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8.28 [뉴질랜드] 케플러 트랙 ③ (6)
  2. 2014.12.09 [남도여행 ②] 보성 벌교/순천 와온 마을 (4)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케플러 트랙을 상징하는 키워드라 하면 럭스모어 산을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산악 풍경과 두 개의 커다란 호수, 그리고 터석(Tussock)과 비치(Beech)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테아나우 호수를 내려다 보는 풍경과 능선을 뒤덮은 터석은 처음 이틀 동안 많이 보였고, 그 뒤론 마나포우리 호수(Lake Manapouri)를 보며 비치가 무성한 숲길을 걸어야 했다. 우리 말로 풀숲이라 불린다는 터석은 뉴질랜드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지만 뉴질랜드 남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식생이다. 특히 케플러 트랙에선 산악 풍경을 결정짓는 의미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각종 조류들이 그 안에서 서식하며 새끼를 부화한다고 한다.

 

아이리스 번 산장은 계곡으로 내려선 위치에 있어 장쾌한 산악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비치가 우거진 숲길을 걸어 마나포우리 호숫가에 있는 모투라우 산장(Moturau Hut)까지 16.2km를 걸어야 했다. 난 산장에서 하루 더 묵기 때문에 늦장을 부리다 길을 나섰다. 오늘 전구간을 끝내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을 한 뒤였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다. 폭우가 만든 산사태 지역이 나왔다. 여기선 빅 슬립(Big Slip)라 부르는 곳이다. 로키 포인트에서 오르막이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길은 평탄했다. 걷는 속도 또한 빨랐다. 로빈(Robin)이라 불리는 새 한 마리가 길에 내려앉아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이 녀석은 사람을 도통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사람이 반가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 접근에 놀라 달아나는 곤충을 사냥하기 위한 것이다. 자연에선 먹이를 구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네 시간을 걸어 마나포우리 호수를 처음으로 만났다. 산길 옆으로 거대한 호수가 나타난 것이다. 호수가 워낙 커서 파도 소리 또한 대단했다. 거기서 30분을 더 걸어 모투라우 산장에 도착했다. 길이 좋은 편이라 거리에 비해선 일찍 닿은 것이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낮잠도 한숨 잤다. 오후는 무척 여유롭게 보냈다. 카메라를 들고 몇 번인가 호숫가로 나가 홀로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흘러갔다. 원래 이 호수 이름이 모투라우였는데 백인들이 잘 못 표기하는 바람에 마나포우리라 불린다고 한다. 한때 여기에 댐을 건설하려던 움직임을 무산시키곤 대신 200m 낙차를 이용해 호숫물로 발전을 하고는 지하 터널을 통해 바다로 내보낸다 한다. 모두 헛톡 시간에 레인저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낮부터 낮잠을 잔 탓인지 밤에 잠을 이루지 못 하고 꽤 오래 뒤척거려야 했다.


이정표엔 모투라우 산장까지 6시간 걸린다 적혀 있지만 실제는 4시간 반에 닿을 수 있었다.



너도밤나무라 불리는 비치가 많았던 산길엔 고사리도 많이 보였다.




빅 슬립이라 불리는 넓은 계곡을 지났다.



로빈 한 마리가 나타나 지나는 사람들 발길을 붙잡는다.



고즈넉한 숲길을 홀로 걷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길 옆으로 고사리가 많이 보이던 구간도 지났다. 오늘날 고사리는 뉴질랜드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숲길에서 벗어나 마나포우리 호수를 처음 만났다.


마나포우리 호숫가를 따라 다시 숲길을 걸었다.


모투라우 산장





여유롭게 마나포우리 호수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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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절인연 2017.08.28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올 초 1월 내내 남섬에서 있었습니다.날씨가 생각보다 추웠고 비도 많이 왔습니다. 사진 보니 비온 날짜가 적은듯한데 언제부터 언제 까지 체류 하신건가요? 여기 댓글 다시 들어오는 방법도 자신없으니 010 9060 5582 폰으로 몇글자 부탁드립니다

    • 보리올 2017.08.28 2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국에 살지 않는지라 저도 전화로 문자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올해 2월 23일 퀸스타운으로 들어가 3월 13일 오클랜드에서 나왔습니다. 케플러 트랙에서 딱 하루 비를 맞았지만, 북섬에 있는 통가리로에선 며칠 계속해 비를 맞았습니다.

  2. Seattle 2017.08.29 0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댓글을 남겼섰는데 시애틀에 살고있는 저를 기억 하실런지 모르겠군요..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여전히 걷고 계시는군요. 정말 하이킹을 좋아하시는것 같습니다.
    하이킹을 왜?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하군요. 저도 하이킹을 좋아하는데 산장이나 텐트에서 자가면서
    계속 몇일씩 걷는건 힘들어서 마음먹었다가도 주저하게 되더군요. 2014년부터 여름방학 시작되면 식구모두
    유럽에가서 한달씩 걷고 오는데 2015년에는 텐트를 가지고 인스부르크에서 인터라켄까지 걸었습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는 캠핑장이 좋아서 쉬는데 불편한점은 없었지만 무거운 가방과 했빛이 힘들더군요.
    거친자연 속에서 자가며 걷는 보리올님은 진짜 하이커란 생각이 드는군요.^^
    올여름은 가족이 이탈리아 친퀘 테레,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 그리고 돌로미테를 걷고 왔습니다. 보리올님은 전에 벌써
    걸으셨을것 같군요. 주변에 요즘 JMT도 많이 걷던데 보리올님도 걸어 보셨는지요?
    지금도 어딘가를 걷거나 계획이 있으실듯 하군요.ㅎㅎ 항상 건강하시길요.^^

    • 보리올 2017.08.29 0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연히 기억하고 말구요. 오랜만입니다. 전 하이킹이 좋다는 것보단 자연에 안겨 보내는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다행히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죠. 올해 유럽을 걷고 오셨군요. 저도 뚜르드 몽블랑과 돌로미테 지역에서 두 달을 보내고 며칠 전애 밴쿠버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캐나다 로키를 가려고요. JMT는 그리 어렵게 생각하진 않지만 아직입니다. 절 피해 도망가진 않을테니 언젠가 가겠죠.

  3. justin 2017.09.20 1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아버지께서는 하루 더 산장에서 묵으셨어요? 마나포우리 호수가 있는 곳은 높이가 꽤 있을텐데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 보리올 2017.09.24 0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국립공원측에서 3박 4일 일정을 권하는 편이고 밀포드간 사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그와 가능하면 동일하게 일정을 짰지.

 

화엄사를 나와 벌교로 향했다. 그 유명한 꼬막 정식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어느 식당엔가 미리 예약을 해놓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벌교 외곽부터 이상하게 차량 정체로 길이 막혔다. 무슨 일인가 하고 교통경찰에게 물었더니 하필이면 이때 벌교 꼬막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줄 알았다면 숙소로 잡은 순천으로 바로 가는 것인데 그 놈의 꼬막 정식 때문에 시간만 지체한 셈이다. 거북이 운전으로 시내로 들어가 수라상 꼬막 정식이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거의 모든 식당이 꼬막 정식을 내세우고 있었고, 그 대부분이 <12>이란 TV 프로그램에 나온 것처럼 12일을 붙여놓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이런 짓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어느 집이나 비슷했다. 꼬막이 들어간 몇 가지 음식이 나왔고 우린 일부러라도 맛있게 먹었다. 실제로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반주로 식사를 하니 어떤 음식인들 맛이 없으랴.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더니 무슨 행사를 하는지 확성기 소리가 요란했다. 다리를 밝힌 조명이 물에 반영되어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소화다리를 건너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곤 순천으로 향했다. 와온 마을엔 밤늦게 도착했다. 한옥으로 지은 민박집에 방 두 개를 얻었다. 밖에 테이블을 놓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릴에 불을 지펴 분위기도 띄웠다. 그런데 두 친구가 비박을 하겠다고 방파제로 간다는 것이 아닌가. 나도 침낭은 가져 왔기에 따라 나섰다. 매트리스도 없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기는 처음인데 냉기가 없어 견딜만 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아마 바다는 우리 코고는 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을 게다.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깼다. 행여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별다른 감흥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라면으로 아침을 먹곤 따뜻한 커피까지 내려 마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벌교엔 꼬막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이긴 했지만 우리도 벌교의 특산물인 꼬막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온통 꼬막 정식만 파는 식당들 속에 깔끔한 커피 전문점이 있어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를 부렸다.

 

 

순천 와온 마을에 있는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나를 포함해 세 명은 방파제로 나가 비박을 한다고 객기를 부리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고즈넉한 어촌 마을의 아침 풍경을 홀로 즐길 수 있었다. 인적도 없고 바다마저 잔잔해서 좀 심심해 보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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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12.16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막은 저도 생소합니다. 조개과라고 하는데 아담한 것이 맛있어보입니다.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방파제에서 하는 비박은 저도 시도해봐야겠습니다.

  2. 설록차 2015.04.14 0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막을 삶아서 알맹이를 꺼내어 도로 껍질에 담아 양념장을 바르고~ 한접시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아니겠어요...
    침낭이 있다지만 방파제 위에서 주무시다니 젊은이십니다...