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마운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3.28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18>
  2. 2013.02.11 롭슨 트레킹 ❶ (2)
  3. 2012.11.07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1> (4)

 

빗방울이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비가 오면 비행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짚 두 대에 짐을 싣고 마네반장을 출발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우리 출발을 지켜본다. 참으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날씨는 아침부터 푹푹 찐다. 카트만두로 돌아가기 위해 툼링타르에서 다시 고르카 항공기에 올랐다. 두 대가 동시에 들어와 연달아 이륙을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단식 논밭에서 네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산자락을 깍아 조그만 밭떼기를 만들었고 거기서 나는 소출로 몇 식구가 먹고 살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니 세상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 물론 힌두교나 티벳 불교같은 종교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겠지만 네팔 사람들은 비록 초라한 행색임에도 마음만은 그리 초라하지 않다. 아마 행복지수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물질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네팔에 오면 내 자신이 이율배반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네팔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초라한 생활 터전이 못내 안쓰럽다가도 내 마음 한 구석엔 이들은 물질 문명을 탐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야 내가 힘들 때마다 이곳에 와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비행기에서 산 위까지 한 평 밭을 일군 네팔 사람들의 삶을 보고 상념에 잠겼다가 깨어났더니 비행기는 어느 덧 카트만두에 도착해 있었다. 카트만두의 무더위가 우릴 반긴다. 안나푸르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시내 구경을 나갈까 하다가 너무 더워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저녁은 대행사 장정모 사장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특별히 우설을 준비했는데 트레킹 마무리로서 너무 훌륭한 대접을 받았다.

 

<여행 요약>

한왕용 대장의 <클린 마운틴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칼루를 다녀온 기록이다. 2007 4 22일 네팔 카트만두를 출발해 593일 카트만두로 되돌아왔다. 이 트레킹에 대해서는 <월간 마운틴> 2007 6월호에 기고한 바 있으며, KBS 일요다큐 산에도 두 차례에 걸쳐 방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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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슨(Robson) 트레킹에 나선 일행은 모두 12. 한국에서 온 열 명과 캐나다 현지에서 합류한 두 명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백패킹(Backpacking)에 나선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한왕용 대장의 클린 마운틴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베테랑 산악인들이라 야영 장비와 취사구를 짊어지고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캐나다 로키에선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히말라야처럼 포터가 있어 짐을 날라다 주는 것도 아니고 산속에 숙소나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문명의 도움을 받겠다면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비싸기도 하고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원래는 무스 리버 루트(Moose River Route) 4 5일에 걸쳐 돌려고 했다. 이 루트는 공원 당국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트레일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전화로 미리 롭슨 주립공원 레인저에게 산길 상태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강을 건너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수심이 깊다고 해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로프와 안전벨트를 준비해 길을 나섰다. 장대비를 헤치며 무스 리버 루트 입구에 섰지만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단 롭슨 주립공원 관리사무소로 가서 강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절충을 했다.

 

우리가 만난 레인저는 그 루트는 위험하다고 펄쩍 뛴다. 어느 정도 수위길래 그러냐고 물었더니 손바닥을 펼쳐 턱밑에 댄다. 그 정도면 어느 누구도 갈 수가 없지. 올봄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에 겨울에 내린 눈이 지금에서야 왕성하게 녹고 있고, 7월 같지 않게 며칠간 줄기차게 비가 내려 수위가 급격히 늘었단다. 거기에 눈 녹은 물이라 차갑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사족을 달았다. 아쉽지만 무스 리버 루트를 포기하고 코스를 바꿔 버그 호수 트레일(Berg Lake Trail)을 거슬러 올라 대륙분기점에 있는 스노버드 패스(Snowbird Pass)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코스를 바꾼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결정이었다. 야영 장비와 취사 도구, 식량을 가득 넣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버그 호수 트레일을 왕복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 산행 기점에서 버그 호수까지는 편도 21km. 고도는 780m를 높인다. 여기서 우리가 묵을 롭슨 패스까지는 평지같은 길을 걸어 2km를 더 가야 한다. 그래서 첫 날은 11km 지점에 있는 화이트혼 야영장에서 묵기로 했다.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지체한 탓에 출발이 늦기도 했지만 궂은 날씨와 배낭 무게를 감안해 무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해발 3,954m의 롭슨 산은 캐나다 로키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해발 고도로만 따진다면 히말라야 고봉들과 견줄 수는 없지만, 거의 3,000m에 가까운 수직 절벽을 가지고 있어 롭슨은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주차장에서 롭슨 강을 건너면 바로 트레일이 나타난다. 이 트레일은 캐나다 로키에서도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야영하는 경우에 말이다.  

 

요란하게 굉음을 내며 흐르는 롭슨 강을 따라 키니(Kinney) 호수로 올랐다. 무척 아름다운 호수다. 롭슨 서쪽 사면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이 물을 막아 호수가 되었다. 키니 호수를 지나면 조금씩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롭슨 강을 건너는 다리도 몇 개 건넜다. 한 번에 한 명만 건너라는 출렁다리를 이용해 강을 건너면 우리가 첫 야영을 할 화이트혼(Whitehorn)이다. 누군 텐트를 치고 누군 밥을 짓는다, 장작을 팬다 일행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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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3.02.11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롭슨 가보진 않았지만 사진만으로도 굉장히 멋있어요.

  2. 보리올 2013.02.12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심히 산행을 따라 나서면 언젠가 이런 풍경을 보러 롭슨 산에 갈 기회가 있지 않겠소?

 

우리는 고산 등반이나 단순 트레킹을 목적으로 히말라야를 찾은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한왕용 대장의 클린 마운틴 캠페인에 참가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번 대상지가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이기 때문에 <클린 마나슬루 캠페인>이란 이름을 사용하였다. 대원은 남녀노소 골고루 섞여 모두 12. 고소 적응엔 다소 개인차를 보였지만 클린 마운틴에 대한 열정은 모두 같았다.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에 속하는 마나슬루(Manaslu, 해발 8,163m)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잘 알려진 트레킹 코스도 아니고 트레킹 구간 중에 식사나 숙박이 가능한 로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젓함을 즐기려는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 구간에서 만나는 네팔 사람들의 순박함, 구김살 없고 악의 없는 그네들 표정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허름한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를 떠나 아르가트 바자르(Arughat Bazar)로 향했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이른 새벽임에도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고 길가 좌판엔 과일이 잔뜩 쌓여 있었다. 버스가 잠시 정차하면 생수나 과자를 들고 아이들이 몰려든다. 삼삼오오 학교로 몰려가는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손을 흔들면 부끄러워하면서도 꼭 답례를 한다. 모두 순박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들이다.

 

나딩질라부터 버스는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힘들게 오른다. 움푹 파인 곳에 바퀴가 빠져 멈추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기를 몇 차례. 결국 골라반젠 마을을 조금 못 가 바퀴가 큰 웅덩이에 빠지면서 아예 주저앉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발품을 팔아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하지만 전혀 고되지가 않았다. 이 마을 저 마을을 지나 살얀타르(Salyantar)에 이르는 길은 시골 노인들과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히말라야 산속 마을의 적나라한 삶을 훔쳐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절로 기꺼워진다.    

 

아르가트 바자르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을 더 가야 하는데 살얀타르에서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마을 옆 공터에 급히 텐트를 쳤다. 30명이 넘는 동네 아이들이 우리 야영장으로 몰려와 이방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어떤 녀석은 영어로 어딜 가냐며 우리 행선지를 묻는다. 우리같은 원정대를 처음 보는 모양이다. 하긴 이 마을에 원정대가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식당 텐트에서 비박을 하겠다고 시건방을 떨다가 거머리에게 머리를 물려 밤새 헌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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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2.11.22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기가 있는 사진, 사진 속의 풍경들이 가까이 와 닿습니다. 원색의 순수함이 가득하네요.

  2. 보리올 2012.11.22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곳 한 번 가보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시구려. 100% 장담은 못하지만 머리 속에 각인해 두리다.

  3. 모니카 2012.11.22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당신과 둘이 방문할 기회가 올 거라 믿어요. 히말라야 트레킹은 꿈도 못 꾸었었는데 어느 새 네팔에 가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
    순전히 산 좋아하는 당신 영향입니다...

  4. 보리올 2012.11.23 0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몸은 좀 힘이 들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히말라야 아닌가 싶소. 천진난만한 네팔 아이들이 또 보고 싶구려. 설산과 네팔 아이들 만나러 가는 것을 우리의 버킷 리스트에 올려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