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363m의 에디트 카벨 산은 재스퍼 다운타운 정남쪽에 있는 산으로 시내 어느 곳에서나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외경심이 들기도 한다. 피라미드 산(Pyramid Mountain)과 더불어 재스퍼의 진산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3A 하이웨이에서 산길로 들어서 14km를 달리면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에디트 카벨 북면 아래에 있는 조그만 호수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바위에 걸쳐있는 엔젤 빙하(Angel Glacier)도 볼 수 있다. 마치 천사가 날개를 펼치고 나는 형상을 하고 있어 산 이름과 잘 어울린다.

 

이 산은 사실 영국의 한 여자 간호사 이름을 땄다.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에서 적십자 소속으로 부상병을 돌보면서 200명이나 되는 연합군 병사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나중에 독일군에게 붙잡혀 1915년 총살을 당했다. 당시 그녀의 죽음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커다란 사건이었다고 한다. 캐나다는 그녀가 죽은 이듬해인 1916년 재스퍼 국립공원에 있는 이 산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주고 매년 이곳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 설명] 에디트 카벨 북면 아래에 형성된 조그만 호수까지 왕복 한 시간 정도를 걸으며 산책을 했다. 산에서 흘러내린 눈이 호수를 덮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호수 위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사진 설명] 에디트 카벨 산에선 곰을 자주 만난다. 그리즐리 곰 몇 마리가 먹이를 찾아 나왔다가 우리와 마주쳤고, 흑곰 한 마리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 사람들을 개의치 않고 여유롭게 길을 건너갔다 

 

 

 

 

 

 

 

[사진 설명] 재스퍼 남쪽으로 30km 떨어져 있는 애서배스카 폭포(Athabasca Falls). 애서배스카 강을 흐르던 엄청난 수량의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23m 아래로 낙하하는데 그 광경이 볼만 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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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기상을 했지만 출발은 10시가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 며칠 전 페리체를 지날 때 일행 몇 명이 능선에 올라 돌을 쌓아 화정이 추모탑을 조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페리체를 떠나기 전에 거길 오르자 의견이 모아졌다. 화정이는 한국여성산악회의 아콩카구아 원정을 대비해 훈련을 받던 중 얼마 전에 북한산에서 세상을 떴다. 우리 <침낭과 막걸리> 식구들에겐 한 가족을 잃는 엄청난 슬픔이었다. 추모탑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마다블람과 타부체, 로부체가 빤히 보이는 곳이었다. 평생을 산사람으로 살았던 친구니 좋아하겠다 싶었다. 돌탑 속 화정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좋은 경치 벗삼아 편히 쉬게나.

 

페리체를 벗어나 전원이 기념 사진을 한 장 박았다. 하산에서 오는 여유 때문일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다 정신이 없다. 산을 오를 때의 긴장감은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하긴 그만큼 힘들게 올랐기에 하산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쇼마레를 지나 팡보체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치 수제비가 일품이었다. 팡보체 고개를 내려오면서 희준, 현조의 추모탑을 다시 찾았다.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한 번 지나간 길이라지만 방향이, 시간이 달라서 그런지 생소한 느낌을 준다. 마음이 여유로워진 탓인지 색다른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산길에서 피어나는 먼지만 없었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그 점이 좀 아쉬웠다. 커다란 티벳 사원이 있는 텡보체에 도착했다. 산 아래에서 가스가 밀려온다. 우리 시야에서 사원도, 로지도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기후가 전형적인 쿰부의 겨울 날씨라고 한다. 여기도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가?       

 

트레킹을 하면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설산 풍경보다는 오고가는 마을에서 순진무구한 악동들을 만나는 것이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은 카메라를 거부하는 녀석들도 나왔다. 히말라야 다른 지역과는 좀 다른 반응이었다. 야크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풍경도 좋았다. 남체 위에 있는 지역에선 이 야크가 주요 운송수단으로 쓰인다. 야크 숫놈과 일반소를 교배해 좁교라는 종자를 얻는데, 이 좁교는 남체 아래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일종의 전국구라고나 할까.

 

호준이와 핀조를 텡보체 사원에 보내 예불 시간에 특별히 화정이 추모제를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라 했다. 예불 중에 링포체 큰스님이 간단하게 화정이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단다. 시주는 알아서 내라고 해서 내 주머니에서 100불이란 꽤 큰 돈이 나갔다. 대원들도 십 여명 넘게 예불에 참석을 했다. 예불은 우리처럼 그렇게 엄숙하지 않아 좋았다. 긴 나팔같이 생긴 악기와 북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엄숙함보다는 자유분방함이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염불 소리는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링포체 큰스님이 화정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식당에선 카드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돈을 딴 사람이 하산해서 저녁 한 끼를 쏘겠다 약조를 하고 시작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거금을 따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필수가 그래도 돈을 좀 딴 모양이었다. 따기는 땄는데 거금을 따지는 않아 한 턱 쏘지 않아도 되니 그것 참 실속있는 친구로군. 제 주머니만 두둑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나야 그런 재주가 없어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하였다. 대신 문경 형님이 맥주를 쏘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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