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 도로를 달려 오셀로로 가는 중에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로 다시 들어섰다. 여기서도 잠시 차를 세웠다. 13,000년 전 빙하기가 끝이 나면서 수없이 반복된 대규모 홍수가 만든 독특한 지형인 드럼헬러 채널스가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시속 70마일이 넘는 속도로 쓸고 내려가는 격류였다니 침식이 엄청났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황량한 들판은 세이지(Sage)가 주를 이룬 관목 스텝 생태계를 보이고 있는데, 인간이 가축을 방목하고 외래 식물종이 침입하면서 세이지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 생태계에서 살아가던 동물종 또한 상당히 줄었다. 세이지 그라우스(Sage Grouse)란 조류는 그 개체수가 80%나 줄었다고 한다. 우리 눈으로 그런 변화를 식별하긴 어려웠지만 대신 사방을 둘러보고는 자리를 떴다.

 

컬럼비아 강 하류로 내려가 아담스 산(Mt. Adams)으로 드는 마을, 트라우트 레이크(Trout Lake)로 향했다. 아담스 산은 해발 3,743m로 워싱턴 주에선 레이니어 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아담스 산으로 접근하려면 대부분이 이 트라우트 레이크를 지난다. 그런 까닭에 마을 초입에서 만난 헤븐리 그라운드스(Heavenly Grounds) 카페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도 커피에 시나몬 롤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담스 산은 멀리서 보아도 그 육중한 몸매가 눈에 띄었다. 길가에서 자라는 베어 그라스(Bear Grass)가 눈에 많이 띄었다. 밴쿠버에선 찾아보기 힘들고 캐나다 로키에 속한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꽃인데 여긴 지천이다. 97번 도로 상에 있는 브룩스 메모리얼 주립공원의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홀로 모터바이크를 몰고 여기저기 떠도는 노인을 만났다. 영혼은 무척 젊어 보였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에 있는 드럼헬러 채널스의 다른 지역을 둘러 보았다.

 

 

트라우트 레이크로 이동 중에 만난 풍경

 

 

 

 

트라우트 레이크의 헤븐리 그라운드스 카페에서 커피 한잔 했다. 시골에 있는 카페지만 손님이 많았다.

 

 

 

 

 

마운트 아담스의 경내에서 불에 탄 나무들과 베어글라스의 꽃망울을 만났다.

 

 

 

 

골든데일(Goldendale)의 브룩스 메모리얼 주립공원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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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14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0마일이요? 와우...상상이 안 가네요...그러니까 저런 지형이 생겨날 수 있겠군요. 레이니어가 가장 크고 세번째가 베이커이고 두번째를 몰랐었는데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미국 북서부에 있는 다섯 개 주를 한 바퀴 도는 로드트립에 나섰다. 두 쌍의 부부와 함께 움직였는데, 연로하신 부부가 있어 그 분들 컨디션에 맞춰 진행을 해야 했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통과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 유역에 있는 조지(George)란 마을이었다. 워싱턴 주에 있는 조지란 지명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워싱턴을 생각나게 했다. 나중에 그 유래를 살펴 보았더니 역시 조지 워싱턴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특이한 지명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이 마을이 유명한 이유는 1985년에 개장한 야외 콘서트장(Gorge Amphitheatre)이 있어서다. 잔디밭에 앉아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는데, 무려 27,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해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콘서트가 열리기에는 시즌이 좀 일렀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장 가운데 하나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꼽았다 해서 더욱 그랬다.

 

매년 여름 사스쿼치 음악제(Sasquatsch Music Festival)가 열리면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연적인 지형을 제대로 활용한 예가 아닌가 싶었다. 야외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무슨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지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안내 요원이 가르켜준 대로 콘서트장이 내려다 보이는 벼랑 위로 올랐다. 음악도, 사람도 없는 황량한 분위기라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조지가 자랑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미국 건국일인 7 4일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체리 파이를 만드는 행사가 열린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파이를 나눠준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런 행사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마을이었다. 우리가 오른 벼랑 바로 옆에 케이브 비 에스테이트 와이너리(Cave B Estate Winery)가 있었다. 포도밭이 펼쳐진 계곡에서 숙박시설도 운영하고 있었다. 테이스팅 룸에서 레드 와인인 케이브맨 레드(Caveman Red)를 두 병 시켰다. 레이블도 멋졌지만 기격에 비해 맛도 훌륭했다. 이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레드와인인 듯 했다.

 

262번 도로를 타고 오 설리번 댐을 지나 좌회전해서 블라이스 호수(Blythe Lake)를 찾아갔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Columbia National Wildlife Refuge) 안에 있는 이곳은 흔히 드럼헬러 채널스(Drumheller Channels)라 불리는 지형으로 유명하다. 드럼헬러 채널스는 컬럼비아 고원 내에 세월이 만든 여러 갈래의 물줄기를 일컫는데, 현무암 절벽과 협곡, 호수가 어우러져 있다. 오랜 기간 화산과 빙하가 세월과 엮어 만든 작품이다. 빙하기가 끝날 무렵 빙하가 녹은 물이 수 차레 대규모 범람을 일으켜 침식시킨 지형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풍경이 그리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진 않았으나 다양한 지형을 지녔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이스 호수를 따라 좀 걷고는 발길을 돌렸다. 262번 도로를 타고 오셀로(Othello)로 향하다가 언덕 위에 넓게 자리잡은 유채밭을 발견했다. 오랜 만에 노란꽃 앞에 서서 행복한 표정으로 포즈를 잡아 보았다.

 

 

 

 

 

워싱턴 주의 작은 마을, 조지를 유명하게 만든 야외 콘서트장을 벼랑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케이브 비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도 가졌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 안에 있는 드럼헬러 채널스는 화산, 빙하, 빙하 녹은 물이 만든 대표적인 침식 지형이다.

블라이스 호수 주변을 30여 분 거닐며 분위기를 느껴 보았다.

 

 

오셀로로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유채밭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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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09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싱턴주 저런 곳이 있었다니! 저도 몰랐네요~ 미국도 가볼 곳이 넘넘 많은 것 같아요~ 저렇게 드넓은 유채밭도 보기 드문 것 같아요. 제주도는 조그마한 유채밭도 돈 내고 사진 찍으라는 세상인데 너무 틀리네요!

    • 보리올 2017.03.10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풍경을 만나는 우연도 있지 않겠냐. 이 유채밭만 해도 그렇고. 세상 참으로 넓다는 것이 실감나지.

 

캐나다에는 호수가 무척 많다. 캐나다 로키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로키가 히말라야나 알프스와 구별되는 특징 하나도 속에 호수가 유난히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캐나다에는 이렇게 호수가 많은 것일까? 오래 빙하기에는 캐나다 전역이 빙하로 덮여 있었다. 빙하기가 끝이 나면서 빙하들이 후퇴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맨땅이 드러났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던 빙하가 녹아 가늘고 호수를 만들었고, 뭉툭한 빙하 덩어리는 통째로 녹아 가운데가 움푹 파인 원형 호수를 만들었다. 이런 까닭으로 캐나다 호수는 대부분 빙하호라 보면 된다. 때문에 산세가 발달한 캐나다 로키에도 많은 호수가 생성되었고, 대부분이 산과 빙하, 숲과 어울려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면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는 어느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미적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답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행여 방문객 숫자가 하나의 가늠자가 된다면 루이스 호수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밴프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아이콘이라 있다. 하지만 루이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와 버금가는, 아니 어떤 사람은 오히려 위라고 말하는 다른 호수가 있다. 바로 모레인 호수다. 루이스 호수보다도 비취색 호수에서 맑고 청순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진 설명]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스로 가는 중간에 만나는 캐슬 산(Castle Mountain).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성채 같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사진 설명] 루이스 호수는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라는 곳이다. 세계적인 관광지인만큼 늘 사람들로 들끓는다. 해발 1,732m 높이에 있는 호수인데도 실제 그런 고도감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사진 설명]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위스 가이드(Swiss Guide)란 명판이 붙은 조그만 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다. 1885년 열차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몰려 오자 사람들을 산으로 안내할 산악가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산악 경험이 풍부한 스위스인 가이드를 들여와 활용을 하였고, 그들의 업적을 기려 이 동상을 설립한 것이다.

 

 

 

[사진 설명] 빙하수가 유입되는 루이스 호수 끝단으로 가면 어렵지 않은 암벽 등반 코스가 나온다. 근처에 사는 땅다람쥐 한 마리가 우리 접근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 설명] 청색과 회색이 섞인 루이스 호수의 색깔보다 비취색 일색인 모레인 호수의 색깔이 더 맑고 청순한 느낌을 준다. 모레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열 개의 봉우리, 즉 텐픽스(Ten Peaks)의 위용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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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6.30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레이크 루이스에서...
    보트탔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아름다웠던 여름날이었는데
    옆에 호텔 화장실을 이용했던 기억도 ^^

    • 보리올 2014.06.30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이스 호수에서 카누를 타셨다니 멋진 추억을 만드신 셈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호수에서 카누를 탄 사람도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거든요. 거기에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도 전격 방문을 하셨다니... ㅎㅎㅎ

  2. 해인 2014.07.12 1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모레인 호수에서 카누를 타보았지요! 너무 너무 맑았던 모레인 호숫물! 근데 노 젓는 것도 보통 운동이 아니더라고요.. 다음 날 팔에 알이 통통 베겼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