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토파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1.06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2>
  2. 2012.11.24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13> (4)
  3. 2012.11.10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4> (2)

 

티플량에서 레테까지 이틀 구간은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길도 넓직하고 숙박시설도 꽤 좋은 편이다. 칼리간다키(Kaligandaki) 강을 따라 고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천천히 걸어 오른다. 전형적인 네팔 산길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이 길은 옛날부터 티벳과 네팔을 오가며 장사하던 상인들이 다니던 길이라 오늘도 여전히 등짐을 진 말떼와 몰이꾼이 지나간다. 말똥을 피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지만 말똥 냄새를 피할 방법은 없다.

 

말떼와 몰이꾼들의 쇳소리에 더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양떼들, ‘나마스떼를 외치며 손을 벌리는 개구쟁이들까지 모두 시간이 정지된 듯한 풍경들이다. 고소 적응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모두가 마음 편하게 이 풍경을 즐기진 못한다. 처음 히말라야를 찾은 사람들이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는 쉽지 않은 법. 그러나 여기서 가타부타 이야기할 것은 없다. 일단은 일정 고도까지 올라가서 몸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는 수밖에.

 

티플량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앞에 마오이스트 한 명이 나타났다. 소총 대신 영수증 철을 들고 통행료를 요구한다. 네팔 반군들과 정부군 사이에 수시로 교전이 벌어진다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행료만 제대로 내면 반군들이 외국인 트레커를 노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통행료 수입이 그들 자금줄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반증이리라. 한 대장이 겁도 없이 통행료가 비싸다며 협상에 들어가 일인당 10달러 선으로 합의를 보았다.

 

타토파니(Tatopani)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얀은 우리 걱정과는 달리 수제비도 맛있게 먹는다. 타토파니는 뜨거운 물이란 의미로 온천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고소 적응을 걱정할 높이는 아닌지라 일부는 온천욕을 하러 갔다. 실외에 크지 않은 노천탕이 있었다.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허름한 시설도 있었는데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시 조금 넘어 다나(Dana)에 도착해 텐트를 쳤다. 한 대장이 요리사 치링에게 닭도리탕을 주문했다. 치링은 작은 키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친구인데, 한국 음식은 꽤 잘 한다. 치링이 만든 음식치고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먼 고지로 닭을 팔러 가던 닭장수가 졸지에 홍재를 했다. 한 마리에 300루피씩 열 마리를 졸지에 팔게 되었으니 말이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침 식사를 마치자, 곰파에서 나팔소리와 북소리로 예불 시각임을 알린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체력이 거의 회복되었다. 일행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톤제(Thonje)를 지나 다라파니(Dharapani)까지 내처 걸었다. 라르케 패스에서 발원한 두드 콜라(Dudh Khola)가 다라파니에서 마르샹디(Marsyangdi) 강을 만난다.

 

다라파니는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에 속하는 마을이다. 사람들 입성도 좋고 돈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서양인 트레커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다라파니로 올라온 트레커들은 모두 왼쪽으로 들어서 안나푸르나로 향한다. 매점에서 잠시 쉬며 로티라 불리는 기름에 튀긴 티벳 빵을 먹어 보았다. 깨끗하고 살이 오른 얼굴의 젊은 로지 주인 내외와도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이곳의 수송 수단은 대부분 말이었다. 엄밀히 말해 말이라기 보다는 나귀나 노새라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등 양쪽에 곡물이나 소금을 싣고 좁은 길을 줄지어가는 행렬이 이색적이었다. 앞에서 리드하는 녀석의 화려한 치장도 눈길을 끌었다. 벼랑 위 산길에서 이런 노새 행렬을 만나면 반드시 위쪽 산기슭에 서야 한다. 아래쪽에 섰다가 노새가 싣고가는 짐에 떠밀려 벼랑으로 떨어져 죽는 사고도 가끔 발생한다.

 

자가트(Jagat)란 마을에 도착했다. 마나슬루로 오르면서 묵었던 동네 이름과 똑같았다. 텐트를 치고 맥주 한 잔 하러 매점을 찾았다. 제 발로 맥주를 찾았으니 이제 살만하다는 이야기리라. 내친 김에 머리도 감았다. 타토파니에서 머리를 감고 지금까지 버텼으니 아마 열흘은 지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가렵지 않아 큰 불편함은 없었다. 문명을 벗어나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지인 2012.11.26 1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짐을 들고다니는 포터들하고 당나귀들이 진짜 대단한거 같아요.... 근데 그것보다 무더운날에 저 폭포속으로 달려들고 싶네요.. 자유만끽하면서 ..

  2. 보리올 2012.11.26 2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이 더울 때는 저런 폭포 속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최고지. 그런데 그게 자유만끽이야?

  3. 모니카 2012.11.30 08: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흰눈만 가득한 상상을 하다가 갑자기 폭포를 보니 다른 세상인 것 같네요. 사막에서 물을 만난 기분 아닐까요?

  4. 보리올 2012.11.30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말라야 가면 폭포 무척 많아요. 낙차도 엄청 큰 데 대부분 이름도 없답니다. 산이 크고 골이 깊으니 폭포가 많은 게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요.

 

며칠 동안 무더위에 녹아난 탓으로 한 대장이 아침 출발 시각을 한 시간 앞당기자고 한다. 모두들 이견이 없었다. 날이 선선할 때 많이 걷고 보자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이다. 쉬지 않고 두 시간 이상을 걸어 타토파니(Tatopani)에 도착했다. 뜨거운 물이란 뜻의 타토파니에는 바로 온천이 있었다. 뜨거운 온천수에 머리도 감고 면도도 했다. 아직까진 고산병 걱정은 없지만 어느 정도 고도가 높아지면 고산병 에방을 위해 머리를 감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다. 

 

해발 1,070m인 도반(Dovan)에서 김밥과 오렌지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을 마칠 때까지 일행 3명이 도착을 하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어 다른 마을로 갔다가 뒤늦게 합류를 했다. 히말라야 경험이 많은 이강오 선배와 김덕환 선배가 그랬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밤늦게 또는 다음 날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음료수나 맥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어제까진 40루피를 줬던 콜라 한 병이 이젠 60루피로 50%나 인상됐다.

 

자가트(Jagat)에 이르는 길은 좀 험난했다. 가파른 경사에 무더위가 겹쳐 몇 걸음 걷고는 땀을 훔쳐야 하는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한 마디로 고행길이었다. 강변으로 내려서 한 시간 이상 휴식을 취했다. 다들 움직이기 싫은 모양이다. 그늘에서 낮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 3시 반에 마을이 제법 번듯한 자가트에 도착했다. 캠프사이트에서 일어난 해프닝 하나 소개한다. 바지를 걷어 올린 채 한 옆에 앉아 지도를 보고 있던 한 대장. 그의 정강이엔 며칠 전 거머리에게 물린 흔적이 검은 딱정이로 남아 있었는데, 모이를 찾던 이 마을 터줏대감 토종닭 한 마리가 그것을 벌레인 줄 알고 냅다 달려와 쫀 것이다. 외마디 괴성에 다리에선 피가 튀었다. 한 대장은 문제의 닭을 잡아 경을 치겠다고 쫓아갔지만 끝내 잡지는 못했다. 네 차례나 이 마을을 지나간 한 대장을 환영하는  그들 방식이라 우리는 해석하기로 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모니카 2012.11.22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들이 무거운 나무짐을 지고도 힘든 기색이 없네요. 아기는 남자가 낳는 게 어떨른지...

  2. 보리올 2012.11.23 0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팔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여자들이 농사 짓고 집안 일하고 아이 키우는데, 남자들은 대부분 하는 일없이 탱자탱자 놉니다. 이 나무짐을 내 머리로 들어 보려했는데 꿈쩍도 않습디다. 이 어린 처자들은 가뿐히 지고 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