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Jasper)가 가까워질수록 하얀 눈을 뒤집어쓴 캐나다 로키의 모습이 우리 앞에 드러났다. 너무나 눈에 익은 풍경이라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밴쿠버도 이제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구름이 많은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하얀 눈과 어울려 오히려 겨울 분위기를 내는 듯 했다. 재스퍼에 도착해 주유를 한 후 바로 말린 호수(Maligne Lake)로 향했다. 도로나 나무, 심지어 산자락에도 흰눈이 쌓여 있어 여긴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예상치 못 한 설경에 가슴이 뛰었다. 메디신 호수(Medicine Lake)를 경유해 말린 호수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이 아름다운 호수를 우리가 독차지할 수 있었다. 단풍만 생각하며 먼 길을 달려온 우리에겐 눈 쌓인 세상은 별세계로 보였다.

 

재스퍼로 돌아오는 길에 말린 협곡(Maligne Canyon)에도 잠시 들렀다. 말린 호수에서 흘러내린 물이 오랜 세월 돌을 깍아 50m 깊이의 협곡을 만들었다. 협곡 사이의 폭이 2m 밖에 안 되는 곳도 있다 한다. 협곡 안엔 제법 낙차가 큰 폭포도 있었다. 재스퍼 타운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에 피라미드 산 아래에 있는 피라미드 호수(Pyramid Lake)를 찾았다. 조그만 나무 다리를 건너 피라미드 섬에도 다녀왔다. 구름 아래 산자락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알버타를 벗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들어섰다. 베일마운트(Valemount)에서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는 밤새 운전해서 밴쿠버로 돌아왔다. 16일 간에 걸친 캐나다 동부로의 로드트립이 이렇게 끝나게 되었다.




에드먼튼을 출발해 16번 하이웨이를 타고 서진을 계속했다. 재스퍼가 가까워지면서 캐나다 로키가 나타났다.


재스퍼로 들어서기 직전에 서있는 표지판





메디신 호수와 그 주변 풍경




22km 길이를 가지고 있는 말린 호수는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유명 명소에 해당한다.



말린 호수에서 흘러내린 계류와 오랜 세월이 합작해서 만든 말린 협곡





피라미드 산에서 이름을 딴 피라미드 호수


주 경계선인 옐로헤드 패스(Yellowhead Pass)에서 알버타를 벗어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들어섰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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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한일상365 2017.12.14 1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리올님, 설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2. justin 2018.01.03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먼 거리를 운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나중에는 삼부자가 함께 북미횡단을 또 하셔야죠~! 그때까지 항상 건강하셔야해요!



밴쿠버로 돌아가는 길에 이정표에서 처음 듣는 이름의 국립공원을 발견했다. 푸카스콰 국립공원(Pukaskwa National Park)이라 적혀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벗어나 공원으로 들어섰다. 우연히 마주친 국립공원이지만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명색이 캐나다 국립공원인데 나름 그에 걸맞는 품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캐나다엔 모두 47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땅덩이가 남한의 100배나 되는데 47개면 그 지정 기준이 무척 까다롭다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보다 많이 쏘다니는 나도 이제 겨우 20곳을 다녀왔을 뿐이다. 푸카스콰 국립공원은 여름 시즌을 마치고 대대적인 시설 보수를 하고 있어 공원 입구를 차단하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차단기를 넘어 걷기로 했다. 가을색이 완연한 도로엔 공사 차량만 씽씽 달릴 뿐이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2km를 걸어 방문자 센터에 닿았다.

 

하티 코브(Hattie Cove) 방문자 센터에서 가까운 비치 트레일(Beach Trail)로 들어섰다. 노스 루프(North Loop)에 있는 캠핑장에서 출발해 미들 비치(Middle Beach)를 걸은 후, 홀스슈 베이(Horseshoe Bay)와 보드워크 비치 트레일을 경유해 사우스 루프(South Loop) 캠핑장으로 돌아나오는 1.2km의 짧은 트레일이었다. 오르내림도 없었다. 숲 속을 조금 걸으니 바로 수페리어 호수(Lake Superior)가 나왔다. 이 공원은 수페리어 호수와 135km나 접해 있어 어디서나 거센 파도를 맛볼 수 있었고, 파도에 깍인 매끈한 화강암 바위와 비치로 떠내려온 부목들이 호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흑곰이나 무스, 흰머리독수리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라 했지만 우리가 본 동물은 방금 차에 치어 죽어가고 있는 다람쥐 한 마리가 전부였다.






차를 가지고 푸카스콰 국립공원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두 발로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했다.







오대호 가운데 가장 큰 수페리어 호수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바다를 연상시켰다.

부목이 많이 쌓여있는 풍경은 마치 태평양을 보는 듯 했다.


파크 키오스크(Park Kiosk)에서 멀지 않은 하티 코브는 파도가 없이 잔잔했다.


방금 우리를 추월한 차량에 치였는지 다람쥐 한 마리가 몸을 떨며 죽어가고 있었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 상에 있는 어느 전망대에서 또 다른 가을 풍경을 만났다.



선더베이 직전에 있는 테리 팍스(Terry Fox) 기념탑를 방문했다.

여긴 테리 팍스가 세인트 존스를 출발해 5,373km를 뛰고 암이 재발해 희망의 마라톤을 중단한 곳이다.


선더베이에서 서진을 하다가 서경 90도 지점에서 동부 시각대를 지나 중앙 시각대로 들어섰다.


온타리오를 벗어나는 기념으로 주 경계선에 세워진 온타리오 표지판을 찍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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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2.13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저 큰 바다같은 호수를 보고 호수라고 생각할까요? 참 땅덩어리도 호수도 스케일이 어마어마합니다!

    • 보리올 2017.12.13 1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수페리어 호수는 오대호 중에서 가장 큰 호수지. 그 표면적이 82,000 평방 킬로니까 남한의 80%가 넘는구나. 호수가 아니라 바다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