중앙 블럭(Center Block)만 들렀다. 사이프러스 힐스는 과거 술 밀거래꾼들이 원주민 부락을 습격해 부녀자와 아이들을 학살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노스웨스트 기마경찰이 창설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연방경찰(RCMP)로 발전한 것이다. 사람도 없고 공원내 시설도 대부분 닫혀 있었다. 공연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1,275m에 있는 전망대를 올랐건만 비구름에 모든 것이 가려버렸다. 한 마디로 완벽하게 헛걸음을 한 것이다.

 

공원을 빠져나오다 포트 월시(Fort Walsh)로 가는 221번 도로가 보여 들어섰다가 또 한번 수난을 겪어야 했다. 포장도로가 곧 임도 수준의 비포장으로 바뀌더니 겨우내 얼었던 도로가 비에 녹으면서 엄청 미끄러운 것이 아닌가. 여기서 되돌아설까 여러 번 망설였지만 차를 돌릴 공간도 없었다. 결국 차가 미끄러지며 앞바퀴가 길옆 수렁에 빠져 버렸다. 핸드폰도 불통 지역이었고 이 길은 차가 다닌 흔적조차 없었다. 꼼짝없이 오지에 갇히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동을 끄고 먼저 마음을 가라앉혔다. 심호흡과 함께 다시 시동을 켜고 차를 조금씩 앞뒤로 움직이며 20여 분만에 간신히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차를 돌릴만한 공간이 없어 수백 미터를 후진해서 겨우 자갈길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원래는 사스캐처원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었지만 머릿속엔 빨리 사스캐처원을 떠나잔 생각밖에 없었다. 미끄러운 317번 도로에서 흙탕물을 몇 차례 뒤집어쓰고 221번 도로에서는 차가 수렁에 빠져 마음고생까지 하다 보니 사스캐처원에 대한 인상이 많이 흐려졌다. 시골 도로까지 모두 포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겠지만 겨울이 끝나는 해빙기에는 무슨 대책이 필요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메이플 크릭에서 주유를 하곤 1번 하이웨이로 올라탔다. 편도 2차선의 고속도로가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알버타 주로 향하는 길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우내 얼었던 도로가 녹기 시작했다.몇 차례 진흙탕을 뒤집어쓰며 미끄러운 317번 도로를 달려야 했다.

 

 

 

 

 

 

 

사스캐처원의 시골 풍경. 프레리라 불리는 대평원 지역이 펼쳐져 퍽이나 단조로운 풍경이 계속되었다.

 

 

인구 450명을 가진 이토니아(Eatonia)란 마을을 지나치며 사스캐처원의 마을 하나를 스케치하였다.

농업이 주종인 조그만 마을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비구름이 가득한 가운데 사이프러스 힐스 주립공원에 닿았다. 중앙 블럭은 알버타에 있는 사이프러스 힐스나

사스캐처원의 웨스트 블럭에 비해선 무척 작은 지역이었지만 야외 활동을 즐기기엔 적당해 보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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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시카 2014.06.04 0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이 캐나다 히스토리 교과서에서만 듣던 끝도 없이 펼쳐진 Canadian Prairies군요... 갑자기 고딩시절 소셜스터디 반이 기억이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