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국립공원의 레인포레스트 트레일(Rainforest Trail)을 먼저 걸었다. 여긴 루트 A와 루트 B 두 개의 트레일이 하이웨이를 가운데 두고 나뉘어져 있는데, 그 각각이 1km의 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온대우림이 어떤 것인지, 어떤 나무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트레일이었다. 차를 몰아 유클루렛(Ucluelet)으로 향했다. 토피노에서 남으로 40km 떨어져 있는 유클루렛은 원주민 말로 안전한 항구의 사람이란 의미란다. 인구 1,600명이 살고 있다. 여기 오면 대체로 선착장 주변을 돌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선착장 대신 앰피트라이트(Amphitrite) 등대를 도는 와일드 퍼시픽 트레일(Wild Pacific Trail)의 라이트하우스 루프(Lighthouse Loop)를 걷기로 했다. 코스트 가드 로드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로 들어섰다. 라이트하우스 루프의 길이는 2.6km로 여유롭게 걸었음에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걷는 길이지만, 대부분 수풀 우거진 산길을 지나다가 가끔 조망이 트이는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며 쉬기도 했다. 바클리 사운드(Barkley Sound)와 브로큰 그룹 아일랜즈(Broken Group Islands)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곤 했다. 앙증맞은 크기의 등대 부근에선 원주민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결혼식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웃음으로 축하 인사를 보냈다.







퍼시픽 림 국립공원의 레인포레스트 트레일을 걸었다.

계단으로 된 보드워크를 걸어가면서 온대우림의 식생을 볼 수가 있었다.


유클루렛 표지판을 지나 유클루렛에 도착했다.








와일드 퍼시픽 트레일의 라이트하우스 루프를 걸었다.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도처에 있었다.

등대에선 원주민 커플이 결혼식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마지막 하룻밤을 묵은 리틀 컬리컴 폴스(Little Qualicum Falls) 주립공원 캠핑장




밴쿠버로 나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나나이모의 BC 페리 터미널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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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양방향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곳 포트 렌프류를 출발해 북상해도 되고, 반대로 북쪽 기점인 뱀필드(Bamfield)에서 남으로 걸어도 된다. 양쪽 기점에서 하루에 30명씩 들여 보낸다. 일종의 쿼터 시스템인 것이다. 포트 렌프류에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로 드는 날이 하필이면 내 생일이었다. 바깥으로 떠돌며 생일을 맞는 경우가 많아 그리 서글프진 않았다. 남은 밥을 삶아 아침을 해결하고 인스턴트 커피로 건배하며 생일을 자축했다. 보트를 타고 고든(Gordon) 강을 건너 트레일 입구에 섰다. 퍼시픽 림 국립공원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 앞에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큰 배낭을 멘 사진작가가 씩씩하게 먼저 출발한다. 2주 동안 트레일에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한다고 했다.

 

우리도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배낭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얼마 가지 않아 75km 지점을 알리는 거리 표식이 나왔다. 처음부터 꽤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사다리 몇 개도 오르내렸다. 반대편에서 오는 하이커 세 명을 만났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지만, 그들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끝내는 날이다. 40대 아들이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를 모시고 왔다. 나이를 묻다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말하게 되었고, 갑자기 그들이 생일 축가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72km 지점을 지나자, 길 옆에 놓인 동키 엔진이 보였다. 무슨 용도로 쓰였길래 숲 속에 버려진 것일까. 오래 전에 통신 케이블 포설작업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 잔재가 아닐까 싶었다. 5km 걸으니 스레셔 코브(Thrasher Cove)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첫날 야영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린 8km를 더 걸어 캠퍼 베이(Camper Bay)로 가기로 했다.

 

오웬 포인트(Owen Point)를 경유하는 해안길은 만조 시간이라 포기하고 그냥 숲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나타나 눈은 즐거웠지만, 며칠 간 내린 비 때문에 길은 무척 미끄러웠다. 물웅덩이에 진흙탕, 나무 뿌리, 외나무다리, 보드워크 등이 포진해 있어 방심을 하면 순간적으로 엉덩방아를 찧을 가능성이 높았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했다. 진행 속도가 무척 더뎠다. 어떤 구간은 1km를 가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이처럼 오르내림이 심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은 사실 이 구간을 포함해 남쪽 22km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야긴 초반 이틀은 힘이 들겠지만 날이 갈수록 짐도 가벼워지고 트레일도 순해진다는 의미다. 여기를 다시 걷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걸음에 힘을 냈다.

 

66km 지점 표식을 지나서 바다로 내려섰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반대편에서 바닷가를 따라 내려오는 두 팀이 보였다. 우리도 얼마간 해안을 걸었다. 다시 숲길로 올라와 캠퍼 베이까지 내처 걸었다. 케이블 카를 손으로 당겨 캠퍼 크릭(Camper Creek)을 건너자 바로 캠프 사이트가 나왔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한 팀이 쉬고 있었다. 부목 사이의 모래 위에 텐트를 쳤다. 개울물로 대충 씻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도착해 우리 옆에다 텐트를 친다. 무척이나 지친 기색이었다. 한국말로 대화를 하기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둘은 부자지간으로 빅토리아(Victoria)에 산다고 했다. 내 말에 그리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많아 뻘쭘하게 뒤로 물러섰다. 어둠이 내려앉는 해변을 걷곤 텐트에 누워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포트 렌프류의 퍼시픽 림 국립공원 인포 센터에서 보트를 타고 고든 강을 건넜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남쪽 기점을 알리는 퍼시픽 림 국립공원 표지판이 고든 강가에 세워져 있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두 팀을 만났다. 생일 축가를 불러준 팀은 뒤에 오던 팀이었다.

 

밴쿠버 섬의 웨스트 코스트, 즉 서해안은 온대우림이 널리 분포된 지역으로 유명하다.

 

 

숲길은 오르막이 길고 까다로운 구간이 많아 시간도 무척 많이 걸렸다.

 

 

 

숲길을 벗어나 해안으로 나오니 시야가 탁 트였다.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 주의 올림픽 국립공원이 보였다.

 

 

 

다시 숲길로 들어오니 까다롭고 성가신 구간이 우릴 반긴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에 진행 속도는 자연 느려졌다.

 

 

사다리를 몇 개나 오르내리고 케이블 카를 손으로 끌어 캠퍼 크릭을 건넌 후에야 캠프 사이트에 닿았다.

 

 

고단한 첫날 여정이 끝났다. 캠퍼 베이 캠핑장의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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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02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첫날부터 엄청난 진흙, 물웅덩이, 사다리, 케이블카, 해변가 돌들 등 너무 생생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관문들이었습니다!

 

이제 올림픽 국립공원의 해안 지형을 둘러볼 차례다. 올림픽 국립공원에는 험준한 산악지형과 온대우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100km가 넘는 긴 해안선도 있다. 101번 도로를 타고 카라로크(Kalaloch) 해변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흑곰 한 마리가 우리 앞으로 무단횡단하는 것이 아닌가. 차가 달려오는데도 서두르지 않고 동작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북미에선 어디를 가든 이렇게 곰들의 환영을 받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비치부터 올라오기로 했다. 우리의 첫 방문지는 4번 비치(Beach 4). 로드란 할아버지 레인저가 알려준 세 군데 비치 중 하나다. 드넓은 태평양이 우리 앞에 펼쳐지니 가슴이 탁 트인다.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싸우며 원주민 청년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무슨 물고기인가 연신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스박스엔 벌써 물고기로 가득 찼다. 낚시대를 한 번 던져보겠냐며 나에게 묻기에 정중히 사양을 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탁구공만한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는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바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101번 도로를 거슬러 올라 루비 비치(Ruby Beach)로 갔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론 몇 개의 커다란 바위가 바다에 걸쳐 있었다. 10여 미터 높이의 바위들 형상이 제법 옹골차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더니 커다란 바위가 바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깍여 이런 형상을 한 것이다. 여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았다. 다시 차를 움직여 리알토 비치(Realto Beach)도 방문했다. 첫눈에 부목이 엄청 많았다. 해변 양쪽으로 멀리 바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거센 파도들이 밀려오는 해변에는 산책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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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10.01 0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스레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이라 마음이 편안해 지는 기분이에요...
    수제비 뜨기 가르치는 아빠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띄어집니다...^^

  2. Justin 2014.10.25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니한테 듣기로 아버지께서도 낚시를 즐기셨다는데 나중에 가족과 함께 낚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요?

    • 보리올 2014.10.26 2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젊을 때 잠깐 바다낚시를 했던 적이 있지. 갯바위낚시였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들어가더구나. 가족이 다 같이 가면 나도 당연히 가야지.

 

의례 서울 사람들이 남산을 잘 오르지 않듯이 밴쿠버에서 몇 년을 살면서도 국경 너머 가까이 있는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을 찾을 기회가 없었다. 가려고 맘 먹으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빅토리아(Victoria) 방문길에 바다 건너 빤히 보이던 산세라 호기심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나에겐 좀 별난 여행이었다. 산으로 가는 경우엔 늘 손사레를 치던 집사람이 야영을 마다않고 이번 여행길에 따라나선 것이다. 이처럼 단둘이서 산으로 드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에 나로서도 좀 낯이 설었다. 긴 산행 코스는 모두 빼고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서 집사람이 힘들지 않게끔 나름 배려를 했다.

 

3,600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진 올림픽 국립공원은 193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 한다. 이 정도 크기면 미국 내에서도 꽤 큰 국립공원으로 분류가 된다. 198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려한 산악 지형에 울창한 삼림, 그리고 광할한 해안선이 펼쳐지는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 국립공원 내 최고봉은 올림푸스 산(해발 2,432m)이며, 낮은 해발 고도에도 불구하고 60여 개의 빙하가 형성되어 있다. 연간 강수량이 3,430mm나 되며, 이 수치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다고 들었다. 그 덕분에 온대우림이 광범위하게 발달을 했다. 숲이나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에겐 매력이 넘치는 곳임에 분명하다.

 

피스 아치(Peace Arch)에서 국경을 통과했다. 어디를 가냐고 묻기에 올림픽 국립공원에 캠핑간다고 답을 했더니 왜 캠핑을 가느냐고 묻는다.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심사관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껄걸 웃는다. 썰렁한 농담이었나, 아니면 슬쩍 뗘보는 질문이었을까 궁금했지만 내가 역으로 물어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얼마 전에 받은 입국 스탬프가 살아있다고 그냥 통과를 시켜준다. 린우드(Lynnwood)에 들러 H-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미국 쪽으로 식품 가져오는 것을 엄히 막기 때문에 대부분 여기서 장을 본다. 삼오정에서 김치순두부와 고등어구이로 점심을 해결했다. 음식도 괜찮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에드먼즈(Edmonds)에서 킹스턴(Kingston) 가는 페리에 올랐다. 바다 건너 저 앞에 킹스턴이 보였지만 페리로는 20분이 넘게 걸렸다. 푸른 하늘에 햇볕은 쨍쨍 내리쬐지만 공기는 좀 서늘했다. 차량에 부착된 온도계는 밖의 기온이 섭씨 19도임을 알려준다. 101번 도로를 타고 포트 에인젤스(Port Angeles)에 도착했다. 예상보다는 규모가 컸다. 우선 커피부터 한 잔 하고 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방문자 센터를 들렀다. 로드(Rod)란 할아버지 레인저가 우리를 맞더니 친절하게 볼거리를 알려준다. 너무 길게 설명을 해줬지만 중간에 짜를 수가 없었다. 더구나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바로 안녕하세요?”하며 우리 말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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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기심과 여러가지 2014.09.23 1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가용~ 시원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보리올 2014.09.24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 며칠 동안은 초가을 날씨를 보이더니 지금은 밖에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2. 설록차 2014.09.26 0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분이 오붓한 산행을 하셨군요..
    미국이라 그런지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분위기가 달라 보이네요..
    또 중국 편에서 이리로 오니 확!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에요..^*^

    • 보리올 2014.09.26 0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행이라기보다는 여행을 나섰지요. 배낭지고 오르는 산행은 다음에 시도하려 합니다. 이곳 자연도 캐나다와 비슷합니다만 방문객들은 훨씬 많습니다.

  3. Justin 2014.10.08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저도 올림픽 국립공원을 갔다와본 적이 없습니다. 이참에 간접적으로 블로그통해서 둘러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