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행선지는 커스터 주립공원 남쪽에 있는 윈드 케이브(Wind Cave) 국립공원. 이 국립공원도 1903년에 지정됐으니 다른 곳에 비해선 역사가 꽤 깊은 편이다. 1881년 사슴을 잡으러 나왔던 형제가 이상한 바람소리에 동굴 입구를 발견했다. 조그만 동굴에서 불어온 바람에 모자가 벗겨져 날아가더니 다음에는 모자가 동굴로 빨려 들어가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했단다. 그래서 공원 이름에 윈드가 들어간 것 같았다.

 

윈드 케이브는 공원 입장료를 따로 받진 않았지만 레인저가 안내하는 동굴 탐사 프로그램인 내추럴 투어(Natural Tour)1인당 9불씩 내고 등록을 해야 했다. 동굴은 좁고 길었다. 1시간 가량 레인저를 따라 동굴을 걸었다. 가끔 머리가 돌에 부딪혀 몹시 아팠다. 300여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가 동굴 구경을 마치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아직 동굴 전체에 대한 탐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분만 이루어진 탓에 전체 길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솔직히 동굴 자체는 이렇다 할 특이점은 없었다. 다른 석회석 동굴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유석도 없었다. 동굴 안 온도는 연중 섭씨 11도를 유지하고 있다, 1평방마일의 단위 면적 안에서는 가장 긴 동굴을 가지고 있다, 나무 상자처럼 생긴 네모 모양의 박스워크(Boxwork)는 여기서 90% 이상 발견된다 등의 일련의 레인저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예전에 동굴을 탐사할 때 썼던 촛불을 담은 등을 보여주었고 진짜 암흑을 체험한다고 동굴 속의 모든 등을 끄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오래 전에, 그러니까 슬로베니아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하기 전인 20여 년전에, 슬로베니아에 있는 포스토니아 동굴을 다녀온 적이 있다. 솔직히 그 이후로는 다른 동굴들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석회 동굴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그 동굴은 길이가 20km에 이른다고 했다. 입구에서 궤도 열차를 타고 2km를 들어가 한 시간 이상 동굴 속 종유석을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신기한 모양의 종유석들이 즐비했었다. 음악회를 개최할 정도로 넓은 광장도 있었다. 그에 비해선 윈드 케이브 동굴은 너무 좁고 볼거리도 적었다.

 


 


 



 

공원을 빠져 나오다 몇 무리의 버펄로 떼와 조우를 했다. 야생 상태에서 살아가는 버펄로는 처음 보는 것이다. 떼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한두 마리는 무리를 벗어나 홀로 쉬고 있었다. 공원 당국에서는 버펄로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를 준다. 사람이 다가가면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체중이 1톤이나 나가는 녀석이 시속 50km의 속도로 달려오면서 공격을 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멀리서 버펄로 떼를 카메라에 담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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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3.06.10 15: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버팔로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버팔로 버팔로 참 많이도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가물 가물 했었는데.. 저것이 버팔로였구나!!

  2. 보리올 2013.06.10 2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현장 학습을 했구만. 그래, 미국과 캐나다 대평원 지역에서 살던 버팔로가 맞지. 지금은 거의 멸종을 했지만 말야. 이젠 캐나다보단 미국에 더 많을 걸. 버팔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바이슨(Bison)이 더 정확한 표현일 거야.

 

래피드 시티를 벗어나 16번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마운트 러시모어(Mount Rushmore)로 가는 길이다. 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마운트 러시모어는 어릴 때 배웠던 <큰바위 얼굴>의 무대인지라 나름 감회가 깊었다. 연간 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꼽혀 아침 시각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을 커다란 바위에 사람 손으로 조각해 놓았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과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테오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그리고 애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바로 그 주인공들.

 

 

 

 

 

 

이 조각상은 조각가 거트존 보그럼(Gutzon Borglum) 1927년부터 1941년에 걸쳐 공사한 끝에 완공을 했다. 400명의 인부가 14년간 엄청난 다이나마이트를 사용해 공사를 했음에도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먼저 공사 과정을 담은 14분짜리 필름을 감상한 후 1km도 되지 않는 프레지덴셜 트레일(Presidential Trail)을 돌았다. 여러 각도에서 조각상을 볼 수 있었다. 얼굴 크기만 18m에 달하지만 아래에서 올려다 보아서 그런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캐리 그랜트가 출연했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로케이션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방문지는 커스터(Custer) 인근에 있는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조각상. 이 역시 산을 깍아 수(Sioux) 족이 배출한 걸출한 전사 크레이지 호스를 기념하는 조각상을 만들고 있는 현장이다. 1948년에 공사를 시작해 현재도 작업을 하고 있다. 공정으로 보면 20%나 제대로 완성되었을까? 하지만 이 공사가 완공이 되면 폭 195m, 높이 172m를 가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조각상이 탄생할 것이란다. 현재 모습을 드러낸 얼굴 크기만 27m에 이른다.

 

 

 

 

이 공사 시작은 수 족의 염원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땅, 블랙 힐스(Black Hills)에 미국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을 새긴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 인근에 크레이지 호스 기마상을 세우기로 하고 마운트 러시모어 공사에 참여했던 코작 지올코브스키(Korczak Ziolkowski)라는 폴란드계 조각가에게 부탁을 한다. 단돈 174달러로 시작한 공사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진전을 이뤘다. 얼굴이 형체를 드러내자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하겠다고 했으나 원주민 염원 사업에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통큰 결정이었다.

 

공사 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통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코작의 가족과 자원봉사자, 기부자의 재정적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진척이 엄청 느린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1인당 입장료 10불이 처음엔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공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공사 현장으로 접근하는 버스를 타는데도 따로 돈을 받는다.

 

 

 

 

서부시대 건물로 치장한 커스터 시티를 지나 커스터 주립공원으로 향했다. 야생으로 살아가는 버펄로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경유지로 넣은 것이다. 하지만 주립공원 입장료로 또 15불을 받으려 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버펄로 보는데 15불이면 적은 금액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시간도 부족했지만 말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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