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었던 캐슬린 호수에서 공원 북쪽에 위치한 타찰 달(Tachal Dhal) 방문자 센터까진 100km가 넘는 거리였다. 게다가 쉽 마운틴(Sheep Mountain) 동쪽 사면에 있는 솔저스 서미트(Soldier’s Summit)를 먼저 둘러보고 났더니 산행 출발이 꽤 늦어졌다. 불리온 플래토(Bullion Plateau)를 갈까, 아니면 쉽 크릭을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늦은 출발을 감안해 짧은 코스를 택했다. 이 쉽 크릭 트레일은 산행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왕복 10km 거리에 해발 1,281m까지 오른다. 등반고도는 427m. 여유롭게 걸었음에도 산행에 3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타찰 달 방문자 센터에서 트레일헤드까지는 차로 좀 더 들어가야 했다. 주차장에서 차단기가 설치된 게이트를 지나 5분 정도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쉽 크릭은 오른쪽으로 꺽어야 한다. 갈림길엔 20년 전에 그리즐리에게 죽은 어떤 젊은 여성의 추모 동판이 세워져 있었다. 방향을 꺽어 트레일로 들어서는데 발 아래 누군가가 종이 한장을 돌로 눌러 놓았다. 이 트레일에서 어제 그리즐리 곰을 보았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메세지였다. 이 쪽지를 읽은 일행들 모두 바짝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네 명이 뭉쳐 다니면 곰도 어쩌지 못할 것이니 일단 올라가 보자고 이야기하곤 내가 선두로 나섰다.

 

쉽 마운틴의 서쪽 사면을 에둘러 쉽 크릭을 따라 올라가는 산길이 죽 이어졌다. 초반에는 제법 가파른 경사면을 치고 올라야 했다. 2km쯤 올랐을까. 전망이 확 트이며 슬림스 강(Slims River)과 그 주변 산세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도를 높일수록 산세는 더욱 깊어지고 풍경은 점점 그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고, 산 아래 계곡엔 수량이 제법 많은 슬림스 강이 구비구비 흐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파노라마 풍경에 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다. 저 계곡 끝에는 카스카월시 빙하(Kaskawulsh Glacier)가 있다고 해서 목을 빼고 찾아 보았지만 그 존재를 식별할 수는 없었다. 카스카월시 빙하는 클루어니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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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05 0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전세낸데다 스릴까지 ~~
    여럿이서 그리즐리 곰을 만난다면 곰이 무서워서 피하나요??
    32살 아까운 나이에 자연으로 돌아갔네요...젊은 나이에 세상을 달리한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요...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텐데~~

    • 보리올 2014.03.05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흔히 그리즐리나 흑곰은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면 먼저 자리를 피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는 경우는 나름대로 승산이란 것을 따집니다. 사람이 네 명 이상 모여 있으면 스스로 승산이 적다고 보기 때문에 사람이 좀 더 안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입니다. 그래도 캐나다에선 일 년에 한두 명씩은 이렇게 곰에게 생명을 잃습니다.

 

킹스 쓰론 서미트를 올라가지 않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대타로 급히 택한 곳이 바로 이 코튼우드 트레일이었다. 킹스 쓰론 트레일에서 멀지 않아 대타로는 제격이었다. 이 트레일은 과거 모피 교역을 위해 해안 지역으로 가기 위한 루트이자, 탐험이나 광물 탐사를 위해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었다. 산행 목적으로 만든 트레일의 전체 길이가 85km로 보통 4일에서 6일은 잡아야 하는 백패킹 코스다. 캐슬린 호수에서 출발해 데자디시 호수까지 한 바퀴 돌아나온다. 트레일로 진입하는 곳과 트레일에서 나오는 곳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미리 차량 안배를 해야 한다. 중간에 있는 루이스 호수(Louise Lake) 캠핑장까지 다녀오려고 해도 왕복 30km에 이르니 적어도 이틀은 잡아야 한다.

 

굳이 이 코스를 당일로 다녀오려면 고트 크릭(Goat Creek)을 지나 5,5km 지점까지만 가는 것이 좋다. 왕복 11km 거리로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우리도 여기까지만 다녀왔다. 오른쪽으로 캐슬린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고, 멀리 루이스 호수의 모습도 보인다. 사카이 호수(Sockeye Lake)로 연결되는 계곡도 볼 수 있는데, 이 사카이 호수는 코캐니 연어(Kokanee Salmon)가 회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코캐니 연어는 홍연어라 불리는 사카이 연어의 변종이다. 강 하류에 댐이 생기면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연어들이 캐슬린 호수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사카이 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변화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코튼우드 트레일은 무척 평화로웠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도 푹신푹신해 너무 좋았다. 비가 내린 후라 숲에서 풍겨져 나오는 약간 비릿한 내음도 기분을 맑게 했다. 나무도 그리 크거나 굵지 않은 관목이 많았다. 그 덕분에 노랗고 붉은 색조를 많이 띄고 있었다. 붉은 이파리를 자랑하는 파이어위드(Fireweed)와 빨간 열매를 맺은 번치베리(Bunchberry)도 산색 변화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것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축복이자 행복이었다. 단풍 외에도 우리 눈길을 끄는 것이 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숲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버섯이었다. 비늘 문양을 지닌 삿갓 형태의 버섯이 능이 버섯이라 해서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렇다고 국립공원 경내에서 버섯을 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저 눈에,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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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8 0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 좋은 하루 되시길.

    • 보리올 2014.02.28 0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의 풍경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합니다. 북극권에 가까운 동토의 땅이지만 대자연이 살아있는 모습은 실로 대단한 곳이지요.

  2. 설록차 2014.03.05 0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구도의 사진 2장..밑에서 2,3번째 사진...
    이 세상 과 저 세상으로 느껴지는데요...화려한 색이 빠진 아래 사진은 신비롭기도 해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ㅎㅎ

 

 

이 트레일은 클루어니 국립공원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우선 자기 체력에 맞추어 킹스 쓰론 서크(King’s Throne Cirque)까지만 가도 되고, 체력에 문제가 없으면 킹스 쓰론 서미트(King’s Throne Summit)에 올라도 좋다. 어느 곳이라도 그 위에서 보는 캐슬린 호수의 모습과 탁 트인 조망이 이름답다 소문이 났다. 산행 기점은 우리가 묵었던 캐슬린 호수 쉘터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코튼우드(Cottonwood) 트레일도 여기서 출발한다. 점심으로 베이글과 계란, 에너지 바를 배낭에 넣고 산행에 나섰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 곧 비를 쏟을 것 같은 날씨였다. 일단 킹스 쓰론 서크까지 올라가 거기서 킹스 쓰론 서미트를 갈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처음엔 캐슬린 호수를 따라 옛 마차길을 걸었다. 중간에 갈림길 두 개가 나오는데 모두 왼쪽을 택하면 된다. 산길엔 가을색이 완연했다. 밴쿠버에서는 이런 가을색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유콘의 가을은 완연히 달랐다. 코튼우드(Cottonwood)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조금 더 고도를 높이자 숲에서 벗어나면서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바위가 잘게 쪼개진 낙석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지그재그로 난 길은 미끄러웠고 샛길도 많았다.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그리 굵지 않아 맞을만 했다. 캐슬린 호수가 우리 눈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날씨가 궂은 것이 좀 아쉬웠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자켓을 꺼내 입었다.

 

킹스 쓰론 서크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는 1,442m. 여기까진 등반고도 548m에 왕복 10km, 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서크라 하면 산으로 둘러싸인 원형 분지를 일컫는데, 이곳 산중턱에 있는 원형 분지가 왕이 앉는 의자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캐슬린 호수의 풍경도 이름다웠다. 킹스 쓰론 써미트도 그리 험봉은 아니었다. 캐나다 로키나 밴쿠버 산에 비해 산세가 그리 위압적이지 않아 별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서미트까지 오르지 않기로 했다. 빗길에 왕복 6km의 리지 등반을 해야 하고, 구름 속에 갇혀 있는 정상에 올라가도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하산을 재촉했다. 비록 가을비가 내리긴 했지만 붉게, 노랗게 물든 가을 산색에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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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7 0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하게 얻어 갑니다~^^

  2. 설록차 2014.03.04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독점이네요...환희에 찬 남자와 개고생인 불쌍한 멍멍이를 빼면요...
    단풍이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나 봅니다...멋~진 풍경, 멋~진 사진이에요...^^*

    • 보리올 2014.03.04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외에는 산길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캐슬린 호숫가에 텐트를 쳤던 저 젊은이 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저 강아지 표정이 매우 밝았었습니다. 주인보다 산에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고생은 아니지요. 다음엔 강아지 표정까지 잡아 보아야겠네요. ㅎㅎㅎ

 

캐나다 해안산맥 북쪽에 자리잡은 클루어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은 캐나다에 있는 국립공원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그 면적이 자그마치 21,980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태평양과 북극해에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생성되었고, 그 빙하가 만든 광할한 계곡이 발달하기도 했다. 우리가 가는 알섹 밸리도 그 중의 하나다. 국립공원 절반 이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다. 산으로 들어가는 트레일도 많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3~4일 일정으로 즐길만한 백패킹 코스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계곡을 흐르는 알섹 리버는 1986년에 캐나다 헤리티지 리버로 지정되기도 했다.    

 

알섹 밸리로 들어가는 산행 기점은 헤인즈 정션 북쪽 10km 지점에 있다. 왕복 58km에 이르는 이 장거리 트레일은 로웰 빙하(Lowell Glacier)를 보러 가는 백패킹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코스로 백패킹에 나선다면 보통 3~4일의 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하루 일정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엔 광물을 실어나르던 옛도로를 따라 걸었다. 등반고도, 즉 엘리베이션 게인(Elevation Gain)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라 전혀 힘들지 않았다. 우리 양쪽엔 넓은 초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냇물을 건너야 했다. 등산화를 벗을까 고민하다가 나무와 돌을 놓고 그 위를 밟아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라 산책나온 것처럼 여유로웠다. 여기도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버드나무와 같은 관목이 많기 때문이다. 풍경에 큰 변화는 없었다. 산길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 쓸쓸하기까지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한 눈에 보기에도 건너기 쉽지 않은 개울이 나타났다. 흙탕물에 수량도 많고 격류도 대단했다.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아 위아래로 다녀보았지만 위험을 무릎쓰고 건너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일행들과 협의해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여기가 5km 지점쯤 되니 왕복 10km를 걸은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두 쌍의 커플을 만났다. 이들은 우리가 건너지 못한 개울을 건넜던 모양이다. 젊은이 둘은 독일에서 왔다고 했고, 중년 커플은 BC 주에서 왔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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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02 0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람에 날리는 풀이 인디언 추장 머리처럼 보여서 놀래킵니다...
    찍사는 외로워~입니다그려...ㅎㅎ

    • 보리올 2014.03.02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거기서 인디언 추장의 머리가 떠오른다니 기발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찍사는 늘 혼자 하는 싸움이라 원래 외로운 법입니댜.

  2. 해인 2014.03.02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인디언 추장 머리말고 라이온킹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다시 눈 비비고 똑바로 보게 만드는 사진이네요 :)

    • 보리올 2014.03.0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네 말대로 라이언킹이라 생각하고 보니까 그런 것도 같구나. 이거 줏대없이 인디언 추장 머리라고 하다가 라이온킹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3. 제시카 2014.03.03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같은 사진 보곤.. 자동차에 붙일수있는 머리만 댕글댕글 움직이는 인형들이 바람에 날리는게 생각이났어요..... 전 참 특이한거같아요.. ㅎㅎㅎㅎ 처음에 빠알간 잎들 사진이 정말 이뻐요! CG 같아요 ㅎㅎㅎ

    • 보리올 2014.03.04 0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 설마 밤 새운 것은 아니겠지? 넌 저 사진이 인형으로 보인다니 정말 신기하다. 보는 사람마다 연상하는 게 전부 틀리네.

  4. 안영숙 2015.12.23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오랫동안 침묵,
    이제 2년이 지나서 보니 감개무량하네요,
    사진의 주인공? 이 물 건너다 오른발이 살짝 빠져 밤새 난로
    덕분에 잘 말라서..
    사실 혼자 내 힘으로 했으면 무사했을텐데 .

    Yukon의 가을풍경, 또다른 색갈이 오랫동안 가슴에
    찐하게 물 들어 있습니다, ,영원히 고맙고 ! 기회주심에.

    • 보리올 2015.12.23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월 참 빠르죠? 벌써 2년이 후딱 지나갔으니 말입니다. 유콘은 언제 다시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에도 한번 가보고 싶구요.

 

우리의 유콘 여정에서 마지막 목적지인 툼스톤 주립공원(Tombstone Territorial Park)을 찾았다. 툼스톤 주립공원은 클루어니 국립공원과 더불어 유콘에서 자연 경관이 뛰어나기로 손을 꼽는 곳이다. 대자연이 살아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라 우리의 유콘 여행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목적지였다. 여기서도 몇 군데 트레일을 걸을 예정이었다. 가장 먼저 공원 안내소부터 들렀다. 트레일 정보와 지도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기를 찾는 방문객에게 무료로 따뜻한 차를 마시도록 배려해 놓아 기분이 좋았다. 공원에서 자라는 야생초와 나뭇잎으로 차를 끓여 마시도록 해놓았는데, 차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도 친절하게 적어 놓았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환대가 내겐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툼스톤 연봉은 오길비(Ogilvie) 산맥의 일부분이고, 오길비 산맥은 맥켄지(Mackenzie) 산맥의 한 지류에 속한다. 툼스톤이란 단어는 묘비를 뜻하는데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화강암 봉우리들이 묘지에 세워진 비석처럼 우뚝 솟아 있기 때문이었다. 툼스톤 연봉을 덮고 있던 암석들이 침식작용에 의해 깎여 나가고, 대기에 노출된 봉우리들이 다시 바람과 물, 얼음에 의해 깎여 나가면서 묘비와 같은 침봉으로 변한 것이다. 내 눈에는 그 침봉들이 그리 날카롭지는 않았다. 캐나다 로키에 비해선 전반적으로 산세가 부드럽고 위압적이지 않아 좋았다. 물론 몇 개 봉우리는 날카로운 면모를 뽐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공원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채프먼(Chapman) 호수까지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역시 툼스톤 주립공원의 풍경은 지금까지 우리가 유콘에서 보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대지가 발하는 색조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산자락을 덮은 붉은색의 향연이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붉은 색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로는, 땅바닥에 낮게 깔려 자라는 베어베리(Bearberry)가 진홍색을 뽐내고 있었고, 우리 허리춤까지 자란 블루베리(Blueberry)도 붉은색을 지니고 있었다. 노란색도 볼 수 있었는데 주로 바닥에 깔린 풀이나 관목의 이파리에서 많이 나왔다. 땅바닥엔 하얀 색을 띤 이끼류도 있었다. 황량한 땅에 붉은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속에 이렇게 다채로운 색상이 숨어 있는 지는 미처 몰랐다. 실로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공원 안내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캠핑장에 텐트부터 쳤다. 우리는 여기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었다. 하루 12불을 받는 캠핑장은 전기나 식수 등은 제공하지 않았다. 식수는 캠핑장 옆을 지나는 개천에서 구했다. 밧데리 충전은 공원 안내소를 이용했다. 건물 외벽에 컨센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노리타란 여성 레인저를 만났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어 혹시 KBS <영상앨범 산>에 나오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다른 일정과 중복되어 유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왔더라면 이 친구와 함께 찍었을텐데 말이다.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사진 설명> 뎀스터 하이웨이를 달리다 툼스톤 주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을 만났다. 드디어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사진 설명> 툼스톤 주립공원 방문자 안내소.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툼스톤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이 대단했다. 방문객에게 야생에서 채집한 재료로 차를 대접하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진 설명> 툼스톤 주립공원의 독특한 가을색이 우릴 반긴다. 산자락을 덮은 붉은 색조에 반쯤 넋을 잃었다. 이것을 보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것이 아닌가.

 

 

<사진 설명> 새벽부터 내린 비에 텐트가 젖었다. 비를 맞으며 텐트를 걷고 쉘터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텐트를 말리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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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쿡남자 :-) 2014.02.21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블루페이스 노승우라고 합니다.
    배너광고 문의를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현재 저희가 운영하는 배너광고는 Re-Target배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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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승우 드림 : :

    • 보리올 2014.02.21 1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 번에도 연락을 주셔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만, 이 블로그가 사람이 많이 오는 곳도 아니고 제가 배너광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합니다. 좀더 알아보고 관심이 있으면 제가 연락처를 아니까 다음에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안해주신 것에 대해선 고맙단 인사 드립니다.

  2. 지식전당포 2014.02.22 2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 좋은 하루 되시길.

  3. 설록차 2014.02.28 0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원 안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찾아오는 사람이 무척 반가울것 같아요...
    불타는 산이란 말 이럴 때 쓰는거지요??

    • 보리올 2014.02.28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립공원은 고적함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방문객이 오히려 반갑겠죠. 툼스톤의 가을 풍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번 가고 싶더군요.

  4. 이인호 2014.10.22 0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1월중순에도 오로라를 볼수 있을까요?

    • 보리올 2014.10.22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저도 오로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들은 이야기로는 일년내내 오로라를 볼 수는 있지만 겨울이 보다 선명하고 확율이 높다고 하더군요. 11월이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오로라 보는 것은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미리 각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에도 못본 사람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