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7.02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4 (2)
  2. 2013.06.30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3 (6)

 

고소 적응을 한다고 일부러 쿰중까지 다녀왔건만 아침부터 이상하게 발걸음이 무겁다. 계곡을 따라 잘 닦인 길을 줄지어 오른다. 걷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숨을 고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어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필수는 그런대로 회복이 된 것 같은데, 석균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처음 히말라야를 찾은 사람에게 말로만 들었던 고소 증세가 점점 현실이 되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어쩌랴. 고산에 들면 많은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인 것을. 

 

남체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 기념탑을 만났다. 1953년에 초등을 했으니 2003년에 세운 탑이다. 기념탑 주변에서 아마다블람이 빤히 올려다 보였다. 일행들보다 조금 앞서 정모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캉주마 마을에 도착했다. 길목에 좌판을 설치해 놓고 각종 장신구를 팔고 있었다. 이렇게 조악해 보이는 장신구를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가게에서 밀크 티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트레킹을 시작해 처음으로 야크를 보았다. 여기 사람들에게 야크는 매우 소중한 재산이다. 우유를 짜서 야크 치즈를 만들고 짐을 나르는 운송 수단으로도 이용한다. 심지어 야크 똥도 햇볕에 잘 말리면 훌륭한 땔감이 된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한참을 내려선 다음에야 풍기텡가 마을에 도착했다. 점심으로 맛있는 칼국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기를 채우고 따가운 햇살을 피해 낮잠도 청했다. 허 화백의 일본인 친구인 사카이 다니씨는 컨디션이 좋은지 칼국수도 잘 먹는다. 히말라야가 초행임에도 고소 증세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미리 연습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모양이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지그재그 산길을 따라 무거운 다리를 옮긴다. 건조한 날씨 탓에 길에서 엄청난 먼지가 일었다. 그룹이 열을 지어 가다 보니 앞사람이 일으킨 먼지를 뒷사람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호흡을 잠시 멈추면 금방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초겨울 히말라야에서 눈이 없는 건조한 날씨와 이렇게 심한 먼지를 만날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앞사람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아예 맨앞으로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속도를 좀 올렸다. 먼지 속에서 고도 600m를 올리느라 나름 고생이 많았다.      

 

텡보체(Tengboche)에 도착했다. 능선 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마을 텡보체에는 규모가 큰 티벳 불교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쿰부 지역은 티벳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티벳 강점을 피해 티벳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에 많이 정착해 산다. 마을 어디에나 티벳 불교의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얼굴 생김새와 의상도 산 아래와는 달라 보였다.

 

히말라야 뷰 로지에 묵었다. 산악인 출신이라는 여주인은 박대장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었다. 저녁 메뉴는 비빔밥. 고추장을 듬쁙 넣고 쓱쓱 비벼 먹었다. 두세 명을 제외하곤 다들 식욕이 왕성해 보였다. 여주인이 서비스라고 만두 몇 접시를 내왔다. 나중엔 와인까지 들고 온다. 박 대장에게 보이는 호의에 우리가 호강한다. 몸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아 나도 와인 몇 잔을 받아 마셨다.

 

카메라를 들고 로지 밖으로 나왔다. 조그만 언덕 위에 대한민국의 에베레스트 등정 2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흔히 고상돈 기념비라 불리지만 비석 어디에도 고상돈이란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사원에서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몇몇도 스님들을 따라 예불이 열리는 법당으로 들어섰다. 1시간 20분을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했다. 그렇게 조촐하게나마 오희준과 이현조의 명복을 비는 시간을 가졌다.

 

로지 앞뜰 평상에 둘러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마다블람 왼쪽 기슭이 밝아오더니 갑자기 둥근 달이 불쑥 떠올랐다. 보름에서 하루나 이틀 지난 모습이었다. 그래도 달이 무척 밝았다. 하늘을 수놓던 별들이 달의 출현에 모두 숨을 죽인다. 이런 기막힌 월출의 순간을 그냥 넘길 기탁 형님이 아니지 않는가. 맥주와 와인을 시켰다. 해발 3,800m가 넘는 높이에서 달에 취해 또 술을 마시다니 내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놓치면 후에 무척 후회가 될 것 같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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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집팔이소녀 2013.07.02 14: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영만 선생님 아니신가???

  2. 보리올 2013.07.03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맞습니다, 오랜 산행을 통해 우리는 허 대장님이라 부릅니다. 산행에선 부드럽고 은근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대단한 분입니다.

 

고소 적응을 위해 남체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냥 로지에 머무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에베레스트 뷰 호텔을 지나 쿰중(Kumjung)까지 갔다오기로 하고 8 30분에 로지 앞에 집결했다. 박 대장과 정상욱 상무는 로지에 남겠다 한다. 가벼운 고소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몇 명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컨디션은 좋은 듯 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속도를 달리해 오르막길을 오른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남체 마을 모습에 카메라를 꺼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수목한계선에 위치한 파노라마 뷰 로지에 닿았다. 파란 하늘 아래 웅장한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었다.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로체(Lhotse)눕체(Nuptse)같은 높고 웅장한 봉우리들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고, 오른쪽에 아마다블람(Ama Dablam)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아마다블람이 오히려 더 웅장하게 다가온다. 다들 예기치 못한 엄청난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히말라야의 위압적인 풍경에 압도되었다고나 할까.   

 

파노라마 뷰 로지에 근무하는 한 현지 여성이 유창한 우리 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단다. 그래도 너무 잘 한다. 점심은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음식을 시켰는데 인원수가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 땀이 식어 추위를 느낄 때가 되어서야 음식이 나왔다. 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 너무 느긋한 것 아니야? 호텔 매니저에게 항의를 한 후에야 요리사와 웨이터들 동작이 좀 빨라졌다.

 

대부분은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고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은 쿰중을 들려 다른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좀 돌아가기는 하지만 에베레스트 초등자 힐러리 경이 쿰중에 세웠다는 학교를 들러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쿰중엔 모양새가 비슷한 집들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힐러리 학교는 산 속에 있는 학교치고는 시설이 꽤 좋았다.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만났다. , 컴퓨터 교실도 들어가 보았는데, 한국산악회의 실버 원정대에서 지어주었다고 적어 놓아 내심 자랑스러웠다.  

 

쿰중에서 남체로 내려가는 길에 옛 공항을 지났다. 루크라에 새로 비행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바로 이 고도까지 올라오면 고소 증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루크라에 새로 공항을 지었을까?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무척 훌륭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사면에서 산악 마라톤을 하는 사람도 만났다. 나로선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고도에서 마라톤이라니?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저 어리벙벙해졌다.

 

로지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또 수다를 떨었다. 수다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미국의 한 TV 방송국에서 예티 촬영을 나왔다고 부산했다. 촬영 장비에 인원까지 그 규모가 엄청났다. 그나저나 예티에 대한 소문만 분분했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직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렇게 대규모 촬영팀을 보내다니 돈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 가서 예티를 찍을 것인지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하여간 그네들 때문에 로지가 무척 시끄러웠다. 시끌법적한 분위기를 피해 몇 명 데리고 밖으로 맥주 한 잔 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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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3.06.30 2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마음에 두고 있는 산입니다
    꼭 가보고 싶습니다
    멋진 사진과 풍광에 감사드립니다
    올 봄에 떠났어야 했는데,,,,,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2. 보리올 2013.06.30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농돌이님, 에베레스트가 마음 속에 간절한 염원으로 남아 있으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자료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몸 조심해서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3. 고윤 2013.06.30 2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대단해요 저도 뭐든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네요 ㅜㅜ

  4. 보리올 2013.06.30 2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을 좋아하시면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는 꼭 한 번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고산 증세로 몸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5. 설록차 2013.07.21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중턱에 있는 좁은 길을 걸어가자면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나요? 힐러리경이 세운 학교라니 더 자세히 드려다 보게 됩니다...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우리 수건돌리기와 비슷한듯~실제 웅장한 산을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예티가 무엇입니까? 추가) 틀린 글자를 수정했더니 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6. 보리올 2013.07.21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산길은 양호한 편입니다. 더 위험한 구간도 많지요. 예티란 전설로만 이야기되는 히말라야 설인(雪人)을 말합니다. 하얀 털을 가진 커다란 고릴라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설인을 봤다는 사람은 제법 많습니다만 어느 것도 증명이 되지는 않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