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니보인과 함께 하루를 보내곤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식량이 많지 않았다. 하산은 해발 2,395m의 원더 패스(Wonder Pass)를 경유한다. 캠핑장을 출발해 곡(Gog) 호수를 지나 원더 패스로 올랐다. 아시니보인 지역엔 옥이나 곡, 마곡 등 특이한 이름이 많다. 모두 성서 시대에 나오는 전설적인 거인들의 이름이라 한다. 대륙분수령에 속하는 원더 패스에서 다시 알버타 주로 돌아왔다. 여기가 대륙분수령이란 것을 상기시키듯 우리 진행 방향으로 먹구름이 가득했고 구름 형태도 퍽이나 요상했다. 비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우비를 챙겨 입고 돌풍을 동반한 소나기 속으로 씩씩하게 들어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닌가. 그나저나 그 아름답다는 마블 호수를 제대로 보지 못 하고 종종걸음을 쳐야 하는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산을 오르며 걸었던 브라이언트 크릭 트레일을 만나 빅 스프링스(Big Springs) 캠핑장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밤새 비가 내렸다.  

 

마지막 날은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 배낭 무게도 많이 줄었고 트레일 기점까지 8.4km가 남아 힘들 것도 없었다. 여전히 가랑비가 내려 온몸이 젖었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없어 자연 걸음이 빨라졌다. 밴프 국립공원 경내를 벗어나 스프레이 밸리 주립공원으로 들어서니 트레일이 넓어졌다.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50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백패킹으로 마쳤다. 넙을 오른 거리를 더하면 60km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 길거나 험난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노익장에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힘들단 소리 한 마디 않고 끝까지 함께 걸은 팔순의 최 회장님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안내판이 있는 기점에서 하이파이브로 재활 과정이 모두 끝났음을 알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캔모어를 향해 차를 몰았다. 밤새 내린 비가 산 정상부에는 눈으로 쌓여 우리의 무사 귀환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캠핑장에서 일출을 맞았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아 아시니보인이 밝게 빛나는 듯했다.

 

 

 

마곡 호수로 내려서 호수에 비친 아시니보인 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더 타워(The Tower)를 바라보며 원더 패스로 오르는 도중에 원더 폭포라 불리는 조그만 폭포도 만났다.

 

대륙분수령이자 주 경계선인 원더 패스에 올라 알버타 주로 되돌아왔다.

 

 

원더 패스에서 바라본 더 타워와 구름 가득한 하늘

 

 

 

마블 호수로 내려서면서 눈에 들어온 산악 풍경 또한 웅장함을 자랑한다.

 

 

그 아름답다는 마블 호수가 빗방울 사이로 시야에 들어왔다.

 

하산 중 하룻밤을 야영한 빅 스프링스 캠핑장

 

 

밴프 국립공원을 벗어나 스프레이 밸리 주립공원의 산길을 걸었다.

 

45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에 도착해 백패킹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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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 2019.10.23 0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로하신 분을 모시고 쉽지 않으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멋진 트래킹 잘 봤습니다

 

 

아시니보인으로 드는 트레일 기점은 크게 세 군데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점은 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선샤인 빌리지(Sunshine Village). 카나나스키스 지역에 있는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쿠트니 국립공원을 지나는 93번 하이웨이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어느 루트를 택하든 아시니보인 아래에 있는 마곡 호수(Lake Magog)에 닿는 데는 12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체력이 좋고 걸음이 빠른 사람은 당일에 닿을 수도 있지만 텐트와 식량을 지고 가는 백패킹에선 무리가 따른다. 마곡 호수에 닿아 하루나 이틀 주변을 둘러보려면 최소 45일 내지는 56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노익장을 모시고 가는 길이라 우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차량 지원이 가능했더라면 선샤인 빌리지로 들어가 마운트 샤크로 나오면 좋았을텐데 이도 여의치 않았다.

 

첫날의 피로가 쌓인 탓인지 둘째날은 꽤나 고단한 하루였다. 앨런비 정션(Allenby Junction)에서 우리가 걸을 코스가 그리즐리 때문에 출입이 막혔다.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걸리면 벌금이 최대 25천불이다. 2천 만원이 넘는 금액이니 요행에 맡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말이 다니는 우회로를 따라 아시니보인 패스로 올랐다. 경사가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어깨로 전해지는 배낭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에 해당하는 아시니보인 패스에 도착했다. 북미 대륙의 척추에 해당하는 대륙분수령엔 높은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아시니보인 산도 그 중 하나다. 대륙분수령 동쪽으론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이, 서쪽엔 요호와 쿠트니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행정구역도 이를 경계로 알버타 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나뉜다. 대륙분수령은 물줄기, 즉 수계(水系)를 나눈다. 대륙분수령 동쪽의 물은 대서양과 북극해로 흐르고, 서쪽은 태평양으로 흘러든다. 한반도 백두대간과 정맥들이 삼면의 바다로 물줄기를 나누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아시니보인 패스에서 내려서니 고산 초원이 펼쳐진다. 아시니보인 로지로 가는 3km 구간은 별천지로 보였다. 가슴만 겨우 가린 아가씨가 조깅을 하고 있었고, 초원엔 야생화와 야생동물이 우리를 맞았다. 곧 아시니보인 로지가 나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오는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로 꽤나 붐비는 로지에서 케익과 맥주를 시키곤 잠시 쉬었다. 우리가 12일에 올라온 길을 헬리콥터로 15분 만에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 묵는 사람에겐 숙식이 제공되는 까닭에 한 사람이 하룻밤에 최소 350불을 부담한다. 아시니보인 로지 인근에 네이셋 캐빈(Naiset Cabin)이라 불리는 통나무 산장도 있다. 식당 쉘터가 따로 있어 식량만 가져오면 취사가 가능하다. 침상 하나에 하루 20불을 받으니 로지에 비해선 엄청 경제적인 숙소다. 오늘은 네이셋 캐빈에서 하루 자고 내일은 마곡 호수 캠핑장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브라이언트 크릭 캐빈은 연중 하이커나 스키어들이 이용하는 숙소다.

 

 

아시니보인 패스로 오르는 길은 꾸준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코스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산악 풍경이 있어 피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즐리 활동으로 출입을 통제한 트레일을 피해 우회하는 산길을 걷는데 곰이 배설한 한 무더기의 똥을 발견했다.

 

대륙분수령에 있는 아시니보인 패스를 넘어 마운트 아시니보인 주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아시니보인 패스를 넘어서면 고산 초원지역이 펼쳐진다. 초원에서 조깅하는 아가씨도 있었다.

 

 

아시니보인 로지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면서 맥주와 차, 빵을 시켰다. 꿀맛이 따로 없었다.

 

아시니보인 로지에서 네이셋 캐빈으로 이어지는 길도 꽤나 운치가 있었다.

 

 

네이셋 캐빈은 몇 채의 통나무 집과 취사 쉘터로 구성되어 있다.

 

 

땅다람쥐와 스노슈 토끼가 사람을 보고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원더 패스를 품고 있는 더 타워(The Tower)의 위용이 눈에 들어왔다.

 

네이셋 캐빈에 짐을 풀고 마곡 호숫가로 산책을 나섰다.

 

 

마곡 호수 건너편으로 아시니보인 산이 그 웅자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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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 2019.10.20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지에서 푸는 여정의 고단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져요. 풍경 속에 머무는 순간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9.10.21 0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석양이 내려앉는 시각에 아시니보인을 마주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산행의 고단함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죠.

 

 

마운트 아시니보인 주립공원(Mount Assiniboine Provincial Park)은 캐나다 로키에서 백패킹의 메카로 통한다. 그만큼 많이 알려졌다는 이야긴 역으로 뛰어난 산악 풍경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해발 3,618m의 아시니보인 산은 캐나다 로키 관광 중심지인 밴프(Banff)에서 남서쪽으로 48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밴프가 있는 알버타 주가 아니라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속한다. 캐나다 로키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자, 캐나다 로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 피라미드 형상이 알프스의 마터호른(Matterhorn)을 닮았다고 해서 캐나다 로키의 마터호른으로 불린다. 유럽이나 미국 관광객을 유치하길 원했던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PR)는 마터호른을 초등한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를 불러 아시니보인 초등을 시도했지만 전성기를 지난 윔퍼는 결국 등반에 실패하고 말았다. 같은 해인 19019월 제임스 우트럼(James Outram)이 초등에 성공했다.

 

밴쿠버 산악계 대모를 모시고 45일의 일정으로 아시니보인 백패킹을 다녀왔다. 산행 경험이 무척 많은 분이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고단한 이민 생활 초기에 캐나다인이 주축인 산악회를 따라다니며 루트를 익히고 산행 경험을 쌓아 밴쿠버 한인 산우회를 창립했고 회장도 역임했다. 현재 밴쿠버에 수십 개의 한인 산행 모임이 있는 것도 모두 여기서 가지를 쳤다고 보면 된다. 언젠가 내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간다고 하니 무턱대고 따라오셨다. 무릎이 성치 않은 것을 숨기고 말이다. 고소에서 무릎 통증으로 고생을 많이 하시곤 귀국해서 바로 무릎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겁던 차에,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재활 훈련을 준비했다. 트레일 상태나 난이도, 배낭 무게를 감안해 단계별로 코스를 고르고 매주 산행을 한 끝에 1년 뒤에는 10kg 무게를 지고 여섯 시간을 걷는 마지막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 덕에 재활 훈련을 총결산하는 의미로 마운트 아시니보인 백패킹에 도전한 것이다.

 

캔모어에서 차를 몰아 마운트 샤크(Mount Shark) 트레일 기점에 도착했다. 50분이 걸렸다. 아시니보인 패스를 넘어 마곡 호수에 이르는 코스를 택했다. 트레일 기점이 해발 1,768m고 마곡 호수가 2,165m에 있으니 고도 차이는 크지 않다. 배낭 무게만 버틸 수 있다면 그리 어려운 산행은 아니란 의미다. 스프레이 밸리(Spray Valley) 주립공원의 넓직한 트레일을 지났다.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았다. 곧 밴프 국립공원 경내로 들어서 브라이언트 크릭 트레일(Bryant Creek Trail)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올렸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은 것은 그리즐리 곰의 활동을 알리는 경고판이었다. 겨울잠을 준비해야 하는 곰들이 영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가 9월이니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배낭에서 베어 스프레이를 꺼내 옆구리에 매달았다. 첫날은 13.3Km를 걸어 마블 호수(Marvel Lake)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다.

 

캔모어에서 742번 비포장 도로(스미스 도리언/스프레이 트레일)를 타고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으로 향했다.

 

 

카나나스키스 지역의 스프레이 밸리 주립공원을 지났다. 스프레이 호수와 그 뒤에 자리잡은 바위산이 장관을 연출한다.

 

마운트 샤크 트레일 기점에서 아시니보인 백패킹을 시작했다.

 

 

처음엔 스프레이 밸리 주립공원 안에 있는 트레일을 걸었다. 해발 2,909m의 콘 마운틴(Cone Mountain)이 오른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밴프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니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가 연이어 나타났고, 그리즐리 곰의 활동을 알리는 경고판도 나왔다.

 

 

밴프 국립공원에 속한 암봉들이 맨살을 드러낸 채 우리를 맞았다.

 

 

능이버섯 등 다양한 식생들이 지표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원 지역에서 무단 채취는 벌금이 세다.

 

밴프 국립공원 안에 설치된 이정표는 요란하지 않아 좋다. 캠핑장을 찾아 마블 호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블 호수 캠핑장. 베어폴(Bear Pole)이 마련되어 있어 음식은 여기에 매달아야 한다.

 

 

 

마블 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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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크와콩나무 2019.08.23 15: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2. EasYKook 2019.08.28 0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집니다 웰페이퍼급!

  3. 바다 2019.10.20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풍경이 그림을 보는 듯 합니다. 정말 자연을 좋아하시는 것이 느껴져요..




자연 경관이 수려한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 마운트 롭슨(Mt. Robson, 3954m)은 대륙분수령 서쪽에 있다. 그 이야긴 여기서 발원한 물줄기는 태평양으로 흘러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행정구역 또한 알버타(Alberta) 주가 아니라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주에 속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하이킹이나 백패킹을 다녀온 마운트 롭슨 지역을 이번에는 헬리 하이킹(Heli-Hiking)으로 다녀왔다. 헬리 하이킹은 헬리콥터를 타고 마운트 롭슨 아래에 있는 롭슨 패스(Robson Pass)에 오른 뒤에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산행을 말한다. 하루 종일 걸어 올라야 하는 거리를 헬기로 10분만에 오르는 것이다. 두 발 멀쩡한 사람에겐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산에 오르는 것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요즘엔 산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이 하이킹은 사실 BC주 관광청에서 팸투어로 진행이 되었고 난 한국에서 온 두 분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베일마운트(Valemount)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에 롭슨 헬리매직(Robson Helimagic)이란 회사를 찾아갔다. 여기서 차를 타고 헬리 포트로 이동했다. 헬기에 오를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진행되었다.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더니 곧 헬리콥터가 이륙하였다. 사실 난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나 산 위를 날아 본 적이 많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늘 남달랐다. 엄청난 산괴를 자랑하는 마운트 롭슨과 키니 호수(Kinney Lake)를 지나치더니 롭슨 산자락을 에둘러 롭슨 패스에 착륙한다. 휙휙 스쳐 지나간 풍경들을 미처 가슴에 담기도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운트 롭슨을 호위하듯이 서있는 리어가드 산(Rearguard Mountain) 아래에 닿았다. 롭슨과 리어가드 두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쌍둥이 마냥 하늘 높이 솟아 우리를 반긴다.

 

롭슨 패스에 우리를 내려놓고 헬리콥터는 다시 날아올랐다. 고즈넉한 풍경만 덩그러니 남겨 놓은 채 말이다. 두 봉우리 아래 평원엔 하얀 솜털을 날릴 준비를 마친 마운틴 애븐스(Mountain Avens)가 가득했다. 꼭 민들레 홀씨와 비슷해 보였다. 가끔 눈에 띄는 인디언 페인트브러시(Indian Paintbrush)만이 단조로운 색상에 빨간색을 보태고 있었다. 공원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 지점이 바로 대륙분수령이자, 주 경계선과 공원 경계선 역할도 하고 있었다. 알버타 주 재스퍼 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에 속하는 아돌푸스 호수(Adolphus Lake)로 가서 한가로운 풍경부터 눈에 담았다, 이제부턴 버그 호수 트레일(Berg Lake Trail)을 타고 23km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배낭이 가볍고 내리막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어 산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캘리포니아 산디에고(San Diego)에서 혼자 왔다는 마이크가 얼른 우리 뒤를 따른다.



롭슨 헬리매직사의 헬리 포트로 이동해 헬기 탑승에 따른 안전 교육을 받았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헬기 유리창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롭슨 패스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헬기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해발 1,649m에 위치한 롭슨 패스는 대륙분수령에 위치하고 있어 주 경계선 역할도 겸하고 있다.



 


거대한 산괴로 이루어진 두 개의 산봉우리, 롭슨과 리어가드가 우릴 맞았다.




마운틴 애븐스가 고산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가끔 인디언 페인트브러시도 눈에 띄었다.


롭슨 패스에서 하산을 시작했다. 마운트 롭슨 아래 자리잡은 버그 호수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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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 엔지니어 2018.11.19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경이 너무너무 멋져요 ㅎㅎㅎㅎ 진짜 좋은 경험이였을거같아요 ㅎㅎㅎ

    • 보리올 2018.11.19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늘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악 풍경도 하늘에서 보면 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지요. 그래서 자꾸 높은 곳으로 오르는 모양입니다.

  2. justin 2019.06.27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롭슨 패스는 제가 가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그때 길이 엇갈려서 혼자 다녀왔던 폭포쯤해서 더 올라가면 롭슨 패스에 도착하는건가요? 마운트 롭슨이 왕 같고 앞에 리어가드가 수호신 같은 것이 너무 멋집니다.

    • 보리올 2019.06.27 1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버그 호수 트레일에서 네가 갔던 곳은 황제폭포까지니 거기서 6km를 더 가면 롭슨 패스가 나온다. 황제폭포부턴 길이 아주 편하고. 다음에 시간이 되면 백패킹으로 며칠 다녀오자.



전혀 생각치도 못 했던 캐나다 겨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한겨울에 날씨가 춥기로 소문난 캐나다 로키와 유콘 준주 접경지점까지 다녀오는 장거리 여행을 말이다. 그 까닭은 이랬다. 밴쿠버 산악계의 원로 한 분이 어느 날 커피 한 잔 하자며 불러내선 한국에서 지인 부부가 오는데 내가 직접 데리고 여행을 갈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캐나다 로키도 둘러보길 원하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은 오로라라고 분명히 이야길 했다. 눈길을 헤쳐가야 하는 1월에, 그것도 차로 이동하는 여행이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결국 따라 나서기로 했다. 캐나다 온 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오로라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로라를 보겠다고 멀리서 일부러 오기도 하는데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캐나다 북부의 혹한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넷이서 장도에 올랐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캐나다 로키로 향했다. 밴쿠버에서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나 밴프(Banff)까지 차로 보통 하루에 가는데 한겨울의 주행이라 시간이 더 걸렸다. 도로 위 눈은 대부분 치웠다 하더라도 하얀 눈길을 마음대로 달릴 수는 없었다. 프레이저 밸리(Fraser Valley)를 벗어나 코퀴할라 하이웨이에서 처음으로 눈길을 만난 이후 열흘 내내 하얀 눈길을 달려야 했다. 골든(Golden)을 지나 차를 세운 곳은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의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 여러 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꽁꽁 언 얼음 위에 수북히 눈이 쌓여 있는 호수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순백의 설원과 검은 산자락이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에머랄드 빛 호수와 호수에 반영되는 봉우리는 볼 수 없었지만 겨울 호수는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알버타(Alberta) 주로 들어서 밴프로 직행했다. 내 나름대로 밴프의 명소 몇 군데를 골랐다. 설퍼 산자락에 위치한 케이브 앤 베이슨(Cave & Basin)을 먼저 찾았다. 오늘날 밴프를 있게 만든 유황 온천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보 폭포(Bow Falls)도 들렀다. 낙차가 크지 않은 물길이라 얼음이 얼었고 그 위를 눈이 덮고 있었다. 버밀리언 호수(Vermillion Lakes)는 밴프를 찾는 경우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해가 지면서 마지막 한 줌의 빛이 런들 산(Mt. Rundle) 꼭대기에 내려앉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석양이 아니라도 호수에 비친 런들의 모습도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모퉁이에 있는 얼지 않은 수면에 런들이 비쳤다. 생각보다 그리 아름답진 않았다. 호수를 빠져 나오는데 멀리서 한 쌍의 늑대가 나타나 우리를 반기는 것이 아닌가. 늑대를 따라 호수 건너편으로 갔다가 거긴 출입금지구역이란 것을 알고 가슴이 뜨끔했다.







호수에 쌓인 눈과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자락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던 에머랄드 호수





오늘날 밴프와 밴프 국립공원이 태동하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서 발견된 유황온천 때문이다.

현재는 케이브 앤 베이신이란 국가 유적지가 되었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 인근에 있는 보 폭포는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화가나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버밀리언 호수에선 해질녘 런들 산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다.


 


버밀리언 호수에서 늑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늑대 서식지는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을 뒤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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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untrain 2018.01.19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사진이 정말 예술이에요

  2. justin 2018.01.31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겨울의 록키는 저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웅장함은 여전하고 색깔 톤이 심플합니다! 겨울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