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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26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③ (2)
  2. 2013.01.09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5>



1953년 오버랜드 트랙을 처음 오픈할 당시엔 매년 1,000명 정도가 이 트랙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매년 8,000~9,000명이 이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연히 환경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에 대한 대책이 논의되었다. 그 방안으로 2006년부터 사전 예약제와 일방 통행제를 실시하고 있고, 하루 입장 인원을 통제하거나 트랙 이용료를 징수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도입된 것이다.

 

장거리 트랙을 걸을 때 날씨가 좋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우리에게 그런 운이 따랐다. 열흘 가운데 7일이 비가 온다는 태즈매니아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우리에겐 꽤나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가을이 무르익는 4월의 청명한 하늘과 약간은 서늘한 듯한 날씨도 우리에게 청량감을 선사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악 지역의 기온도 섭씨 10도에서 20도 사이라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오버랜드를 걷는 마지막 날 하루만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것도 몸이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었다. 날씨가 궂다고 겁을 줘 미리 준비한 비옷과 방수 자켓이 오히려 무색할 지경이었다.

 

셋째 날이 밝았다. 식량이 줄어 배낭이 좀 가벼워지긴 했지만 그에 반비례해 피곤이 쌓였다. 윈더미어 산장에서 펠리온 산장(Pelion Hut)까지 가는 16.8km 여정 또한 그리 힘들지 않았다. 포스 강(Forth River)를 건너기 위해 고도를 730m까지 낮춘 후 다시 고도를 올리지만 그래 봐야 5~6시간 걸리는 거리다. 이 포스 강이 오버랜드 트랙에선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이다. 오버랜드 트랙은 버튼그라스 무어랜드(Buttongrass Moorland)라 부르는 평원만 걷는 것은 아니었다. 유캅립투스와 비치가 많은 어두컴컴한 숲 속을 걷기도 했다.

 

포스 강을 건넌 후 한 시간 만에 펠리온 산장에 도착했다. 36명을 수용하는 크고 깨끗한 산장이 우릴 맞았다. 여섯 명씩 사용하도록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일본 팀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캠핑을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산장으로 들어왔다. 펠리온 평원 건너편에 자리잡은 오크리 산(Mt. Oakleigh, 1386m)의 울퉁불퉁한 산세를 여유롭게 조망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헬기장은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밤에 은하수와 별을 감상하기에 무척 좋았다. 오랜 만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순간이 오버랜드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여기서도 한 무리의 왈라비를 만났다. 사람과 접촉이 많은 탓인지 이 녀석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이 등을 쓰다듬어주면 살포시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즐기는 녀석도 있었다.


아침부터 왈라비 한 마리가 나와 산장을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버튼그라스로 뒤덮인 파인 포리스트 무어(Pine Forest Moor)를 지나고 있다.

마치 하늘 정원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구간이었다.


나무고사리(Treefern)


유칼립투스 나무 줄기



단풍이 많진 않았으나 가끔 붉은 단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운틴 커런트(Mountain Currant)


펠리온 산장



펠리온 산장에서 바라본 펠리온 평원과 오크리 산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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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31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왈라비는 위험한 요소가 많지 않은가봐요? 캥거루는 까딱하면 발차기를 할 수 있다는데 왈라비는 조그많고 귀여워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아보여요~ 펠리온 산장이 다른 산장과는 틀리게 마치 아프리카 야생 초원 위에 세워진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7.11.01 0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반적으로 왈라비는 사람을 보면 바로 도망을 가는데, 산장 주변에서 사람과 접촉한 경험이 많은 녀석들은 좀 다르게 행동하더구나. 사람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거지.

 

새벽에 좀 일찍 일어났다. 고소라서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다울라기리에 햇살이 내려앉는 광경을 보고 싶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날이 맑아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았지만 따사로운 햇빛 한 줄기가 다울라기리에 살포시 내려앉는 모습도 보았다. 이번 구간 중에 고소 적응에 가장 중요한 날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베르 카르카에서의 하룻밤은 우리 몸이 해발 3,000m가 넘는 지점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가 뽀개질 것 같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나는 다행히 그리 힘들지 않았다. 대원들 상태를 꼼꼼히 챙기던 김덕환 선배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해발 4,200m의 닐기리 베이스 캠프까지 또 고도를 올려야 하는데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부터 급경사길이 나타나 곤역을 치뤘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무려 세 시간을 걸어서야 광할한 초지가 펼쳐진 구릉지대에 올랐다. 초원을 배경으로 히말라야 특유의 고산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에 압도되어 움직이기가 싫었다. 우리를 따르던 다울라기리와 이젠 작별을 해야 한다. 대신 닐기리 북봉(6,839m)와 바라하 시카 봉(7,649m)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바라하 시카 봉을 안나푸르나 주봉으로 착각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안나푸르나 주봉도 나타나겠지.

 

아침까진 별 이상이 없었는데 급경사 오르막에서 너무 힘이 들었다. 머리가 아프고 속도 불편하다. 다리는 힘이 없어 발을 떼기가 너무 무거웠다. 내가 익히 아는 고산병 증세를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덜컥 겁이 났다. 지난 해에는 더 높은 곳도 무사히 지났는데, 이번에는 4,000m 고도에서 어찌 이런 증상을 보인단 말인가. 김덕환 선배에게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약 한 봉지를 건네 준다. .

 

고도를 높일수록 기압은 떨어지고 산소량은 줄어드니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두통과 구토, 무기력, 졸음이다. 히말라야 원정 경험이 많은 한 대장의 고산병 판단 기준은 너무 간단했다. 산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면 고산병으로 판단한단다. 그나마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숟가락을 잡는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 야영장도 닐기리 기슭에 있는 양떼 숙영지다. 그들 배설물 위에서 하루 더 자야 했다. 텐트 안까지 배설물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래도 풀을 뜯어 먹은 동물의 배설물이라 깨끗할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초저녁엔 구름이 가득하다가 한밤중이 되면 구름이 걷히며 별이 총총하다. 며칠간 비슷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해발 4,200m 야영장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가까워 보였다. 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별과 은하수가 하늘을 수놓은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별똥별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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