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10.07 랑탕 트레킹 - 6
  2. 2013.10.04 랑탕 트레킹 - 3 (4)
  3. 2013.10.03 랑탕 트레킹 - 2 (4)
  4. 2013.05.08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5
  5. 2013.05.06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3

 

어제는 쌀이 부족하다고 현지에서 쌀을 사더니 오늘은 김치가 떨어졌단다. 2주 트레킹인데 1주도 채 되지 않아 물자 부족 현상이 벌어지다니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떤 꿍꿍이가 있지 않나 의심도 했지만 일단 카트만드에 긴급 공수를 요청했다. 로지 주인이 청구하는 금액을 보면 물가도 엄청 올랐겠지만 우리를 봉으로 아는 그네들 의식도 엿볼 수 있었다. 야채나 장작 가격이 엄청 비싸게 청구되어도 가이드나 요리사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히 로지 주인편이란 것을 트레킹 내내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오늘 구간은 강을 따라 고도를 700m 내렸다가 다시 500m를 올려 툴루샤부르(Thulo Syabru)에 닿아야 한다. 밤부를 지나 절벽에 석청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계곡을 오르면서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땐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사람들이 석청을 따려고 길게 줄사다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네들에게 석청을 사면 진짜 석청을 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네팔에서 진짜 석청을 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툴루샤부르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다랑이논이긴 하지만 경작지가 제법 넓어 부촌이란 냄새가 풍긴다. 곡식을 추수하는 농부들의 바쁜 손길을 느낄 수도 있었다. 호텔 라마에 투숙을 했다. 이름에 호텔이란 말이 들어갔다고 시설이 로지완 연판 달랐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방에 딸려 있었다. 모처럼 호강을 한다. 우리 손에 없다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인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익숙해 산다.

 

모처럼 영양 보충을 위해 닭을 두 마리 사서 백숙을 준비하라고 했다. 마리당 1,200루피씩 주었으니 좀 비싸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한 마리는 우리 일행이, 다른 한 마리는 현지 스탭들이 먹도록 했다. 식사 후 마을 구경에 나섰다. 논에는 원숭이 떼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고, 멀리 가네쉬(Ganesh) 산군이 눈에 띄었다. 이 마을에서 티벳 국경이 직선거리로 불과 몇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마을엔 인터넷 카페도 두 군데나 있어 트레커들을 유혹한다. 그 중 한 곳을 들러 한글 지원이 되냐고 물었더니 대답도 않고 무턱대고 컴퓨터부터 켠다. 한글이 되지 않아 되돌아 나오는데 일단 컴퓨터를 켰으니 돈을 달란다. 점잖게 거절하고 나왔다. 형편이 괜찮아 보이는 마을인데도 우리를 발견한 아이들은 예외없이 초코렛이나 펜, 돈을 요구했다. 어느 녀석은 그냥 지나치는 우리에게 욕을 해대는 것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혼내 줄 수도 없으니 이방인인 우리가 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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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잠자리 풍경은 늘 비슷하다. 좁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잠이 들면 그 때부턴 무슨 의미인지도 헤아리기 어려운 묘한 장면들이 영화처럼 수시로 바뀌다가 잠에서 깬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다. 가끔은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아마 이것도 히말라야 신들을 만나는 신나는 경험 중 하나 아닐까 싶다.

 

밤부라는 단어를 쓴 마을답게 주변에 대나무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그렇다고 엄청난 숲을 이룰 정도는 아니었다. 히말라야에도 대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정도라고나 할까. 나무숲을 관통하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히말라야에서는 흔치 않은 길이다. 맞은 편에서 내려오던 독일 아가씨 한 명이 매직 포리스트(Magic Forest)!’라고 표현한 것을 듣고 보아서 그런지 숲길이 더 매력적이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낮은 관목을 통과하자, 숲이 사라지며 풍경이 트이기 시작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해발 고도를 1,000m나 올린다. 연이틀 1,000m씩을 올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해발 고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더 높은 고도였더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점심은 리마가 수제비를 준비했다. 히말라야 산속에서 먹는 수제비라 더 맛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밴쿠버 한인 산우회 회장을 역임한 최정숙, 안영숙 두 여걸은 이런 호사가 어디 있냐고 연신 감탄을 거듭한다.

 

해발 고도가 3,430m인 랑탕(Langtang)에 도착했다. 마을이 제법 크다. 랑탕 문화 센터란 건물에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모여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딜 가나 개구장이들은 근심 걱정없이 활달하기만 하다. 문화 센터란 건물이 낮에는 학교 건물로 쓰이는 모양이었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 나간 건물에선 무슨 종교 의식을 준비하는지 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해질녘 랑탕 구경에 나섰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구슬려 사진 몇 장 찍고는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할머니 한 분이 자리에 앉으라 하더니 자꾸 차를 권한다. 처음엔 괜찮다 손사래를 쳤지만 나중엔 반쯤 강요에 가깝게 변했다. 결국 차를 한 잔 마셨다. 차값으로 100루피를 시주했더니 그것은 사찰에 내는 것이고 차값은 별도로 자기에게 달란다. 대꾸도 않고 그냥 100루피만 주고 밖으로 나왔다.  

 

랑탕의 높이면 고소증세를 걱정할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한 대장이 내일 걍진곰파(Kyanjin Gompa)까지만 갔다가 먼저 돌아서겠다 한다. 맥주로 간단한 송별식을 치뤘다. 고산병 때문에 한 잔씩으로 미리 못을 박아야 했다. 이제 또 10시간의 기나긴 취침에 들어가야 한다. 방을 함께 쓰는 후배 김정의 씨와 침대에 누워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논하다 잠이 들었다. 화제가 너무 무거워 잠이 쉽게 온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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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04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산증으로 토하고 설사하고 코피까지 동반했던 그때 처량했던 나의 모습도 이젠
    과거로 그리움으로 가물 가물 꿈처럼 한 모퉁이에 남았네요. 랑탕의 추억으로.......

  2. 보리올 2013.10.04 15: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랑탕의 추억이라... 멋진 말이네요. 고산병이야 고산에 들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이지요. 그래도 심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3. 설록차 2013.10.06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을 공유하는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정겨워요...흔한 경험이 아니지요...^*^

  4. 보리올 2013.10.06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랑탕을 함께 갔던 분입니다. 산을 엄청 잘 타는 여걸인데 연세가 드셨다고 생각하셔서 요즘은 힘든 산행에 나서길 꺼리는 것 같습니다. 세월 앞에선 장수가 없다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샤브루베시에서의 첫날 밤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무슨 일인지 잠을 자다가 배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녁 무엇을 잘못 먹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크게 잘못될 것은 없었다. 첫날부터 이러면 트레킹이 쉽지 않을텐데 내심 걱정이 되었다.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잠을 청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동이 트는 새벽까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문을 통해서 내다 본 맑은 하늘이 그나마 기분을 진정시킨다. 아직 산자락에는 햇살이 들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배가 아팠던 것도 잠시 잊었다.

 

산속 마을 로지에서 첫날을 보낸 일행들이 잠자리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나도 복통으로 잠을 설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서 짜증보다는 묘한 기대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첫 경험이란 늘 기대로 설레이면서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트레킹 중에 만나는 어려움이나 불편을 최대한 즐기자는 취지로 일행들에게 새삼 당부를 했다.

 

실제로 산길을 걷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샤브루베시에서 라마호텔까지 하루에 해발 고도를 1,000m나 올린다. 아직은 고도가 높지 않아 그리 걱정은 없지만 제법 빠른 템포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이 일정으로 걷는다고 하니 우리만 여유부릴 수는 없는 일. 밤부(Bamboo)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는 꽤나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했다.

 

굉음을 내며 흐르는 랑탕 콜라의 수량이 엄청나다. 콜라(Khola)란 계곡, 계류를 말하는데 상당한 폭을 가진 강도 여기선 콜라라 한다. 그런데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지 이 단어를 들으면 왜 자꾸 코카콜라나 펩시콜라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가끔씩 찾아오는 복통에 신경이 쓰인다. 뜻밖에 복병을 만난 기분이다. 가능하면 천천히 무리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을 했다. 네팔로 오기 전 열흘 동안 매일 술로 살았던 후유증인 모양이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목적지인 라마호텔에 도착을 했다. 라마호텔은 해발 2,470m 높이에 있다. 이 정도 높이에서도 고소증세를 나타내는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는 아직 고소증세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행이다. 좀 이르단 느낌이 들었지만 일행들에게 머리에서 발산되는 체열 손실을 막기 위해 고소모를 쓰라 당부를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시각이 오후 6. 해가 일찍 떨어져 어두워지면 시간을 보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식탁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마당에 의자를 놓고 별 구경까지 마쳐도 두 시간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잠 실컷 자고 싶은 사람은 히말라야를 찾으면 좋다. 저녁이면 잠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 최소 10시간은 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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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선호 2013.10.25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그리 갔는가??
    우리 보내고 바로 히말라야로??
    대단하네..
    심신이 그리 편한 상태는 아닐텐데..
    한 편 부럽기도 하고..
    멋진 풍광 사진으로나마 잘 감상하겠네..
    즐거운 산행되기를..

  2. 보리올 2013.10.25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네를 헛깔리게 만들어 미안하네. 랑탕 다녀온 이 기록은 몇 년 전 것일세. 요즘 시간이 나서 옛날 자료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지. 매일 올려도 앞으로 1년은 계속 해야 되겠더구만. 스스로 신세는 좀 볶아도 이 참에 정리해 놓으려고. 시간 되면 자주 놀러오게나.

  3. 권선호 2013.10.25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식..깜짝 놀랬네..
    자주 들어와 훔쳐보겠네..

  4. 보리올 2013.10.26 0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이번에는 자네를 깜짝 놀라게 했구만. 연거푸 미안하게시리... 허접한 내용도 많네. 자네에게 소용되는 정보라도 있으면 좋겠네.

 

프랑스 친구들이 새벽부터 ABC를 오른다고 부산을 떠는 바람에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잠에서 깼다. 그냥 침낭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6시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안나푸르나 쪽으로 부드러운 햇살을 받은 봉우리들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부턴 하산이 남았다. 고도를 낮춰 산을 내려서는 일은 부담이 없어 좋았다. 올라올 때 이틀 걸렸던 거리를 하루에 걷는다. MBC를 출발해 점심은 밤부에서 먹고 촘롱까지 하루에 뺐다.

 

우리와 비슷한 일정으로 트레킹에 나섰던 대산련 경북연맹 산꾼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걸었다. 주로 포항분들이 많았다. 이 인씨를 포함한 두 명은 이름있는 전문 산악인이었다. 32명의 대규모 그룹 때문에 MBC에서 로지를 구하지 못하고 텐트에서 묵게된 것 같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런 대규모 산행 그룹에 익숙하지만 사실 외국에서 이런 규모는 보기 힘들다. 우리도 이제부턴 규모를 좀 줄여 다녔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밤부에서 시누와로 올라서는 일, 그리고 시누와에서 계곡을 건넌 후 촘롱으로 올라서는 일이 무척 고단했다. 끝없이 계단을 올라야 했다. 하산길에 이런 구간이 나타나면 짜증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촘롱 로지를 올라서기 전에 가게 하나가 있는데, 다른 가게에 비해 물건도 많았고 가격도 쌌다. 우리에게 가격이 싸다는 것을 한국어로 어떻게 발음하냐고 물어 아예 종이에 적어 주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인만큼 한국어로 표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촘롱 인터내셔널 게스트하우스는 한국 트레커들에게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왜냐 하면 간판에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을 한다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여길 올라올 때 지누단다에서 묵었던 로지 주인의 여동생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 로지의 주인은 숙부인 가지란 사람. 한국에서 6년을 체류하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한국말이 유창하고 김치도 직접 담근다고 했다. 이 로지에서 바라보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마차푸차레의 모습이 일품이었다. 석양에 붉게 물든 봉우리를 쳐다보는 일도 너무 좋았다. 산을 오를 때 여기에 묵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지가 담갔다는 김치를 넣어 만든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김치는 좀 별로였고 그것을 넣어 만든 찌개와 볶음밥도 그저 그랬다. 그래도 깍두기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곳 히말라야에서 김치와 깍두기를 먹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가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며 동생과 위스키 한 잔씩 했다. 이번 히말라야 여행을 통해 동생이 어느 정도 머릿속 고민거리를 날려 보낸 것 같아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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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고소로 진입하는 날이다. 나야 그런대로 버틸 것이라 생각하지만 히말라야가 초행인 동생에게는 긴장되는 순간이리라. 천천히 걸어라, 물을 많이 마시라고 동생에게 당부를 했다. 촘롱(Chomrong)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었다. 숨이 턱까지 찬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걸었다. 길가에 있는 조그만 가게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음료수를 가져다 우리 앞에 놓고는 한국인이냐 묻는다. 병따개를 들고 우리 앞에서 배시시 웃는 아주머니. 별 수 없이 콜라 두 병을 팔아 주었다. 이런 상술을 가진 귀재가 이 깊은 산중에 은거하고 있었구만.  

 

촘롱까지 2시간 30분 걸린다고 표지판에 쓰여 있었지만 우린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 빨리 걸었다는 의미인가? 우리보다 더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었나? 아무래도 소요 시간을 너무 길게 잡은 모양이다. 촘롱에서 시누와(Sinuwa)까지도 오르막 길이 만만치 않았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데, 이런 산길이 히말라야에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구간이다. 오늘도 햇볕은 쨍쨍하다. 지도상으로 보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절반 정도 오지 않았나 싶다.

 

치누와에 있는 매점에서 동생이 제법 가격 흥정을 잘 한다. 이 친구는 히말라야가 처음인데도 나보다 한 수 위다. 1리터에 45루피 달라는 것을 흥정을 해서 30루피에 사왔다. 라면 끓일 물까지 공짜로 얻어온 솜씨에 내심 감탄을 했다. 손보사 지점장을 거쳐 보험으로 자수성가한 친구라 흥정이라면 한 가닥하는 구석이 있었다. 어제 지누단다에서는 병맥주와 생수를 팔지 않았다. 환경보전지구(ADAC)라는 핑계로 캔맥주를 병맥주 가격에 팔았고 생수 대신 끓인 물을 1리터에 40루피씩 받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곳 상인들의 담합이 아닌가 싶었다. 다른 지역은 그런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속은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지만 이미 지나쳤으니 어쩌랴.

 

밤부(Bamboo)가 가까워오면서 대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염소에게 대나무 잎을 먹이는 목동도 만났다. 밤부에서 포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려는 도반(Dovan)이나 히말라야(Himalaya)에는 빈 방이 없다니 여기서 묵자고 한다. 어찌 방이 없는 것을 알았냐 물었더니 밤부 로지 주인이 그런다고 했다. 그래서 로지 주인을 불렀다. 얼굴이 반반한 여주인이 나타나 그냥 “Many many people”이라 한다. 어이가 없어 포터에게 방은 내가 구할테니 히말라야까지 가자고 했다. 도반부터는 포터의 발걸음이 빨라져 우리도 덩달아 속도를 냈다.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한 봉우리는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가 전부였으나, 오늘은 마차푸차레 왼쪽으로 강가푸르나와 안나푸르나 3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나푸르나 주봉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도반을 출발할 즈음, 계곡을 따라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우리를 추월해 버린다. 이러다가 비를 맞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비를 맞지 않은 채 히말라야(2,920m)에 도착했다. 9시간 40분의 긴 여정이었다.

 

히말라야엔 사람들로 북적거리긴 했지만 처음 찾아간 로지에서 구석진 방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전기불이 없어 좀 불편하긴 했지만 여긴 히말라야 아닌가. 옆방에 묵고 있던 한국인 대학생 셋이 인사를 해온다. 배낭 여행 중이라는 남학생 하나에 여학생 둘. 젊음과 자유, 배낭 여행이 부러웠다.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우리 테이블로 초대를 했다. 볶음밥과 맥주로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음식값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이제부턴 고도를 높일수록 음식은 점점 비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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