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키산맥에 속하는 그랜드 티톤(Grand Teton)은 수려한 산세로 유명한 곳이다. 굽이쳐 흐르는 스네이크 강(Snake River)과 엄청나게 큰 잭슨 호수(Jackson Lake) 뒤로 톱날 같은 봉우리들이 솟아 티톤 레인지(Teton Range)를 이루고 있다. 뛰어난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어 일찌감치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우리 시선을 확 끄는 봉우리는 해발 4,199m의 그랜드 티톤이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운트 모런(Mt. Moran, 3,842m)도 단연 눈에 띄었다. 티톤 레인지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캐나다 로키와 비교하면 그 작은 규모에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랜드 티톤에서 쉬운 하이킹 코스로 하나 고른 것이 바로 제니 호수 트레일(Jenny Lake Trail)이었다. 난 제니 호수를 한 바퀴 도는 7.1마일의 트레일을 모두 걷고 싶었으나 호수를 가로지르는 보트가 있다는 것을 안 일행들은 그 반만 걷고 싶어했다. 시간도 충분치 않았지만 일행들 의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 히든 폭포(Hidden Falls)까지 갔다가 호숫가를 따라 남쪽으로 돌아 나왔다. 우리가 걸은 거리가 3.4마일(5.5km)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산길이 그리 험하지 않았고 호수 풍경도 그만그만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많지 않았다. 히든 폭포는 수량은 풍부했지만 낙차가 그리 크지 않았고 폭포를 바라보는 위치도 제법 멀었다. 호수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조망이 트이는 바위 위에 서자 제니 호수가 한 눈에 보였고 그 위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뭉게구름은 동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 공연히 기분이 좋아졌다. 하산길엔 흑곰 한 마리와 마주쳤다.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젊은 아빠가 가장 먼저 곰을 발견하곤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을 모두 세웠다. 곰이 숲으로 들어가길 기다렸지만 오히려 길을 따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나서 일행들을 한 자리에 뭉치게 하고 전원 숲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5분 정도 있다가 나오니 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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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5.10.04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 트레일을 걷다가 무스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있어서 모든 관광객들이 멀리 돌아서 갔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가 먼저 과감하게 돌아갔는데 가다보니까 무스 한마리와 새끼가 길을 따라 저에게 다가오길래 돌아서서 가니까 아까 길을 막았던 무스가 저에게 나타났습니다. 순간 주춤했다가 천천히 산경사를 타고 무작정 올라가서 기달리니까 다행히 안 따라왔습니다. 저에겐 아찔했던 추억입니다.

    • 보리올 2015.10.05 0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곰도 아니고 무스에게 양쪽에서 협공을 받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구나. 무스는 의외로 보기 힘드는데 넌 무슨 복이냐. 그리 공격적이진 않지만 엄청난 덩치라 가까이 가면 위험할 수 있지. 특히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무스는 말이야.

 

다시 그랜드 티톤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했다. 파크 게이트를 지나 오른쪽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 들었다. 우람한 산세를 배경으로 평야에 홀로 서있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그 끝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고 그것을 통해 그랜드 티톤이 보인다. 하느님 대신 그랜드 티톤을 모셔다 놓은 것 같았다. 공원 내 어느 곳에서나 그랜드 티톤을 볼 수가 있지만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은 제니(Jenny) 호수가 아닐까 싶다. 바로 지근 거리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위치라서 전날에 이어 다시 찾았다. 그랜드 티톤에 있는 하이킹 코스를 걸으려면 이 호수를 건너야 접근이 가능하다.

 

 

 

 

잭슨 호수를 도는 크루즈를 타기 위해 콜터 베이(Colter Bay) 선착장을 다시 찾았다. 잭슨 호수는 길이가 25km에 이르는 큰 호수로 해발 고도 2,054m에 위치한다. 티톤 레인지와 스네이크 강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듬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출항 시각을 잘못 알았다. 10분 늦게 도착했더니 배는 출항을 하지 않았는데 우리를 추가로 태울 수는 없단다. 부득이 크루즈 대신 카누로 변경을 했다. 잭슨 호수에서 카누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수심이 깊은 곳으로 나가자 집사람이 겁을 내며 자꾸 돌아가잔다. 두 시간 렌트가 기본인데 집사람 때문에 좀 일찍 들어왔다.

 

 

 

 

이제 그랜드 티톤을 떠나 사우스 다코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여행의 말미가 다가온 것이다. 돌아갈 때는 다른 루트를 택했다. 모런 정션(Moran Junction)을 거쳐 리버튼(Riverton), 캐스퍼(Casper)를 지나 동쪽으로 달렸다. 또 다시 와이오밍의 넓은 평원지역을 지나치게 되었다. 도로는 심심할 정도로 곧게 뻗어 있고, 도로 옆 목초지는 온통 누런 빛 뿐이다. 푸른 하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가끔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리곤 했다.

 

 

 

 

 

 

우리 뒤로 석양이 진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뒤로 하고 러스크(Lusk)까지 열심히 차를 몰았다. 와이오밍 가장 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러스크는 사우스 다코타와 인접해 있다. 도로와 나란히 뻗어있는 기찻길로는 심심치 않게 기차가 지나간다.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일일이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00량은 충분히 될 듯 하다. 미국은 그런 나라다. 기차도 길지만 하루종일 차로 달려도 지도 한 뼘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오늘 이렇게 무심히 지나가면 언제 다시 이 길을 달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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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공원은 옐로스톤과 거의 붙어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입장료를 합쳐 받는 모양이었다. 빼곡한 소나무 숲이 하늘을 모두 가렸다 생각했는데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하늘이 조금 뚫려 있었다. 차량도 없어 도로는 한산했다. 도로 끝으로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이 조금씩 보이더니 갑자기 우리 눈 앞에 티톤 레인지(Teton Range)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와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스네이크(Snake) , 그리고 드넓은 잭슨(Jackson) 호수가 어울려 완연한 초가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은 미국 로키 산맥에선 아마 가장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대표적 부호였던 록펠러(John Rockefeller)가 이곳 경치에 반해 땅을 구입했다가 연방 정부에 기증해 국립공원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평원이 펼쳐지는 지점에 4,000m 높이의 험준한 산악지형이 우뚝 서있으니 처음 이를 보는 사람은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원래 티톤이란 말은 불어로 여성의 가슴을 의미한다고 한다. 산세가 봉긋하다는 의미로 1800년대 프랑스 모피상들에 의해 쓰였다던데 저렇게 톱날처럼 뾰족한 산봉우리에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산세를 너무나 많이 보아온 나로선 여기보다는 캐나다 로키에 더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랜드 티톤은 캐나다 로키의 아주 작은 부분을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는 만큼 나에겐 그런 큰 감흥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스네이크 강을 사이에 두고 그랜드 티톤의 아름다운 자태를 즐거운 마음으로 올려다 보았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짧은 트레일이라도 하나 정도는 직접 걷고 싶었지만 집사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티톤 레인지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산은 단연 그랜드 티톤이었다. 해발 4,199m에 이르는 험봉으로 이 산맥에서는 가장 높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모런 산(Mt. Moran, 해발 3,842m)도 확연히 구분되는 봉우리 중 하나였다. 스네이크 강과 계곡, 그리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봉우리들이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해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혹시 1953년에 제작된 조지 스티븐스(George Stevens) 감독의 서부영화 <셰인(Shane)>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앨런 래드(Alan Ladd)가 주연을 맡은 정통 서부극이었다. 영화 배경으로 빼어난 목가적 풍경을 묘사했는데 그 영화 로케이션이 바로 여기였다.

 

 

 

 

이 지역을 흔히 잭슨 홀(Jackson Hole)이라 부른다. 19세기 비버 사냥꾼였던 데이비드 에드워드 잭슨(David Edward Jackson)의 이름에서 따왔다. 여기에 있는 티톤 빌리지 리조트(Teton Village Resort)는 연간 강설량이 11.7m에 이르는 스키, 스노보드의 천국이라 하지만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정치인들의 정상회담도 자주 열린다 한다. 시그널 마운틴(Signal Mountain)은 높지 않은 봉우리 정상인데 잭슨 홀을 한 눈에 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라 쉽게 오르긴 했지만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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