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4.30 지리산 (2)
  2. 2012.11.20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9> (2)

 

아들과 지리산을 다시 찾았다. 부자가 단 둘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고 지리산을 오른 것이 1997년이었으니 20년 만에 다시 둘이서 지리산을 찾은 것이다. 이번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녀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으니 말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이 청춘 남녀가 이번 산행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이들이 앞으로 펼칠 백두대간 종주 출정식에 초대받아 온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참으로 기분 좋은 초대 아닌가. 산행은 중산리에서 시작했다. 칼바위와 망바위를 지날 때까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나서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앞으로 이 커플이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열심히 줍자고 서로 합의를 했다는 소리에 나름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취지가 고마워 나도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아들이 멘 봉투에 집어 넣었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이 둘이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도록 지리산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면서 기쁜 마음으로 지리산을 올랐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간식을 하고 법계사를 잠시 둘러 보았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2km 구간은 경사가 꽤나 가팔라 늘 힘이 들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늘이 그리 맑진 않았지만 간간이 뒤돌아볼 수 있는 경치가 있어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천왕샘에서 목을 축였다. 천왕봉까지 가파른 구간은 계단으로 이어졌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라 적힌 표지석은 의연하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릉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밥과 사발면으로 점심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 대피소는 하루 묵을 손님들로 붐볐고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산불 방지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왔다. 계곡에 물이 많아 소리가 우렁찼고 크지 않은 폭포도 많이 만났다. 무려 10시간 가까이 걸어 중산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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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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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05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격스럽습니다. 어렸을때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자라나네요 ~ 고맙습니다 아버지.

    • 보리올 2016.05.05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기로 치면야 오히려 내가 고맙단 인사를 해야겠지.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는데 그런 표현을 제대로 하지를 못 했구나.

 

새벽부터 산행 준비에 부산하다. 당일로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해발 4,800m)에 올라 청소를 마친 다음, 사마 가운으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제 하루 공친 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날씨는 맑았고 마나슬루 정상은 온모습을 드러낸채 우리를 굽어 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마나슬루 정상이 마치 산신령 같았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갈라진 틈새가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고 가끔 굉음을 내며 눈사태가 발생해 몇 분간이나 눈을 쓸어 내린다. 도중에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트레일을 제대로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4,000m 이상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눈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앞사람이 러셀해 놓은 길을 한발 한발 힘겹게 올라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먼저 출발했던 덴지가 중간에 식당 텐트를 치고 칼국수를 준비해 놓았다.

 

이태리 팀이 진을 친 4,600m 베이스캠프에서 4,800m 베이스캠프까지 200m 고도를 오르는 일이 요원해 보였다. 정상 공격에 나선 등반가들이 왜 2~300m를 남겨 놓고 뒤돌아서는지를 알만 했다. 칼날 능선은 또 왜 그리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 발을 헛디디면 수백 미터 아래로 미끄러질 판이다.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몇 차례. 드디어 4,800m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았다. 

 

예상했던대로 베이스에는 눈이 더 깊었다. 한 대장의 기억과 오스트리아 원정팀의 세르파 도움으로 눈 속에서 보물을 캐내듯 쓰레기를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내려오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직접 짊어지고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제 베이스 캠프를 내려가야할 시각이 되었다. 여건만 된다면 베이스 캠프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떠나기 싫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주변 설산들이 더욱 자태를 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지 않을 수 없는 일. 우리에겐 하행 트레킹이 남아 있다. 하행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조만간 베이스 캠프보다 더 높은 해발 5,200m의 라르케 패스(Larke Pass)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지길 몇 차례 거듭하며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다음에야 마을로 귀환할 수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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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지인 2012.11.20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아빠가 저 무시무시한 곳에 가계셨다니.. 저때 저는 강철인과도 같은 아빠 걱정도 안하고 띠까띠까 놀고 있었는데..... 이젠 아빠 저렇게 아름답지만... 무서운 자연속으로 못 보내겠어요..ㅠㅠ

  2. 보리올 2012.11.20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위험하면 아빠같은 겁쟁이가 어찌 저런 곳을 가겠냐?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너도 열심히 체력이나 단련해 두거라. 혹시 아냐? 아빠가 우리 딸 데리고 마나슬루 한 번 더 가고 싶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