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를 쓴 아키노리 기무라(木村秋則) 씨를 만나기 위해 농장으로 가는 도중에 이와키(岩木) 신사에 잠시 들렀다. 신사로 드는 진입로 양쪽에 커다란 삼나무가 도열해 있고 우리 측백 나무와 비슷한 히바 나무도 눈에 많이 띈다. 히바 나무는 살균 효과가 있어 생선 아래에 깔아 놓기도 한다. 이 신사는 중요 문화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찰인 모양이었다. 우선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신사를 찾은 기념으로 생수 한 잔을 맛있게 들이켰다.

 

 

 

 

 

기무라 씨 농장에 도착하니 그가 직접 나와 우리 일행을 맞는다. 그는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자연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하고 있었다. <자연 재배>, <기적의 사과> 등의 저서를 집필한 인물로, 자연 농법이란 분야에선 꽤 유명하다. 자연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하자고 마음 먹은 뒤 8년 간은 소득이 전무했다고 한다. 버티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매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가 도토리 나무가 자연에서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사과에도 자연농법이 성공할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산을 내려왔단다. 자연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쌀과 야채 같은 것은 3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만 사과는 8년이 소요된다. 장기간 소출이 없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자연 농법을 사용하면 사과가 썩지를 않는다. 그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예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벌레를 잡던 수고도 이젠 필요치 않단다. 벌레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도 모른단다. 이런 일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에 들어온 예약분을 이제사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공급 물량이 딸린다. 바쁘기도 무척 바쁜 듯 했다. 얼마 전에는 광주에서 시찰단이 다녀갔고 직접 광주에 가서 자연 농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비지니스맨처럼 한 달에 4~5일만 집에서 머물고 나머지 기간은 자연 농법을 전파하러 국내외 여행길에 나선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농약을 많이 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란다. 사과뿐만 아니라 모든 농사가 다 그렇다. 농약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암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그는 농약을 많이 사용한 음식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우리에게 농약의 폐해를 직접 실험해 보기를 권했다. 농약이나 비료를 쓴 쌀과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각각 한 줌씩 컵에 담아 쌀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랩을 씌워 구멍을 두 개 내고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 준비 끝이다. 2주 정도 시간이 지나면 농약이나 비료를 쓴 쌀은 악취가 풍기는데,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 쌀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농사를 짓는 농가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그의 지론에 맞장구를 쳤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은 구로이시 시의 아오니(靑荷) 온천에서 보냈다. 이 온천에서의 하룻밤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이 온천은 단풍으로 곱게 물든 깊은 계곡 속에 고즈넉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이 좁아 진입로 입구에서 온천에서 운영하는 작은 버스로 갈아타고 계곡을 내려간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심심산골이라 호롱불로 불을 밝히는 유별난 운치를 안겨 주었다.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평소 내가 동경했던 그런 곳이었다. 온천 네 개가 흩어져 있는데 물의 성분은 그리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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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에도 계속 내린다. 히로사키(弘前) 성을 둘러보아야 하는데 비를 피하긴 어렵겠다. 우산을 하나씩 받쳐 들고 성으로 들어갔다. 히로사키 성은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명소 중의 명소다. 봄에는 화려한 벚꽃으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으로 유명하다. 이 말은 1년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단풍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히로사키 성은 쓰가루를 통일한 쓰가루 가문의 본성이었다. 1611년에 완공된 이 성에는 천수각이란 옛 건물과 성문, 해자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다리 등이 남아 있다. 겉에서 보기엔 규모가 큰 성채라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천천히 걸어 한두 시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 성 안에 모두 5,000그루의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하는데, 천수각 앞에 그 선조쯤 되는 수령 300년 묵은 벚나무가 지지대에 기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마침 국화전이 열리고 있어 또 다른 눈요기도 즐길 수 있었다. NHK의 대하드라마 <천지인(天地人)>을 국화로 재현한 놓아 이채로웠다.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밖으로 나와 옛날에 선교사들이 지어 도서관으로 썼다는 양관을 들어가 보았다. 바로 옆에 있는 문학관에서는 유명한 소설가였던 다자이 오사무(太宰治生)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히로사키에서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야마자키(山崎)란 프랑스 식당이었다. 이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인 야마자키 타카시(山崎隆) 씨는 아오모리 현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식재료만을 발굴해 프랑스 음식과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아키노리 기무라(木村秋則) 씨가 생산한 사과를 이용해 사과 수프를 만들었고, 호세가와(長谷川) 씨가 일체 약을 쓰지 않고 직접 집에서 만든 사료로만 기른 10개월짜리 돼지를 3시간 삶아 만든 메인 요리가 나왔고 그 뒤에 디저트가 나왔다. 무공해 사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수프 맛이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이 수프는 따뜻한 것이 아니라 차가운 수프였다.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기무라 씨가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 사과를 사용해 만든 차가운 수프와 같은 식으로 요리를 설명하고 있어 좀 장황한 느낌이 들었지만 모두 친환경 식재료를 개발해 사용했다는 설명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주방장 야마자키 씨가 직접 나와 사과로 수프를 만든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사과를 이용해 수프를 만들겠다는 발상 때문에 처음에는 주변에서 저 사람 바보 아니냐?’는 손가락질도 받았단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독특한 발상의 히트 상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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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9.22 0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정이라 더 관심있게 아오모리편을 보고 있습니다...^*^

  2. 보리올 2013.09.22 0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준비해주지 않으면 이런 일정을 개인으로 다니기엔 쉽지 않겠지요. 우리가 아오모리를 갔을 때, 한진관광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직원 한 명이 따라 갔었습니다. 아마 거기에 아오모리 투어 프로그램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