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콘 여행을 마무리할 시각이 다가왔다. 며칠을 운전하고 올라온 댓가로 우린 유콘의 때묻지 않은 대자연을 접할 수 있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매년 한 차례씩은 유콘의 청정한 대자연에 안겨 호젓함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툼스톤 주립공원을 출발해 밴쿠버까지 3,000km 거리를 운전하는데 이틀로는 부족해 하루를 더 잡았다. 뎀스터 하이웨이를 빠져나와 클론다이크 하이웨이를 달렸다. 이미 한 번 지났던 길이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사진을 찍겠다고 차를 세우는 일도 없었다. 그만큼 호기심이 사라졌다는 의미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주유나 식사를 위해 잠시 멈추는 일 외에는 줄기차게 차를 몰았다.

 

우리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차에 부딪히는 돌멩이였는데 드디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에서 잔돌이 날아와 유리창을 때리는 경우가 잦다. 툼스톤 주립공원으로 올라오는 길에도 몇 차례 작은 흠집을 내더니 뎀스터 하이웨이를 달리는 대형 트레일러가 뿌리는 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유리창이 몇 군데나 파이고 갈라지는 불상사가 발생을 했다.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테고 이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겐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일텐데 이들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 말인가? 깨진 유리창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유콘을 떠났다.

 

화이트호스의 팀 홀튼스에서 커피 한 잔을 했다. 화이트호스 위로는 팀 홀튼스를 보지 못했으니 이 커피 한 잔이 우리의 문명세계 귀환을 의미하는 셈이었다. 테슬린(Teslin) 호수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장작이 없어 불은 피우지 못했다. 날씨가 푹해 그리 춥지는 않았다. 일부러 바깥 온도를 체크해 보았더니 영상 18도가 나온다. 반달이 떴다. 저 달이 차면 우리의 명절, 추석이다. 왓슨 레이크 직전에 있는 갈림길에서 BC 37번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이제 유콘 주와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 하이웨이는 여기서 16번 하이웨이를 만나는 키트완가 정션(Kitwanga Junction)까지 725km를 달린다. 알래스카 하이웨이에 비해 산악 지형이 더 많았다. 길도 좁고 중앙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구간도 많았다. 시골의 한적한 도로라고나 할까. 마주오는 차량도 거의 없는 도로를 무려 10시간이나 달려야 했다.  

 

남으로 내려올수록 햇빛은 쨍쨍 내리쬐고 날씨는 더워졌다. 한낮 기온이 섭씨 25도까지 올라가는 여름 날씨를 보인다. 확실히 유콘과는 기온 차이가 많이 났다. 여긴 단풍도 너무 일렀다. 연두색으로 색깔이 좀 변하긴 했지만 단풍이 절정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다. 37번 하이웨이에서 두 차례나 흑곰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한 녀석은 도로로 뛰어 들었다가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재빨리 돌아섰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차와 충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이웨이 막바지에선 그리즐리도 출현을 했다. 길가에서 먹이를 찾던 녀석을 발견하곤 차에서 창문을 열고 사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16번 하이웨이를 만나면서 37번 하이웨이와도 작별을 했다. 뉴 헤즐톤(New Hazelton)이란 곳에 텐트를 쳤다. 내일이 생일인데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하고 텐트에서 아침을 맞게 되었다. 올해도 길바닥에서 미역국 없이 생일을 맞게 된 것이다.

 

 

 

 

<사진 설명> 밴쿠버로 돌아오면서 하룻밤을 묵은 테슬린 호수. 남북으로 뻗은 길이가 무려 120km에 이르는 이 호수는 BC 주와 유콘 준주에 걸쳐 있다.

 

 

 

<사진 설명>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달려 BC 주로 내려가는 37번 하이웨이 갈림길에 닿았다.

 

 

 

 

 

 

 

 

<사진 설명> 37번 하이웨이는 유콘으로 올라가는 두 개 하이웨이 중의 하나다. 해안에서 가까운 내륙을 관통한다. 해안 산맥(Coast Mountains)과 나란히 달린다 보면 된다. 산악 지형이 많아 차창으로 보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사진 설명> 우리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그리즐리 곰. 흑곰과 그리즐리 곰이 많은 캐나다지만 그리즐리를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우리를 배웅 나온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 설명> 16번 하이웨이를 만나는 키트완가 정션. 37번 하이웨이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왼쪽으로 꺽어 또 줄기차게 달려야 했다.   

 

 

[여행 개요]

 

2013 9 3일에 출발해 9 13일 돌아왔으니 10 11일의 여정이었다. 유콘의 클루어니 국립공원과 툼스톤 주립공원이 우리의 주된 목적지였다. 밴쿠버 지인 세 명과 함께 팀을 이뤄 네 명이 차 한 대로 움직였다. 우리가 달린 전체 거리가 7,100km였다. 잠은 주로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고 전체 일정 중 이틀은 모텔에 투숙을 했다. 식사는 대부분 취사를 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3.01 0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룹이 아니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네요...거리도 그렇고 ~~
    겨울엔 눈과 얼음 천지겠지요?

    • 보리올 2014.03.01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혼자 다녀오긴 무리가 따르겠지요. 운전하는 거리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저희도 한 분이 가끔 운전을 도와주셔서 장거리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2. 설록차 2014.04.02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벽에 비오는 소리에 잠을 깨어 유콘시리즈를 다시 보았습니다...
    보리올님의 유콘 여행기를 읽기 전에는 유콘이 얼음으로 뒤덮힌 춥고 삭막한 곳인줄 알았어요...좀 무식하죠?
    지도를 보면 아무것도 없어보이는데 사람이 살고있다는것과 가을 단풍에 놀랐습니다...
    넓은 땅에서 넓게 보면서 살면 마음도 대범해질것 같아요...
    캐나다 로키, 그랜드 캐년, 영화 Castaway 마지막 장면처럼 사방에 아무런 곳도 보이지 않는 확 트인 곳...이 세 곳이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열심히 걷고 있으니 언젠가는 ~~~

    • 보리올 2014.04.02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 다녀온 기록이 유용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초행이었지만 감동이 컸습니다. 언제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지요.

 

알래스카 하이웨이는 잠시 BC 주를 들렀다가 다시 유콘 땅으로 진입했다. 주 경계선에 유콘 준주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모처럼 차에서 내려 포즈를 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왓슨 레이크로 들어섰다. 유콘 준주의 관문 도시에 해당하는 이 도시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인 포스트 포리시트(Sign Post Forest)로 꽤나 유명한 곳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여기에 사인 포스트를 붙이기 시작해 오늘날엔 하나의 숲이 형성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사인 포스트 속에 한글로 표시된 표지판도 보여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여기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건설하고 있던 1942, 미 공병대 소속 병사였던 칼 린들리(Carl Lindley)가 부상을 입어 왓슨 레이크로 후송되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던지 칼에게 도로 표지판을 보수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표지판을 정비하면서 그는 자기 고향마을이었던 일리노이 주 댄빌(Danville)을 적은 표지판을 하나 추가하였다. 한 젊은이의 향수병이 오늘날 사인 포스트 포리스트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때 걸었던 사인 포스트 원본은 사라져 버렸지만, 1992년 알래스카 하이웨이 건설 50주년을 기념해 칼이 왓슨 레이크를 방문했을 때 복제판을 만들어 현재는 방문자 센터에 보관하고 있었다.  

 

왓슨 레이크를 떠나 화이트호스로 향했다. 차로 족히 대여섯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도로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차량 통행도 현저히 줄었다. 우리가 한적한 동토의 땅에 들어온 것이 확실해 보였다. 유콘 준주의 면적은 482,000 평방킬로미터로 남한의 5배 크기인데 반해, 인구는 겨우 36,000명이 산다. 그 중에 28,000명이 화이트호스에 산다고 하니 이동 인구는 꽤 있을텐데 도로는 한적한 시골길 같았다. 하이웨이 상에 있는 몰리 리버(Morley River)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자고 차를 세웠다. 꽃이 진 파이어위드(Fireweed)에서는 하얗게 부풀은 솜털 씨앗이 세상으로 날아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콘에도 파이어위드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이제 화이트호스가 멀지 않았다.

 

 

 

 

 

 

 

 

 

 

<사진 설명> 세계 각지에서 이곳을 방문해 걸어놓은 사인 포스트가 75,817개에 이른다고 방문자 센터에 적혀 있었다. 한 젊은이의 단순한 발상이 오늘날 왓슨 레이크에 엄청난 컨텐츠를 선사한 셈이다.

 

 

 

 

 

 

<사진 설명> 유콘의 하늘은 더 청명한 것 같았다. 구름 또한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 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속으로 내가 풍덩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콘의 첫 인상이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2.10 0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에 유콘 여행을 꿈꾸는 분은 필히 한글 표시판을 지참하세요...
    저기서 자기 고향, 나라 표지판을 발견하면 얼마나 기쁘겠어요...확대경이 없어 한글 표지판 찾기는 실패했습니다..엉엉 ㅠㅠ 왕년에 *지도에서 지명찾기* 베테랑이였는데 세월이ㅠ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 보리올 2014.02.10 0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혹시나 해서 일견해 보았는데 사진 속에 한글 표지판은 없더군요. 실제로 두 개인가 보기는 했지만 우리 나라 지명을 적은 것이 아니고 다녀간 분들 이름만 적어놓아 일부러 찍지를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한글로 된 지명에 거리까지 표기해 하나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리어드 리버 온천 주립공원 캠핑장에서 야영을 했다. 어제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갔던 온천욕이 너무나 좋았던 모양이다. 일행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온천에 가겠다고 아우성이다. 출발이 좀 늦어지면 어떤가. 보드워크를 걸어 온천으로 갔다. 어제는 별빛 아래서 보았던 온천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온천수도 무척 깨끗하고 바닥에 모래를 깔아 자연적인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온천수도 흘러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인공적 요소라면 탈의실과 데크, 가드레일이 전부였다. 물도 제법 뜨거운 편이었다. 캐나다 온천이 대부분 39도나 40도에 맞춰 우리에겐 미지근한 느낌인데, 여기는 온천 상류로 올라가면 엄청 뜨거운 원천수가 흐른다. 무심코 상류로 걸어갔다가 원천수에 닿은 피부가 화끈거려 혼났다. 이 아름다운 온천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전세낸 셈이었다.  

 

다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했다. 오늘은 왓슨 레이크를 지나 화이트호스까지 가야 한다. 아침부터 야생동물이 출몰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루의 시작이 좋았다. 리어드 리버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흑곰 세 마리를 연달아 본 것이다. 한 녀석은 도로를 건너다 우리 차와 부딪힐뻔 했고, 두 녀석은 풀뿌리를 찾는지 풀섶을 헤매고 있었다.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하이웨이를 따라 걷는 바이슨 한 마리도 만났다. 커다란 수컷으로 보이는데 무슨 이유로 도로를 따라 정처없이 걷는지 모르겠다. 설마 혼자서 배낭여행에 나선 것은 아니겠지. 우리 차를 따라오던 바이슨이 조그만 점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오늘따라 우리가 유별나게 운이 좋은 것인지, 여기 사람들은 늘 보는 풍경인지 궁금했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콘택 크릭(Contact Creek)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유콘을 처음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밴쿠버를 출발해 이틀이 넘게 운전을 해서 드디어 유콘에 입성한 것이다. 차에서 내려 일행들과 하이 파이브로 유콘 입성을 자축했다. 모두 일곱 차례나 BC 주와 유콘 준주 경계선을 드나들지만 우리에겐 처음 유콘 땅을 밟았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콘택 크릭이란 지명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양쪽에서 하이웨이를 건설하던 미국 공병대가 1942 9 24일 여기서 만났다 해서 지명에 콘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제 왓슨 레이크까진 70km 남았으니 한 시간 이내에 들어갈 것이다.

 

 

 

 

 

 

<사진 설명> 온천이란 존재도 여행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더구나 마음에 드는 온천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리어드 리버 온천이 우리에겐 그랬다. 자연 속에 조성된 입지 조건도 훌륭했고 물도 너무나 깨끗하고 맑았다. 여행자들의 피로를 한 순간에 싹 가시게 하는 묘한 매력이 풍기는 온천이었다.

 

 

 

 

 

 

 

<사진 설명> 캐나다에선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차를 운전하면서 이렇게 쉽게 야생동물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캐나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동물이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들도 사람이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설명> 도상거리 2,100km를 운전해서 콘택 크릭에 닿았고 거기서 처음으로 유콘을 만났다. 오랜 꿈 하나가 실현되는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2.08 0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 속에서는 누구나 개구장이가 되어요...ㅎㅎ
    그 위에도 지도에 표시할 정도의 큰 마을이 있는게 신기합니다...더 북쪽에는 어떤 모습인지~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시네요...ㅠㅠ

    • 보리올 2014.02.08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도에 표시되는 커뮤니티도 상당히 작습니다. 인구 수 천 명이면 엄청 큰 축에 속하지요. 이번에 유콘 여행을 마치고 그런 곳에서 몇 년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 아우 2014.02.10 0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접한 보리올님의 멋진 산행일지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아니 보겠습니다.

    • 보리올 2014.02.10 0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을 좋아하시는 분인 것 같군요. 산행일지처럼 참고자료로 쓸 정도로 자세히 적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 곳도 있구나 하고 봐주십시요.

 

밴쿠버를 출발해 유콘(Yukon)으로 가는 길이다. 북극권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토의 땅, 유콘! 오래 전부터 마음으로 염원했던 곳을 이제야 가게 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대자연이 살아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우리같은 보통 사람은 한여름에만 유콘을 찾을 수 있다. 눈이 녹고 추위가 가시는 6월부터 9월까지가 유콘 방문의 적기라 희소가치가 있는 여행인 셈이다. 밴쿠버 지인들로 구성된 일행은 나를 포함해 모두 네 명. 차 한 대로 움직이기 딱 좋았다. 이틀에 화이트호스(Whitehorse)까지 바로 빼려고 했으나 쉬엄쉬엄 가자는 일행이 있어 하루를 더 늘였다. 하루에 1,000km씩 운전을 해도 이틀엔 갈 수 없는 장거리를 줄기차게 운전을 해야 했다.   

 

1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하다가 캐시 크릭(Cache Creek)에서 97번 하이웨이로 바꿔 탔다. 97번 하이웨이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선에 근접한 오소유스(Osoyoos)에서 왓슨 레이크(Watson Lake) 인근의 브리티시 컬럼비아(BC)와 유콘의 주 경계선까지 장장 2,081km를 달린다. BC 주에 있는 알래스카 하이웨이에도 97번 하이웨이 표지판이 붙어 있다. 오늘 동선에서 가장 큰 도시인 프린스 조지(Prince George)를 지났다. 도시 규모가 한 눈에 보기에도 꽤 컸다. 인구 75,000명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곳에선 엄청 큰 도시에 속한다 하겠다. 미리 장을 본 과일을 가져 오지 못해 여기서 차를 세우고 다시 장을 보아야 했다.  

 

다시 97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했다. 두 시간을 더 달렸나. 오른쪽으로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캐나다 로키산맥에 속하는 봉우리들이다. 캐나다 로키는 남북으로 1,500km에 걸쳐 길게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는 벌써 그 북쪽에 있는 산맥에 도달한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아니 캐나다 로키를 마음에 담은 나에겐 꽤나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파인 르 모레이(Pine Le Moray) 주립공원의 하트 호수(Heart Lake)에 차를 세웠다. 이미 1,000km를 넘게 혼자 운전하고 왔기에 더 어둡기 전에 여기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다. 캠핑장은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시즌이 지나 물펌프 등 시설을 모두 잠가놓았다. 그 덕분에 돈을 내지는 않았다. 호수에서 물을 떠다가 음식을 준비하고 불을 지폈다. 9월의 날씨가 선선했지만 그렇다고 추운 편은 아니었다.

 

 

 

<사진 설명> 97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하던 중 도로표지판을 통해 우리가 카리부 골드러시 당시 마차들이 달렸던 카리부 왜곤 로드(Cariboo Wagon Road)를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일(Yale)에서 바커빌(Barkerville)을 연결하는 400 마일의 마차길은 철도의 출현으로 쇠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황토색 맨살을 드러낸 침식 지형이었다.

 

 

<사진 설명> 100 마일 하우스에서 잠시 쉬면서 팀 홀튼스(Tim Hortons)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팀 홀튼스는 여행 내내 도시의 규모를 재는 척도로 사용이 되었다. 왜냐 하면 하이웨이 상에서 만난 수많은 커뮤니티에 팀 홀튼스가 없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

 

 

 

<사진 설명> 퀘널(Quesnel)이란 도시 이름이 퀘스널이냐, 퀘널이냐 그 발음이 궁금해 관광안내소에 들러 직접 물어 보았다. S가 묵음이라 퀘널이 맞다고 한다. 피너클스 주립공원(Pinnacles Provincial Park)을 찾아갔다. 후두스(Hoodoos) 하나 달랑 있는 곳이었다.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묘하게 흙이 깍여 있었다. 게이트에서 1km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사진 설명> 프린스 조지를 지나 두 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하트 호수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육개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곤 캠프파이어를 피워 낭만을 보탰다. 여기서 아주 평화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서녘으로 지는 해가 호수를 비추더니 아침에 뜨는 햇살도 호수에 내려 앉았다. 아직 갈길이 멀어 출발을 서둘렀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2.05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곳은 사진으로 본 적이 없는 곳이라 언제 쓰시려나~기다렸습니다...
    온통 얼음에 덮힌 곳이라고 상상했는데 푸르름이 가득하네요...'스노우 워커'에 나오는 그런 곳인줄 알았거든요...ㅎㅎ
    산 속에 여러 개의 호수가 있는데 왜 이름을 따로 부르지 않을까..호수가 연결되어 있다면 한 개이니 복수형을 쓸 필요가 없을텐데~하는 엉뚱한 생각에 물어보았습니다...

    • 보리올 2014.02.06 0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은 아주 특이한 곳입니다. 늘 흰 눈으로 덮여있지만 우리는 그 때를 피해 초가을에 다녀왔습니다.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을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유콘으로 많은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