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투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를 타고 밴쿠버(Vancouver)로 가는 마지막 여정이 남았다. 이제 BC주 관광청의 하이킹 팸투어도 곧 끝이 난다. 휘슬러에서 밴쿠버에 이르는 길이야 너무 많이 다닌 탓에 눈을 감고도 운전할 정도였다. 스쿼미시(Squamish)에 닿기 전에 탄타루스 전망대(Tantalus Lookout)에서 잠시 쉬었다. 계곡 건너편에 길게 자리잡은 탄타루스 연봉을 감상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탄타루스 연봉은 알래스카에서 밴쿠버로 뻗은 해안산맥의 한 지류에 속한다. 하이웨이 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이렇게 가까이 설산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일행들이 꽤 놀라는 눈치였다. 스쿼미시를 통과해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 아래에 섰다. 수직으로 450m에 이르는 거벽을 올려다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라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끔 원정대가 오는 곳이다. 거벽 아래로 다가가 현지 젊은이들이 볼더링하는 모습도 잠시 지켜보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하우 사운드를 오른쪽에 두고 밴쿠버로 들어섰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밴쿠버에서 어느 곳을 보여줄까 하다가 내 임의로 서너 곳을 정했다. 홀슈 베이로 빠져 나가 화이트클리프(Whytecliff) 공원으로 향했다. 바다 풍경을 눈에 담기 좋아 자주 오는 곳이다. 자갈밭을 따라 조그만 바위섬을 올랐다. 해변에서 스킨 스쿠버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웨스트 밴쿠버에 있는 라이트하우스 공원(Lighthouse Park)과 노스 밴쿠버의 린 캐니언(Lynn Canyon)도 들렀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한 곳으로 산책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바위에 세워진 등대도, 린 캐니언에 놓인 출렁다리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마지막 방점은 밴쿠버 도심에 있는 스탠리 공원(Stanley Park)에서 찍었다. 시민들 사랑을 듬뿍 받는 곳으로 나무도 빼곡하지만 바다에 면해 있어 주변 풍경이 아름답기 짝이 없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각이라 씨월을 걷지는 못 하고 차로 한 바퀴 돌았다.

 

 

탄타루스 연봉에 속한 봉우리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탄타루스 전망대

 

 

 

스타와무스 칩 아래에 있는 볼더링 현장을 잠시 들렀다.

 

 

 

화이트클리프 공원은 밴쿠버 스킨 스쿠버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화이트클리프 공원에는 하얀 바위로 이루어진 조그만 섬이 있어 걸어 오를 수 있다.

 

 

웨스트 밴쿠버의 라이트하우스 공원은 나무숲뿐만 아니라 바닷가를 거닐기에도 좋다.

 

 

노스 밴쿠버의 린 캐니언 공원엔 맑은 물이 흐르는 협곡이 있고, 협곡 50m 위엔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뉴욕에 센트럴 공원이 있다면 밴쿠버엔 스탠리 공원이 있다고 할 정도로 스탠리 공원은 밴쿠버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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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이웨이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캐나다 로키에 있는 동명의 주립공원이 떠올랐다. 톱 오브 더 월드 고원에 있는 톱 오브 더 월드 주립공원은 대부분 지역이 해발 2,200m를 상회하기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콘에서 도로에 붙여진 동일한 이름을 듣게 되니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동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설마 이름만 거창하고 실속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도슨 시티 위로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갈까 말까를 잠시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가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과연 어떤 지형과 풍경을 지녔기에 이렇게 건방진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도로는 본래 도슨 시티에서 알래스카 테일러 하이웨이와 연결되는 잭 웨이드(Jack Wade)까지 127km에 이르는 비포장도로를 말한다. 도슨 시티부터 캐나다-미국 국경까지 106km 구간은 유콘의 9번 하이웨이로 불린다. 유콘 사람들은 이 9번 하이웨이를 60마일 도로라 부른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 도로를 타려면 도슨 시티에서 먼저 페리를 타고 유콘 강을 건너야 했다. 여름철에는 페리가 운행하지만 강이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차가 얼음 위를 달린다고 한다. 페리 탑승에 돈을 받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페리도 공용 도로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다. 강을 건너면 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한 구비를 크게 돌면 도슨 시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도 나온다. 그 다음부터는 내내 산 위를 달린다.

 

해발 고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산 위로 내내 길이 이어졌다. 산이라야 울퉁불퉁한 험봉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산세를 지녔다. 구릉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왜 세계의 지붕, 세계의 꼭대기라는 말을 썼는지 이내 실감이 갔다. 모든 것을 눈 아래에 두고 도로를 달리니 톱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크게 S자를 그리며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뻗어나간 계곡을 볼 수 있었고, 산자락엔 노랗게, 붉게 물든 단풍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노란색과 빨간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연두색, 초록색도 숨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여기 오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치를 보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61km 지점에 있는 뷰포인트가 최고의 경치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난 전구간이 좋았다. 경치가 뛰어난 곳이 나타나면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웠다.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많지 않아 우리가 도로 전체를 전세낸 듯 했다. 산이 붙타고 있다는 표현을 여기에 붙여도 좋으리라. 산자락에 내포된 색깔도 너무나 다양해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국경까지 갈까 했지만 80km 지점에서 차를 돌렸다. 어차피 여권도 없으니 알래스카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시 유콘 강을 건너 도슨 시티로 들어섰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에서 유콘 강을 건너기 위해 페리를 타야 했다. 이곳의 유콘 강은 강폭이 꽤 넓었다. 페리로 강을 건너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사진 설명> 톱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라 부르는 도로는 고원 지대를 달리는 도로다. 산자락과 계곡을 눈 아래 두고 달리는 기분이 상큼했다. 거기에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 단풍이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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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4.02.16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하면서 하나도 심심하지 않겠어요. 밖에 펼쳐진 풍경보느라... 무슨 고속도로가 이렇죠 ? 정말 낭만적이네요.

    • 보리올 2014.02.17 0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을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운전하는 기분이 어찌 즐겁지 않겠냐. 교통량도 없어 길은 한산하고. 이 하이웨이는 말만 하이웨이지, 고속도로같은 개념은 거의 없지. 유콘에선 비포장 간선도로를 대부분 하이웨이라 부른단다.

  2. 설록차 2014.02.17 0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으로 붉은 색을 많이 보게 될거라 하시더니 첫 사진부터 Woman in Red 로 시작하십니다...ㅎㅎ
    9월 초에 가신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단풍을 보이니 신기합니다...추울수록 가을이 빨리 오는가요...
    인적이 드물어서 오히려 현지인에게 동양인 방문객을 관광시켜주는 일도 생기겠어요...

    • 보리올 2014.02.17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서 처음으로 유콘의 붉은 색조를 보여주긴 하지만 진짜는 조금 더 있어야 합니다. 이러다가 설록차님 어록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Woman in Red라던가, 동양인의 관광자원화 등등요.

 

화이트호스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클론다이크 하이웨이(Klondike Highway)로 올라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키니(Takhini) 온천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났다. 여기서 하루 묵기 위해 캠핑장을 찾았다. 우선 텐트부터 치고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그리곤 캠핑장과 붙어있는 온천으로 갔다. 캠핑장에 묵는 손님에겐 할인 혜택도 있었다. 이 온천은 유황 냄새가 없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 철분과 같은 미네랄이 많은 온천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물이 붉은 색을 띠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물은 그리 깨끗하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솔직히 본전 생각이 좀 났다. 한겨울에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불을 피우고 거기에 감자를 구워 먹었다. 야영을 하면서 구워 먹는 감자는 한 마디로 별미 중의 별미다.   

 

다시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로 나와 도슨 시티로 향했다. 이 하이웨이는 원래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Skagway)에서부터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금이 발견되었던 도슨 시티(Dawson City)까지 연결하는 도로로 총 712km를 달린다. 우리는 그 중에서 화이트호스에서 도슨 시티에 이르는 526km의 구간을 지날 뿐이다. 대략 여섯 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도 예전에 마차로 5일이나 걸렸던 거리를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다니 그것만 해도 어딘가. 중간에 왓슨 레이크로 가는 캠벨 하이웨이(Campbell Highway)가 갈라져 가고, 스튜어트 크로싱(Stewart Crossing)에선 은 광산으로 유명한 마요(Mayo)와 케노(Keno)로 가는 11번 하이웨이가 갈렸다. 유콘은 땅덩이에 비해 워낙 도로망이 드물어 이런 비포장도로도 모두 간선도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타고 가는 2차선 도로는 포장은 되어 있지만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달려온 어느 도로보다도 노면 상태가 열악했다. 그만큼 교통량도 적었다. 하지만 차창을 스치는 풍경은 훨씬 선명한 가을색을 띠었고 자연 자체가 날것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야생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인가? 점점 짙어지는 노랑색에 진짜 가을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라벨(Gravel) 호수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짙푸른 하늘이 우리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연잎이 무성하게 자란 수면 위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내려 앉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 이럴 것이다. 유콘에는 이런 곳이 도처에 깔려 있을 테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멋진 풍경을 두고 그냥 가려니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 설명> 타키니 온천 풍경. 온천 그 자체는 별로였지만 이 주변에 온천이 없으니 그저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수심이 깊은 곳은 내 머리가 잠길 정도였다.

 

 

 

<사진 설명> 야영의 매력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캠프파이어도 야영의 매력 중에 하나다. 불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불이 사그라지면 거기에 감자를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설명>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거나 마차를 이용했던 구간을 우리는 차를 타고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 도로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사진 설명> 그라벨 호수에서 만난 풍경에 시종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대자연이 살아있는 유콘의 가공하지 않은 매력에 가슴이 떨렸다.

 

 

 

<사진 설명> 사람들이 길가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따기에 다가가 보았다. 빵에 넣기 위해 야생 크랜베리를 따고 있다고 했다. 진짜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있었다. 야생 장미(Wildrose)의 열매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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