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브라이드스(St. Brides)에서 하루를 묵었다. 세인트 존스(St. John’s)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떨어져 있는 생태보전지구, 케이프 세인트 메어리스(Cape St. Mary’s)로 가려면 거쳐가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세인트 브라이드스는 뉴펀들랜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선착장으로 내려가 잠시 바닷가 풍경을 둘러본 후에 케이프 세인트 메어리스로 향했다. 밤새 내린 빗줄기가 그칠 생각을 않고 추적추적 차창을 때린다. 시야가 어느 정도는 트였지만 먼 곳은 운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등대 옆에 세워진 안내소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왔는지 안내소 문이 닫혀 있어 차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안내소부터 둘러보았다. 우리 외에는 방문객이 없었다. 가네트(Gannet)를 처음 본 것은 안내소에 있는 사진에서였다. 가네트란 녀석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날개를 펼치면 2m가 넘는다고 한다. 몸통은 하얀 털로 덮혀 있지만 머리 부분은 노랑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지고 운무도 점차 걷히기 시작했다. 집사람은 엄두가 나지 않는지 안내소에 머무르고 있을 테니 나 홀로 다녀오란다. 우산을 받쳐들고 밖으로 나섰다. 가네트 서식지까지는 1.4km를 걸어가야 했다. 절벽 위를 걷는 트레일이 꽤나 낭만적이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아주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을 곳인데 좀 아쉬웠다.

 

멀리서 가네트 서식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바위 위에 하얀 점들이 칠해져 있었다. 그 하얀 점들이 모두 가네트였다. 하늘을 나는 몇십 마리를 제외하곤 대부분은 바위에 앉아 미동도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개체수는 엄청났다. 그 숫자를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었다. 내가 서있는 위치에서 가네트가 앉아 있는 바위까지는 불과 3~4m의 거리를 두고 있어 녀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었다. 가슴 떨리는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5월 말이면 알을 낳는다 하던데 이제 그 준비에 정신이 없는 듯 했다.

 

 

 

 

아발론 반도 남서쪽에 위치한 세인트 브라이드스 마을. 하룻밤을 묵은 인연으로 선착장까지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뉴펀들랜드엔 몇 군데 생태보전지구가 지정되어 있는데 케이프 세인트 메어리스는 그 중에 하나다.

가네트란 바닷새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황야를 걸어 가네트 서식지에 도착했다. 하얀 점들이 바위를 수놓고 있는 특이한 광경에

그저 넋을 잃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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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11.16 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가네트라는 새는 처음 들어봅니다. 머리만 노란 것이 독특합니다.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바위 위에 눈이 내린줄 알았습니다.

    • 보리올 2014.11.16 0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네트는 북미에 많이 서식하지. 캐나다 서부보단 동부에 많은 것 같더라. 난 일본 가려고 인천공항에 있다. 다녀와서 통화하자.

 

뉴펀들랜드의 첫인상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울퉁불퉁한 땅에는 바위와 호수가 많았고 나머지 공간은 누런 풀로 덮혀 마치 황무지같아 보였다. 이런 땅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나 궁금해졌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집을 짓고 고기잡이로 어려운 삶을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집이나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다가 한두 명씩은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있어 가슴에 맺힌 한이 많았으리라. 그래서 외부인들과 쉽게 동화할 수 없는 뉴펀들랜드 고유의 애환이 생겼을 것이다. 챈스 코브(Chance Cove) 주립공원부터 들었다. 해안가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들어갔더니 반달 모양의 해변이 나타났다. 제법 거센 파도가 밀려왔다. 한데 그게 전부였다.

 

10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소설에 나왔던 지명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포르트갈 코브에 닿았다. 엄밀히 말하면 포르트갈 코브 사우스(Portugal Cove South)란 마을이고 이 마을 또한 소설 속에 여러 번 나왔던 지명이다. 띄엄띄엄 집 몇 채가 있었고 몇 척의 배가 바다에 떠있었다. 이 마을에서 10번 도로를 벗어나 왼쪽 비포장도로로 들어섰다. 케이프 레이스(Cape Race)로 가려면 이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얼마를 달려 드룩(Drook)에 도착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오로라가 드룩에 사는 어부 가족에게 입양되어 결혼 전까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오로라가 뛰어놀았을 언덕을 눈짐작으로 찾아 보았다.

 

 

 

 

 

챈스 코브 주립공원은 볼 것이 없었다. 황량한 초원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해변이 달랑 있을 뿐이었다.

해변은 길기는 했지만 자갈이 많아 해수욕장으론 그다지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10번 도로 상에 있는 포르투갈 코브 사우스에 닿았다. 여기도 황량한 풍경의연속이었다.

 

 

 

 

 

드룩 또한 황량함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찾을 수가 없었다.

도로는 해안가 구릉을 따라 구비구비 흐르고 거센 파도만 해안을 강타하고 있었다.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미스테이큰 코브(Mistaken Cove)5~6억년 전에 살았던 생물들의 화석이

 나오고 있는 지역이다. 워낙 해무가 짙어 다른 곳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런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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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10.12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량 쓸쓸 그 자체로 보여요..이런 곳에 살면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작가가 되는걸까요..

    곧 정주시 모습도 보겠습니다..^^

    • 보리올 2014.10.12 2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뉴펀들랜드는 황량함 그 자체, 다시 말해서 가공되지 않은 자연을 보러가는 곳입니다. 전 의외로 그런 풍경이 좋았습니다.

  2. Justin 2014.11.12 0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오래전에는 이 지구가 둥글지 않고 네모나서 끝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는데, 아마 정말 있었다면 저런 모습이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보리올 2014.11.12 1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에 있는 사진에서 지구의 끝을 보았다고? 퍽이나 특이한 시각이구나. 어떤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주었는지 꽤나 궁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