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하디에서 케이프 스캇(Ccape Scott) 주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벌목용으로 놓은 비포장 도로라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진흙탕 구간도 나왔다. 벌목한 나무를 실은 트럭이 앞에서 나타나면 우리 차를 옆으로 세우고 기다려야 했다. 이 도로에선 이런 트럭이 상전 대우를 받는다. 길을 가로 지르는 흑곰 한 마리를 멀리서 발견하곤 급히 카메라를 꺼냈으나, 그 사이 곰은 엉덩이만 보여주고 숲으로 사라졌다. 케이프 스캇 주립공원은 밴쿠버 아일랜드의 북서쪽 끝단에 자리잡고 있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한다. 포트 하디에서 두 시간 가까이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침 쉘터에서 쉬고 있던 백패커 몇 명이 보여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냐 물었더니 노스 코스트 트레일(North Coast Trail; NCT)을 걷고 나왔다는 것이 아닌가. 포트 하디에서 워터 택시로 트레일로 진입해 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노스 코스트 트레일은 슈샤티 베이(Shushartie Bay)에서 니센 바이트(Nissen Bight)까지 북부 해안을 따라 걷는 43.1km 길이의 장거리 트레일을 말한다. 니센 바이트에서 케이프 스캇 트레일 기점까지의 거리를 더하면 전체 길이는 59.5km로 늘어난다.

 

빗방울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공원 남쪽에 있는 산 조셉 베이(San Josef Bay)까지 걷기로 했다. 왕복 5km로 코스 자체도 길지 않았지만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무척 쉬운 코스였다. 마치 산책에 나선 사람들처럼 우산을 들고 설렁설렁 걸었다. 부슬비 내리는 싱그러운 숲길을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더구나 나무 사이로 구비구비 낸 트레일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삼나무 몇 그루가 서로 뒤엉켜 기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숲을 벗어나 하얀 모래가 깔린 해변으로 나왔다. 왼쪽엔 텐트 몇 동이 들어서 있었다. 넓은 모래사장을 이리저리 걷다가 어느 새 한기를 느껴 그 자리에서 뒤돌아섰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다가 오른쪽으로 헤리티지 파크와 사설 캠핑장이 있다는 표식을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꼭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도 캠핑장 이용료로 1인당 10불씩 40불을 달라고 해서 그냥 나와버렸다. 200m만 더 가면 다른 캠핑장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캠핑장은 무료였다. 화장실도 지저분하고 시설도 엉망이었지만 어차피 캠퍼밴에서 자는데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빗방울이 차체를 때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연 속에서 잠을 청했다.


케이프 스캇으로 가는 벌목도로에서 곰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으나 엉덩이만 겨우 찍을 수 있었다.


 


 


 






케이프 스캇 주립공원의 남쪽에 있는 산 조셉 베이로 가는 트레일을 걸었다.

숲길이 무척 아름다웠고 하늘로 솟은 삼나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널찍한 해변을 가지고 있어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던 산 조셉 베이




케이프 스캇 주립공원의 무료 캠핑장. 시설도 형편없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듯 했다.


스위스 베른 번호판을 단 캠퍼밴을 캠핑장에서 만났다.

6개월간 북미를 여행할 스위스 젊은 커플이 콘테이너에 실어 가져왔다고 했다.




케이프 스캇 주립공원을 빠져 나오며 잠시 들른 포트 앨리스(Port Alice)는 조그만 어촌마을이었다.

커피 한 잔 하려고 마을을 헤맸으나 카페를 찾을 수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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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해안 트레킹에 나섰다. 밴쿠버 섬의 남서 해안에 걸쳐있는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을 걷기로 한 것이다.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남동쪽 기점인 차이나 비치(China Beach)에서 북서쪽의 보태니컬 비치(Botanical Beach)까지 47km 길이를 가진 트레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실제 두 트레일은 포트 렌프류(Port Renfrew)를 기점으로 남북으로 갈리고 있으니 가히 이웃사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중간에 탈출로가 없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 비해 후안 데 푸카 트레일은 중간에 두 개의 트레일 기점이 있어 진퇴가 다소 쉽다는 것이다. 중간에 위치한 파킨슨 크릭(Parkinson Creek)과 솜브리오 비치(Sombrio Beach)에 자동차 진입로가 있어 이곳을 통해 진입과 탈출이 가능하다.

 

이 트레일을 걷기로 한 것은 우리 일행 중에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노익장 한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쉬운 코스를 택한다는 의미에서 이 트레일의 전체 구간 중 반을 이틀에 걷기로 했다. 북서쪽 기점인 보태니컬 비치를 출발해 파킨슨 크릭까지 하루에 걷고 다음 날에는 파킨슨 크릭에서 솜브리오 비치까지 걷는다는 계획이었다. 보태니컬 비치 안내판에서 지도를 보며 우리가 걸을 구간을 눈으로 먼저 확인했다. 보태니컬 비치는 바닷물이 담긴 웅덩이가 많아 다양한 해양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1900년 미네소타 대학에서 여기에 해양연구소를 세웠는데, 접근로가 생기지 않아 결국 1907년에 폐쇄했다고 한다. 암석투성이의 바닷가는 짙은 안개로 시야가 거의 트이지 않았지만, 해무에 가린 바위와 숲이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보태니컬 루프 트레일을 걸어 나오며 후안 데 푸카 트레일과 처음으로 조우했다.  

 

보태니컬 비치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안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일은 좁고 울퉁불퉁해 발걸음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숲길을 걷다가 해안으로 나갈 수 있는 사이드 트레일이 몇 군데 나타났다. 여전히 해무가 자욱해 신기루같은 해안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숲은 우람한 삼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쭉쭉 뻗은 아름드리 나무들의 늘씬한 몸매에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쓰러진 나무를 깍아 계단을 만들어 트레일을 낸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하지만 나무나 판잣길은 비가 오거나 습한 날씨에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아차하다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때문이다. 또 밀물에 대한 경각심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안을 걷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급히 숲길로 올라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닷물에 갇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파킨슨 크릭에 도착했다. 10km 거리를 5시간에 걸어 하루 트레킹을 마친 것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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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04.01 0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들 하나하나가 멋집니다. 저렇게 해무에 빛이 들어오니까 느낌이 신비롭습니다.

    • 보리올 2014.04.01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대우림, 비치, 해무 등이 독특한 태평양 연안 풍경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나중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가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것이야. 기대해도 좋지.

  2. 설록차 2014.04.02 0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치도 일품이지만 직접 눈으로 즐기려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도 인상적이에요...
    아마 쓰러진 나무를 깎아서 계단처럼 만든거지요?

    • 보리올 2014.04.02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레일을 관리는 하지만 사람 손을 많이 대지는 않는 편입니다. 쓰러진 나무를 깍아서 만든 계단도 그런 철학의 한 단면이라 보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