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차는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를 벗어나 알버타(Alberta) 주로 들어섰다. 평소 캐나다 로키를 자주 찾기 때문에 여기까지 900km에 이르는 거리는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 캐나다 로키는 미국 로키와 연계해 북미 대륙의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령에 해당하는 거대한 산군이다. 대륙 분수령이란 지정학적 의미가 내겐 꽤 크게 다가온다. 하늘에서 빗방울 하나가 어디로 떨어지냐에 따라 그것이 만나는 바다가 다르기 때문이다. , 로키 산맥 동쪽으로 떨어지면 그 물은 대서양으로 향하고, 서쪽으로 떨어지면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 있는 스노 돔(Snow Dome)이란 봉우리는 거기에 하나를 더해 북극해로 물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백두대간 상에 있는 태백의 삼수령처럼 물줄기를 세 군데로 보내는 특이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캐나다 로키에서 그나마 단풍을 보려면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에서 하이킹으로 올라가는 라치 밸리(Larch Valley)가 가장 좋을 듯 했지만, 대여섯 시간을 빼기가 어려워 그 대안으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에서 오르는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Lake Agnes Trail)을 택했다. 아그네스 호수까지 왕복 두세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산길을 걸으며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라치의 색깔은 좀 칙칙하게 보였다. 노랑색 단풍은 오히려 보밸리 파크웨이(Bow Valley Parkway)나 밴프 인근에 있는 버밀리언 호수(Vermillion Lakes)에서 감상하기에 더 좋았다. 빨간 단풍을 보기 어려운 캐나다 서부 지역에선 이 정도로도 만족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알버타 주로 들어서 루이스 호수에 닿았다.

너무 자주 보는 호수라 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은 크게 변치 않았다.


아그네스 호수로 오르며 트레일 상에서 살짝 훔쳐본 루이스 호수



30여 분을 오르면 빅 비하이브(Big Beehive) 아래에 있는 미러 호수(Mirror Lake)를 만난다.



그늘을 만들던 나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애버딘 산(Mount Aberdeen)과 페어뷰 산(Fairview Mountain)

모습을 드러낸다. 그 사면에 자라는 라치의 색상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아그네스 호숫가에 지어진 티하우스에 닿았다. 이곳 단풍도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보 밸리 파크웨이를 따라 내려오면서 노란 단풍을 마음껏 볼 기회가 있었다.





버밀리언 호수 인근에도 유독 노랑색이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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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10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단풍이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색깔이 풍부해지고 더 두각돼서 파란하늘과 하얀 설산이 더 멋드러지네요~!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밴프 국립공원으로 넘어가는 경계 지점에 컬럼비아 아이스필드가 있다. 얼음 두께 300m에 그 면적만 자그마치 325 평방 킬로미터. 우리나라 지리산 국립공원의 크기와 비슷하다. 로키산맥 주능선을 따라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이 형성되어 있어 그 동쪽으로 떨어진 물은 대서양으로, 서쪽으로 떨어진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드는데, 재미있게도 이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 있는 스노 돔(Snow Dome)은 삼수령 역할을 해서 대서양과 태평양 외에도 북극해로 빙하수를 흘려 보낸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는 캐나다 로키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애서배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중턱까지 스노코치(Snocoach)라 불리는 설상차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빙하를 대중적인 관광지로 바꾸어놓은 캐나다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절묘하단 생각이 든다. 매표소 부근에서 빙하가 녹아 없어진 연도를 적어놓은 팻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짐을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의 면적이 점점 줄고 있어 앞으로 몇 십 년 뒤에는 빙하가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빙하 옆까지 가선 설상차로 갈아타야 한다. 빙하 위로는 바퀴가 엄청 큰 설상차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애서배스카 빙하 중턱까지 올라서면 차에서 내려 빙하 위를 걸을 수 있다. 이건 빙산의 일각만 보여주는 격이지만 일반인들에겐 빙하 위를 두 발을 걸을 수 있는 귀중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빙하 녹은 물을 떠서 마시기도 하고, 몰래 숨겨온 위스키에 빙하 조각을 넣어 마시는 사람도 가끔 있다.

 

 

 

 

 

 

 

[사진 설명] 50불을 내고 스노코치를 타면 일반인들도 애서배스카 빙하에 올라 두 발로 걷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처음 빙하에 올랐을 때는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자꾸 생각났던 곳이기도 하다.

 

 

 

 

 

 

 

 

[사진 설명] 애서배스카 빙하 하단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해 빙하를 직접 걸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비싼 설상차를 타는 대신 빙하를 체험할 수 있어 자주 찾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프로그램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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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06.20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록키를 갈때마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를 찾아가는데 설상차를 타본 적은 한번도 없네요. 빙하가 다 녹기전에 아마 현재의 가족과 미래의 가족과 모두 함께 갈 수 있겠죠?

    • 보리올 2014.06.20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설상차를 타고 빙하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니 놀랍구나. 내가 너무 무심했던 모양이다. 다음에 함께 가면 꼭 태워주마. 미래의 가족이라 하니 내 귀엔 좀 낯설은 것 같다.

  2. 해인 2014.06.22 05: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상차 바퀴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저도 한번도 타보지 못했지만.. 타게된다면 타는 내내 가슴을 졸일것같아요.. 많이 무서울 것 같아요...:),,, 제가 타서 빙판이 깨지는 날에는.. 허허호

  3. 내멋대로~ 2014.06.30 1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3년도에 갔었는데
    돈없는 학생시절이라....
    말씀하신 빙하 하단부를 무턱대로
    걸어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

    • 보리올 2014.06.30 1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설상차보다는 빙하를 걸어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요즘은 그마저도 금지를 시켰더군요. 빙하 위를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명분이지만 돈벌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4. 박미영 2017.07.24 1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보같은 글을 보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천천히 찾아 꼼꼼히 글을 읽었다면 그런 질문을 드리지 않았을텐데....
    충분함을 넘어 훌륭한 안내서가 이렇게 있었네요.
    ㅋㅋ 열심히 공부해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 보리올 2017.07.24 2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내주신 메일에 대한 답이 늦어 미안합니다. 지난 2주간 돌로미테 산장에 있다 보니 와이파이도 시원치 않았고, 스마트폰으로 장문의 답변을 쓰기가 내키지 않았습니다.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면 천천히 답변을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