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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후안 성당

산티아고 순례길 24일차(팔라스 데 레이~살세다) 할로윈 데이인 10월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상한 꿈을 두 개나 꾸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그 의미 파악에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치 하늘의 계시인 듯 해서 솔직히 하루 종일 머릿속이 꽤나 복잡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뒤치닥거리다가 5시 30분에 부엌으로 나왔다. 파스타에 렌틸콩을 얹어 아침으로 먹고 7시도 되기 전에 밖으로 나섰다. 깜깜한 어둠을 헤치고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 보였는데 구름이 살짝 벗겨지며 일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른다는 느낌도 없이 허무하게 일출이 끝났고 말았다. 조금 있으니 시커먼 구름이 몰려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다. 발걸음..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23일차(페레이로스~팔라스 데 레이) 배낭에 고히 모셔둔 마지막 신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모처럼 먹은 매운맛에 코에 땀이 났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일출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여명이 제법 아름다웠다. 비만 그쳐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길을 가다가 땅에 떨어진 사과 몇 알을 주웠다. 이따가 간식으로 먹자고 배낭에 넣었다. 뉴욕 주에서 왔다는 60대 중반의 케빈과 함께 걸었다. 얼굴은 본 적이 있지만 오늘에서야 통성명을 했다. 뉴욕 주에서 낙농업 NGO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 은퇴를 했단다. 그는 돌로 지은 이 지역 주택이나 돌담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케빈과 함께 카사 수사나(Casa Susana)에서 커피를 한잔 했다. 수사나는 호주에서 온 수잔나의 스페인 이름이었는데, 이 집을 빌려 도네이션제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실..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17일차(비야단고스 델 파라모~아스토르가) 아침에 야곱에게 한국 라면을 끓여 줄까 물었더니 사양을 한다. 라면을 끓여 혼자 먹어야 했다. 야곱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나중에 알베르게를 나섰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한 때문인지 날은 밝았지만 해는 보이지 않았다. 일출도 없었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져 배낭 커버를 씌웠더니 바로 그친다. 가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 산 마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를 지났다. 도로 폭이 꽤 넓었고 우주선 같이 생긴 저수조가 세워져 있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줄곧 도로를 따라 걷다가 가끔 터널같이 생긴 숲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에 닿기 전에도 무슨 탑처럼 생긴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이것의..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14일차(칼싸디야 데 라 쿠에싸~베르시아노스 델 카미노) 배낭을 꾸려 아랫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테이블 가운데 비스켓이 담겨 있는 바구니가 있어 몇 개 집어 먹었다. 처음엔 순례자들을 위해 누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바구니 안에 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것도 도네이션을 요구하고 있었다. 비스켓 값으로 2유로를 통에 넣었다. 알베르게를 나서니 구름이 역동적으로 움직여 일출이 장관일 것 같았다. 일출까지는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걸어가는 도중에 동이 트는 것을 보기로 했다. 마을을 벗어나 30분쯤 걸었을까. 붉게 물든 구름이 동녘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 설레는 장면이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 자리에 서서 붉은 하늘에 푹 빠져 들었다. 예전에 템플 기사단의 영지였다는 테라디요스(Terradillos)에 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