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의 겨울철 모습은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엄청난 추위와 눈만 가득 쌓여 있는 곳이란 선입견 때문에 우리 나라에선 겨울철에 로키를 찾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 말이 틀리진 않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영하 20~30도의 엄청난 추위도 있을 뿐더러 온통 순백의 눈만 펼쳐져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래서 겨울철에 로키를 찾는 것은 여간한 각오가 아니면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추위와 강설량을 마다 하지 않고 재스퍼를 찾았다. 재스퍼에서 4 5일간 체류하면서 겨울철에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몇 가지를 골라 직접 체험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스퍼는 몹시 추웠다. 이런 추위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위가 주는 고통보다는 눈과 얼음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여름이 오는 것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재스퍼는 재스퍼 국립공원 안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유명세에 비해선 그리 크지 않다. 상주 인구라고 해 봐야 고작 4,500. 하지만 밴프(Banff)와 더불어 캐나다 로키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연간 2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여길 찾아온다고 한다. 숙박업과 요식업, 여행사, 선물가게 등 모든 사람들이 관광업에 종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밴프에 비해 훨씬 아담하고 호젓해서 더욱 호감이 간다.

 

호텔을 나와 먼저 시내를 둘러보았다. 예쁘게 치장한 가게와 식당, 기차역을 지났다.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이 점토로 만든 작품도 보았고, 우리가 묵는 호텔 지하에 있는 야생동물 박제관도 돌아 보았다. 물론 끼니가 되면 현지 식당을 찾아 알버타 쇠고기를 요리한 정찬을 드는 즐거움도 누렸다. 우리 걸음에 여유가 묻어 있어 진짜 슬로 트래블을 하는 것 같았다. 재스퍼의 한적한 시내를 걸으며 겨울철 로키도 의외로 즐길거리가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날씨가 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기를 꺼려 했던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울철 재스퍼에선 눈과 얼음이 제공하는 온갖 체험이 가능하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멋 베이슨(Marmot Basin) 스키장을 찾으면 되고, 크로스 컨트리 스키나 스노슈잉은 눈덮인 호수나 평원 어디에서나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헬기를 이용한 스키나 스노슈잉, 개썰매, 스노모빌(Snowmobile), 스케이트, 아이스워크(Icewalk), 얼음낚시 등도 가능하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스키나 스노슈즈를 신고 주변에 널려있는 봉우리 정상까지 욕심을 내볼 수도 있고, 빙벽에 붙어 오름짓을 즐기는 아이스 클라이밍에도 도전해 볼만 하다.

 

나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겨울에는 온천욕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재스퍼 인근에 있는 미에트(Miette) 온천은 겨울철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접근로에 쌓이는 엄청난 눈을 사람의 힘으로 치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아쉽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머리로는 눈을 맞으며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그런 낭만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온천욕을 위해 300km를 달려 밴프까지 갈 수는 없는 일. 그저 호텔에 설치된 핫터브(Hot Tub)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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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8.16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뻘글) 글을 올리실 때 주변의 지도도 같이 올리시면 어떨까요...저는 지도책 보는게 취미라서 가까이 있지만 벤쿠버에서 재스퍼 사이를 한눈에 본다면 (저같은 무지랭이는) 위치나 거리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를것 같아요...아님 나라 위치라도~~캐나다는 알지만 벨기에는 지도에서 주변 국가를 확인했습니다...***

  2. 보리올 2013.08.16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뺄글이라 하면 곧 삭제한다는 의미인가요? 윗글을 지우시면 저도 따라 지우겠습니다. 아직 제가 블로그에 지도를 올릴 줄을 모릅니다. 지도 올리면 더 편하겠지만 글을 읽고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찾아 보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요. 한번 고민은 해 보겠습니다.

 

겨울철 낭만을 찾아 재스퍼(Jasper)로 떠나는 여행길. 기왕이면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기차 여행을 하기로 했다. 소걸음으로 천천히 산을 걷는 것처럼 여행도 슬로 트래블(Slow Travel)로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여행이 성사된 것은 한국에서 후배 정용권이 캐나다 로키 겨울을 체험해 보겠다고 아들을 데리고 태평양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핑계로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 녀석을 보러온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 덕분에 밴쿠버를 출발해 재스퍼까지 비아 레일을 타고 아주 느린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비아 레일은 과거 캐나다 철도 운송을 양분했던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PR)과 캐나다 내셔널 철도회사(CN)가 운영하던 여객 부문만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다. 비아 레일에는 모두 19개 노선이 있는데 우리가 탄 캐내디언 라인은 토론토(Toronto)와 밴쿠버를 3일하고도 11시간에 달리는 가장 긴 노선이다. 그것도 이틀에 한 차례씩만 다닌다. 기차에 오르니 차장이 우리를 침대칸으로 안내하더니 샴페인 한 잔씩을 건네준다. 소위 웰컴 드링크에 기분이 좋아졌다.  

 

비아 레일은 그리 빠르게 달리지를 않는다. 재스퍼까지 직접 운전하면 승용차로 9시간 걸리는 거리를 기차는 18시간 30분이나 달린다. KTX에 익숙한 우리에겐 실로 느림보 운행을 하는 것 같다. 거짓말 좀 보태면 기차가 달리는 속도가 사람이 뛰는 속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해도 되겠다. 어차피 바삐 움직이기 위해 재스퍼를 찾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빠른 템포에만 맞추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소걸음 인생도 때로는 필요하리라.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 산속을 달리는 기차가 칙칙푹푹 하얀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키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캐나다 철도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소위 ‘Sea to Sea’라 불리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말이다.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가 한창 부설되던 시기인 1880년대에 태평양 철도 회사의 사장이었던 반 혼(Van Horne)이란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멋진 로키의 경치를 가져다 보여줄 수 없다면 아예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수밖에요.” 그의 호언장담에 장단을 맞추듯 우리도 로키로 들고 있었다

 

이 열차에는 일반 객실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여행하는 만큼 침대칸처럼 편안하지는 않다. 침대칸을 이용하면 낮에는 라운지에 앉아서 넓은 창문을 통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봉우리를 볼 수 있고, 밤이면 침대에서 두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다. 물론 침대칸은 상당히 비싸다. 그래도 이 열차의 특색은 돔카(Dome Car)에 있지 않을까 싶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는 돔카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다.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들고 스쳐 지나가는 황홀한 설경을 맘껏 즐기면 된다. 물론 식당칸에서 제공하는 하루 세 끼 식사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엔 무척 지루하겠다 싶었는데 마음대로 움직이며 이곳저곳 구경할 수 있어 지루할 새도 없이 목적지인 재스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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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8.16 0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차여행은 버스,승용차와 다른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요...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대같은것 말입니다... 3번째 사진) 기차여행이 즐거운 세 개구장이가 보이네요...ㅎㅎ 그런데 둠카는 따로 표를 사야하나요?

  2. 보리올 2013.08.16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돔카는 따로 표를 끊지 않습니다. 승객들이 잠시 들러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좌석으로 돌아가지요. 우리가 여행할 때는 붐비지 않아 이용에 전혀 불편이 없었습니다. 기차 여행이 낭만적이긴 하지만 너무 비싸서 선뜻 나서질 못합니다.

  3. 김기서 2013.08.18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기차여행 하셨네요, 저도 한번 가볼것이라고 계획하고 있는 루트라, 재밋게 보고 갑니다.

  4. 보리올 2013.08.18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거리 기차 여행, 정말 낭만적이라 생각합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여유롭게 여행하시면서 평소 놓치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5. 해인 2013.08.21 0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그마치 18시간 30분?... 저도 이번에 유럽을 다녀와서 기차 여행의 낭만을 즐기고 왔지만.. 18시간 30분은 조~~금 많이 긴 것 같아요.. :)

  6. 보리올 2013.08.21 0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캐나다는 유럽이나 한국과는 많이 다르지? 여기선 의도적으로 작정을 하고 느림보 여행을 즐길 줄 알아야 해, 천천히 여행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시각이 트일 거야.

  7. essis 2013.12.23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궁금한게 있어서 뒤늦게 리플을 답니다.
    제가 비아레일 타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저 돔카는 예약이 가능한 좌석인가요 아니면 식당칸처럼 공유하는 공간인가요?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려고 하는데 따로 돔카를 선택하는 게 없어서 여쭙습니다.
    또 economy도 economy escape, economy, economy plus 가 있던데.
    환불규정에 차이가 나는것 같은데 다른 차이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고맙습니다.

  8. 보리올 2013.12.23 1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는 침대칸에 묵었기 때문에 돔카는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돔카는 예약석이 아니었거든요. 돔카에 마냥 머무르지 않고 라운지에 있다가 잠시 돔카에도 가보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이코노미 석에서 돔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운임 규정도 제가 아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네요. 혹시 한국에 계시면 VIA Rail 티켓팅 대리점이 있습니다. 아래로 전화하셔서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K S Park Travel Korea : Tel.(02)3785 0127
    - The Pharos Travelartifex Corp. : Tel. (02)737 3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