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7.21 용문산 (4)
  2. 2014.11.04 유명산

 

아무런 약속도 없는 연휴를 맞았다. 방에서 뒹굴기도 그래서 혼자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있는데 문득 용문산이 떠올랐다. 오래 전에 아들과 둘이서 산행했던 기억도 있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용문사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여전히 잘 있는지도 궁금했다.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내렸다. 마침 길거리에 장터가 열렸지만 산에 다녀와서 보자고 그냥 지나쳤다. 버스터미널에서 용문사 가는 버스에 올랐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이제 용문사는 고적함과는 거리가 먼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사찰 경내에는 무슨 불사를 한다고 시주 타령하는 듯 해서 오래 머무르질 않았다.

 

산길로 들어오니 한적해서 좋았다. 용문사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산길엔 등산객 몇 명이 전부였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류가 얼음을 깨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고드름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아선 산 속은 아직 겨울을 나고 있는 듯 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엔 눈이 꽤 쌓여 있었다. 정상 가는 길을 알리는 팻말도 눈에 파묻혀 윗부분만 겨우 보였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용문산 주변에 펼쳐진 설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산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설경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이 무슨 행운이란 말인가. 눈을 밟으며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있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정상 아래서 정상으로 연결된 계단에 닿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놓고 산새를 기다리는 한 할머니도 있었다. 경계심이 유독 많은 우리 나라 산새들이 과연 날아올까 했는데 겁 없는 녀석들이 손에 올라 냉큼 땅콩을 집어 먹는다. 눈 덮힌 겨울산에서 먹이를 구하기가 쉽진 않겠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용문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한 귀퉁이에 정상석을 설치해 놓고 나머지 공간은 철망을 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철망 한쪽엔 무슨 리본을 그리 잔뜩 달아 놓았는지 내 눈엔 모두 쓰레기로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리본을 달아 놓았을까 궁금했다. 혹시 이게 무슨 기념장식이나 광고로 보여지길 바랬던 것일까? 씁쓸한 마음으로 해발 1,157m라 적혀 있는 정상석을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5.07.21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5.07.22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얼마 전에도 동일한 제안이 있어 답글을 올렸는데 못 보신 모양이군요. 좀더 고민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2. 스페니 2015.11.29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문산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얼마전 아이들의 수능이 있었던 날 도시락전해주고 기다리는 사이에 시간이 충분하여 용문사에 다녀왔어요 은행잎은 거의 떨어지고 쪼글한 은행들만 줄줄이 달려있더군요 그래도 오랫만에 오솔길걸으니 좋았어요~~^^

    • 보리올 2015.11.29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능이라면 최근에 용문사를 다녀오셨군요. 용문사까지 오르는 오솔길도 가을 정취가 넘치는 곳이죠. 은행나무는 잘 있죠?

 

가만히 있어도 더워서 어쩔 줄을 모르던 8월 초순의 어느 여름날,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따라 유명산을 가게 되었다. 난 추위엔 제법 강한 편인데 더위에는 맥을 추지 못한다. 더군다나 태풍 나크리가 올라온다고 잔뜩 찌푸린 날씨에 습도까지 높은 날엔 더욱 그렇다. 이런 날 산행을 하게 되면 땀도 엄청 쏟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늦게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아침부터 막걸리 한 잔씩 걸쳤다. 어떤 친구들이 산꾼이 되어 나타날지 자못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산으로 회귀한다고 하지 않는가. 관광버스들이 속속 들어와선 울긋불긋 산행 복장을 한 사람들을 마구 토해낸다. 나크리가 상륙한다는 엄포에도 전혀 위축되는 기세가 없었다.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모두 12명이 되었다. 개울을 건너 유명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섰다. 휴양림에서 바로 정상을 치고 오르기로 했다. 경사는 가파르지만 거리가 짧아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다. 해발 862m의 유명산 정상에 닿으니 시야가 트인다. 구름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사방을 둘러볼 수는 있었다. 한강이 저 아래 내려다 보이고, 통신탑이 여러 개 세워져 있는 용문산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일행들은 올라온 코스로 내려간다 해서 나랑 친구 한 명은 유명계곡으로 내려섰다. 비슷한 시각에 주차장으로 내려서기 위해선 발걸음을 빨리 해야 했다. 마당소, 용소, 박쥐소 등 몇 개의 소를 그냥 지나쳤다. 어차피 가랑비에 옷이 젖고 있는 상황이라 머물 수도 없었다.

 

 

 

 

 

 

 

 

 

 

 

 

 

 

 

 

 

 

'산에 들다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성 비채길  (0) 2014.11.11
원주 백운산  (0) 2014.11.10
유명산  (0) 2014.11.04
소요산  (0) 2014.11.03
민둥산  (0) 2014.10.31
검단산  (2) 2014.10.30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