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롭슨(Mt. Robson)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롭슨 빙하가 리어가드 산(Reaeguard Mountain)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지역에 있는 다른 빙하에 비해선 훨씬 규모가 컸다. 평지처럼 유순한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곧 버그 호수 캠핑장에 도착했다. 버그 호수 트레일(Berg Lake Trail) 상에 있는 7개 캠핑장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캠핑장이다. 여름철엔 캠프사이트를 예약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목조 쉘터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었다. 마운트 롭슨에서 흘러내린 버그 빙하와 미스트 빙하(Mist Glacier)가 빤히 보였고, 그 아래 에머랄드 빛을 자랑하는 버그 호수가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었다. 쉘터 밖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듯했다.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황제 폭포(Emperor Falls)를 만났다.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수가 굉음을 내며 떨어진다. 폭포 가까이로 다가가니 물방울에 금방 옷이 젖는다. 이 물줄기는 다시 풀 폭포와 화이트 폭포를 만나 급격히 고도를 낮춘다. 이 두 개 폭포는 황제 폭포에 비해선 감동이 적었다. 트레일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화이트혼 캠핑장 쉘터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휴식을 가졌다. 한 시간을 걸어 키니 호수(Kinney Lake)에 도착했다. 키니 호수는 본래 마운트 롭슨에서 굴러 떨어진 돌덩이들이 물줄기를 막아 호수가 되었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멋진 풍경에 눈이 시원했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흐르는 롭슨 강을 따라 또 한 시간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유로운 하루 일정의 헬리 하이킹을 모두 마친 것이다.


  

버그 호수 캠핑장에 있는 목조 쉘터는 다른 곳과는 달리 밀폐된 공간이라 비와 눈, 추위를 피할 수 있다.




평탄한 트레일을 걸어 부담 없는 하산을 시작했다.


 

황제 폭포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캐나다 여성 하이커들이 묵중한 배낭을 메고 포즈를 취해주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 황제 폭포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그 뒤로 롭슨 정상이 보였다.


격류가 되어 고도를 떨어뜨리는 화이트 폭포 또한 파워가 엄청났다.


롭슨 강은 빙하가 녹아 유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류가 합쳐지는 지점에서 물 색깔이 다른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이트혼 캠핑장 근처에서 만난 식생들이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키니 호수로 내려서는 길목에 롭슨 강이 흐르는 강바닥으로 내려섰다.



에머랄드 빛 호수면에 비친 산악 풍경이 일품이었던 키니 호수




하산하는 길에 트레일 옆에 터를 잡은 식생들이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옐로헤드 하이웨이라고 불리는 16번 하이웨이에서 바라본 마운트 롭슨의 위용이 실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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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 엔지니어 2018.11.22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는 곳곳 너무 멋져서 트래킹하다보면 시간 후쩍 지나가셨을거같아요 ㅎㅎㅎ 잘보구가요^^

    • 보리올 2018.11.22 2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에선 유유자적 오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산행을 하다보면 맘대로 되지 않더군요. 언제 시간이 되면 이 트레일 꼭 한 번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2. justin 2019.08.20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쭉 읽어내려가니까 전에 제가 봤던 장면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황제 폭포를 만났을 때 그 전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헬리하이킹은 일반 트래커와 관광객들에게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참 매력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자연 경관이 수려한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 마운트 롭슨(Mt. Robson, 3954m)은 대륙분수령 서쪽에 있다. 그 이야긴 여기서 발원한 물줄기는 태평양으로 흘러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행정구역 또한 알버타(Alberta) 주가 아니라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주에 속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하이킹이나 백패킹을 다녀온 마운트 롭슨 지역을 이번에는 헬리 하이킹(Heli-Hiking)으로 다녀왔다. 헬리 하이킹은 헬리콥터를 타고 마운트 롭슨 아래에 있는 롭슨 패스(Robson Pass)에 오른 뒤에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산행을 말한다. 하루 종일 걸어 올라야 하는 거리를 헬기로 10분만에 오르는 것이다. 두 발 멀쩡한 사람에겐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산에 오르는 것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요즘엔 산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이 하이킹은 사실 BC주 관광청에서 팸투어로 진행이 되었고 난 한국에서 온 두 분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베일마운트(Valemount)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에 롭슨 헬리매직(Robson Helimagic)이란 회사를 찾아갔다. 여기서 차를 타고 헬리 포트로 이동했다. 헬기에 오를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진행되었다.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더니 곧 헬리콥터가 이륙하였다. 사실 난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나 산 위를 날아 본 적이 많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늘 남달랐다. 엄청난 산괴를 자랑하는 마운트 롭슨과 키니 호수(Kinney Lake)를 지나치더니 롭슨 산자락을 에둘러 롭슨 패스에 착륙한다. 휙휙 스쳐 지나간 풍경들을 미처 가슴에 담기도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운트 롭슨을 호위하듯이 서있는 리어가드 산(Rearguard Mountain) 아래에 닿았다. 롭슨과 리어가드 두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쌍둥이 마냥 하늘 높이 솟아 우리를 반긴다.

 

롭슨 패스에 우리를 내려놓고 헬리콥터는 다시 날아올랐다. 고즈넉한 풍경만 덩그러니 남겨 놓은 채 말이다. 두 봉우리 아래 평원엔 하얀 솜털을 날릴 준비를 마친 마운틴 애븐스(Mountain Avens)가 가득했다. 꼭 민들레 홀씨와 비슷해 보였다. 가끔 눈에 띄는 인디언 페인트브러시(Indian Paintbrush)만이 단조로운 색상에 빨간색을 보태고 있었다. 공원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 지점이 바로 대륙분수령이자, 주 경계선과 공원 경계선 역할도 하고 있었다. 알버타 주 재스퍼 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에 속하는 아돌푸스 호수(Adolphus Lake)로 가서 한가로운 풍경부터 눈에 담았다, 이제부턴 버그 호수 트레일(Berg Lake Trail)을 타고 23km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배낭이 가볍고 내리막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어 산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캘리포니아 산디에고(San Diego)에서 혼자 왔다는 마이크가 얼른 우리 뒤를 따른다.



롭슨 헬리매직사의 헬리 포트로 이동해 헬기 탑승에 따른 안전 교육을 받았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헬기 유리창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롭슨 패스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헬기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해발 1,649m에 위치한 롭슨 패스는 대륙분수령에 위치하고 있어 주 경계선 역할도 겸하고 있다.



 


거대한 산괴로 이루어진 두 개의 산봉우리, 롭슨과 리어가드가 우릴 맞았다.




마운틴 애븐스가 고산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가끔 인디언 페인트브러시도 눈에 띄었다.


롭슨 패스에서 하산을 시작했다. 마운트 롭슨 아래 자리잡은 버그 호수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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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 엔지니어 2018.11.19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경이 너무너무 멋져요 ㅎㅎㅎㅎ 진짜 좋은 경험이였을거같아요 ㅎㅎㅎ

    • 보리올 2018.11.19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늘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악 풍경도 하늘에서 보면 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지요. 그래서 자꾸 높은 곳으로 오르는 모양입니다.

  2. justin 2019.06.27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롭슨 패스는 제가 가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그때 길이 엇갈려서 혼자 다녀왔던 폭포쯤해서 더 올라가면 롭슨 패스에 도착하는건가요? 마운트 롭슨이 왕 같고 앞에 리어가드가 수호신 같은 것이 너무 멋집니다.

    • 보리올 2019.06.27 1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버그 호수 트레일에서 네가 갔던 곳은 황제폭포까지니 거기서 6km를 더 가면 롭슨 패스가 나온다. 황제폭포부턴 길이 아주 편하고. 다음에 시간이 되면 백패킹으로 며칠 다녀오자.

 

롭슨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체험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첫날 산행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더니 사이에 모든 경치가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리더니 오래지 않아 청승맞게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롭슨 정상도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춰 버렸다. 롭슨이 자랑하는 버그 호수 트레일(Berg Lake Trail) 들어가야 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산에서 비나 눈을 맞는 것은 다반사라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방송을 위한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는데 비가 오면 웅장한 산세와 아름다운 풍경이 모두 구름에 가려 버린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가 들어갈 버그 호수 트레일은 캐나다 로키에서 경치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야영장을 예약하지 못하면 들어가기가 어렵다. 산행기점은 롭슨 공원 안내소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1km 들어가야 한다. 롭슨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굉음을 내며 흘러내리는 롭슨 강을 따라 오솔길을 걷는다. 구간은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아 산책 코스로는 그만이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강물을 벗삼아 키니 호수까지 올랐다.

 

 

 

 

 

버그 호수까지는 편도 거리 21km 등반고도가 780m 이른다. 야영에 필요한 등짐 무게를 생각하면 왕복에 2~3일은 잡아야 한다. 트레일 안에는 모두 일곱 군데의 크고 작은 야영장이 있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을 야영장은 산행기점에서 11km 지점에 있는 화이트혼 야영장. 버그 호수 주변의 야영장 예약이 여의치 않아 중간지점에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지붕과 난로가 준비된 쉘터가 있었고 야외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었다. 빗방울이 텐트를 치는 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도 하늘이 흐리긴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묵은 야영장에서 10km 올라야 버그 호수에 닿는데 여기서부터 사실은 급경사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여기에 쉬고 있으라 하고 대장과 둘이서 버그 호수로 출발했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느라 숨을 헉헉 몰아 즈음에 개의 커다란 폭포를 만났다. 화이트 폭포와 폭포, 그리고 황제 폭포가 바로 그것이었다. 폭포의 높이도 높이지만 쏟아져 내리는 수량이 엄청났다. 우리가 걷고 있는 산길이 천개 폭포의 계곡(Valley of a Thousand Falls)’이라 불리니 폭포가 많은 것은 당연한 . 계곡 양쪽으로 이름도 없는 실폭포들이 쉬지 않고 물을 쏟아 붓는다.

 

황제 폭포를 올라서면 산길이 유순해진다. 힘든 구간이 끝난 것이다. 조용히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초원이 펼쳐졌다. 세찬 비바람이 온몸을 때렸다. 해발 1,641m에서 맞는 비바람은 그런대로 참을 있었지만 롭슨의 진면목을 제대로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버그 호수가 시작되는 지점에 미스트 빙하가 먼저 나타나고 뒤로 버그 빙하가 호수면에 꼬리를 맞대고 있다. 빙하가 얼음 덩어리 채로 떨어져 호수에 떠다니기도 한다. 여기서 발길을 돌렸다. 세찬 비바람에 촬영도 성가셨고 몸이 떨려와 오래 있기도 힘들었다. 빨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화이트혼 야영장으로 내려가 뜨거운 라면 국물로 몸을 녹여야겠다는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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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쓴이입니다 2014.05.13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Wow 뭐 이건 네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곳에서 보던 사진이네요~
    캐나다는 겨울이군요~ㅎㅎ

    • 보리올 2014.05.13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이런 과찬을 들을 줄은 몰랐네요. 캐나다 로키는 멋진 곳이긴 합니다. 눈이 많아 여름에도 눈과 빙하를 볼 수가 있지요.

  2. 설록차 2015.05.14 0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름 사이로 살짝 얼굴울 드러낸 산봉우리...한폭의 산수화를 보는듯 하네요..
    배낭에 카메라까지..얼마나 무거울까~이런 걱정만 하게 됩니다..

    • 보리올 2015.05.15 0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보다는 촬영하는 분이 훨씬 고생을 많이 합니다. 때론 먼저 앞서 가서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참 뒤에 처져서 촬영하기도 하거든요. 날씨 걱정도 많고요.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한왕용 대장으로부터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국내외 산들을 소개하는 KBS <일요다큐 산>이란 프로그램에서 캐나다 로키를 취재하기 위해 촬영팀이 7월 말에 캐나다를 방문한다는 것이 아닌가. 한대장과 내가 함께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 때부터 무척 바빠졌다. 어떤 코스를 택할 것인지, 어떻게 권역별로 안배할 것인지를 한대장과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곤 우리가 선정한 코스를 미리 답사하는 것이 촬영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이 되어 그들이 도착하기 전인 7월 초순에 밴쿠버 산꾼 두 분을 모시고 미리 캐나다 로키로 산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마운트 롭슨(Mount Robson)이었다. 해발 3,954m로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상징성이 있어 빼놓기가 어려웠다. 숲이나 빙하, 호수, 야생동물 등이 웅장한 산세와 조화를 이뤄 만들어내는 캐나다 대자연을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버그 호수 트레일을 선택한 것이다. 밴쿠버를 출발해 5번 하이웨이를 타고 가다가 베일마운트(Valemount)를 지나 16번 하이웨이로 갈아탔다. 산 모퉁이 하나를 돌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롭슨의 자태가 나타났다.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빙하를 머리에 이고 있는 거대한 산괴를 볼 수가 없어 섭섭하긴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원래 롭슨 지역은 일기 변화가 심해 정상을 온전히 볼 수 있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가는 버그 호수 트레일은 캐나다 로키에선 꽤나 유명한 트레일이다. 버그 호수까지는 빨리 걸어도 하루가 꼬박 걸리기 때문에 보통은 백패킹을 해야 한다. 편도 21km 에 등반고도가 780m나 되기 때문에 당일에 왕복은 어렵다. 우리는 애초부터 백패킹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키니 호수(Kinney Lake)를 지나 화이트혼(Whitehorn) 캠핑장까지만 당일에 다녀오기로 했다. 산행 기점은 롭슨 공원 안내소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1km를 더 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을 시작했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고 산자락도 구름 속으로 제 모습을 감췄지만 그 신비로운 모습을 모두 가릴 수는 없었다

 

롭슨 강을 건너 오솔길을 따라 올랐다. 산길은 넓고 완만해서 좋았다. 요란하게 흘러내리는 강물을 벗삼아 한 시간 정도 오르면 키니 호수에 닿는다. 키니 호수는 원래 상류에서 떠내려온 퇴적물이 부채 모양으로 쌓인 선상지(Alluvial Fan)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산비탈에서 산사태로 굴러떨어진 돌무더기가 물길을 막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했다.키니 호수의 에머랄드 색깔이 오묘했다. 키니 호수를 지나 작은 다리 몇 개를 건넜다. 한 번에 한 사람씩 건너라는 경고문도 보였다. 아이 둘을 데리고 백패킹을 온 부부를 만나 서로 악수도 나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로 화이트혼 캠핑장에 닿는다. 일행들 얼굴에서 힘들다는 기색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시원한 풍경에 도취되어 피로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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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4.16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롭슨 표지판도 높은 산을 쳐다보기 힘들어서 비스듬하게 누워서 손가락질을 하네요...ㅎㅎ
    산세도 준수하고 산에서 만남 가족도 준수하게 생겼고~ 준수천지입니다...^^

  2. Justin 2014.04.22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 한대장님, 최PD님, 대성이와 함께 짖궃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갔다온 것이 기억납니다. 어린 대성이의 페이스가 느려서 촬영 분량때문에 다들 먼저 가시고 저와 대성이는 수다를 떨면서 씩씩하게 하산했었는데, 대성이는 하나도 기억 못 하겠죠?

    • 보리올 2014.04.22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가 다녀온 기록은 다음에 포스팅할 예정인데 여기에 댓글을 달았구만. 작년인가 서울에서 한대장과 대성이를 만났는데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구나. 대성이네 집에서도 몇 번을 보았는데 말이야. 너무 기대하지는 말거라.

  3. 2014.12.05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4.12.05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롭슨 트레킹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군요. 키니 호수까지는 왕복 서너 시간 잡으면 될 겁니다. 호수 끝단까지는 4km 정도 되는데 대부분 거기서 더 들어가 쉘터가 있는 지점까지 가거든요. 그러면 편도 7km 정도 됩니다. 버그 호수 트레일로 들어가셔서 캠핑을 하지 않고 당일로 나오시면 예약같은 것 필요 없습니다. 예약은 야영할 사람만 필요합니다. 여름에 버그 호수에서 야영하려면 미리 예약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설록차 2015.05.22 0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 시원하고 속 시원한 사진을 찾아 여기로 왔습니다...
    마치 제가 다녀온 곳인듯 착각을 하네요..ㅎㅎ

    • 보리올 2015.05.22 0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눈이 시원하다는 표현은 저도 가끔 씁니다만 속이 시원하다는 말도 있었네요. ㅎㅎ 롭슨에는 마음을 편히 가라앉히는 차분한 풍경이 있어 좋습니다.

 

롭슨(Robson) 트레킹에 나선 일행은 모두 12. 한국에서 온 열 명과 캐나다 현지에서 합류한 두 명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백패킹(Backpacking)에 나선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한왕용 대장의 클린 마운틴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베테랑 산악인들이라 야영 장비와 취사구를 짊어지고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캐나다 로키에선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히말라야처럼 포터가 있어 짐을 날라다 주는 것도 아니고 산속에 숙소나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문명의 도움을 받겠다면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비싸기도 하고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원래는 무스 리버 루트(Moose River Route) 4 5일에 걸쳐 돌려고 했다. 이 루트는 공원 당국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트레일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전화로 미리 롭슨 주립공원 레인저에게 산길 상태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강을 건너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수심이 깊다고 해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로프와 안전벨트를 준비해 길을 나섰다. 장대비를 헤치며 무스 리버 루트 입구에 섰지만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단 롭슨 주립공원 관리사무소로 가서 강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절충을 했다.

 

우리가 만난 레인저는 그 루트는 위험하다고 펄쩍 뛴다. 어느 정도 수위길래 그러냐고 물었더니 손바닥을 펼쳐 턱밑에 댄다. 그 정도면 어느 누구도 갈 수가 없지. 올봄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에 겨울에 내린 눈이 지금에서야 왕성하게 녹고 있고, 7월 같지 않게 며칠간 줄기차게 비가 내려 수위가 급격히 늘었단다. 거기에 눈 녹은 물이라 차갑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사족을 달았다. 아쉽지만 무스 리버 루트를 포기하고 코스를 바꿔 버그 호수 트레일(Berg Lake Trail)을 거슬러 올라 대륙분기점에 있는 스노버드 패스(Snowbird Pass)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코스를 바꾼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결정이었다. 야영 장비와 취사 도구, 식량을 가득 넣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버그 호수 트레일을 왕복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 산행 기점에서 버그 호수까지는 편도 21km. 고도는 780m를 높인다. 여기서 우리가 묵을 롭슨 패스까지는 평지같은 길을 걸어 2km를 더 가야 한다. 그래서 첫 날은 11km 지점에 있는 화이트혼 야영장에서 묵기로 했다.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지체한 탓에 출발이 늦기도 했지만 궂은 날씨와 배낭 무게를 감안해 무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해발 3,954m의 롭슨 산은 캐나다 로키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해발 고도로만 따진다면 히말라야 고봉들과 견줄 수는 없지만, 거의 3,000m에 가까운 수직 절벽을 가지고 있어 롭슨은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주차장에서 롭슨 강을 건너면 바로 트레일이 나타난다. 이 트레일은 캐나다 로키에서도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야영하는 경우에 말이다.  

 

요란하게 굉음을 내며 흐르는 롭슨 강을 따라 키니(Kinney) 호수로 올랐다. 무척 아름다운 호수다. 롭슨 서쪽 사면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이 물을 막아 호수가 되었다. 키니 호수를 지나면 조금씩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롭슨 강을 건너는 다리도 몇 개 건넜다. 한 번에 한 명만 건너라는 출렁다리를 이용해 강을 건너면 우리가 첫 야영을 할 화이트혼(Whitehorn)이다. 누군 텐트를 치고 누군 밥을 짓는다, 장작을 팬다 일행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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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3.02.11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롭슨 가보진 않았지만 사진만으로도 굉장히 멋있어요.

  2. 보리올 2013.02.12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심히 산행을 따라 나서면 언젠가 이런 풍경을 보러 롭슨 산에 갈 기회가 있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